새벽예찬
장석주 지음 / 예담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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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여름이 되면 추리소설이나 미스테리 소설을 많이 찾게 되는 반면에 가을엔 에세이나 산문집 등이 땡긴다. 무더운 여름철엔 등골이 오싹해 질 정도로 긴장감이 느껴지는 책을 원한다면 선선한 가을엔 좀 더 마음에 여유를 느끼는 책을 원하기 때문이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가을을 앞두고 있는 이 때 집어 들게 된 책이다. 이 책의 저자인 작가 장석주에 대해 아는 것도 없었다. 하지만 오로지 여유를 갖고 책을 읽고 싶다는 신념 하나로 읽기 시작했다.


  산문집들을 보면 글을 정말 사랑하는 구나하는 생각이 드는 것들이 있다. 산문집이라는 자체가 간결한 글들과 아름다운 글들이 줄을 이루기 때문에 그런 글들에서 감동을 받는 것이 대부분이다. 사실 내가 산문집을 좋아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추리소설처럼 머리를 쓰면서 읽지 않아도 되고, 그렇다고 문체들이 딱딱하고 교훈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본다면 자신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편지를 쓰듯 써내려간 이 책은 간결하고 아름다운 글 투성이 었다. 작가가 좋아하는 시들이 짤막하게 써져 있을 때도 있었고 자신의 작시가 써진 경우도 있었으면 자신이 겪었던 일들이 쓰여 지기도 했다.


  나는 가끔 작가들은 어떤 책들을 읽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그들은 자신이 책을 쓰는 한 사람으로서 좀 더 수준 높은 책들을 읽지 않을까 하는 것이 내 생각이었다. 그런 궁금중을 풀어주듯 이 책에서는 저자 장석주가 읽는 책 이야기들이 나와 있다. 언제 한번 그 책들을 읽고 싶을 정도이다. 이렇게 이런 저런 두서없는 말들도 사소한 일들도 나와 있다. 또한 봄과 여름, 가을, 겨울. 이렇게 네 에피소드로 나뉘어져 있는 이 책은 네 계절의 향기와 풍경들이 서려 있다.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모습의 저자와 자연과 함께 살아가고픈 독자인 나의 결합으로 이 책은 더 아름다워 보였던 것 같다.


  하지만 언제나 그런 이야기들이 흥미롭지만은 않았다. 때때로는 반복되는 일들이 지겹기도 했으면 약간은 딱딱한 문체가 어렵게도 느껴졌다. 왠지 다른 산문집과는 다른게 긴 여운이 담겨 있지 않은 것도 같았다. 아직 여러 산문집을 접해 보았지만 좀 더 가슴에 와닿는 글들이 있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냥 이런저런 이야기가 아닌 좀 더 가슴 따뜻한 이야기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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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성문 - 이철환 산문집
이철환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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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가 이철환 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것이 ‘연탄길’이라는 산문집이다. 많은 사람들이 읽고 눈물을 흘렸을 거라고 생각이 되는 그 작품은 내게도 많은 영향을 주었다. 연탄길의 책 소개에 ‘이 책을 통해서 사람 냄새가 배어 있는 글을 느낄 수 있다.’ 는 글귀가 있다. 메마른 이 세상에 사람 냄새를 통해 진정한 눈물을 주는 글들을 만날 수 있는 산문집이었다. 이렇듯 사람 냄새를 잘 아는 작가 이철환이 또 다른 산문집을 내었는데, 그것이 바로 ‘반성문’이다. 제목부터가 벌써 짠한 감동을 주는 것 같다.

  이 책을 보면서 또 한 번 눈물을 흘렸다. 메마른 세상처럼 내 감정도 메말라 버렸다고 생각했는데 아직은 아닌가 보다. 작가 이철환이 사람 냄새 나는 짧은 이야기들로 기어코 나의 눈에서 눈물이 나도록 했다. 자신의 이야기를 비롯한 이런 저런 사람들의 이야기. 사람을 사랑하고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이 녹아들어 있었다. 앞만 보고 달리는 이때에 잠시나마 쉬어가는 의미에서 본 책이었는데 어느덧 이 책에 완전히 심취해 버려 소리 내어 울고 있는 나를 보았다.

 

  경제적으로도 풍요롭지도 못 했고 몸에도 고통이 있었지만 마음만은 부자였던 작가 이철환. 그의 마음을 풍요롭게 해주었던 이유를 조금이나마 진솔하게 이 책에 담겨있다. 글과 사람이 달라서는 안 된다는 신조를 갖고 쓴 글들만 엮여 있으니, 이 책에 대한 진가는 보장된 것이나 다름없을 것이다. 제목은 반성문이지만, 반성문이 전부가 아닌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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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9-02 2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굉장히 감동적인 책이라는 소문을 들었습니다. 다시 한번 그 소문을 확인하게 되는 군요. 기회가 된다면 꼭 읽어보고 싶어지는군요.^^
 
토끼와 함께한 그해
아르토 파실린나 지음, 박광자 옮김 / 솔출판사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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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에서 가장 멋진 일탈

 

  일탈. 이 책을 읽는 내내 떠올랐던 단어를 하나 꼽으라면 이것을 꼽겠다. 한 사회와 조직에서 벗어나 자유를 만끽할 수 있는 일탈. 이 책이 더 매력적으로 다가온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이었을 것이다. 내가 해본 가장 대담한 일탈은 무엇이었을까? 고작 해봐야 꾀병을 부리고 학교를 하루 빠진 것 정도가 아닐까. 반면에 이 책에서의 일탈은 가정과 직장을 벗어나 우연히 만난 토끼와 핀란드의 이곳저곳을 여행을 하는 바타넨의 그 해는 정말 멋있었다. 만약 나라면 숲에서 우연히 만난 토끼를 보고 모든 것에서 벗어나 떠날 생각을 했을까.



  아르토 파실린나. 이 작가의 책이라곤 목 매달린 여우의 숲밖에 읽어 보지 못했다. 그것도 이 책을 읽기 전 예습차원에서 읽은 것이 전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과 아르토 파실린나에 대한 상당한 기대가 있었다. 작가는 목 매달린 여우의 숲에서 벌어진 일들만으로 나를 반하게 만들어 버린 것이었다. 핀란드라는 낯선 타지에서 벌어지는 일들이지만 매우 유쾌하게 느껴졌고, 그의 특유한 유머가 곳곳에 묻어있는 책이었다.


“제발 나를 그냥 두시오. 바타넨”-p.28


  기자이지만 직장에서도 가정에서도 어느 하나 인정을 받지 못하는 평범한 40대 아저씨 바타넨이 동료와 함께 취재를 나가다 한 토끼를 차로 치었다. 다리가 부러져 버린 토끼를 바타넨이 키우게 된다. 직장도 가정도 다 버리고 오로지 토끼와 함께 이 곳, 저 곳을 돌아다니면서 이런 저런 일을 겪게 된다. 책 ‘토끼와 함께한 그 해’는 이런 식으로 시작이 되었고, 바타넨이 토끼와 함께한 그 해도 이런 식으로 시작 되었다.




  어이가 없을 정도로 말도 안 되는 일들, 중간 중간 무슨 일이 있었지? 하고 머리를 갸우뚱하게 하는 황당한 일들이 줄을 이었다. 하지만 그 때 그 때 작가의 위트가 묻어나는 문장들로 웃음을 멈출 수가 없었다. 바타넨과 토끼가 겪었을 일들을 상상하면서 콧웃음을 치는 것이 이 책을 읽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었다.


“인생이란 그런 것입니다.”-p.211

바타넨의 변호사인 헤이크키넨 여사 역시 바타넨이 도주한 날부터 보이지 않는데 그녀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아는 사람이 없다. -p.212


  바타넨이 말하는 인생이란 무엇일까? 바타넨이 토끼와 함께한 그 해를 생각하면서 유추해 보건데, 그에게 있어서 인생이란 모든 걸 다 버리고 떠날 줄 아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간단해 보이지만 모든 걸 포기한 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엄청난 대범함이 필요할 것 같다. 총 22개의 범죄를 지은 대단한 죄인이 된 그 순간에도 그는 대범하게 탈출을 시도했고, 그것은 대성공이었다. 그가 여행을 떠나며 만난 헤이크키넨 여사와 이젠 그에게 없어서 안 될 토끼와 함께 또 한번의 일탈을 시도했다.


  마지막 장을 넘기며, 이 이야기는 농담이 아니라는 아르토 파실린나의 마지막 글귀를 보며 아직도 핀란드(어쩌면 타지)를 여행하고 있을 바타넨이 무척이나 궁금했다. 책은 비록 끝났지만, 토끼와 함께한 그 해는 아직도 끝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믿는다. 아직도 그만의 방식으로 일탈을 꿈꾸며 토끼와 여행을 하고 있을 바타넨을 생각하면 웃음이 난다. 이 서평을 마치며 내 자신에게 물었다. 나도 과연 이런 멋진 인생을 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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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들의 채소밭
빌 로스 지음, 김소정 옮김 / 눈과마음(스쿨타운)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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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한창 웰빙(well-being)이 한참 붐인 이 때, 아마 가장 사랑을 받고 있는 식품이 채소가 아닐까. 뜨끈뜨끈한 불판에서 구운 노릇노릇한 고기들에 등살에 밀려 한동안 많은 건강문제가 일어났기 때문에 더더욱 다시 몸에 좋은 채소를 먹자는 식이다. 이렇듯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고기에서 채소로 다시 옮겨가다 보니 이런저런 채소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우리 집 화단에는 매해마다 상추와 고추 등 손쉽게 재배할 수 있는 것들을 키우곤 한다. 뭐 넓은 밭에서 키워야 만이 채소밭이겠냐 만은 이 책의 제목인 예술가들의 채소밭이란 좀 더 특별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제목 그대로 책의 내용을 유추해내면 예술가들의 채소밭에 대한 내용만이 떠오를 것이다. 예술가들의 채소밭이니 좀 더 특별하고 아름답고 좀 더 예술적이지 않을까. 하는 것이 나의 생각이었다. 하지만 정확하게 이 책에 대해 설명하자면, 채소밭과 채소의 역사에 대해 서술하고 있는 책이다. 여러 나라에서 채소들은 언제 어떤 식으로 보급이 됐으며, 그 채소들에 대해 얽힌 이야기들로 구성이 되어 있다. 그 옛날 많은 사람들이 채소밭을 가꾸는 것을 영광스럽게 생각했다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었다.




  맛 좋고, 영양 좋다고 해도 사실 채소보다는 고기를 더 선호하는 것이 사실인 것 같다. 몸에 있는 노폐물을 빼기 위해선 기름칠을 해야 한다며 먹어대는 고기 덕분에 채소를 찾는 일이 드물어 졌지만, 예부터 많은 사람이 즐겨 먹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비록 한 때 인정받지 못했던 채소들도 있었지만 그런 것들도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었다. 그동안 많은 채소들을 먹어봤지만, 이렇게 채소에 대해 더 깊이 알아봤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어렵게 지내던 때, 채소라는 존재는 엄청난 보물이었을 것이다. 허나 고기와 서양의 영향으로 아직도 고기에 비해 채소를 선호하는 사람이 없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채소를 먹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이 책을 보면서 채소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었고, 채소에 대한 역사와 더불어 소중함도 깨닫게 되었다. 300쪽이 넘는 분량에 빵빵하게 들어있는 채소의 이야기. 제목과는 약간은 다른 내용들이 대부분이지만 중반부를 지나면서 점점 더 흥미를 가지고 읽게 되었다. 채소에 대한 새로운 발견을 하게 되는 새로운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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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릴러 1
제임스 패터슨 엮음, 이숙자 옮김 / 북앳북스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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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릴러에 대한 새로운 정의 

 

 

  여름에 주로 읽는 스릴러. 스릴러의 정의에 보면 분명 ‘독자들에게 긴장감과 공포를 주는 소설’ 명명 되어 있다. 독자들이 원하는 것은 긴장감과 공포이다. 한 여름 무더위를 긴장감과 공포로 인해 잠시나마 잊기 위함이다. 흔히들 말하는 등골이 오싹하다. 라는 말이 이와 같은 데에서 나왔을 것이다. 공포와 긴장감으로 무섭고 두려울 때도 있지만 그 매력으로 인해 손에서 놓지 못하는 것이다. ‘스릴러’라는 제목을 떡 하니 자리 잡고 있는 이 책은 공포와 긴장감보다 지루함, 지겨움 등을 더 주었다.




  제임스 패터슨이 선정한 30편의 스릴러. 여러 작가들의 글이다 보니 각 편에서 느껴지는 분위기, 성향 등은 모두 제각각 이었다. 등장인물은 평범한 노동자에서부터 군인, 스파이 등 여러 다양한 인물들이었다. 각 각 다른 작가가 쓴 스릴러의 장점이자 단점이라 할 수 있는 게 바로 이것일 것이다. 각 편마다 일종의 스타일이 다르다는 것. 이런 특징 덕분에 내가 이 책을 탐탁지 않게 보았음에도 손에서 놀 수 없는 이유였다.




  스릴러 속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죽음과 연관이 되어 있다. 사람들에게 죽음이라는 단어는 그야말로 두려운 존재이니까. 죽음이라는 존재만으로도 사람들을 벌벌 떨게 만든다. 그 죽음을 좀 더 도발적이고 잔인하게 그려내는 것이 내가 스릴러를 보는 포인트이다. 분명 나 또한 죽음을 두려워함에도 잔인하게 죽어가는 인물들로부터 좋은 스릴러를 맛보았다는 쾌감을 느낀다. 억지스럽고 추악한 죽음이 아닌 매끄럽지만 잔인한 죽음을 말이다.

 




  이 책 역시도 다양한 죽음들과 추적들이 나온다. 내가 원하는 매끄럽고 잔인한 죽음이 나오는 경우도 있고, 그렇지 않은 죽음과는 너무도 거리가 먼 경우도 있다. 하지만 그 나름대로의 주제로 나름대로의 매력을 갖고 있는 책이었다. 언제나 매끄럽고 잔인한 죽음만을 원했고 그 속에서 쾌감을 얻었던 내가 스릴러를 다시 정의해 보고, 또 다른 매력으로 볼 수 있었다. 스릴러에 대한 억지스러운 고정관념이 이 책의 다양한 주제들이 다소 이해하기 힘들었던 것 같다.




 다양한 배경들 속에서 다양한 인물들이 그려내는 스릴러들. 한 편,한 편 전혀 다른 작가들이 다른 인물들로 다른 이야기들을 그려 낸다. 다양한 작가들의 작품들을 모두 모아 만나볼 수 있어 좋았다. 단 두 권의 책으로 30명의 유명한 스릴러 작가들을 모두 만나볼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행운인가.




  30편이라는 작품들을 쓴 작가들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전혀 나와 맞지 않은 이야기도 있었고, 어느 정도 재미있게 본 이야기도 있었다. 작가가 다르다는 이유로 다음 작가의 이야기는 괜찮겠지. 하는 기대감과 더불어 다음 장을 넘겼다. 하지만 무려 30편에 이르는 수많은 이야기 중에 딱히 내 기억 속에 남는 것은 없었다. 그의 대표적이 이유가 앞에서도 말한 내가 의도해 온 스릴러와는 많이 달라기 때문이다. 여러 작가들을 만난다는 것이 다양한 작품들을 만난다는 면에선 장점일 테지만, 이해와 집중력을 떨어트렸던 것 같다.




  단편들로만 구성되어 있다는 것이 찜찜한 기분을 남겼지만 푹푹 찌는 무더위를 이겨내기 위해 한 번쯤 읽어볼 만 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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