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을 가르는 젊음과 열정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 1
미우라 시온 지음, 윤성원 옮김 / 북폴리오 / 2007년 7월

초등학교 때 운동회라면 끔찍이도 싫어한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뭐, 수업을 하지 않기 때문에 좋아라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움직이는 걸 싫어하고, 운동엔 쥐약이었던 나도 싫어하는 쪽이었다. 특히나 달리기라면 밑바닥에서 놀기 일쑤였다. 어쩐 일인지 내 주변의 친구들 대부분이 밑바닥에서 놀기 때문에 그냥 우리는 달리기와 인연이 없는 거야. 라고 생각했었다. 게다가 중학교에 올라오면서 매해마다 있는 체력장의 오래달리기! 몇 분을 죽어라고 달리기만 해대면서 끝까지 내가 이걸 왜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고작 해봐야 1km인데 40km를 넘게 뛰는 마라톤 선수들은 정말 존경해야 할 대상이다.

 마호로역 다다 심부름집으로 나오키상을 수상한 미우라 시온이 달리기라는 새로운 소재를 들고 왔다. 달리기라면 무작정 달리는 이야기밖에 없을 것 같지만, 내가 좋아라하는 청춘소설이기에 기대를 할 수 밖에 없었다. 멋진 야망을 가지고 끝없이 달리는 그들. 캬~ 설정 한번 멋지지 않은가.

 1권은 지쿠세이소라는 작은 아파트의 단면도와 주민들의 소개로 막을 열었다. 비록 10명밖에 살지 못하는 아담한 곳이지만, 달리기를 하는 그들의 주무대이기 때문에 시작부터 주위 깊게 봐야 했다. 허나, 몇 명을 제외하곤 정말 달리기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사람인 듯 했다. 뭐 오래 전에 육상부였던 사람도 있고, 할 줄 아는 거라곤 달리기밖에 없는 사람도 있었지만 대부분이 만화광, 퀴즈광 등 전혀 달리기와는 상관이 없는 사람들로 보였다.

‘만약 이 세상에 행복이라든지 아름다움이라든지 선한 것이 있다면 내게 있어 그것은 이 남자의 모양새를 하고 있을 것이다.’-1권,p.17

 어느 날 가게의 물건을 훔치고 달아나는 가케루의 달리는 것을 보고 기요세가 물었다. “달리기를 좋아하나?”라고 물었다. 그렇게 달리기 밖에 할 줄 모르는 가케루와 달리기를 좋아하지만 할 수 없는 기요세의 첫만남이 이루어졌다. 가케루는 기요세의 소개로 지쿠세이소의 마지막 주민이 된다. 그 후의 내용은 달리기와 전혀 상관없는 10명의 청년들이 하코네 역전경주의 정상을 노리기 위해 달린다는 것이 전부이다. 이렇게 글로 요약하면 정말 달리기밖에 하지 않는 따분한 소설로 느껴지겠지만 나는 이 책을 손에서 떼어 놀 수 없었다. 그 이유는? 나도 파릇파릇한 청춘이기 때문에!!^^ 참 어이없는 말이지만 내가 젊다는 이유만으로 많은 공감을 할 수 있었다.

  지금은 무한도전이라는 이름으로 개편하고 급부상한 이 프로의 초기 이름은 무모한 도전이었다. 정말 말도 안되고 저런 걸 왜 하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무모한 짓들을 해댔다. 이 프로는 단지 시청자에게 웃음과 재미를 선사하기 위해서 펼쳐진 하나의 쇼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저런 많은 도전들 가운데 자신과의 싸움이라고 생각하고 도전한다면 그건 쇼가 아닌 열정과 패기가 담긴 하나의 멋진 도전이 될 것이다. 이 책에서 지쿠세이소 주민들은 기요세의 강요로 반강제로 하코네 역전경주라는 터무니없고 무모한 도전을 시작했다. 10명밖에 되지 않는 엉터리 육상부지만 어느덧 자신들의 목표를 향해 도전하는 그들의 모습이 참 아름답게 느껴졌다.

"네 가치기준은 스피드뿐이냐? 그렇다면 달리기는 의미가 없다. 신칸센을 타라! 비행기를 타라고! 그 쪽이 빠르다고!"-1권, 218쪽

 쉼 없이 달리도 또 달리는 열정과 패기. 그들이 젊었기에 가능한 일이 아니었을까. 목표를 코앞에 두고도 ‘나는 불가능할 것이다.’ 라는 웃기지도 않는 확신을 갖고 포기했던 내가 창피해졌다. 되든 안 되든 젊기에 도전해 볼 수 있는 많은 것들의 대부분이 타고난 재능보다는 열정과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가치기준이 스피드라면 신칸센을 타라던 기요세의 말. 재능보다는 그들이 노력하는 모습을 보라는 기요세의 가르침이 가슴 속에 깊이 새겨졌다. 만화 같은 일러스트에 드라마 같은 이야기. 작가 미우라 시온은 젊음이라는 최대의 무기를 가지고 있는 이 땅의 청년들에게 도전정신을 일깨워 주려 했던 것 같다.

  이 땅의 누군가는 또 열심히 달리고 있겠지. 그 어느 누군가를 위한 것이 아닌 오로지 자신을 위해서. 자신과의 싸움을 위해서 열심히 뛰고 또 뛰는 그들에게 잘 하라고 열심히 하라고 할 수 있다고 박수를 쳐주고 싶다. 그들에겐 젊음이라는 최대의 무기가 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