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무슨 책 읽고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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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븐 블랙 ㅣ 블랙 캣(Black Cat) 14
앤 클리브스 지음, 이주혜 옮김 / 영림카디널 / 2007년 6월
평점 :
절판
-잔혹하지 않은 잔잔한 추리소설
여름에 추리소설을 많이 찾는 이유가 무엇일까? 미치광이 살인마가 잔인하게 사람을 죽이는 섬뜩함 때문에? 뭐 어떤 이유든 간에 여름에 추리소설의 땡기는 건 어쩔 수 없는 사실인가 부다. 요번에 내가 찾은 소설이 바로 ‘레이븐 블랙’이다. 영국추리작가협회 던컨 로리 대거 상을 수상했다는 큰 타이틀을 걸고 있는 그 유명한 블랙캣 시리즈 중 하나. 그렇다면 지금부터 레이븐 블랙, 책 속으로 빠져보자.
*의문의 사건들
영국의 셰틀랜드 제도에서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들. 8년 전 실종된 의문의 11살짜리 꼬마 캐트리오나. 그리고 8년 후 캐트리오나가 살던 집에 이사 온 캐서린 로스. 그리고 또 다시 실종된 캐시. 그들의 공통점이라곤 같은 집에 살았다는 것과 이름에 모두 C자가 들어있다는 것. 그것밖에 없다. 과연 이 둘을 살해한 범인은 같은 사람일까?
새해 첫 날. 캐서린 로스와 샐리는 혼자 외롭게 사는 매그너스의 집을 방문한다. 그리고 얼마 후 남편과 이혼 후 혼자 딸을 키우던 프랜은 우연히 죽은 캐서린 로스를 목격하게 된다. 캐서린 로스의 죽음과 동시에 사건은 시작된다. 그 사건의 시작이란 그 주변의 인물들의 이야기들을 말한다. 작은 시골인 만큼 서로의 사정들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셰틀랜드. 안전하다고 믿었던 그들의 삶에서 raven(갈까마귀, 흔히 불길한 징조라 여겨짐)의 기운이 감돈다. 마을사람들은 8년 전 실종사건의 용의자가 매그너스일 것이라 지목한다. 그와 동시에 매그너스는 이번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지목한다.
그 후 얼마 뒤 실종되었던 캐트리오나의 시체가 발견되었다. 캐트리오나가 죽은 후 그녀의 머리 리본을 뗴왔다는 매그너스의 진술에 따라 그가 범인으로 확정된다. 하지만 캐서린 로스의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지목하기엔 증거가 없었기 때문에 다시 수사는 원점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얼마 후 업헬리아 축제로 인해 사람이 북적거릴 때 프랜의 딸 캐시가 실종된다. 하지만 그 땐 이미 매그너스가 체포된 후다.
*그네들의 사적인 이야기
이 책에선 많은 사람들이 나온다. 그들은 모두 하나의 솨슬에 얽혀있는 듯 미묘한 관계를 띄고 있다. 단순히 한 마을사람이라는 것이 아닌 서로는 그들만의 관계가 있다. 이 책의 대부분이 살해범을 찾기 위한 것이 아닌 그들의 사적인 이야기들이었다. 그러면서도 증거들을 모두 그들의 관계들로 내준다. 그들의 대화 속에 사건의 실마리가 들어있는 것이다. 범인을 잡기위한 처절한 몸부림을 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추리소설에서 꼭 필요한 범인을 잡기 위한 수사가 별로 진행되지도 않는 듯 하다. 단지 그 주변인물들에게 진술을 받아네는 것. 그 외에는 시체를 부검해 죽은 원인을 밝혀내는 것 정도이다.
인물들의 사적인 이야기들로 인해 지루함을 낳기도 하면서 빠른 속도로 읽을 수 있는 원동력이 될 수도 있었다. 범인을 찾기 위한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사사로운 이야기들. 그들의 집안사정이라던가, 그들의 행동들. 또 미묘하게 얽힌 그들의 사랑이야기. 정말 사건과는아무런 관계가 없어 추리소설이 아닌 일반 소설을 읽는 듯 했다. 미묘하게 얽혀있는 그들의 관계를 하나의 트릭으로 보고 복잡하게 엮으려 생각한다면 이 책을 지루하게 생각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관계를 단순한 재미로 읽는다면 이 책을 읽기 더 편할 것이다.
*나의 사적인 이야기
자신이 선생의 딸이라는 이유로 노골적인 괴롭힘이 아닌 무시를 당하는 샐리. 하지만 친구인 캐서린 로스가 죽은 후로 덩달아 자신까지 친구들에게 화제가 되버려 행복해 하는 그녀. 자신을 투명인간 같다고 말한 매그너스. 어디를 가도 자신에게 눈길을 주지 않는 다는 그. 자신들의 편견과 오해들로 그들을 외롭게 만들었던 것이 이 사건의 발단인 듯 하다.어쩌면 두 사람 모두 자신에게 조금 더 눈길을 주었으면 하는 마음이었던 것은 아닐까?
항상 극적인 반전과 잔혹한 살인마들이 있는 추리소설들을 봐와서 그런지, 범인을 잡기 위해 혈을 올리기 보단 사사로운 이야기들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어서 낯선감이 있었다. 하지만 어느새 그런 사사로운 일들이 자연스럽게 여겨졌고 범인을 잡기에 급급하다기 보단 언젠가 범인을 잡겠지. 하는 느긋한 마음이 생겼다. 늘 추리소설은 긴장감을 늦추지 말고 읽자는 신념이 있었던 내게 또다른 묘미를 느끼게 해 준 것이었다. 속도감은 없지만 새로운 추리소설을 봤다는 즐거움. 좋은 추리소설을 읽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