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전 시몬 드 보부아르의 <제 2의 성>을 읽었고, 거다 러너의 <가부장제의 창조>가 궁금했었다. 거다 러너가 보부아르로부터 바로 아이디어를 얻지 않았을까 했는데, 실제로 거다 러너가 아이디어를 얻은 것은 케이트 밀렛의 <성 정치학>으로부터였다고 한다. 


엥겔스와 마르크스로부터 유물론적 개념을 빌려오기는 했으나 인간에게는 경제적 계급 외에 본질적으로 성적 계급이 있다는 것을 꿰뚫어본 것은 날카롭다. 그러나 프롤레타리아가 혁명을 이루기 위해 생산수단을 장악하는 것을 여성이 성의 해방을 위한 혁명을 이루기 위해 생식수단을 장악하는 것으로 대치하는 것은 논리일 뿐, 이것이 실현 가능한 것인지 의심이 든다. 


노동자가 생산수단을 장악하는 것은 현실화되지 않았고, 여성이 생식수단을 장악하는 것은 기술로만 가능한 것은 아닐텐데. 그 장악이 가능한 것인가? 빼앗기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인공자궁과 무성생식의 기술을 남성이 장악한다면 여성의 지위는 지금보다도 더 하락하는 것 아닐까? 


계속 읽어봐야지 어쩌겠나.  


파이어스톤님, 이런 의심을 싹 해소해주시기를 바랍니다.  


페미니스트들은 모든 서구 문화에 대한 것뿐만 아니라 문화 구조 그 자체, 그리고 더 나아가 자연 구조 자체까지도 질문해야 한다. - P14

시몬 드 보부아르는 결정적 분석에 가장 근접한-아마도 그것을 해낸-유일한 사람이었다. 그녀의 심원한 작품인-페미니즘이 죽었다고 확신하는 세계 앞에 50년대 초에 나타난-<제2의 성>은 역사적 토대에서 페미니즘을 근거지우려는 최초의 시도였다. - P20

경제적 계급과 달리 성적 계급은 생물학적 현실로부터 직접 발생했다. 남성과 여성은 다르게 만들어졌고 평등하지 않다. 비록 드 보부아르가 지적한 대로 차이 그 자체가 계급체계-한 집단이 다른 집단을 지배하는 것-의 발전을 필연적인 것으로 만들지는 않았지만 생식 기능의 차이가 그렇게 만든 것이다. 생물학적 가족은 본질적으로 불평등한 힘의 분배가 내재해 있다. - P21

남성을 여성과 아이들 위에 군림하게 만든 생물학적 조건들에서부터 남성 스스로를 점차 해방시킬 수도 있지만 그들이 군림을 포기할 이유가 없다는 것을 깨달을 때, 포괄적인 역사적 분석 이상의 것을 요구하면서 문제는 정치적인 것이 된다. - P24

사회와 국가 안에서 광범위하게 발달하는 모든 대립들을 가족이 초기 단계에서부터 내포하고 있다는 것을 관찰했을 때, 마르크스는 자신이 아는 것보다 더 심오한 것에 접근해 있었다. 왜냐하면 혁명이 기본적 사회조직을 뿌리 뽑지 않는 한, 권력의 심리가 늘 스며들 수 있는 유대관계이며 착취의 기생충인 생물학적 가족은 결코 소멸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진정으로 모든 계급제도를 근절하기 위해서 우리는 사회주의 혁명보다 훨씬 큰, 그것을 포함하는 성의 혁명이 필요할 것이다. - P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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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3-07-04 19:1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

건수하 2023-07-05 09:31   좋아요 1 | URL
아자아자!! ^^

햇살과함께 2023-07-04 20:1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 벌써 시작. 전 이제 택배박스 뜯으려고요.
수하님 몇 권 동시 읽기??!!

건수하 2023-07-05 09:32   좋아요 2 | URL
제가 맨날 지각이라 읽기 어떤가 간 좀 봤어요. 쪼금 세긴 한데 재밌습니다 :)

암컷들-키르케-성의변증법 지금은 세 개요 ㅎㅎ

독서괭 2023-07-04 20:5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오 제기하신 의문들 저도 궁금합니다!

건수하 2023-07-05 09:33   좋아요 2 | URL
답이 있을런지.. (보통은 그렇지 않던데요) 기대하며 읽어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