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머리가 멍하여 뭔가 글을 쓰긴 힘들고 밑줄을 정리해둠.
자유주의 페미니즘은 개인이 사회/이데올로기와 갖는 관계에 있어서 문화적으로 용인되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고, 젠더 차이에 대해 규범적인 모델에 따르고 있으며, 정치적 행동과 진보와 변화에 대해 정치적인 입장을 고수한다. 이런 점에서 자유주의 페미니즘은 우리 사회의 현재 있는 그대로의 구조를 유지하는데 노력을 투자하고 있으며, 그 구조 밖으로 움직이려고 하지 않는다. 이 점이 가장 큰 한계다. 그래서 자유주의 페미니즘이 페미니즘 이론이나 정치적인 운동에서 가장 인기 있고, 동시에 가장 덜 위협적인 이유다. 그렇기 때문에 자유주의 페미니즘은 그들의 아젠다를 전략적으로 동등권 법안을 통과하는 캠페인과 같은 특정한 페미니즘 목적을 위해 활용될 수 있다.
그래서 2년전 기혼유자녀여성들과 <여성성의 신화>를 함께 읽어보는 것으로 시작해 보려 했었으나..
책이 너무 두껍다(!)는 이유로 반대 의견이 있었고
나 스스로도 이미 한참 지난 이론인 줄 알면서 그렇게 두꺼운 책을 다 읽어야 하는가 하는 의문이 있었다.
다 읽지 않았지만 내가 읽은 부분에 한하여 <여성성의 신화>는 현상의 고발에 대한 내용이 많은 관계로... 이제와서 꼭 다 읽어야 하는 책은 아니란 생각이 든다.
내가 만든 북클럽은 처음 생각과는 좀 다르게 가고 있으나, 구성원들이 자유롭게 책을 추천하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방향을 잡아가고 있기에 나는 물론 구성원 모두가 보람을 느끼고 있다. 알라딘의 여성주의책같이읽기와 병행하면서 (내가) 좀 부담스러움을 느끼기 시작했지만... 발을 빼지 못해서 2023년에도 계속될 예정이다.
2023년에는 본업에 좀더 신경을 쓰려 했었는데... (먼산)
일반적으로 "자유주의적이다 (리버럴하다)" 라는 말은 "보수적이다" 라는 말과 반대의 뜻을 가지고 있었고, 현 체제에 위협이 되거나 대안적인 다양한 라이프 스타일, 신념체계, 행위들을 용인하는 태도를 말한다. 하지만 자유주의적 관점은 급진적인 관점보다 전통적이고, 사회적으로 덜 전복적인 태도로 여겨지기도 한다. - P78
"자유주의" 라는 용어는 페미니스트 아젠다와 연결될 때 모호해진다. 이는 용어를 사용하는 역사적 맥락의 특수성 때문이다. 자유주의 철학과 정치학은 18세기 사회적 변화들, 즉, 봉건주의에서 자본주의 경제로 전환되고, 부르주아가 출현하며, 제도종교가 파편화되고 쇠락하며, 막 시작되는 도시화들과 함께 나온 것이다. 18세기 자유주의 전통은 개인의 자유, 이성의 가치를 강조했고, 인류는 진보하고 개혁을 이뤄낼 능력이 있다는 신념을 지녔다. - P79
그들 (로크와 루소) 의 철학은 얼핏 보기보다 덜 평등주의적인 가정들을 내포하고 있었다. 개민과 시민의 권리를 보장하는 사유재산은 강조하지만, 여성이나 노동자처럼 재산이 없는 사람들을 제외하고 있으며, 역사적으로 재산 소유에 깊이 뿌리박혀 있는 권력 관계를 도외시하고 있다. 그러므로 자율적, 이성적인 개인을 주장하는 18세기 자유주의 모델은 묵시적으로 백인 남성 중산층 개인을 위한 것이다. 예를 들어 로크와 루소는 여성의 전통적 역할을 옹호하여, 여성의 활동은 시장의 공적 영역으로부터 배제되어야 하고, 새롭게 여성화된 사적 영역인 가정과 핵가족에 국한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 P80
월스톤크래프트의 책, <여권의 옹호> (1792)는 이성적이고 결단성 있는 남성만큼이나 여성도 능력이 있으며, 교육적 사회적 불이익이 제거된다면 여성도 논리와 정의에 따라 마땅히 평등한 기회를 누릴 자격이 있음을 주장했다. .. 하지만 이들은 개인 여성에게 남성과 동등한 권리를 부정하는 불공정성은 비판하면서도, 남녀의 불평등한 권력관계가 만들어내는 가부장제 사회의 더 큰 남녀 불평등은 등한시한다. 이런 점은 그들이 모성에 대해 논의할 때 분명하게 드러난다. 그들은 아직도 모성을 여성의 자연스러운 역할로 인식하고 있다. - P81
‘여성성 신화‘란 중요한 아이디어 두 개를 결합하고 있는데, 하나는 여성성이란 특별하고 소중한 무엇이고, 남성성과는 다르지만 상호보완적임을 함축한다. 또 하나는 이 여성성은 결혼, 모성, 가정, 프리단이 이름지은 대로 "가정 주부라는 직업"을 통해서만 가장 잘 완성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 P83
프리단은 페미니즘 운동이 이런 "성정치학" (성적이고 개인적인 이슈들인 여성 동성애, 포르노그래피, 무조건적 임신중절권 같은 이유를 다루는 정치학) 을 앞세우는 바람에, 성에 근거한 차별을 불법화하는 ‘평등권을 위한 미국 헌법수정안‘과 같은 법안을 통과시키려는 법적 정치적 개혁은 뒷전이 되었다고 주장한다. 성정치학을 강조하면 평범한 여성들 (결혼한 이성애자들)을 페미니스트 운동에서 멀어지게 만들고, 전통적 가정을 중시하는 뉴라이트 정치인들의 손에서 이용당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 P86
베타적 사유란 "통합적이고, 직관적이고, 정성적이고, ‘맥락적‘이고, ‘관계적‘이다. 반면, 알파적 사유란 "분석적이고, 이성적이고, 양적이며, 권위에 대한 위계적 관계에 의존한다". 두 번째 단계 페미니즘 운동은 알파보다는 베타식으로 사유해야만 한다고 프리단은 주장한다. - P89
베티 프리단은 여성성 신화를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 나타난 새로운 현상으로 제시했지만, 사실 여성성 신화는 전통적인 이상으로 여겨지는 여성상의 특정 버전이고, 19세기 통용되던 ‘진정한 여성‘ 개념의 연장선에 있다. - P103
프리단이 피상적인 적을 공격할 뿐, 진짜 원인은 가만두고, 여성의 종속적인 상황을 유지시켰던 이데올로기적 수단이나 매개만을 공격한다. ... 프리단은 공/사 영역이 왜 분리되고, 젠더화되어 유지되었는지 역사적 원인을 분석하지 않는다. - P103
프리단은 여성은 자신의 통제를 넘어선 강력한 힘으로서 ‘여성성의 신화‘ 에 휘둘린다고 말하다가, 또 어떤 때는 여성들이 ‘여성성의 신화‘에 공모하고 있다고 비난하기도 한다. 각 장은 언제나 여성을 억압하는 힘에 대해 기술하고, 이런 힘에 저항할 것을 촉구하면서 끝난다. ... 이렇게 프리단은 개인적 차원의 분석에 머무르고 있는데, 이는 여성이 젠더로 인해 특정한 사회경제적 위치를 갖고 있다는 자신의 함축적 주장과 모순된다. 질라 아이젠스타인은 프리단이 주장하는 여권은 개인적 차원의 권리일 뿐, 여성 전체 차원은 다루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여성 전체를 다루려면, 성적-계급적 분석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 P104
프리단은 여성과 남성이 똑같이 온전한 인간이라고 주장하면서도, 인간에 대한 그녀의 정의는 문화적으로 남성적이다. 집밖의 일은 합리성/독립성과 동일시한다. ... 프리단은 여성들도 교육을 받아서 남성적 가치를 공유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은근히 여성의 전통적인 역할을 폄하하고 정작 필요한 젠더 고정 관념을 무너뜨리려고 하지 않는다. 프리단은 젠더 차이가 왜 생겨나는지도 논의하지 않는다. - P108
<여성성의 신화>에 나타나는 계급, 인종, 이성애적 편견은 늘 비판의 대상이다. 프리단의 아젠다는 백인 중산층 이성애 여성이 가정에서 벗어나 중산층 백인 이성애 남자의 가치와 생활양식을 따르는 것이다. - P109
프리단의 <여성성의 신화>에 나타나는 모순 중의 하나는 여성성의 신화가 성적인 기능장애의 원인이 되면서도, 섹슈얼리티가 성과 관련없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점이다. 섹슈얼리티가 문제의 증상이면서 동시에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 P110
<여성성의 신화>에서 가장 불만족스러운 요소는 여성 교육을 "이름 없는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강조하는 것이다. ... 교육 제도는 특정한 지성적 사회적 성향에 의해 휘둘리고 있으며, 행위하는 능력은 언제나 문화적 맥락과 관련되어 있음을 증명해줄 뿐이다. - P111
프리단은 여성의 낙태 권리를 여성이 자신의 몸과 섹슈얼리티에 대한 통제력을 가지고 있다는 주장의 맥락이 아니라, 여성이 아이를 ‘갖도록 선택‘할 수 있는 권리의 맥락에서 주장하고 있다. - P113
루리의 소설은 인간이 변증법적으로 진보한다는 모델이 너무 이상적이라고 본다. 인간이 진보한다는 모델은 직선적, 합리적, 진화적 함축성을 지니기 때문에 확실히 남성적인 젠더 편견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루리의 소설은 프리단이 제시하는 남성적인 발전 모델은 베타 사유를 우선시해야 한다는 자신의 주장과 모순을 일으킴을 지적하는 셈이다. - P115
자유주의 페미니즘은 개인이 사회/이데올로기와 갖는 관계에 있어서 문화적으로 용인되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고, 젠더 차이에 대해 규범적인 모델에 따르고 있으며, 정치적 행동과 진보와 변화에 대해 정치적인 입장을 고수한다. 이런 점에서 자유주의 페미니즘은 우리 사회의 현재 있는 그대로의 구조를 유지하는데 노력을 투자하고 있으며, 그 구조 밖으로 움직이려고 하지 않는다. 이 점이 가장 큰 한계다. 그래서 자유주의 페미니즘이 페미니즘 이론이나 정치적인 운동에서 가장 인기 있고, 동시에 가장 덜 위협적인 이유다. 그렇기 때문에 자유주의 페미니즘은 그들의 아젠다를 전략적으로 동등권 법안을 통과하는 캠페인과 같은 특정한 페미니즘 목적을 위해 활용될 수 있다. - P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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