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더워서 그런가 주말에 정신 차리기가 좀 힘들었다.
추석의 여파인지 좀 피곤하기도 했고...
이런 저런 책들을 조금씩 읽었다.
아침에 조용할 때 읽는 중. 챕터 5까지 읽었다.
필리스가 어서 빨리 탈출했으면 하는 마음에 조바심도 나지만
그 과정을 보여주려고 하는 게 이 책의 목적이라 생각하며 천천히 읽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여성의 삶 (필리스의 mother-in-laws, sister-in-laws 들과의 관계도), 그 안에서 여행자가 아닌 아프가니스탄인의 부인으로서 외국인의 삶,
외국인 부인과 결혼함으로써 중매 결혼으로 얻을 수 있는 이점을 포기한 채로 자신을 증명해야 하는 필리스 남편의 삶, 개인의 삶과 사회의 관계가 조금씩 서술되고 있다. 서구와 기독교를 검증없이 쉽게 받아들인 동아시아 지역에 비해 이슬람 종교를 기반으로 하는 몇몇 국가들은 서구의 문화에 대해 타협할 수 없는 부분을 많이 갖고 있는 것 같은데, 아프가니스탄의 역사는 물론 이슬람 문화에 대해 잘 모르고 있어서 새로운 부분이 많다.
가부장제의 극치, 그 안에서 하인을 노예처럼 부리는 삶.. 지금은 모르겠지만 비교적 최근까지 흑인 노예가 있었다는 것은 충격적이었다. 제도상으로 보장되기보단 실질적 노예이겠지만. 거다 러너의 <가부장제의 창조>에서 여성의 종속이 노예제와 관계가 있다고 했는데 가부장제에 종속된 여성이 다른 여성을 적대시하고 종속시키는 예도 나온다. 비슷한 프레임의 가해가 이어진다는 점이 마음 아프다. 그게 여성에 의해 여성에게 행해진다는 점과 연관지어 필리스 체슬러의 다른 책 <Woman's Inhumanity to Woman>도 언급된다.
<여자의 적은 여자다>를 읽은지 2년 가까이 되어가서 내용이 잘 기억나지는 않는데 (...) 모녀관계, 교우관계 등이 많았고 노예제와 관계한 것은 별로 나오지 않았던 걸로 기억한다. 그러나 필리스와 남편의 친어머니와의 관계는 이 책을 생각하는 데에 있어 꽤 영향을 주었던 것 같다.
I had known something about female-female cruelty in the West, but I learned even more about it in Afghanistan.
I was no feminist-but now, thinking back, I see how much I learned there, how clearly their condition taught me to see gender discrimination anywhere and, above all, taught me to see how cruel oppressed women could be to each other.
필리스가 엄하게 감시하는 가정을 탈출하는 마음으로, 새 삶으로서 선택한 사랑하는 사람과의 결혼이 그녀를 다른 감옥, 더 위험한 감옥에 가두었다는 부분에도 많은 여성이 공감할 것 같다. (나 역시 그랬다)
I have exchanged one jailor for another, one jailhouse culture for another, far more dangerous jailhouse culture.
책이 나오자마자 사 두었던 신나리 작가의 <여자, 아내, 엄마 지금 트러블을 일으키다> 를 읽기 시작했다.
책이 나온지 근 일년만에 북토크를 하신다고 해서..
내가 페미니즘 책 읽기 모임을 만들 때 이 분의 블로그가 많은 힘이 되어주었고 도움도 주었다. 나는 말만 떠든다면 이분은 실천하는 삶을 살고 있고, (당연히도) 여러가지 면에서 입장이 좀 다르지만 유자녀 기혼여성의 페미니즘에 대한 글을 써주신다는 점에서 정말 반갑다.
<폭풍의 언덕>은 어릴 때 읽고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고 생각했던 (...) 책이다. 이 책을 읽고 + 아마도 영화나 드라마에서 80-90년대 흔했던 배신당하는 여성의 이야기를 본 뒤 엉뚱하게 '사랑은 골치아픈 것' 이고 자기 감정을 다 드러내는 것보다 오히려 '냉정한 쪽이 살기 편할 것' 이라는 교훈을 얻은 걸로 기억하고 있다. 그래서 왜 그런 생각을 했을까, 지금 읽어도 그럴까 조금 궁금하여 막연히 다시 읽어보기는 해야겠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러나 적극적으로 시도할 생각은 없었던 책이다.
마침 <다락방의 미친 여자>에 언급이 되므로 읽어봐야지 하던 중, 장강명 작가 부인 김혜정씨가 만든 독서플랫폼 '그믐' 에 가입했더니 작가와 함께 책 읽기 라는 모임을 모집 중이었는데, 거기에 이 책이 있어서 덜컥 시작을 했다. 함께 읽는 작가는 이승훈 작가이다. 한국 소설 많이 안 읽는 사람이라 이 작가님 작품은 읽어보질 않았(...) 지만 어쨌든 함께 읽으며 관심이 생길 것 같다. 작가님은 이 책을 '19세기 영국에서 출간된 막장드라마' 라고 했는데.. 챕터 34개중 7개만 읽었으나 일단 여전히 공감하기가 힘들다. 이런 이야기를 쓴 에밀리 브론테라는 사람은 대체 어떤 사람인가... @_@ 딱히 호감은 안 생기나 궁금해진다.
<폭풍의 언덕>의 번역본이 이렇게 세 개 정도 있는 것 같은데, 나는 문학동네 판을 읽고 있고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는 것 같다. <워더링 하이츠>라고 고유명사를 그대로 살린 을유판이 좀 궁금하기도 하다. (<다락방의 미친 여자> 참고도서 글에 이 을유판이 빠져 있었던지라, 추가수정 하였다)
내일이 20일인데... <디지털 미디어와 페미니즘>은 아직 진도가 잘 나가지 않고 있다... 이번 주에는 이 책과 <성소수자 지지자를 위한 동료 시민 안내서>를 중점적으로 읽을 예정이다. (희진샘이 모르면 공부하라고 하시더라) 아, 카불의 신부도 하루 한 챕터 읽고...
+ 아, 혹시나 다락방님 비롯 여러분이 궁금해하실까봐.. <아웃랜더>는 아직 손대지 않았습니다. 이번주말에는 로맨스 읽기가 싫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