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교차로에서 좌회전을 하다가 길 한 가운데 누가 누워있는 걸 보았다. 발이 하얀 고양이.

스피커에서는 신나는 노래가 나오고 있었지만 급 슬퍼졌다. 그러게 왜 그렇게 큰 길을 건너려고 했냐고..

조금 지나 과속 카메라에 찍힐 뻔 했다. 어쩌면 찍혔을지도.



얼마전 점심 먹으러 갔다가 아기 고양이가 차들이 오는데 길을 건너려고 해서 '안돼~' 라고 나도 모르게 말했었다.

사람들이 이상하게 쳐다봤었지.. 그리고 조금 있다가 그 아이는 의연하게 길을 잘 건너갔다.

그래서 생각보다 강하구나, 잘 살아가는구나 생각했는데

그러다보니 방심한 건지. 오늘 본 고양이는 꽤 컸는데 길도 너무 넓었다. 차도 많고..



큰 길 한복판이라 보통 사람들이 옮겨줄 수는 없을 것 같아서 다산콜센터에 신고를 했다.

얼른 수습되길, 그리고 고양이의 명복을 빌었고. 마음이 무거워졌을 사람(들)의 마음도 좀 나아지길 빌었다.

누구의 잘못도 아니니까..



누구의 잘못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자 그럼 그건 그냥 받아들여야 하는 일인가?

아니다 그렇게 넘어갈 일은 아닌데. 내가 너무 쉽게 순응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일이 아니라도 '누구의 잘못도 아니라'는 이유로 우리가 그냥 넘기는 부조리한 일이 얼마나 많은지.

그걸 바꿔야 하는건데.. 바꿀게 너무 많아서 눈을 감게 된다.

그리고 우리가 눈감고 있는 동안 바꿔야 할 일이 더욱 더 많아진다.




다양성은 다양한 가치가 아니라 ‘하나‘를 중심으로 배제된 나머지를 말한다. ...

일상 생활이나 정치적 발언에서 다양성처럼 듣기 좋고 부담 없는 단어도 없을 것이다. 

한마디로 말해 논쟁을 덮어버리는 도구다.  ... 세련된 탈정치 방식이다. 

문제는 각각의 다양성이 평등하지 않다는 데 있다. ...

관용, 배려는 스스로 우월한 위치를 설정하고 방관하는 태도를 말한다.


정희진 <새로운 언어를 위해서 쓴다> 159쪽












어제 옮겨뒀던 밑줄이 떠올라 다시 읽어본다. 



너와 나의 삶의 방식이 다르니까, 우린 다르니까 어쩔 수 없다고

그냥 이대로 살아가야지. 라고 생각하지 않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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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2-09-15 16: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첫문단만 읽었을 때는 상황파악을 못했는데
콜센터 전화 거셨다는 말씀에....

도시에서도 이런 로드킬이 생기는군요...˝바꿔야 할 일˝이라고 명확이 이야기해주시기 전에는, 잘 알지도 생각해보지도 못했습니다. 수하님^^;; 흑

건수하 2022-09-15 16:59   좋아요 1 | URL
네 도시에도 많죠...
빨리 신고하지 않으면 더 안좋은 일이 생겨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