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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모든 저녁이 저물 때
예니 에르펜베크 지음, 배수아 옮김 / 한길사 / 2019년 1월
평점 :
5개의 이야기와 그 사이 4개의 막간극으로 구성된 책. 막간극에서는 이전의 이야기에서 일어났던 사건을 약간 바꿔 주인공이 죽지 않고 삶을 계속 이어가게 한다. 하나의 이야기라고도, 다섯 개의 이야기라고도 볼 수 있는 이야기.
전체 이야기는 폴란드 근방 갈리시아(갈리치아)에서 살던 한 유대인 여성의 탄생에서부터 죽음까지, 시기상 1차대전 이전부터 2차대전, 냉전 시대를 거쳐 독일 통일 이후까지를 다룬다. 폴란드 지역에서의 유대인의 탄압, 두 차례의 큰 전쟁과 스탈린 치하의 소비에트에서 살아남기, 이후 동독과 통일 독일에서의 삶..
한 인간의 삶은 여러 우연적 요소와 수많은 가능성의 조합으로 구성된다. 이 소설의 구성은 주인공 한 사람이 아닌 그 시대의 여러 사람들의 삶을 짐작하게 한다. 역사가 단순히 개개인 삶의 합이 아닌 큰 트렌드라면, 소설은 그 사이사이를 채워주는 디테일이라고 할까. 그래서 소설이 좋고 이 소설도 좋았다.
하나의 삶에는 매번 생명을 앗아갈 수도 있는 전선이 얼마나 많은 것일까. 그 모든 전투에서 죽지 않고 살아남기란 참으로 어려웠다.
난 일상 내내 내 시체랑 같이 살아간다는 말이잖아, 안 그래? 자라고, 늙고, 그래서 언젠가 내 시체가 완성되면, 그러면 죽는단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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