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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나라에 사는 여인
밀레나 아구스 지음, 김현주 옮김 / 잔(도서출판) / 2019년 4월
평점 :
절판
나폴리와 사르데냐가 많이 떨어져있지만 이탈리아 남부에 시대도 가까워 그런지 엘레나 페란테의 나폴리 시리즈가 생각났다. 밀라노에서 있었던 좌파 운동 이야기도 나오고 (레누의 시누이 마리아로사는 ‘마리아로사 달라 꼬스따’ 를 떠올리게 한다). 나폴리 시리즈를 읽었기에 이 짧은 이야기에 대한 이해도가 조금 더 높아졌을듯.
마지막에 이르러 비로소 좋아졌다는 분들도 있지만 나는 그 전도 좋았다. 이야기도 재미있었지만, 글 쓰는 여자와 관련된 부분이 자꾸 눈에 밟혀 옮겨본다.
방에 들어서자 창문 아래 책상이 보였다. 할아버지가 노발대발 화를 내더라도 다시 역으로 가서 배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지 않은 건 순전히 그 책상 때문이었다. 할머니는 책상이라는 걸 가져 본 적이 없었고 탁자에 앉아서 글을 쓸 수도 없었다. 언제나 남몰래 무릎에 노트를 놓고 쓰다가 누가 오는 기척을 느끼면 얼른 감추곤 했다.
할머니는 글 쓴다는 걸 다른 사람들이 알면 미친 사람으로 취급할까 봐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았다. 하지만 재향군인에게는 만난 지 한 시간도 안 되어 털어놓았다.
부인의 글 이야기로 돌아가죠. 상상을 멈추지 마세요. 부인은 미치지 않았어요. 누가 부인에게 상상의 나래를 펴는 일이 부적절하고 사악하다고 해도 믿지 마세요. 글을 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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