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데리치는 ‘가사노동에 임금을’ 이란 캠페인을 벌여온 여성운동가이자 정치철학자이다. 그의 저서 <혁명의 영점>의 서문에서 페데리치는 여성운동을 벌이던 초창기에는 가사 노동을 ‘거부’하는데 초점을 두었다가 점점 가사 노동의 가치를 ‘인정’ 하는 쪽으로 옮겨갔다고 말한다.
전쟁을 겪으며 독립적으로 일해본 경험이 있었던 어머니 세대의 영향을 받아 여성이 가사 노동의 전담자라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고 거부하는 태도를 가졌다가, 여성의 지위 향상을 위해서는 우선 가사 노동의 가치를 인정하고 위상을 높여야겠다는 쪽으로 전환한 것이다.
<당신이 집에서 논다는 거짓말>, 정아은
정아은 작가의 책을 읽고 페데리치의 책을 읽어보고 싶다 생각했다.
여성이 가사 노동의 전담자라는 사실을 거부하다가, 가사 노동의 가치를 인정받는 쪽으로 방향을 전환했다는 것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서문>
페데리치는 자본주의 체제하에서 여성이 사회가 필요로 하는 가치를 생산하지 못하게 되었기 때문에 남성에게 종속되었다는 정통맑스주의의 주장 - 엥겔스의 <가족, 사유재산, 국가의 기원>에 근거한 - 을 다음과 같이 반박하였다.
자본주의에서 여성들이 남성에게 종속된 것은 “여성노동”의 “비생산적인” 본성 때문이 아니라 여성들이 임금을 받지 못하는 조건 속에 있기 때문이며, 남성의 지배는 임금이 남성들에게 부여한 권력에서 비롯된다.
한국어판 서문 9쪽
결국 임금을 받고 안 받고가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서론>
페데리치는 이 책의 근원이 된 연구의 동기를 두 가지로 이야기한다.
1) 여성주의적 관점에서 자본주의의 기원과 발전을 재고하고자 함
2) 신자유주의 자본주의의 영향이 전지구적으로 확장되면서 새로운 인클로저, 이주 노동자들에 대한 박해, 여성에 대한 폭력 심화가 만연함
페데리치는 이 작업을 여성이 자본주의에서 생산 구조 밖에 속하게 된 과정을 역사 속에서 찾는 것으로 시작한다. 거다 러너는 <가부장제의 창조>에서 가부장제가 기원전 2000년 경에 시작된 역사의 결과물이라고 보지만, 이어지는 저서 <역사 속의 페미니스트>에서 역사의 개혁기마다 여성에 대한 억압과 탄압이 더욱 공고해졌다고 이야기했다.
마녀사냥은 12세기부터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있으며, 일반적으로 중세에 흔했던 것으로 여겨지나 근세(16-17세기)에 더 횡행했다. 실비아 페데리치는 이 시기 마녀사냥이 행해진 배경, 그리고 마녀사냥과 자본주의와의 상관 관계를 연구했다.
이 책의 부제는 여성, 신체 그리고 시초축적이다. 푸코의 몸 이론, 그리고 맑스주의에서 여성의 존재를 간과하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맑스는 시초축적이 여성의 사회적 지위와 노동력 재생산에 어떠한 변화를 가져왔는지를 간과하였고, 푸코는 권력의 원천이 어디서 나왔는지를 간과하였다고 주장한다.
<1장>
중세시대에도 가부장제는 이미 존재했지만, 영주의 권위가 여성의 남편 및 아버지의 권위를 압도했기 때문에 농노공동체에서 남성에 대한 여성의 종속상태는 제한적이었다. 토지가 대개 가족단위에 교부되었고 여성은 토지에서 노동을 하였으며, 노동의 산물을 남성의 허락 없이도 처분할 수 있었다고 한다.
부역이 금납으로 대체되면서 농민층에 분열이 생겼고 많은 빈농이 도시로 이주했다. 천년왕국 운동과 이단 운동이 있었으며, 교회 중심의 사회는 위기를 느꼈다. 일부의 이단 종파에서는 여성이 설교를 행하고 사제서품을 받을 수 있는 등 권리를 누렸으며 이 시기 여성들은 낙태와 피임을 통해 재생산 기능을 통제할 수 있었다. 14세기 말 흑사병 창궐 이후 유럽의 인구가 2/3로 감소한 상황에서 지대납부와 부역을 집단적으로 거부하는 현상이 일어나 봉건질서를 지탱하던 계급관계가 전복되었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부역 혹은 노예제를 부활시키고자 하는 움직임이 있었다. 여성의 재생산에 대한 자기 통제는 이러한 상황에서는 경제-사회적으로 위협이 되었다.
15세기 말 정치당국들은 강간을 합법화하고 매춘을 제도화하여 젊은 남성에게 자유로운 성관계를 허용하였고, 그 결과 여성 비하 및 여성 혐오의 분위기가 조성되었다. 또한 여성에 대한 폭력에 사람들이 무관심해지는 결과를 낳았다.
여기까지 1장이 끝났다.
저자의 의도를 이야기한 서문, 그리고 전체 큰 그림을 이야기한 서론이 어려웠고 1장이 되니 그냥 쭉 읽으면 되어서 오히려 나았다. 서문과 서론은 따라가기가 쉽지 않았지만 전체 내용을 아우르는 것이고, 사실 1장만 가지고 볼 때는 크게 의문점이 없다.
+ 서론에서 <몸 정치학>이 왜 여성주의에서 중요한 지에 대해 조금 언급하였지만, 몸에 관한 부분은 (어릴 때부터 터부시해온 탓인지) 아직도 낯설고, 왜 꼭 그것이 필요한지 잘 모르겠다. 얼마 전부터 출퇴근 길에 케이트 밀렛의 <성 정치학> 을 듣고 있는데, 모르는 이야기가 아님에도 너어무 불편하다. <캘리번과 마녀>를 읽으며 그동안 멀리해왔던 몸 관련 페미니즘 책들을 읽을 마음을 먹을 수 있기를.
++ 다락방님 외 페미니즘 책읽기 하시는 분들 서재를 기웃거리다가 여기도 좀 써볼까 하고 글 옮기기 시작. 알라딘에서 리뷰 아닌 페이퍼는 처음 써보는 것 같다. 포맷이 좀 낡고 불편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 당분간 써보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