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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집에 빵이 남아돈다. 내가 빵을 사다 나르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한때는 하루 걸러 빵을 한 광주리씩 사다 나른 적도 있었다. 우리 식구들은 물론 그걸 다 해치웠고.. -_-;
지금 집에 있는 건 내가 사온 빵이 아니고 한살림에서 시킨 빵들이라 대충 식빵 종류들이다. 잡곡빵, 우리밀빵, 쌀식빵 등등. 원래 아빠랑 동생이 아침으로 토스트를 잘 해먹는데, 요새는 딴 종목으로 아침을 해결하는지 영 이 빵들이 줄어들지를 않는다.
덕분에 안 그래도 복잡한 냉장고와 식품 선반에 빵 덩어리들까지 얹혀 있으니, 냉장고나 선반 꽉 차는 걸 싫어하는 울 엄마(이유는? 더 사다 채우고 싶은데 채울 공간이 없으니까;) 애꿏은 내 치즈와 버터에 대고 우다다다 집중포화를 퍼붓는다. 안 먹고 쌓아둘 거면 다 갖다 버린다는 둥 하면서..
그렇다고 덩어리 치즈와 버터를 한 입에 꿀꺽 삼켜 없앨 수도 없는 노릇. 그래서 그나마 내 선에서 해결 가능한 빵들을 어찌저찌 처리해 보기로 했다. 그래서 선택한 오늘의 종목, '빵푸딩'.

빵푸딩은 '꿈색깔 요리'라는 뭐라 형언할 수 없는 제목을 단 9권짜리 해적판 요리 만화에서 나온 아이템이다. 이 책은 내용 또한 제목에 못잖게 유치하시지만 그래도 아주 쉬운 요리법들이 챕터별로 나와 있어 나같은 애들이 따라하기에 좋다. 쿠키나 치즈케이크 같은 걸 세세하게 신경 쓰지 않고 대충 구워 먹고 싶을 때 여기 있는 조리법을 이용하기도 하고, '빵푸딩' 같은 듣도보도 못한 그러나 매우매우 쉬운 요리(라고 하기도 민망하다)들도 있어 좋다.

재료: 남아도는 딱딱해질랑말랑 하는 빵쪼가리들, 우유, 달걀, 설탕, 건포도, 계피가루
조리법: 다 섞어서 오븐에 굽는다. 끝.

푸하하, 정말 간단하지 않은가? 뭐 그래도 대충 설명하자면 달걀 3개에 우유 200밀리리터 정도를 섞어 설탕을 자기 입맛대로 적당량 넣은 후 빵을 듬성듬성 찢어 넣고 먹고 싶은 만큼의 건포도를 넣어 잘 뒤섞어준다. 넣는 빵의 양도 자기 맘대로지만 너무 조금 넣기보다는 전체 반죽이 걸쭉할 정도로 넣는 게 내 취향에 맞다. 그래야 한 끼 식사 대용도 되니까. 그리고 잘 뒤섞은 재료 위에 시나몬을 솔솔 뿌리든지 말든지 취향대로 하고, 오븐을 180도에 맞춰 20분간 굽는다. 먹다 남은 사과, 딸기, 바나나 등의 과일을 잘라 넣어도 좋다.
주의: 익으면서 꽤 부풀어 오므므로 그릇 크기를 잘 맞춰야 한다. 잘못하면 넘쳐 흐르기도 함. 이번에 구울 때 그릇에 비해 양이 많아 달걀물이 넘쳐 흘러서 나중에 엄마 몰래 오븐 닦느라 죽는 줄 알았음..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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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 앞 새 맛집 순례 1탄 - Greek Joy(그릭조이)

최근 홍대 앞 모습이 점점 변하고 있다. 내가 자주 안 다니고 관리를 좀 소홀히 한 틈을 타서 곳곳에서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데, 개중 몇몇은 내 맘에도 들지만 상당히 으악스러운 변화도 있어 맘이 그렇다.
내가 반겨라 하는 변화야 물론 새로운 맛집들의 등장.
콧대 세우던 니코니코가 홍대 앞까지 진출해 준 것도 고맙고 그리스 음식, 터키 음식, 태국 음식에 딤섬 집까지(소문에는 멕시코 음식점도 있다는데 위치 확인이 안 된다) 꽤 다양한 면면을 드러내고 있으니 홍대를 거점으로 삼는 자, 마땅히 한번씩 들러봐 준 후, 맘에 들면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적극적인 홍보 활동에 나서야 하리.

그 1탄으로 가장 땡기는, 그리고 가장 생소한 그리스 음식을 먹으러 갔다.
음식점 이름은 상당히 깨고(Joy가 왜 들어가는 걸까. 디게 싼 티 나는데..) 간판이며 내부 인테리어도 사뭇 흔하딘 흔한 까페 내지는 패스트푸드점을 연상시켰지만 그런 건 별로 알 바 아니고, 뭐니뭐니해도 젤 중요한 건 맛.

구비된 메뉴는 그다지 많지 않다. 샐러드와 수프, 스낵류(라 칭할 만한 것들), 그리스 가정식이라는 몇몇 음식들. 다 합해서 10가지 정도? 생소한 음식이라 그런지 메뉴 하나하나마다 꽤 자세한 설명을 붙여놓았다. 평소 같으면 메뉴판 읽고 리포트를 써도 될 정도로 꼼꼼히 잘 읽어봤을 텐데 친구가 배고프다고 성화를 부려서 대충만 훑어보고 그냥 감 잡았음.
2인용 셋트 메뉴에 그 집에서 대표로 하는 이런저런 아이템이 다 들어 있길래 가능하면 그걸 먹었으면 했지만 내가 밥을 먹은 지 2시간밖에 안 된 상태라 도저히 다 소화해낼 엄두가 안 났다.
결국 선택한 메뉴는 기로스와 무사카. 이름은 참 그리스스럽다.

우선 무사카에 딸려 나오는 샐러드와 빵이 나왔다.
샐러드는 전형적인 그린샐러드인데 그리스식으로 올리브유를 듬뿍 뿌리고 소금, 식초로 간을 했다. 샐러드 재료는 벌 거 없었지만(사실 페타 치즈를 올려줄 줄 알았는데 없어서 실망. 하긴 한국 땅에서 그 비싼 페타 치즈 맘껏 썼다간 쪽박 차지) 올리브유 덕분에 진한 맛이 나면서 일반적인 샐러드 드레싱처럼 느끼하거나 야채를 압도하는 부담스러운 맛이 아니라서 나름대로 괜찮았다. 하지만 사용한 올리브유가 버진 올리브유는 아닌 듯.
그리고 빵은 생긴 건 모닝빵 비슷한데 따끈한 빵 위에 달콤한 버터를 녹여서 짜지키라는 요구르트 소스와 같이 서브됐다. 버터가 촉촉히 배어든 빵을 새콤한 소스에 찍어먹는 맛이 별미. 짜지키는 요구르트 베이스이긴 해도 신 맛이 그다지 강하지 않아(사워크림과 생크림, 플레인 요구르트의 중간 정도?) 부담 없이 먹을 수 있어 좋았다.

그리고 메인인 무사키 등장...했으나, 이건 좀 실망. 그릇도 그라탕 그릇이어서 시각적인 불만족을 주더니, 내용물이며 조리법 등이 완전히 라자냐 내지는 그라탕과 똑같았다. 한 가지 다른 건 파스타가 들어있지 않고 다진 고기와  야채(넓적하게 자른 감자와 가지, 양파 등), 치즈로만 승부했다는 거. 야채와 고기는 별로 안 들고 질퍽한 파스타로만 승부하는 맛없는 라자냐보다는 나았지만 '밥'으로 먹기에는 뭔가가 부족하다. 양도 적고(이게 제일 불만인 듯).
 
이번엔 기로스 차례. 기로스 모양은 랩샌드위치와 똑같다. 재료도 닭고기, 야채, 짜지키 등이어서 그다지 독특한 맛은 아니지만 그래도 전체적으로 풍성한 느낌이 입 안에서 잘 어울렸고, 무엇보다 피타가 퍽퍽하지 않고 부드러워서 좋았다. 반죽에 달걀을 많이 쓰나?

주인은 외국에서 오래 살다온 재외한국인인데(주민등록증도 없는 듯) 자기 가게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한 한편, 손님들의 평에 상당히 신경을 썼다. 먹고 있는데 옆에 와서 계속 맛이 어떠냐고 묻고, 내가 소문 듣고 왔다니까 디게 좋아하고..
분위기 좋~아서 잘하면 후식도 얻어 먹을 수 있었을 것 같았는데, 갑자기 판을 깨며 대딩 15명 등장.
아니, 이 좁은 가게에 15명 단체 손님이 웬말이냐. 그래도 장사하는 사람이 손님을 마다하진 않으니 가게 전체가 금세 북적북적.. 거기까진 좋은데, 같은 15명이라도 레벨이 좀 높은 15명이었음 좋을 텐데, 이것들은 어디서 굴러먹다 온 뼉다구들이신지 예의고 범절이고 나발이고 나 몰라라다. 지들끼리 꺄꺄 소리지르고 웃고 테이블 탕탕 쳐대고... 그렇게 좋으면 아예 테이블 위에서 구르기도 하지 그러냐. -_-;; 예의범절에 민감하신 우리 둘(남의 예의에만 민감하다) 한참을 눈총을 주고 대놓고 째려보고 주인을 부르고 했으나, 아 꿋꿋한 대한의 대학생들. 전혀 아랑곳이 없으시다.
얌전히 항복선언하고, 디저트 포기하고(누가 진짜 준다 그랬나?) 물러나와야 했다. 늙으니까 전투의지가 떨어져서리..

공짜로 못 먹은 디저트, 돈 내고라도 먹을 양으로 이번엔 새로 생긴 아이스크림 집 답사.
옛날 비룡(중국집) 건너편에 있는 아이스크림 집인데, 역시나 요즘 유행에 발 맞추어 젤라또 어쩌구를 입구에 크게 내걸고 있었다. 버뜨, 맛은 뭐 그냥.. 분위기는 더 그냥.. 한 가지 좋았던 건 손님이 하도 없어 우리 둘이서 맘껏 난장부릴 수 있었다는 것(역시 우리는 남의 예의범절에만 까다롭다). 점원한테 저 포스터 사진 모양으로 이쁘게 아이스크림 담아달라, 못하겠다고? 왜 못하냐, 이렇게 저렇게 하면 될 것 같은데 내가 해볼까, 여기 있는 거 죄다 맛 보여달라, 저 이탈리아어는 뭐라는 뜻이냐 등등.. 혼을 쏘옥 빼놓고 결국 점원이 뒤에서 소금까지 뿌리게 만들었다(진짜 뿌렸는지는 모르겠음. 나올 때 인사는 디게 공손하게 했는데(우리가)..)

결론적으로 Greek Joy는 그리스 음식점이긴 하나, 본토 맛보다는 한국인의 입맛에 더 신경을 쓴 듯하다는 거. 물론 내가 그리스에 안 가봐서 잘은 모르지만 그리스인과 결혼한 언니를 둔 덕에 꽤 오래 그리스 여행을 한 내 친구 말로는 토속적인 느낌은 하나도 없단다. 그래도 나름대로 맛있었고 잘 먹었다. 담번에 가서는 꼬옥 셋트 메뉴 먹어보리라(또 갈 생각을 할 정도면 탐방에 성공했다고 할 수 있겠지). 같이 갈 사람?!!

하지만 바라건대, 이왕 그리스 음식점을 표방할 거라면 좀더 본토 맛을 내주는 그런 음식점이 되었으면 한다. 왜 우리나라 사람들은 미각적인 모험에 이리도 약한지.. 하긴 외국 나가서도 된장찌개 찾는 사람들한테 한국 땅 안에서 뭘 바라랴만은.. 난 준비가 되어 있으니, 부디 식당 주인들도 맘 먹고 덤벼주기를~

아, 그리고 이왕 나선 길에 그 바로 앞에 있는 터키쉬 케밥 집에도 가볼까 했는데, 우리도 제발 이제부터는 더 이상 동물스러워지지 말고 인간답게 살아보자는 친구의 만류에 참았다. 아니, 근데 지금 생각해 보니 동물들은 배가 부르면 더 이상 먹이를 먹지 않지만 사람이야말로 배가 부르다 못해 터질 지경이 되어도 맛있는 건 끝까지 물고 늘어지지 않던가? 괜한 말에 속았다. 먹어볼 걸..

* 다음 답사 예정지 : 호아딤섬(홍대 LG팰리스 뒷편에 있다고 함) 또는 카오산(벽돌집 2 윗층. 맞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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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중해식이라니, 이름 한번 거창하다.
하지만 별 거 아니다. 이름은 그냥 요새 트렌드에 맞춰 내가 지어낸 것 뿐.

요새 야채를 별로 못 먹은 것 같다고 투덜댔더니 엄마가 작정하고 야채를 이것저것 한 꾸러미 사오셨다. 그리고 무조건 오븐에 구워 먹어야 한단다. 그럼 구워야지 뭐. 내가 힘 있나.
애호박, 초록 피망, 빨간 파프리카, 양송이, 가지, 당근, 양파 등을 적당한 크기(참 난해한 단어다. 하지만 말 그래도 '적당한' 크기로 썰면 된다. 오븐에서 구웠을 때 너무 타거나 너무 설익지 않을 것 같은 정도의 크기)로 썬다.
알루미늄 호일을 깐 오븐팬에 야채를 푸짐하게 담아 넓게 펴주고 소금, 후추를 약간 뿌리고 이탈리안 드레싱을 듬뿍 뿌린 후, 손으로 휘적휘적 저어 양념이 모든 야채에 고루 묻도록 한다. (고루 묻지 않아도 큰 지장은 없다)
오븐을 200도(어제 사실 150도에서 시작했다가 180도로 200도로 계속 높여갔다) 정도로 예열한 후 야채를 넣고 30분 이상 충분히 굽는다(또 난해한 단어가 튀어나왔다. '충분히'. 젠장 한국어란.. 야채가 노릇노릇 맛있어 보이고 씹어서 맛난 즙이 배어 나올 정도면 '충분히' 구워진 것이다). 사실 원래 예정은 파프리카와 피망을 까~맣게 태운 후 껍질을 벗기고 달콤한 속살만 먹는다..였는데, 그 지경이 되도록 구우려면 밤을 새워야 할 것 같아서 중도에 포기했다. 아, 그리고 지중해 삘을 내기 위해 우리 집에 생존해 있는 유일한 허브(다른 건 다 아빠가 말려 죽였다)인 로즈마리 잎을 뚝뚝 잘라 야채 위에 뿌려 함께 구웠다.

야채가 구워지는 동안 그릴에서는 고기를 구웠다.
부위는 잘 모르겠지만 얇게 펴서 칼집을 송송 넣은 돼지고기였다. 물론 양파와 마늘을 듬뿍 곁들여 같이 굽는 건 필수. 고기가 얇으니까 금세 잘 익어 좋았고, 양파와 마늘도 약간 탄 듯하면서 너무 맛나게 구워져 어제의 하이라이트를 이루었다.
게다가 아래 오븐에서 구워지던 로즈마리 향기가 그릴 쪽으로 뻗어 올라와 돼지고기가 완전히 허브 돼지가 되어버렸다. (향이 다 위로만 올라가서 그런지 야채에선 거의 로즈마리 향을 맡을 수 없었지만)
고기와 마늘, 양파 + 노릇하게 구워진 각종 야채들 + 빵굼터의 감자빵 + 집에서 담근 모과주
훌륭한 조합이었고 냄새 또한 끝내줬다. 퇴근하던 동생이 군침을 한 바가지나 흘릴 정도로. 하지만 다이어트 중이라며 절대 저녁을 먹지 않는, 답지 않은 독한 면모를 과시했다. -_-

거기까진 아주 좋았는데, 한껏 고무된 엄마가 다음날 반찬이라며 고등어를 그릴에서 굽기 시작했다. 생선 굽는 냄새가 나기 시작했지만, 뭐 늘 있는 일이니까 거기까진 좋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인가 갑자기 오븐 뒤쪽에서 치솟아 오르는 검은 연기. 헉뜨! 급히 그릴을 열어보니 배어나온 고등어 기름에 불이 붙어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오 마이 가뜨! 입으로 불어 끄려 했으나 화재 현장 규모가 만만치 않아 오히려 더 활활 타오르는 불길. 애처로이 엄마를 불러대니, 출동한 엄마 소방대원. 나보다 훨씬 강한 입김을 동원하여 후후 불어 끄셨다. 역시, 엄마는 장하시다. -_-
덕분에 생선 탄내가 온 집안에 배어 이것은 거의... 사람 사는 집이 아니다. 엄마와 나의 역작 덕분에 온 집안에 향긋하게 감돌던 냄새는 생선 비린내와 탄내 때문에 언제 그랬냐 싶게 사라져 버리고, 어제 기온도 떨어져 쌀쌀한 와중에 온 집안의 창문이란 창문은 죄다 열어제껴줘야 했다.
그래도 그 고등어, 오늘 먹어보니 어찌나 잘 구워졌던지.. 엄마랑 연신 '야, 이게 바로 고갈비다, 고갈비'라면서 어제의 악몽은 씻은 듯이 잊고 마구 손에 들고 뜯어댔다.

요새 쫌 요리 삘인데, 이럴 때 이것저것 해줘야 하는데..
근데 여전히 겔름병이 도를 더해가고 있어 무리인 듯도 싶다.
생강빵이나 생강과자는 꼭 구워 먹고 싶은데..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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