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에서 뉴스레터가 왔다. 열자마자 '폴 오스터'란 이름이 눈에 화악 들어온다.
오옷! 그 소문만 무성하던 6월에 나온다던 폴 오스터 신작인가 보다! 하고 눈을 크게 떴다.
아, 아니 그런데 이게 뭐야... -_-
<나는 아버지가 하느님인 줄 알았다>
폴 오스터가 한 라디오 방송국의 '주말에 바라본 세상만사'란 프로그램에서 진행한 '전국 이야기 프로젝트'의 결과물. 평범한 이웃들의 눈물과 웃음이 담긴 4천여 편의 사연들 중에서 오스터가 잘된 글을 선정하고 '서문'을 썼다.
그러니까 말인즉슨, 책의 본문 내용은은 폴 오스터가 쓴 게 아니고 단지 실릴 글을 선정만 했고(이 얘기도 사실 100% 신용이 안 간다) 그에 덧붙여 황공하게도 '서문'을 써주셨다 이건가?? 그래놓고는 선전문구로는 '폴 오스터'란 이름을 대문짝만하게 뽑고??? 아, 기가 막혀서 뒷통수가 지끈거린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언제부터 이렇게 폴 오스터에 열광하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이건 작년에 나온 짝퉁 <나무>(우리나라 독자들이 쓴 <나무> 감상문 정도 될까?)에 버금가는 출판사의 기막힌 상술이라 아니할 수 없다. 그러고 보니 출판사도 똑같이 열린책들이로군. 나 이 출판사 참 좋아했는데 갈수록 왜 이러니?? 좋은 작가들 판권을 다른 출판사들에 다 뺏기고 나니까 눈에 뵈는 게 없나? (아, 흥분해서 말이 막 나온다. 이해하시길..)
오늘 나온다는 <Music for Pual Auster>라는 컴필레이션 음반 얘기도 코웃음을 치며 들었었는데, 쫌 너무한 것 같다. 내가 아무리 폴 오스터를 좋아한다 해도 이런 건 절대 안 사고 싶다. 그리고 내 삐딱정신이 또 발동해서 이제 폴 오스터도 쫌 싫어지려고 한다.
그리고 이 책, 페이지 수는 320쪽밖에 안 되는데 왜 역자가 둘인가? 폴 오스터 전담 번역자쯤으로 여겨지고 있는 황보석씨의 이름도 들어가 있긴 하지만 윤희기라는 이름이 더 앞에 있다. 그렇다면 이것도 책 제작과정과 비슷하게 윤희기씨가 다 번역하고 황보석씨는 감수쯤 해준 후 이름을 올렸단 얘긴가? 아니면 폴 오스터란 이름을 어떻게든 더 팔아먹기 위해 서두르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인가? (어쩌면 아멜리 노통 판권이 다른 출판사로 넘어간 것처럼 폴 오스터와 열린책들의 계약기간도 끝나가는 건지도 모르지) 불신이 쌓여가다 보니 별의별 것이 다 눈에 걸린다.
기다렸던 책이 이렇게 배신을 때릴 때, 쌓였던 피곤이 더 몰려오면서 많이 슬퍼진다. 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