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 영 이상하다. 아무래도 내용상 이 제목이 아닌 듯한데, 영 다른 제목이 안 떠오르네..
동생의 결혼 선언 때문에 집이 발칵 뒤집어지고 며칠. 엄마와 동생 사이의 골은 하루가 다르게 깊어만 갔다. 엄마는 날 볼 때마다 거의 울 것처럼 "네 동생은 왜 그런다니.." "아, 몰라. 신경 꺼야지. 지 인생 지가 사는 거지 뭐." "아니, 근데 걔는 말야..!!!" 등 고장난 녹음기처럼 똑같은 말만 되풀이하면서, 기도를 하러 간다 친구들과 상담을 하러 간다 난리고, 동생은 동생대로 우거지 죽상을 하고 집에도 잘 안 들어오고.. 나머지 식구들은 살얼음판을 걷는 심정으로 낮은 포복 자세를 유지하며 엄마의 레이더망에 걸리지 않으려 최대한 신경 쓰며 살아야 했다.
그리고 이런 상황은 지난 토요일 밤에 그 절정을 맞이했다.
친구들과 놀다가 11시 넘어 들어갔는데, 현관 들어서자마자 엄마가 대뜸 술 한 잔 하자며 붙들어 앉히신다. 아니, 피곤해서 죽겠는데 이 시간에 웬 술. 버뜨 거부했다가는 동생 전에 나부터 작살날 분위기라 할 수 없이 달디단 모과주에 얼음 동동 띄워서 부침개를 곁들여 마셨다(마, 맛은 있더군). 그러면서 또 엄마의 되풀이되는 넋두리를 들어주며 대충 맞장구도 쳐주며 그러고 있는데, 12시 넘어 동생이 들어온다.
분명 술 마시고 있는 우리를 봤을 텐데도 눈길 한번 주지 않고 제 방으로 쓰윽 들어가 버리고, 그런 동생 뒷통수를 바라보는 엄마 눈초리는 한없이 위로 치켜올라가고.. 아으, 마시던 술 얹히겠네..
그리고 다음날인 일요일 오후. 요 근래 쌓였던 집안 문제로 인한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핑계 좋고~) 끝도 없는 낮잠을 자고 있는데 교회 가신 엄마한테 전화가 왔다. 엄마랑 동생이랑 밖에서 저녁을 먹기로 했으니 그리 알라는 것.
그 말을 듣는 순간 가슴이 덜컥 내려앉으며 직감했다. 아, 애를 집에도 못 들어오게 하고 아예 밖에서 잡으려고 하는구나. 나는 뭘 해야 되나. 동생 옷보따리라도 싸줘야 되나, 아님 장례식; 준비를 해야 되나.. 그러면서 전전긍긍 기다리고 있는데 저녁 늦게 둘이 나란히 들어온다. 나는 상황이 어떻게 됐나 맘 졸이며 방문 틈으로 슬몃 엿보는데..
그.런.데. 아니 이게 웬일. 둘이 너무나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하며 세상에 둘도 없는 서로 죽고 못 사는 모녀 사이가 된 게 아닌가. 놀라서 밖으로 튀어나와 물어보니 엄마 왈. 동생이 백기를 들었단다. 결혼 얘기를 보류하고 다시 생각해보겠다고 했다는 것. 역시, 엄마 승질 아는 니가 그럴 수밖에 없었겠지.. 끌끌. 하여간에 동생의 항복 선언으로 한껏 기분 업된 엄마, 웬수떼기 같던 동생이 갑자기 너무 예뻐 보여 동생 데리고 아쭈~ 근사한 데 가서 저녁 먹이고 보석(!) 목걸이까지 사줬다는 것. -_-++
아니아니, 그럼 난 뭐야. 엄마의 시도떄도 없는
"아니, 니 동생은 말이야!!!(걔는 내 동생이 아니고 엄마 딸인데요..;;)"
"몰라, 지 멋대로 살아보라 그래.(내 말이 그 말이라고요)"
"정말 그런 사람이랑 결혼할 거였으면 왜 지금까지 기다린 거얏!(여태까지도 엄마가 계속 반대했으니까..)"
이런 말들을 고문 받는 심정으로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어주고,
동생뇬이 새벽에 내 방문 박차고 들어와
"으악, 엄마 땜에 열받아서 죽겠어!! 악악악!!"
이러는 발작도 참고 들어준(내 성질에 말야) 나는 뭐가 되냐고!!!!!
나도 맛잇는 거 사줘요! 나도 목걸이 사줘욧!!! ㅠ___ㅠ
좋아, 결심했어! 나도 엄마가 싫어할 만한 온갖 조건을 갖춘 가공의 남자를 하나 만들어내서 결혼할 테야! 하고 엄마한테 들이대서 엄마 속을 며칠 긁어준 후, 곧 포기한 척하고 동생이 받은 저 모든 이쁨을 받아내야지. -o-
그러나, 울 엄마도 바보는 아닌데 이런 똑같은 수법에 또 속아줄까? 그것이 문제로군. 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