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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올레 여행 - 놀멍 쉬멍 걸으멍
서명숙 지음 / 북하우스 / 2008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제주 통오름 정상에 있는 올레 표지판
꼭 1년 전 내 손에 이 책이 들어왔고, 바로 몇 주 뒤 난 충동적으로 제주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모든 게 돌발적이었다. 적어도 10년 전 제주 자전거 일주를 준비할 때의 꼼꼼함과는 딴판이었다. 코스도, 숙소도 정하지 않았고 가장 값싼 비행기 표를 구해 무작정 비행기에 오른 것이다.
그리고 1코스, 2코스, 3코스... 찜질방에 의지한 나홀로 2박 3일... 두 발엔 보기에도 끔찍한 왕 물집이 대여섯 개가 훈장처럼 자리잡혔고, 몸은 파김치가 됐지만 마음만은 훌훌 날아갈듯 속시원했다.
모든 건 이 책에서 시작했다.
제주올레. 지난 1년 사이 몰라보게 성큼 전국 나그네들의 로망으로 다가온 화두다. 그리고 그 선구자인 서명숙 제주올레 이사장의 책은 제주올레꾼들의 바이블로 자리잡았다. 도대체 그녀의 어떤 힘이 수천 수만의 제주올레꾼들을 만들어낸 것일까? 그 해답은 이 책 속에 오롯이 담겨있다.
사실 이 책속에는 제주와 제주올레만이 아닌 서명숙 개인의 인생이 담겨있다. 제주에서 보낸 어린시절부터 언론인으로서, 도보여행가로서 그의 삶이 제주와 서울과 산티아고길을 충실히 오간다. 몇 해 전 한 까칠한 여자 도보꾼의 산티아고 여행기 이후 도보여행은 유행처럼 번졌다. 하지만 그때까지 그 대상은 스페인 같은 외국일 뿐. 대부분 돈없는 나그네들에겐 한낱 그림의 떡이었다.
하지만 서명숙은 달랐다. 단지 아름다운 외국 도보여행길의 아름다움을 나누는데 그치지 않고 바로 자신의 고향에서 그 즐거움을 나누고자 했다. 그리고 더 대단한 건 몸으로 실천했다는 것이다. 다니던 번듯한 직장도 때려치고 돈벌이하곤 거리간 먼 듯한 제주올레 개척에 선구자처럼 나섰다. 그리고 그 결과는...
이 책이 처음 나올 때만해도 반신반의했지만 지금에 와서 그의 도전을 무모하다고 생각하는 이는 없다. 이미 제주올레는 제주여행의 한 전형으로 자리잡았고, 코스를 조금씩 늘려가면서 숨겨진 제주비경을 전국 올레꾼에게 알리고 있다. 여기에 멈춘 게 아니다. 지리산 올레, 강화올레, 고양올레 등 도보여행 열풍은 제주를 떠나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1년 전에도 그랬지만 지금 이 책은 더 이상 평범한 여행 가이드가 아니다. 제주올레의 오늘을 있게 한 주인공들의 아름다운 인생 도전기다.
*별빛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