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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하와 얼굴들 - 1집 별일 없이 산다
장기하와 얼굴들 노래 / 붕가붕가 레코드 / 2009년 2월
평점 :
품절

장기하와 얼굴들(출처: 공식 블로그 http://blog.naver.com/beatlemom/)
달리면서 음악을 들어 버릇하진 않았다. 한두번 이어폰을 꽂고 달려보긴 했는데 자꾸 들썩거려 거추장스럽고, 행여 자전거라도 쌩 지나칠라 치면 위험천만이다. 그래도 무라카미 '선생님' 말씀을 들어보면 나쁘지않을 듯 했다.
오늘 꽂힌 노래는 장기하와 얼굴들. 지난달 새로 나온 음반이다. 처음 들을 땐 왠지 낯설고 어색했는데 두세 번째 듣고 나니 은근히 중독성 있다.
'나와'에 맞춰 가볍게 몸을 풀고 '아무 것도 없잖어'를 들으며 집앞을 출발해 구파발역까지 달린다.
뭔가 비꼬는 말투. 지도자를 잘못 선택한 어리석은 민중의 비애가 느껴진다면 오버일까.
광채가 나는 눈을 가진 선지자의 입술 사이로
그 어떤 노래보다도 아름다운 음성이 "나를 믿으라"
머리를 조아린 다음 거친 가시밭길을 지나 꼬박 석 달을 왔지마는
아무 것도 없잖어
푸석한 모래밖에는 없잖어
풀은 한 포기도 없잖어
이거 뭐 완전히 속았잖어
소들은 굶어 죽게 생겼잖어
딱딱한 자갈밖에는 없잖어
먹을 거는 한 개도 없잖어
이건 뭐, 뭐가 없잖어
되돌아갈 수도 없잖어
마침 은평뉴타운 공사가 한창인 구파발역 주변은 온통 황량하기만 하다.
'삼거리에서 만난 사람'을 들을 때쯤 옛 통일로 구파발 삼거리를 지나지만. 새 통일로가 뚫린 요즘 옛 정취는 남아있지 않다. 진관동 주민센터 앞 익숙한 '통일로' 표석만이 이곳이 한때 서울 북부의 교통요충지였음을 증명할 뿐이다.
새로 지은 은평뉴타운 2지구를 돌쯤 가사와 달리 경쾌한 '나를 받아주오'와 '그 남자 왜'가 흘러나와 발걸음을 가볍게 한다. '그 남자 왜 나에게 마음없는 척' 미미시스터즈의 코러스가 인상적이다.
30여분 뒤 출발지로 들어올 때쯤 드디어 '싸구려커피'가 흘러나온다. 추적추적한 가사에도 커피가 당기는 건 왜일까?
'달이 차오른다. 가자'에 맞춰 마무리운동을 한다. 톡톡튀는 후렴구가 체조 음악으로도 딱인 듯.
그런데 웬 반전. 맞바람을 맞으며 열심히 달려왔더니, '느리게 걷자'고 한방 먹이네.
우리는 느리게 걷자 걷자 걷자
우리는 느리게 걷자 걷자 걷자
그렇게 빨리 가다가는
죽을만큼 뛰다가는
아 사뿐히 지나가는 예쁜
고양이 한마리도 못보고 지나치겠네
웬만큼 달려도 사뿐히 지나가는 예쁜 아가씨 얼굴 볼 틈 정도는 있다는 말씀.^^;
집안에 들어와 손수 탄 '싸구려 커피'를 마시며 '별일없이 산다'로 깔끔하게 마무리.
나는 별일 없이 산다
뭐 별다른 걱정 없다
나는 별일 없이 산다
이렇다 할 고민 없다
나는 사는 게 재밌다
하루하루 즐거웁다
나는 사는 게 재밌다
매일매일 신난다
이것 참 물건이다.
*별빛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