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어떤 영화 보셨어요?

영화예매사이트 예매순위 1위, 개봉 첫주 관객 100만 돌파...

할리우드 영화에 밀려 위기감의 극치를 맛본 한국영화계에 뜻밖의 구원투수가 등장했다. 다름 아닌 화려한 휴가다. 아직 개봉 첫주 상황이고 8월 초 블랙버스터 '디 워'나 '판타스틱4'의 '위협'이 예상되긴 하나 5.18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감안하면 무난한 출발이다.

아니 내 예상을 깬 뜻밖의 결과다. 주변에 이 영화를 벼르던 386 언저리들이 많고 나 역시 주말에 옆지기와 함께 상영관을 찾긴 했지만 이 정도로 관객이 찰 줄은 몰랐다. 내가 괜찮게 봤던 다른 영화들처럼 이 영화도 개봉관에 걸리자마자 며칠만에 자취를 감추고 연말에 인디상영관에서나 다시 보게 될 줄 알았다. 그런데 웬 대박 분위기?


이준기를 좋아하는 10대 열성 팬이나 대형극장체인을 소유한 배급사의 힘? 아님 모 신문 보도처럼 객석점유율 90%대를 기록한 특정지역 분위기 탓? 5.18에 대한 갑작스런 사회적 관심이나 영화의 뛰어난 작품성?

하긴 영화 흥행 조건에 어디 정답이 있던가. '괴물'이나 '태극기를 휘날리며' 같은 영화야 워낙 소문난 잔치였으니 그러려니 했지만, '왕의 남자' '말아톤' '마파도' 같은 영화야 누가 예상이나 했겠는가. 그러고보면 우리 관객들 자체가 수수께끼다.

화려한 휴가. 예상대로 말이 많다. 5.18을 본격적으로 다뤘다는 데 보다 의미를 부여하는 이들을 젖혀 두면 작품성에 실망한 이들이 많다. 신파다, 멜로다, 이럴 거면 차라리 안 만드는 게 낫다 등등... 나름 일리있는 지적들이다. '여섯개의 시선'류의 계몽영화든, 상업영화든 일단 시장에 선보인 이상 냉정한 평가를 받아 마땅하다.

그 점에서 나 역시 이 영화에 별 다섯 개를 줄 수 없었다. 안성기, 이요원, 김상경, 이준기, 송재호... 하나같이 반듯한 등장인물들은 지나치게 전형적이었고, 기대를 모았던 시민군과 공수부대의 충돌 장면은 10년도 더 된 '모래시계'의 긴장감에도 못미쳤다. 무엇보다 5.18를 모르는 대다수 관객들에게 과연 어떤 메시지를 줄 수 있을지, 압축적인 스토리라인도 답답했다.


결국 기대치 탓이었다. 그냥 영화를 영화 그 자체로 보지않고 이 영화를 통해 5.18을 모르는 10대, 20대들, 무엇보다 5.18을 외면해온 중장년세대에게 '화려한 휴가'를 봐, 5.18을 똑바로 보라고! 외치고픈 욕심에 상업영화를 가장한 보다 세련된 '계몽영화'이길 나 스스로 바랐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건 아닌데, 많이 모자란데, 어떻게 100만이나 봤지? 물음표를 날리고 있는 건지도...

옆지기는 영화를 보는 내내 눈물을 펑펑 쏟았다. 그리고 영화를 보고 나서 내게 왜 그렇게 눈물이 없느냐고 물었다. 사실 옆지기 몰래 나도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 그래 좋은 영화가 별거냐. 보고 느낌이 있으면 되는 거고, 이 영화 덕에 5.18을 한번쯤 다시 떠올리게 된다면, 그걸로 충분한 거 아냐? 내가 언제부터 그리 머리 써가며 봤다고...

                                                              *별빛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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