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 깊은 이성 친구 (작은책)
장 자끄 상뻬 글 그림,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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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학교 때부터 남자 친구들에게 줄곧 들어온 말은, 이성 친구가 아니라 동성 친구 같다는 말이었다. 남녀공학 중학교를 다니다 보니, 남자 애들과 심하게 장난을 치며 놀아 그런 것 같다. 20대 들어서면서 이래저래 알게된 친구들에게도 항상 듣는 소리가 '넌 이성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그만큼 편하다' 는 말이었다. 그래서 한때는 이러다가 정말 연애도 못하고 이성 친구들만 사귀다 마는게 아닐까라는 고민을 하기도 했다. 그런 녀석들 중 한명과 러브라인이 그려져서 첫 연애를 해보기도 했지만, 이제서야 친구와 이성을 대하는 감정은 다르다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책 제목 때문에 잠시 '이성 친구'들을 떠올리다 보니 나도 모르게 이야기를 늘어 놓았다. 상뻬의 글과 그림은 위트와 유머가 넘치기에 제목만 보고 대충 그런 분위기를 상상했다. 남녀 사이의 뻔한 사랑과 우정에 대한 것이라고 지레짐작 하면서 말이다. 43개의 단편이 실려있는 줄 모르고 책을 펼쳤다가 한참을 멍하게 있었다. 한 장에 걸쳐 짧은 글과 그림은 다음 내용과 이어지지 않아 그 안에 남겨진 단상들을 어찌해야 할지 몰라 당황했다. 몇 개의 단편을 읽고 또 읽고, 그림을 여러번 보았지만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난감했다. 이런 단편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지니, 편하게 보자하고 생각날 때마다 꺼내 읽다보니 새롭게 다가왔다. 이야기가 연결되어 있는 책을 주로 읽었기에, 짧은 나뉨이 익숙하지 않았을 뿐 상뻬 특유의 독특함은 여전했다.

 

  책 제목처럼, 이 안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들은 이성과의 사랑, 우정, 감정의 변화등에 대한 단편적인 잔상들이다. 거기에 상뻬의 그림은 글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한다기 보다, 글에 대한 상황을 배경으로 나타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어떤 경우에는 딱 드러맞는 상황이라는 느낌도 들었고, 보여지는 그림에 대해 이런 상상을 할 수 있다는 것에 놀라기도 했다. 이성간이라면 한번쯤은 생각해 봄직한 내용들로 채워져 있지만, 좀 더 개방적이고 솔직한 글들이 많았다. 프랑스의 문화와 우리의 문화가 다르기에 느껴지는 이질감도 있지만, 마음 속 깊이 들어간 느낌이 들었다. 드러내기 힘든 속 마음들이 때로는 우습게, 때로는 공감할 수 있게 다가오기도 했다. 꼭 이성간이 아니더라도 글과 그림속에 나오는 상황들을 보고 있으면, 많은 생각들을 하게 되었다. 수탉이 하는 얘기, 어린 꼬마 커플의 이야기, 시련당한 남자의 이야기들은 심연 속에 감춰진 자신을 건드리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이런 특징 때문에 한 번 보고 마는 책이 아니라, 자꾸 펼쳐보며 잔상을 끌어내도록 만드는 매력이 있었다. 나의 기분에 맞춰 부담없이 펼쳐 볼 수 있는 책. 그런 책이 흔치 않기에 더 자주 들여다 봤는지도 모르겠다. 즐거울 때보다 조금은 센티멘털할 때, 깊은 상념에 빠질 때 들여다 본 적이 많았다. 가볍게 볼 수도 있지만, 책에서 보여지는 것보다 독자에게 남겨진 것이 많았다고 생각한다. 툭 하고 던져주는 상뻬의 글과 그림에 당황하지 말고, 자신의 내면의 들여다 보면서 읽는다면 상뻬의 메세지를 더 많이 발견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아무래도 이 책이 주는 가장 큰 메세지는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이 아닐까. 남녀간의 여러 상황 속에서 나 혼자만 겪는 아픔이나 과정이 아닌, 많은 사람들이 겪고 있는 일이니 작아지지 말라는 그런 뜻이 가장 크게 내포되어 있는 것 같다. 상뻬의 글과 그림 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위로를 받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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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생리대와 함께 하는 건강한 생리
조연경.김경숙 지음 / 위즈온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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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내 생리통에 대한 에피소드는 책 한 권을 쓰고도 남을 것이다. 중 3때부터 시작된 생리통이 나아지기는 커녕, 갈수록 더 극심해 지고 있어, 생리가 끝나야만 안심하고 살 수 있는 한 달 살이 인생이라고 푸념아닌 푸념을 하고 있다. 이번 달에도 어김없이 생리통이 극심해서 출근도 못하고 오후에야 겨우 부스스 일어나서 얼굴만 내비치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허리와 아랫배 통증은 기본이고, 오한과 한기에 가장 참기 힘든 구토가 온다. 생리할 때는 무조건 굶는대도 위액까지 빼내는 구토에는 당해낼 재간이 없어 생리통이 오면 늘 기진맥진이다. 

 

  한 온라인 서점에서 이 책의 저자와의 만남을 하길래 매일매일 들어가서 상담을 했다. 평소에 극심한 생리통을 앓고 있는 터라 하나의 단서라도 찾고 싶었다. 저자는 나의 이야기를 듣고 무척 안타까워 했다. 아름다운 날이 되어야 할 생리일이 고통의 나날이 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저자는 자궁 내막증이 염려된다며 산부인과 진료를 해보라고 했다. 겁이 덜컥 나서 바로 산부인과를 찾았더니 특별한 이상은 없다고 했다. 생리통이 심해 병원을 찾아도 늘 듣는 대답이였기에 생리통에 대한 관심을 거둬 버렸다. 그랬더니 사무실로 이 책이 배송되어 왔다. 저자와의 대화를 통해 몇명을 뽑아서 책을 보내 주는데, 나에게 이 책과 면 생리대 한 개가 온 것이다. 

 

  이 책은 작년 늦 봄에 왔는데, 책을 열어볼 기회가 없었다. 다른 책들에 묻혀 빛을 보지 못하다가, 이번에 생리가 좀 늦어 걱정스런 마음에 책을 펼쳐 들게 되었다. 필요한 부분만 찾아서 읽다가 다시 꺼내서 읽게 되었는데, 책을 읽고 나니 면 생리대를 써야 겠다는 생각이 강력히 들었다. 책에서는 만들어 쓰는 방법을 알려 주었지만, 게을러서 직접 만들지는 못하겠고 우선 온라인에서 구매를 했다. 면 생리대를 쓰게 되면 다음 생리부터 건강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겨나고 있었다.

 

  이 책은 <생리와 여성 건강>,<여자를 살리는 자연 생리대>,<자연 생리대 만들기> 3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여성이라면 누구나 궁금해하는 생리와 건강에 대한 기본적인 설명이 나와있다. 생리를 왜 하는지, 생리통은 왜 생기는지, 생리만으로 자신의 건강을 체크할 수 있는 법 등 꼭 알아두어야 할 내용들이 쉽게 기재되어 있다. 나에겐 생리기간 전, 후가 고통의 나날이기에 여러가지 도움이 많이 되었다. 2장에서는 자연 생리대의 필요성과 사용하고 있는 사람들의 수기가 실려 있었다. 자연 생리대의 필요성 이전에 생리대의 역사와 일회용 생리대의 매력, 문제점들을 말해주고 있었는데 그 부분을 읽으면서도 자연 생리대를 써야 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빨아서 써야 한다는 귀찮음과 일회용 생리대의 편리함을 알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자연 생리대를 통해서 많은 변화를 겪었다는 사람들의 경험은 내 마음을 변화시켰다.

 

  요즘에 나오는 생리대는 갈수록 효과는 좋아지고, 여성들이 활동하기 편하게 만들어진다. 이 책을 통해서 탐폰 외에 여러가지 생리도구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환경호르몬의 영향을 알고 나서는 써봐야 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런데 자연 생리대를 쓰면, 생리통도 줄어들기도 하고, 불쾌한 냄새와 가려움증이 사라진다는 사실을 알고 마음이 흔들렸다. 일회용 생리대를 쓰면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해보는 일들이기 때문이었다. 거기다 직접 만들 수도 있으므로 자시의 사이즈를 맞출 수 있고, 일회용이 아니기에 경제적인 면에서도 생각해 볼 일이었다. 그런 장점에 환경까지 지킬 수 있다면 일석 삼조를 훨씬 넘는 효과가 아닌가.

 

  아직은 자연 생리대를 쓰는 사람이 많지 않지만, 사용해본 사람들은 주변에 자연 생리대의 장점을 많이 알리고 있다고 했다. 그런 사람들의 경험이 있어서 과감하게 자연 생리대를 구입하게 되었지만, 아직 사용해 보지 않아서 내 경험을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일회용 생리대보다 훨씬 좋은 점이 많다는 것은 충분히 알았다. 첫 생리를 기다리고 있는 조카, 생리통으로 고생하고 있는 친구들, 주변에 많은 여성들에게 이 책을 읽히게 하고 자연 생리대를 사용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최소한 귀찮은 날이 되지 않고, 자신의 건강을 체크해보며 여자임을 소중하게 느끼게 되는 계기가 된다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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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픔의 기록 - 시 소묘 사진 1956-1996
존 버거 지음, 장경렬 옮김 / 열화당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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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존 버거의 직업으로 거론되는 명칭은 너무 많다. 미술비평가, 사진이론가, 소설가, 다큐멘터리 작가 외에도 너무 많은 수식어가 그를 따라다닌다. 한 인간이 이렇게 다방면에 능할 수 있음을 존 버거를 볼 때마다 느끼곤 한다. 그러나 그가 문학적인 면모에서 주로 다루는 것은 소설과 산문이었다. 산문에서 종종 그의 시를 발견하기도 했지만, 이렇게 한 권의 책으로 시집이 나온 것은 처음이라고 한다. 그의 주된 활동 영역에 시는 포함되어 있지 않은데, 그래서 존 버거를 '시인'이라는 표현은 적절치 않은 것일 수도 있다고 옮긴이는 말하고 있다. 번역을 하면서 깊은 감명을 받았는지 옮긴이는 존 버거를 '시인'의 영역으로 들여 놓지만, 그의 시가 낯선 나에게는 어려움이 뒤따랐다.
 
  <아픔의 기록>에 주로 실린 것은 시詩지만, 간간히 소묘와 사진이 보이기도 한다. 중간중간 감칠맛 나게 묶여있는 소묘와 사진을 보고 있노라면, 시를 읽는 독자들에게 잠시나마 휴식을 준다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소묘와 사진을 구경하다가도 다시 돌아올 수 밖에 없는 것은 존 버거의 시였다. 가장 높은 경지에 오른 문학 장르가 '시'라고 생각하는 나는, 시를 좋아하지만 잘 알지 못한다. 한 권의 시집을 읽을 때 시 한편만 건져도 읽은 보람이 있다고 생각하기에, '시인'이라는 표현의 적절 여부가 확실치 않은 존 버거의 시가 내게 어려웠음은 당연했다. 개인적으로 비교적 자유로운 시보다 읊었을 때 읽기 좋은, 운문이 맞고 정갈한 시를 좋아한다. 많은 시를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생면부지의 시인에게서 나온 괜찮을 시를 만났을 때 문학의 즐거움을 느낀다. 몇 번의 그런 경험으로 시집을 가끔 구입하지만, 존 버거와 비슷한 시를 만났을 때는 잠시 갖었던 용기가 무너질 수 밖에 없다.
 
  존 버거의 산문을 읽어 보았다면, 그의 깊이 있는 성찰에 감탄 혹은 난해함을 느껴 보았을 것이다. 그의 문체를 조금이나마 안다고 자부하던 나는, 산문에서 보았던 깊이를 시에서도 마주하자 당황하고 말았다. 이 책에 실린 첫 시 <길 안내>는 내가 발견한 존 버거의 가장 좋아하는 시라고 찜해놓을 정도로 명확한 안내를 해주었지만 말이다. 한 편의 시만 건져도 좋다는 평소의 다짐이 있었기에, 나머지 시가 어려워도 크게 개의치 않았다. 언젠간 기회가 되면 다시 읽고, 새로운 느낌을 갖을 수 있을거란 느긋함 때문일지도 모른다. 
 
  <길 안내>는 첫 연부터 나의 마음을 사로 잡았다.
 
[열두 살 때부터 시를 썼다. 무엇이든 다른 것을 할 수가 없을 때면. 시는 무력감에서 탄생한다. 그러므로 시의 힘은 무력감에서 나온다.]
 
  지극히 단순한 고백에서부 시작해 시의 탄생을 말하고 있다. 그러나 그의 고백에 마음이 동할 수 밖에 없는 것은 시를 썼던 무력감을 어렴풋이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 마음 때문이었다. 3연에 보면 '시는 사실事實앞에서 무력하다. (중략) 시는 결과에 어울리는 이름을 찾지,결정에 어울리는 이름을 찾지 않는다' 라고 했다. 시의 무력감과 시의 재료가 될 수 없는 '사실' 앞에 공감할 수 밖에 없었고, '시는 우리 앞에 없는 것에 대해 이야기한다' 던 그의 시는 시작에 불과했다.
 
  옮긴이는 존 버거의 시를 번역하는 것이 정말 어려웠다고 했다. 그의 시를 읽으면서 가슴이 절절해 지기도 하고, 깊은 감동을 받기도 했지만 역시나 자신이 옮긴 시에 대해 많이 자신 없어 했다. 그가 한 줄의 시를 옮길 때의 어려움에 대해서 피력하는 부분을 이해 하기도 했지만, 역시나 나에게도 그런 어려움으로 존 버거의 시가 다가왔던게 사실이다. 그의 첫 시는 내 마음에 깊이 와 닿았지만, 중간 중간 나의 역량에 맞는 시 몇 편을 발견하는 것 외에는 모호함과 낯선 세계의 배경이 된 시들을 마음껏 흡수하지 못했다. 일일이 시의 배경이 된 시대를 들춰서 공부 한 후 시를 읽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옮긴이는 공부를 하면서 시를 옮겼다.), 주석을 읽어 보아도 약간의 수긍이 갔을 뿐, 온전한 이해를 하지 못했다. 시를 읽는데 배경지식이 있다면 더 읽기 좋겠지만, 마음으로 읽을 때 시가 가장 와 닿으므로 낯선 세계로 여행하는 듯한 느낌 밖에 없었다.
 
  존 버거의 시들은 자유로운 형식을 취하고 있다. 소재 또한 다양했고,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세월을 뛰어넘는 시들도 많았다. 일상을 노래하고, 과거의 추억을 되새기며, 떠나간 사람을 그리워하는 그의 시에서 보통 사람과 다르지 않은 감수성을 느끼기도 했다. 그가 보통 사람과 다른 점은 그는 썼고(시를), 우리는 읽기만 할 뿐이라는 사실이 아닐까. 시를 읽는 시간 내내 공감하지 못하고 띄엄띄엄 존 버거의 마음을 읽었지만, 그와 함께 했던 모든 것이 좋았다라고 고백할 수 밖에 없다. 낯섬, 이질감, 난해함, 색다른 공감 등 많은 감정이 지배했던 존 버거의 새로운(역시나 '시인'이라는 표현을 나 또한 어찌해야 할지 모르므로) 시와 함께 한 시간은 묘한 공감각이 존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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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샤 튜더 클래식 05: 코기빌의 크리스마스 - 코기빌 시리즈 3 ㅣ 타샤 튜더 클래식 5
타샤 튜더 지음, 공경희 옮김 / 윌북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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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년 성탄절을 잠시 떠올려 보면, 특별한 기억이 없다. 이브에는 교회에서 행사로 바빴고, 성탄절은 예배를 드리고 집에서 잔 기억 밖에 없다. 몇 년째 교회에서 성탄절을 보내다 보니 이렇게 짧은 단상 밖에 남지 않는다. 이브 행사 준비도 늘 닥쳐야 하다보니 맘적 여유가 많이 사라진 것이 사실이다. 이러다 성탄절의 의미를 잃어 버리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지만, 이런 나의 성탄절을 일 년의 가장 큰 축제로 환기시킨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타샤 할머니다. 코기빌 시리즈를 읽기 전에 <타샤의 크리스마스>를 읽었다. 성탄절이 두달 정도 남아 있던 시기에 읽어서인지, 차분하게 읽을 수 있었고 성탄절의 의미를 되새겨 보는 시간이 되어 개인적으로 참 좋았었다. 그러나 그 사이에 또다시 똑같은 성탄절을 보내 버리고 말았는데, 코기빌 시리즈를 통해 다시 한 번 성탄절을 되돌아 볼 수 있게 되었다.

 

  <코기빌의 크리스마스>는 코기빌 시리즈 1,2 권을 읽고 읽으면 더 재미나겠지만, <타샤의 크리스마스>를 먼저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코기빌 축제>,<코기빌 납치 대소동>과 이어지는 시리즈지만, 이 책들처럼 어떠한 사건(크리스마스 자체가 큰 사건이긴 하지만)을 중심으로 그려진 것이 아니라 코기빌의 크리스마스 풍경을 잔잔하게 담아 냈다. 책 속의 크리스마스 행사의 대부분은 타샤 할머니가 크리스마스 때 직접 하는 행사였다. <타샤의 크리스마스>에는 타샤 할머니가 얼마나 오랫동안 크리스마스를 준비하는지, 가족과 함께 보내는 즐겁고도 경건한 크리스마스가 어떤 것인지 다양하게 엿볼 수 있다. 이 책은 타샤 할머니의 어릴적 추억과 집에서 이뤄지는 크리스마스 파티, 함께 살고 있는 동물들을 모델로 씌여진 책이다. 전반적인 배경을 알고 읽어서인지, 다른 코기빌 시리즈에 비해 잔잔했지만 마음 속에 남겨지는 것은 더 진했다.

 

  코기빌에서 일 년 중 가장 큰 행사는 역시 크리스마스다. 흰 눈이 쌓이는 겨울이 오면 코기빌 마을 주민들은 들뜨기 시작한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오기 때문이다. 크리스마스를 준비하는 손길로 바쁘지만 즐거운 시기임은 분명하다. 각자 소신껏 크리스마스를 위해서 장식을 하고, 먹을 것을 준비하는 가운데 브라운 가족은 12월 6일 성 니콜라스 탄생일을 맞이하여 식탁 위에 화환을 단다. 크리스마스 달력도 붙이고, 차 마시는 시간에는 10월에 미리 만들어 둔 던디 케이크를 먹는다. 모두들 크리스마스를 설레임과 기쁨으로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코기빌에는 세 가족이 이사를 왔다. 첫 번째로 이사온 치카호미니씨네 가족은 코기빌에 이사를 와서 멋진 가게를 열었다. 코기빌 마을 주민들에게 꼭 필요한 물건을 팔았고 없는 게 없었다. 크리스마스가 되기 전 염소 썰매를 몰며 가게 광고도 하고, 눈이 쌓여서 가게까기 못 오는 손님들을 위해 방문하기도 한다. 두 번째 가족은 스타우퍼 가족으로 약국을 열었다. 스타우퍼 가족의 두 아들은 약사였고, 세 딸들은 허브 풀로 병을 잘 고쳤다. 약국에서는 아이스크림과 음료수도 팔았고 인기가 좋았다. 어린 고양이와 코기들, 토끼들은 스타우퍼 약국에서 치료를 받았다. 세 번째로 카디건 코기 가족이 이사를 왔다. 이 가족은 친구 사귀기를 좋아해서 손님들이 오면 정성을 다해 대접했다. 여행을 많이 다닌 카디건 가족은 재미난 이야기로 주민들을 즐겁게 해주었다.

 

  그렇게 크리스마스가 다가오고 마을은 스키를 타는 아이들, 장난감을 만드는 머트 보거트, 맛 좋은 음식을 파는 음식점들의 분주함으로 더 들썩인다. 마을의 호수가 얼면 스케이트 시합도 벌이고 모닥불 파티를 열기도 한다. 그러다 12월 23일이 되면 트리로 쓸 나무를 베러 숲에 가야 하기 때문에, 음식을 푸짐하게 준비한다. 즐거운 하루를 보내고 트리로 쓸 나무를 싣고 집으로 돌아오면 정말 크리스마스가 코 앞으로 다가옴을 느낄 수 있다. 드디어 12월 25일 밤이 되었고, 브라운 씨 집에는 친척들과 많은 친구들이 모였다. 응접실에는 멋진 크리스마스 트리가 우뚝 서 있고 모두들 놀람과 기쁨으로 트리 주변을 빙빙 돌며 마음 속으로 '메리 크리스마스'를 외친다.

 

  코기빌의 크리스마스 축제는 큰 행사지만 비교적 잔잔하게 그려져 있다. 그림도 글도 차분해서 크리스마스 의의를 잃지 않으려는 타샤 할머니의 숨은 의도가 보이기도 한다. 코비길의 크리스마스를 보고 있으면, 크리스마스 당일보다 겨울이 오면서부터 준비하고 들뜬 주민들을 지켜보는 것이 더 즐거웠다. 크리스마스를 위해서 즐기고 준비하는 손길이 더 행복해 보이는 이유일 것이다. 이 책을 끝으로 타샤 할머니의 작품은 더 이상 볼 수 없게 되었다. 이 책은 타샤 할머니의 마지막 작품이다. 그래서인지 떠들썩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차분한 모습이 더 애잔하게 다가온다. 이제는 크리스마스가 되면 타샤 할머니가 떠오를 것 같다. 실재로 존재했던 타샤 할머니의 크리스마스와 코기빌의 크리스마스를 모두 떠올리며 잠시나마 타샤 할머니를 기억하게 되지 않을까? 지금쯤 타샤 할머니의 정원에는 함박눈이 가득 쌓여 순백의 아름다움을 발휘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유독 타샤 할머니가 그리워지는 겨울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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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샤 튜더 클래식 04: 코기빌 납치 대소동 - 코기빌 시리즈 2 ㅣ 타샤 튜더 클래식 4
타샤 튜더 지음, 공경희 옮김 / 윌북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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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샤 할머니의 코기빌 시리즈 1권을 읽고 나니 다른 책들도 너무 궁금했다. 궁금증을 참지 못해 나머지 두 권을 구입하고, 책을 조금 아껴두다 깊은 밤에 탸샤 할머니 책을 꺼내 들었다. 아무때나 읽어도 타샤 할머니의 책은 늘 좋지만, 더 깊이 상상의 나래를 펼 수 있는 깊은 밤에 읽었다. 동화책이라서 책 읽는 시간은 짧았지만,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이 흐뭇해지고 말았다.

 

  이 책은 코기빌 시리즈 두 번째 책이기 때문에, <코기빌 마을 축제>를 읽었다면 더 재미나게 읽을 수 있다. 전 권에서 두드러진 역할을 했던 칼렙의 활약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경주에서 받은 우승 상금을 저축해 두었다는 추신으로 마무리 지어진 <코기빌 마을 축제>에 이어, 대학을 졸업한 후의 칼렙 모습부터 이어진다. 칼렙은 대학을 졸업하고, 코기빌 마을의 탐정 사무소에서 일하고 있었다. 지금까지의 경험을 바탕으로 '개의 후각과 범죄의 관계'라는 글을 쓰고 있던 중, 마을의 이상한 낌새를 느낀다. 마을에 돌아다니는 너구리 수가 늘어난 것에 의아심을 품은 것이다. 너구리는 약삭빠른 동물이기에 그러한 들썩거림이 수상하게 느껴졌다. 그렇게 마을을 돌아다니다 보니 곳곳에서 너구리의 수상한 행동이 포착이 되었다. 다람쥐를 쓰레기통에 가두고, 요리책을 몽땅 구입하고, 닭구이에 넣는 양념과 허브를 몽땅 사간 사실이 드러났다. 그러다 대학 친구인 까마귀 찰리의 편지를 받게 되고, 찰리는 너구리들의 소란에 관한 귀한 정보를 흘려준다. 너구리 대장인 제불론이 뉴잉글랜드까지 긴 여행을 떠난다는 내용이었다. 칼렙은 찰리의 편지로 인해 너구리들이 소란스럽게 군 이유를 알게 된다.

 

  제불론이 오기 때문에 너구리들은 잔치를 벌여 주려는 것이었다. 닭 구이 양념과 허브와 요리책을 구입한 것을 보고 머트 보거트가 키우는 '세상에서 가장 큰 닭' 베이브가 위험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 사실을 알리러 머트 보거트에게 가지만, 보거트는 외출 중이었다. 쪽지를 남기고 집으로 돌아온 칼렙은 휴식을 취하고 있었는데 마을에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베이브가 없어 진 것이다. 흔적도 없이 사라진 베이브를 보고 납치를 당한 것이라고 생각한 마을 사람들은 안절부절이었다. 마을의 명물인 베이브가 사라진 것은 주민들을 공황상태에 빠트리기 충분했다. 칼렙은 자신이 이 사건을 해결하겠다며 아버지에게 4 시간을 달라고 부탁한다. 아버지의 허락이 떨어지자마자 짐을 챙겨 호수 근처의 너구리 굴로 향했다. 아니나 다를까 너구리들의 회의 내용을 들어보니, 닭 요리에 관해 의견을 나누고 있었고 베이브를 납치한 것에 대해 공치사를 하고 있는게 아닌가! 새들 때문에 너구리들에게 발각당할 위기에 놓인 칼렙은 겨우 몸을 숨겼고, 자신을 넘어뜨린 밧줄이 베이브와 연관 있을 거라 추측한다.

 

  밧줄을 따라가보니 과연 베이브는 큰 바구니에 묶여 있었다. 칼렙은 흥분한 나머지 소리를 질러 버렸고, 너구리들이 쫓아 나와 한바탕 소동이 일어난다. 그 바구니는 다름 아닌 열기구였는데, 겨우 너구리를 무찌르고 칼렙과 탈출한다. 하지만 열기구는 빠르게 남쪽으로 날아가고 있었으므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베이브는 큰 등치로 열기구의 방향을 혼란스럽게 했고, 빠른 속도로 나아가는 열기구 안에서 칼렙은 당황하고 말았다. 마침 그때 찰리가 나타났다. 주민들에게 조취를 취하고 칼렙에게 날아온 찰리는 그들이 탈출할 수 있도록 도와 주었다. 베이브와 칼렙은 낙하산을 메고 열기구에서 뛰어 내렸고, 다행히 대학 시절의 은사 파이퍼 선생님 집에 착지할 수 있었다. 파이퍼 선생님 집에서 하룻 밤을 보내고 마을로 돌아오니, 마을에서는 환영 행사가 준비되어 있었다. 베이브와 칼렙은 환영 행사에 기꺼이 참여했고, 너구리들은 닭 구이 대신 가면을 쓰고 마을에서 훔쳐낸 파이로 제불론의 잔치상을 차려 주었다는 얘기로 납치 대소동은 막을 내린다.

 

  타샤 할머니의 동화는 읽는이로 하여금 푹 빠지게 하는 매력이 있었다. 친근한 코기빌 마을 덕분에 이번 책은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이 책에 나오는 대부분의 동물들은 타샤 할머니와 함께 살고 있었기에 할머니에게 상상력을 달아 주었다고 한다. 너구리들은 정원의 열매를 훔쳐가는 악동이었고, 토끼, 닭, 코기들은 할머니와 함께 지내는 동물들이었다. 집에서 기르는 동물들로 인해 상상을 하고, 동화를 쓰고, 그림을 그리는 타샤 할머니의 동화책은 그래서 더 재미 있었다. 할머니가 길렀던 동물들이 이 책의 주인공이라고 생각하니 흥미진진하고, 재미있었던 <코기빌 납치 대소동>. 이제 한 권 남은 코기빌 시리즈를 읽어야 하는데, 벌써부터 서운한 마음이 든다. 타샤 할머니와의 만남이 줄어들고, 코기빌 시리즈를 더 이상 만날 수 없다는 사실이 조금은 울적하다. 하지만 그런 마음을 품기 보다 할머니가 펼쳐 놓은 세계에서 맘껏 뛰어논다면 타샤 할머니도 좋아하실 거라 생각한다. 타샤 할머니가 상상력을 얻었던 코기빌의 동물들의 세계에 푹 빠져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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