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샤 튜더 클래식 05: 코기빌의 크리스마스 - 코기빌 시리즈 3 타샤 튜더 클래식 5
타샤 튜더 지음, 공경희 옮김 / 윌북 / 2009년 1월
평점 :
품절


  2008년 성탄절을 잠시 떠올려 보면, 특별한 기억이 없다. 이브에는 교회에서 행사로 바빴고, 성탄절은 예배를 드리고 집에서 잔 기억 밖에 없다. 몇 년째 교회에서 성탄절을 보내다 보니 이렇게 짧은 단상 밖에 남지 않는다. 이브 행사 준비도 늘 닥쳐야 하다보니 맘적 여유가 많이 사라진 것이 사실이다. 이러다 성탄절의 의미를 잃어 버리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지만, 이런 나의 성탄절을 일 년의 가장 큰 축제로 환기시킨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타샤 할머니다. 코기빌 시리즈를 읽기 전에 <타샤의 크리스마스>를 읽었다. 성탄절이 두달 정도 남아 있던 시기에 읽어서인지, 차분하게 읽을 수 있었고 성탄절의 의미를 되새겨 보는 시간이 되어 개인적으로 참 좋았었다. 그러나 그 사이에 또다시 똑같은 성탄절을 보내 버리고 말았는데, 코기빌 시리즈를 통해 다시 한 번 성탄절을 되돌아 볼 수 있게 되었다.

 

  <코기빌의 크리스마스>는 코기빌 시리즈 1,2 권을 읽고 읽으면 더 재미나겠지만, <타샤의 크리스마스>를 먼저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코기빌 축제>,<코기빌 납치 대소동>과 이어지는 시리즈지만, 이 책들처럼 어떠한 사건(크리스마스 자체가 큰 사건이긴 하지만)을 중심으로 그려진 것이 아니라 코기빌의 크리스마스 풍경을 잔잔하게 담아 냈다. 책 속의 크리스마스 행사의 대부분은 타샤 할머니가 크리스마스 때 직접 하는 행사였다. <타샤의 크리스마스>에는 타샤 할머니가 얼마나 오랫동안 크리스마스를 준비하는지, 가족과 함께 보내는 즐겁고도 경건한 크리스마스가 어떤 것인지 다양하게 엿볼 수 있다. 이 책은 타샤 할머니의 어릴적 추억과 집에서 이뤄지는 크리스마스 파티, 함께 살고 있는 동물들을 모델로 씌여진 책이다. 전반적인 배경을 알고 읽어서인지, 다른 코기빌 시리즈에 비해 잔잔했지만 마음 속에 남겨지는 것은 더 진했다.

 

  코기빌에서 일 년 중 가장 큰 행사는 역시 크리스마스다. 흰 눈이 쌓이는 겨울이 오면 코기빌 마을 주민들은 들뜨기 시작한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오기 때문이다. 크리스마스를 준비하는 손길로 바쁘지만 즐거운 시기임은 분명하다. 각자 소신껏 크리스마스를 위해서 장식을 하고, 먹을 것을 준비하는 가운데 브라운 가족은 12월 6일 성 니콜라스 탄생일을 맞이하여 식탁 위에 화환을 단다. 크리스마스 달력도 붙이고, 차 마시는 시간에는 10월에 미리 만들어 둔 던디 케이크를 먹는다. 모두들 크리스마스를 설레임과 기쁨으로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코기빌에는 세 가족이 이사를 왔다. 첫 번째로 이사온 치카호미니씨네 가족은 코기빌에 이사를 와서 멋진 가게를 열었다. 코기빌 마을 주민들에게 꼭 필요한 물건을 팔았고 없는 게 없었다. 크리스마스가 되기 전 염소 썰매를 몰며 가게 광고도 하고, 눈이 쌓여서 가게까기 못 오는 손님들을 위해 방문하기도 한다. 두 번째 가족은 스타우퍼 가족으로 약국을 열었다. 스타우퍼 가족의 두 아들은 약사였고, 세 딸들은 허브 풀로 병을 잘 고쳤다. 약국에서는 아이스크림과 음료수도 팔았고 인기가 좋았다. 어린 고양이와 코기들, 토끼들은 스타우퍼 약국에서 치료를 받았다. 세 번째로 카디건 코기 가족이 이사를 왔다. 이 가족은 친구 사귀기를 좋아해서 손님들이 오면 정성을 다해 대접했다. 여행을 많이 다닌 카디건 가족은 재미난 이야기로 주민들을 즐겁게 해주었다.

 

  그렇게 크리스마스가 다가오고 마을은 스키를 타는 아이들, 장난감을 만드는 머트 보거트, 맛 좋은 음식을 파는 음식점들의 분주함으로 더 들썩인다. 마을의 호수가 얼면 스케이트 시합도 벌이고 모닥불 파티를 열기도 한다. 그러다 12월 23일이 되면 트리로 쓸 나무를 베러 숲에 가야 하기 때문에, 음식을 푸짐하게 준비한다. 즐거운 하루를 보내고 트리로 쓸 나무를 싣고 집으로 돌아오면 정말 크리스마스가 코 앞으로 다가옴을 느낄 수 있다. 드디어 12월 25일 밤이 되었고, 브라운 씨 집에는 친척들과 많은 친구들이 모였다. 응접실에는 멋진 크리스마스 트리가 우뚝 서 있고 모두들 놀람과 기쁨으로 트리 주변을 빙빙 돌며 마음 속으로 '메리 크리스마스'를 외친다.

 

  코기빌의 크리스마스 축제는 큰 행사지만 비교적 잔잔하게 그려져 있다. 그림도 글도 차분해서 크리스마스 의의를 잃지 않으려는 타샤 할머니의 숨은 의도가 보이기도 한다. 코비길의 크리스마스를 보고 있으면, 크리스마스 당일보다 겨울이 오면서부터 준비하고 들뜬 주민들을 지켜보는 것이 더 즐거웠다. 크리스마스를 위해서 즐기고 준비하는 손길이 더 행복해 보이는 이유일 것이다. 이 책을 끝으로 타샤 할머니의 작품은 더 이상 볼 수 없게 되었다. 이 책은 타샤 할머니의 마지막 작품이다. 그래서인지 떠들썩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차분한 모습이 더 애잔하게 다가온다. 이제는 크리스마스가 되면 타샤 할머니가 떠오를 것 같다. 실재로 존재했던 타샤 할머니의 크리스마스와 코기빌의 크리스마스를 모두 떠올리며 잠시나마 타샤 할머니를 기억하게 되지 않을까? 지금쯤 타샤 할머니의 정원에는 함박눈이 가득 쌓여 순백의 아름다움을 발휘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유독 타샤 할머니가 그리워지는 겨울 날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