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로로콩밭에서 붙잡아서 - 제10회 소설 스바루 신인상 수상작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15
오기와라 히로시 지음, 서혜영 옮김 / 작가정신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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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실을 잊고 싶을 때 하는 독서가 있다. 도피성 독서다. 나의 머리속은 어지러우니 그 모든 것을 잊을 수 있을 만큼 재미나고 유쾌한 책을 찾아서 읽는 것. 그것이 내가 자주 행하는 도피성 독서다. 이번에 선택된 책은 일본소설이었다. 가독성이 높고 가볍게 읽을 수 있어, 내 손길을 기다리고 있는 수 많은 책들 중에서 지인의 추천을 받아 읽게 된 책이다. 말은 현실 도피를 위해 읽게 된 책이라고 했지만, 큰 기대는 없었다. 나름 일본 현대소설을 많이 접했기에 어느 정도의 분위기는 간파하고 있다 생각했다. 그래서인지 이런 책을 만나면 기분이 좋다. 나의 예상을 여지없이 깨주는 책. 깊은 밤 혼자서 미친 사람처럼 키득거려도 마냥 즐거운 책. 이 책이 바로 그런 책이었다.

 

  책의 배경이 되는 곳은 일본의 깡촌 중의 깡촌, 우시아나 마을이었다. 일본 사람들도 잘 모르는 강촌마을에서 '마을 맹글기' 프로젝트(?)가 진행된다. 도쿄에서 대학을 나온 마을 최고의 앨리트 청년회장 신이치가 뱉은 한마디 때문이었다. 인구가 300명 밖에 안되는 도시에서, 그것도 젊은 사람들은 야구팀도 안되는 인원으로 어떻게 '마을 맹글기'를 감행 한다는 것일까. 신이치는 마을 청년들에게 도쿄에서 광고대리점을 하는 대학친구에게 일을 부탁해 보기로 한다. 그렇게 그들은 도쿄로 향한다. 하지만 그들에게 치명적인 결함이 있었으니 바로 언어였다. 

 

  이 책에서 가장 먼저 나를 웃겼던 것도 그들의 사투리였다. 지역상으로 구분해서인지 이 책에는 충청도 사투리가 실려 있었다. 충청도에 살지는 않지만 억양과 말투가 익숙하기에 나도 모르게 그런 뉘양스로 책 속의 사투리를 읽어 나갔다. 그러다 보니 인물들의 개성이 톡톡 살아나며, 마치 내가 그 말투를 쓰고 있는 것 같아 책 속 배경으로 빨려 들어갔다. 하지만 오지 마을 중에서도 오지 마을이라 통역이 없으면 그들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나마 도쿄에서 학교를 나온 신이치가 있었기에 '마을 맹글기' 프로젝트가 나왔던 것이고, 도쿄 말을 엇비슷하게 할 수 있었기에 도쿄로 일을 의뢰하러 간 것이다. 신이치가 없다면 같이 간 사토루나 우시아나 마을의 말은 외국말이 되어 버릴 정도로 독창적인(?) 사투리였다. 다행히 신이치 덕에 대학친구의 회사로 찾아가지만, 그들의 행색과 취지를 들어본 친구는 무시할 뿐이었다. 그대로 고향에 돌아갈 수 없어 다른 회사를 찾던 중 도산 위기 직전의 '유니버설 광고사'에 들어가게 된다. 그리고 대망의 '마을 맹글기' 프로젝트가 시작된다.

 

  책 읽기에 즐거움을 더해 주었던 것은 광고캠페인 제작 경로 순으로 스토리가 전개 된다는 점이었다. 간략한 설명이 곁들어진 소제목은 이야기의 흐름에 재미를 더해 주었고, 정말 그들이 하는 일이 제대로 된 광고캠페인을 벌이는 것 같은 착각까지 하도록 만들었다. 도산 위기의 '유니버설 광고사' 사람들이 우시아나 마을을 방문하고, 말도 안되는 기획안을 내놓는 과정도 제작 순서대로 소제목을 달아놓으니 제법 그럴듯 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읽는 재미에만 매달릴 수는 없는 법. 도대체 우시아나 마을을 무엇을 통해 알릴 것인가. 아무리 이리 뒤지고 저리 뒤져도 광고로 앞세울 만한 것이 없었다. 그래서 급기야 마을에서 가장 그럴듯해 보이는 마을 호수에 공룡을 띄우기로 한다. 조잡하게 만든 공룡 속에 광고사 사장이 들어가고, 그 모습을 멀리에서 사진을 찍었다. 호수 근처에 살고 있는 자칭 아마추어 사진작가 사토루가 우연히 발견한 척 꾸며서 언론에 흘렸다. 우시아나사우루스의 출현이었다. 그런데 그 방법이 효과가 있었다. 그 후로 우시아나 마을은 전국에서 온 취재진도 모자라 해외에서 온 취재진까지 북새통을 이룬다. 그리고 취재를 나왔던 일본 최고의 미인 아나운서가 사토루에게 시집을 오는 일까지 생긴다.

 

  하지만 가짜 공룡 사건은 오래가지 못했다. 공룡사건의 거짓을 추궁하기도 전에 아나운서와 사토루의 결혼이 이슈가 되어서 어영부영 넘어가 버린다. 유명 아나운서의 농촌 다이어리가 도시 여성들에게 붐을 일으키기도 하면서 우시아나 마을은 여전히 그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우시아나 마을이 그렇게 묻혀 버리면 재미 없다는 듯이 오래전에 멸종된 도도새를 우시아나 마을에서 발견한다는 복선을 깔아놓은 채, 책은 그렇게 끝이 난다. 깡촌의 사투리와 어처구니 없는 공룡사건을 통해서 낄낄 거렸지만, 그렇게라도 도시 사람들에게 우시아나 마을을 알리고 싶었던 사람들의 모습에 한편으로는 측은함이 느껴지기도 했다. 우시아나 마을 같은 곳은 이제는 너무 흔하다. 순박함으로는 마을을 지켜갈 수가 없고, 생계의 위협까지 받는다. 그래서인지 공룡을 출현 시키자는 생각은 황당하면서도 치열함이 느껴지기도 했다. 이제는 친근한 곳으로 변해 버린 우시아나 마을. 오늘은 어떤 모습일까 상상하면서, 내 생활에서의 이슈거리는 없는지 돌아보며 하루를 맞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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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도 빛깔있는책들 - 즐거운 생활 67
이기윤 지음 / 대원사 / 198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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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만에 헌책방을 갔다. 새로 옮긴 헌책방을 구경 갔다가 괜찮은 책들을 구입한 경험이 있어서 살만한 책들이 있을까 하고 겸사겸사 옮긴 발걸음이었다. 책을 보는 안목이 없기도 하고, 새책만 좋아하는 나라서 헌책방 나들이가 서점을 들어가는 것만큼 설레지는 않는다. 하지만 정말 예기치 못한 책들을 만났을 때 헌책방의 위력을 실감하게 된다. 그런 책들이 많지 않지만 그런 기대감 때문인지 그날은 책이 하나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빈 손으로 털레털레 걸어 나오는데 입구의 구석 책장이 눈에 띄었다. 내가 아직 훑어보지 않은 책장이라 쪼그리고 앉아서 책을 보다보니 대원사 시리즈 책이 보였다. 그 중에서도 이 책이 눈에 들어와 바로 집어 들었다. 단돈 2000원에 데려온 <다도>. 같이 간 친구는 다도에 대한 정말 기본적인 것만 알려줄 뿐이라고 타박했지만, 나는 그런 기본이 없으니 괜찮다며 값을 치르고 헌책방을 나섰다.

 

  헌책방을 서성이다 지친 다리를 쉬어 주기 위해 친구와 함께 찻집을 갔다. 시원한 레몬에이드를 시켜놓고 구입한 책을 꺼냈다. 빈 손으로 나올 뻔 했던 내 손길을 무안하게 하지 않았던 책이였기에 조금은 뿌듯했다. 평상시에 다기에 차를 우려 마시는 걸 참 좋아했는데, 내게 부족한 상식을 보완시켜 보자 하는 마음에서 읽어보고 싶었다. 그런데 첫장을 열자마자 나의 몰상식이 바로 드러났다. 잎차를 좋아한다고 하면서도 우리나라 토종 차나무에 관해서 전혀 모르고 있었는데, 씨앗으로만 번식한다고 기재되어 있었다. 당연히 차나무라면 씨앗으로 번식을 하겠지 라고 생각했으면서도 막상 토종 차나무가 그런다고 하니 당황스러웠다. 책의 초반은 이처럼 차나무 사진도 보여주는 <사진으로 보는 다도>였다. 내가 먹어왔던 차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어떻게 재배되는지에 대해 가볍게 알수 있는 부분이었다. 그러다 차를 마실 때 쓰는 도구를 보게 되었는데, 거기서 또 놀라고 말았다. 몇년 전에 나름 비싼 다기를 구입했는데, 유독 용도를 모르는 다구가 있었다. 이리 저리 돌려보아도 무엇에 쓰는지 몰라 그냥 다기를 꺼낼 때마다 방치해 두고 말았는데, 그게 다기의 두껑 받침대였다니. 그 다구의 용도가 무엇인지 알아보려고 했다면 쉽게 알아봤을 텐데, 게으름이 부른 방관이었다.

 

  사진으로 본 다도를 보고 나면 본격적인 다도에 관해 나온다. 현대 생활에 어우러지는 차의 이야기와, 차를 우리는 방법, 차의 효능 등을 알려준다.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커다란 앎을 기대하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차 생활을 즐기지 않았을 뿐이지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상식에 조금 더 보태서 알려주었기 때문이다. 여기 저기서 주워 들은 지식들을 정리해주는 느낌이랄까. 어쩌면 다도에 대해서 이렇게 책을 엮을 만큼 많은 정보가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든 찰나, 차의 역사에 대해서 나왔다. 차가 어떻게 고대부터 사람들의 생활 속에 파고 들어 문화를 만들어 갔는지에 대한 내용이었다. 옛 선인들이 남긴 글만 보더라도 차에 대한 격찬은 넘쳐나고, 생활 속에 퍼져있는 차의 향유를 만끽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그러나 현대의 차 문화는 본질을 잃어버린지 오래고, 서양의 차 문화를 닮아가고 있을 뿐이다. 잎차를 우려 마시는 것도 우리의 문화라고 말할 수 없지만, 선인들로부터 내려온 문화이니 만큼 외국의 차문화보다 익숙한 것이 사실이다. 그런 문화가 사그러져 가는게 안타까웠다. 차의 향긋함과 단아함을 시로 읊었던 선인들의 소박함이 지금도 묻어나는데 지금은 차의 향취를 맡기도 힘드니 말이다.

 

  차 문화의 사그라듬을 온전히 현대의 무관심이라고 단정지을 수 없다. 차 문화가 보편화 되지 못한 시대는 조선 시대 부터였다. 불교가 쇠퇴의 길을 걸으면서 차 문화도 서서히 종적을 감춘 것이다. 하지만 조선시대의 여러 자료를 통해서 차 문화가 온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라고 했다. 차는 대부분 남방 지역에서 많이 자랐지만, 병자호란 직후 청나라가 요구한 세폐에 감당하기 힘든 차의 양이 포함되어 차가 일상의 문화로 자리매김 할 수 없는 큰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입에 풀칠하기도 힘든 시기에 청나라에 받쳐야 할 차나무를 재배해야 했던 농민들의 분노가 차밭을 불질러 버리는 사태까지 일어났으니 차가 서민들의 생활에 정착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이렇게 차를 마시는 법 부터, 차의 역사를 알고 나니 차에 대한 애착이 좀 더 느껴졌다. 이 책의 마무리도 차를 알았으면 작은 공간이라도 다실을 꾸며보라고 했다. 비싸게 주고 샀다는 이유 만으로 옷장 깊숙이 다기를 숨겨놓았는데, 귀때그릇과 잔 하나만 꺼내놓더라도 차를 가까이 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실을 꾸밀 여력이 되지 않으니 책상 앞에 찻잔과 귀때그릇을 놓고 차를 자주 우려 마시며 차를 가까이 하는 생활을 해야 겠다. 여기 저기서 얻은 차도 많고, 구입한 차도 있으니 가을 바람이 심심치 않게 불어대는 요즘에 차의 향에 취해 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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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장미 2008-09-10 16: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멋진 리뷰네요. ^^ 저도 갑자기 차 한잔 해야겠다는 생각이 마구 드는걸요 ㅋㅋ
사실 친구들이나 손님이 오지 않는 한 차를 마셔야 겠다는 생각은 별로 안 하는데..차에 얽힌 문화나 역사를 알게되면 혼자 있을 때도 한잔씩 즐겨야 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까해요.

태아에게 좋은 차도 많이 있을텐데..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집에서 팩하나 넣고 보리차 끊이지 말고 이것 저것 섞어서 맛나게 차를 끊여놓고 물대신 먹어도 좋겠죠? 이히 경동시장에 들려서 재료좀 사눠야 겠네요.
 
설탕사원이 회사를 녹인다 북핀업 3
다키타 유키코 지음, 정선우 옮김 / 경영정신(작가정신)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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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읽은 다음날, 회사에 출근해서 어찌나 눈치가 보였는지 모른다. 모든것이 평상시와 다를바 없었는데, 누군가 나를 고깝지 않은 시선으로 보고 있는 것 같아 신경이 씌였다. 순식간에 읽어 버린 책 때문에 나도 모르게 나온 행동이었다. 설탕사원이라는 개념도 생소했지만, 설마 저 사원이 나겠어 라는 생각으로 책을 읽어가다 발등이 찍혀 버렸다. 처음엔 설탕사원과 나는 전혀 상관이 없다고 생각했다. 나는 신세대 사원이 아니라고 생각했고, 오래전부터 다니고 회사를 다니고 있었기에 나와는 먼 얘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나의 자만심 안에는 이미 설탕사원이라는 낙인이 찍혀 있었다. 그 사실을 나만 몰랐을 뿐이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서 약 500여개 기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신입사원 교육비용은 일인당 1억원이 넘고 실무에 투입할 수 있는 기간도 매우 길다라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대기업은 약 2년정도가 걸린다고. 그러나 이 책의 추천사 첫머리에는 국내 중소기업 신입사원 가운데 30퍼센트가 1년이 되지 않아 이직을 한다는 내용이 나와 있었다. 꿋꿋하게 일하는 사원들도 많겠지만,  힘들게 교육을 시켜놓았더니 이직을 해버린다고 생각하니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기업이든 취업자든 간에 인력에 쏟는 비용, 시간, 노력이 아까웠다. 하지만 더 심각한 문제는 기업과 사원간의 상호작용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이 책에서 나오는 설탕사원들을 기업의 입장에서만 보았다는 단점이 있기는 하지만, 그 사원들만 보더라도 기업에 대한 오해와 불신이 깔려 있다는 문제점도 간과할 수 없었다.

 

  저자는 설탕사원이란 '호경기를 향유한 부모','내신 중심의 학교교육','IT기술의 발전에 의한 커뮤니케이션의 부족','능력주의에 따른 이직 지망'이 어우러져 생겨난 괴상한 존재라고 했다. 저자의 설명을 따라가다 보면 수긍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이러한 점들이 어우러지다 보니 사회에서 자신의 존재와 능력만을 생각하고 타인에 대한 배려, 회사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가 사라져 버렸다. 이 책들에 나온 설탕사원들의 모습은 비슷비슷했다. 기본적인 면들이 결여되었기에 괴상한 존재로 각광받게 된 것이다. 설마 이 정도까지 일줄은 몰랐다며 놀랠 틈도 없이 그들은 우후죽순 격으로 솟아나고 있었다.

 

  저자가 크게 나눠놓은 설탕사원은 다섯분류다. 그들의 존재여부에 대해 대충은 감이 잡힐지도 모르지만, 세세하게 그 사원들을 만나보면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부모의존형과 자기존중형 설탕사원은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존재일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그들에게 남다른 시선을 보내지 않고 모른체 해버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프리즌 브레이크형, 원룸 캐퍼시티형, 사생활 연장형 설탕사원들을 만나다 보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철이 없다는 선을 넘어서 이런 사원들이 진짜로 존재하는지에 대해 의문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사원들 모습에서 나의 존재를 엿볼 수 있었으니,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설탕사원의 유형이었다. 신입사원들에 중점이 맞춰 졌기에 나는 포함이 안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금물이다. 차라리 신입사원들은 철딱서니가 없어서라고 이해할 수도 있지만, 어느 정도의 사회물이 들은 나 같은 사람에게도 포함되는 부분이 많았다. 메뉴얼에 없는 일은 하지 않으려 하는 프리즌 브레이크형, 일보다 사생활이 더 중했던 사생활 연장형은 나에게서도 쉽게 찾을 수 있는 모습이었다.

 

  저자는 사회보험 노무사, 사원교육등을 담당하고 있는 위치에서 이 책을 썼다. 여러 사람들을 상담하면서 쓴 일화들이 대부분이지만 기업의 입장이 더 짙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사원들이 늘어간다면 고용주의 입장에서도 곤역스러울 것이다. 그러한 문제점을 조금이나마 해결해 보자는 뜻으로 이 책을 썼지만, 사원들의 변화만을 꿰하기 보다는 기업과의 상호작용도 무척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적절한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기업이고, 건강한 인력을 제공하는 것이 사원의 몫이다. 천방지축 설탕사원이 날뛰고, 예전의 방법을 고수하는 기업이 건재한다면 앞으로의 문제점은 더 늘어날 것이다. 개개인의 성향과 기업이 추구하는 목적이 잘 어우러 질 때, 설탕사원이 줄어들고 기업의 발전을 요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도 한번쯤은 나는 설탕사원이 아닌가 하고 곰곰히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이왕 내가 하는 일을 즐겁게, 재미나게 해야 하지 않겠는가. 설탕사원이 되어서 회사를 녹여먹는 사원이 아닌, 회사에 녹아드는 사원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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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20
모리미 토미히코 지음, 서혜영 옮김 / 작가정신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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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군가를 짝사랑 할 때, 그 마음을 무엇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상대에게 향하는 뜨거운 마음으로도 부족할 터인데, 그 사람에게 애인이 있는지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지에 대한 걱정으로 순식간에 나락으로 떨어졌다, 절벽을 기어 올랐다 한다. 더군다나 상대방이 나의 존재를 전혀 알아채지 못하고 있다면 문제는 더 심각해 진다. 말 한마디에 용기와 상심을 갖는 것은 물론 자신이 한없이 초라하다고 느끼기에 이른다. 하지만 누군가를 마음 한 가득 품은 마음만큼 설레는 것도 없다고 생각한다. 이왕이면 그 사랑이 좋은 결실을 거두면 좋겠지만, 한 사람을 품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삶의 색깔이 바뀐다. 짝사랑에 대해 이렇게 길게 늘어놓은 건, 선배의 결혼 축하 모임에 갔다가 우연히 그녀를 본 후로 사랑에 빠진 주인공 때문이다. 
 

   그는 그녀의 눈에 띄기 위해 몸을 사리지 않는다. 그녀에게 정면으로 파고들어 대시를 하는 것이 아니라 그녀에게 자신의 존재가 익숙해지기를 기다린다. 그 과정은 처절했다. 단지 그녀를 쫓거나 그녀가 그곳에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간 것 뿐인데, 이상한 일들에 휘말리기 시작한다. 거기다 그녀가 필요로 할 때 "짠"하고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늘 어긋나서 그의 존재는 묻혀졌다. 정작 그가 그녀 앞에 모습을 드러낸 때는 위기가 사라진 후라 그의 모습이 더 위기일 때가 많았다. 오히려 눈에 띄기만 하려는 자신의 의도를 그녀 앞에 철저하게 수행하고 있는 모습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정도였다.

 

  이 책은 그녀의 이야기다. 그의 이야기라기도 아닌, 그와 그녀의 이야기도 아닌 그녀의 이야기다. 그 사실을 받아들이고 읽기 시작했음에도 그녀 앞에 제대로 모습을 드러내지 못하는 그가 안타까웠다. 엉뚱한 사람들과 만나고, 얽히는 천방지축인 그녀는 한 곳에 잠시라도 가만히 있지 않는다. 거기다 그녀가 얽히는 사건들은 모두다 황당하기 그지 없었다. 현실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의 판타지 적인 소재와 이야기가 주를 이루었기 때문이다. 그 사건의 중심에는 낮보다는 밤이 주를 이루었다. 특히 그녀를 처음 알게 된 밤은 작가의 상상력을 맘껏 펼칠 수 있는 또 다른 세계였다.

 

  가끔 날을 새다보면 밤의 세계는 참 오묘하다는 생각이 들곤 했다. 내가 잠들어서 눈을 뜰때까지는 눈 깜짝할 사이지만, 막상 날을 새어보면 그 시간이 결코 짧지 않다라는 것을 느끼기 때문이다. 모든 것이 어둠에 잠기는 밤은 낮보다 더 짙은 내면을 만나는 시간이기도 하다. 이 책에서도 그랬다. 환타지 적인 요소가 주를 이루어도 밤이였기에 수긍 할 수 있었다. 전설적인 애주가 이백씨와 술 마기시 승부를 하는 그녀를 만났던 것도 밤이었다. 밤이였기에 승부가 가능했고, 그녀의 엉뚱함과 발랄함이 온전히 전해지지 않았을까. 어쩌면 그녀 뿐만이 아닌 밤의 세계에 익숙해 있는 많은 사람들을 독특하게 볼 수도 있다. 그들이 있었기에 그녀가 빛을 바랬고, 그도 그녀의 곁을 멤돌 수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캐릭터가 아니었다. 보통 사람이라면 나와 다르다고 다가가지 않았을 그녀 곁에는 늘 사람들이 있었다. 우리와 조금 다른 생각, 행동들을 하더라도 진심이 깃들어 있었기에 많은 사람들도 그녀를 진실하게 대했다. 그녀를 뒷받침 해주는 사건들과 주변 사람들이 환상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다라고 했지만, 정작 가장 환상적인 요소는 그녀 자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너무 그녀에게 빠져 그의 존재를 잊지 말기 바란다. 그녀의 이야기에 빠져 있다 보면 독자재연을 운운하며 그는 존재감을 드러낸다. 그의 마음은 그녀에게 온통 뺏겨버렸는데, 재기발랄한 그녀에게 어떻게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야 할 것인가. 보통 사람들 같으면 억지스레 자신의 마음을 전했을지 모르지만, 그는 조금은 고리타분하고 지고지순한데가 있었다. 그래서 끝까지 그녀의 앞에 모습을 드러내려고 애쓸 뿐, 그 이상은 없었다. 그 노력이 처절했지만 그 사실을 모르는 그녀는 "또 만났네요"라고 건넬 뿐이다. 그와 그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답답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의 방법은 드디어 그녀의 눈에 띄기 시작했다. 주변의 도움도 있었지만, 늘 자기 곁을 멤도는 선배의 존재를 인식하게 된 것이다. 그가 그녀의 눈에 띄려고 애를 썼고, 그녀는 자유스럽게 청춘을 만끽했기에 가능했다. 오로지 자신의 마음만 드러내려 했다면 절대 그녀에게 통하지 않았을 방법이었다.

 

  어딘가 존재할 법한 밤의 세계를 드러내는데 주력한 것 같은 느낌이 책을 읽는 내내 강하게 들었다. 오랜만에 마주한 일본소설은 "일본답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독특했다. 무엇이 쟁점이다라고 콕 찝어낼 수는 없지만, 내가 상상하지 못한 세계를 경험하고 온 기분이다. 깊은 밤, 나의 존재를 잊고 다른 세계를 만끽하고 싶을 때 빠져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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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 - 바다가 내게 가르쳐 준 것들
스티븐 캘러핸 지음, 남문희 옮김 / 황금부엉이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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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꿈을 꾸었다. 나는 바다 한 가운데 떠 있었고, 생명의 위협을 느꼈으며, 굶주림에 시달렸다. 타인은 절대 알 수 없는 기나긴 암흑의 터널을 거쳐 온 기분이었다. 꿈을 꿨다 생각하니 내 주변이 낯설긴 했지만 정신은 멀쩡했다. 현실감에 적응해 가고 있을 때 내 손에 쥐어져 있던 한 권의 책을 발견했다. 꿈을 꿨다고 생각했던 이야기가 담겨 있던 책, <표류>였다. 기나긴 사투가 담긴 이 책을 꿈이라고 우기고 싶을 정도였다. 그러나 한 남자에게는 그 모든 것이 지극한 현실이었다.

 

  책을 열기 전에 지은이가 바다 위에서 76일을 표류 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러므로 바다에서 죽음을 맞이한다는 비극을 맞이할 필요도 업었고, 망망대해에 구명선과 한 남자를 띄워놓고 책을 읽기만 하면 되었다. 결말을 알아서인지 저자가 걱정 되지 않았다. 오히려 내게 서툰 배에 관한 용어라든가 바다에 관한 이야기, 매끄럽지 않은 문체 앞에 토를 달며 어서 결말이 다가오기를 바랐다. 나 역시 위험한 레이스에 나간 저자가 이해되지 않았고, 저자의 배 솔로 호가 침몰했을 때까지도 위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강 건너 불구경 하듯, 저자가 처해진 상황에서 어떻게 빠져 나올지에 대한 궁금증 밖에 없었다. 솔로 호가 침몰한 순간부터 76일을 꼬박 채우기까지 그 모든 것을 알아야 한다는 사실이 진부하게 다가올 뿐이었다.

 

  언제부터였을까. 저자에게 처해진 위기가 단순한 경험담이 아닌 인간의 한계를 시험한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은. 상어들이 공격을 해 대는 밤이였을까. 구명선의 바닥이 구멍이 날 때 였을까. 아니면 물고기 사냥에 실패해서 굶주림과 목마름에 시달렸던 날이였을까. 그런 처절함 때문에 위기를 받아들이는 관점이 바뀌었다고 할 수 있지만, 스스로에게 용기를 북돋아 주는 모습에서 였다. 어떻게 76일을 버틸 수 있었냐는 질문에 '죽는 것보단 그것이 더 쉬웠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던 저자는 표류 기간 동안 늘 죽음의 문턱에 있었다. 모든 것을 자포자기 해버려도 어느 누구하나 탓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저자는 살아남았다. 바다에 대한 지식이 일반인 보다 나았다 하더라도 순간의 대처능력과 자신을 타이르는 법, 자제하는 법을 터득했기에 긴 시간을 버틸 수 있었다. 자신을 위협하고 조롱하는 만새기를 잡아 먹으며 목숨을 연장했고, 증류가 되다 만 바닷물을 마시며 버텼다. 절망이 그를 심해 바닥까지 끌고 간 날도 많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섣불리 앞날을 지레짐작 하지 않았다. 이 책에 씌여진 시간 외에 어떠한 생각을 품고 있었는지 알 수 없지만 저자의 고통, 외로움, 두려움이 충분히 느껴지는 시간이었다.

 

   시간이 흐를 수록 내 안에서 스멀스멀 올라오는 두려움을 잠재울 수 없었다. 그의 구조를 알고 있었기에 그가 당면한 하루하루를 소홀히 대할 수 없었다. 구조되는 날이 다가올수록 그에게 힘을 내라는 고요한 외침보다 먹먹한 것이 내 가슴을 치고 올라왔다. 인간의 극한 상황에서의 모든 면을 서슴없이 보여 주었기에 그동안 함께 표류를 했던 시간들이 하나의 설움으로 다가왔다. 그 설움의 극에는 만새기가 있었다. 만새기는 고기를 제공해 주기도 했지만 툭하면 보트 바닥을 들이 받고, 작살을 피해 갔으며 저자를 조롱했다. 하지만 결국, 그의 구조를 돕는 희생양이 되었다. 그런 만새기를 저자는 친구로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구명선을 따라다니는 만새기 한마리 한마리를 구별할 정도로 서로의 사정을 알았기에 살상을 저지르는 것조차 저자는 두려워 했다. 그렇게 지내온 만새기들이 어부들의 눈에 띄었다. 갈매기들이 구명선 위를 멤돌았고 구명선 아래에는 저자와 긴 시간을 함께 해 온 만새기 떼가 있었다. 그리고 물고기를 찾아 온 어부들이 구명선을 발견했을 때의 실망감을 안겨주지 않기 위해 서슴없이 어부들의 배에 낚여가는 신세가 되었다.

 

  만새기 이야기는 저자의 경험에서 일부분을 차지 한다. 그보다 더 큰 발견은 항해를 통해 삶의 새로운 목표를 발견한 것이라고 했다. 이 책은 자신의 이야기라기 보다 바다의 신비와 마력에 관한 이야기라고 말이다. 그렇지만 표류기간 동안 펼쳐지는 현실은 혹독하면서도 장엄했다. 경험보다 값진 깨달음은 없다고, 저자는 그 후의 삶이 달라졌다. 자신의 경험이 뭍의 사람들에게 희망이 될 수 있다면 기쁠거라는 말 뿐이었다. 어떠한 환경에서도 저자에게 처해졌던 위기를 공감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가 바다 위에서 보냈던 76일의 사투를 통해 단순한 동행이 아닌 또 다른 삶을 경험한 것만은 분명하다. 위대한 자연 앞에 경의를 표한다. 그리고 포기하지 않고 살아 남아준 저자에게도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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