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적 책읽기 - 지식을 경영하는
스티브 레빈 지음, 송승하 옮김 / 밀리언하우스 / 2007년 3월
평점 :
절판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효율적인 책 읽기를 갈망하는 것보다 책 읽을 시간의 부족함을 아쉬워 하는 것 같다. 시간이 한정 되어 있으니 효율적인 독서가 필요한 법이겠지만 직접 독서의 현장(?)에서 지내다 보니 그러한 효율성을 별로 믿지 않게 된 것 같다.

분명 전략적인 독서를 원하면서도 반신반의 하는 태도.

모순적이긴 하지만 이 책을 손에 쥐고서도 저자가 말하는 독서법은 무엇인지 마음을 쉽게 열지 못했다. 무언가 잔뜩 요구하거나 고리타분 했다면 전략을 알기도 전에 책을 덮어버렸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선은 부담이 없었다. 적당히 그런 느긋함을 즐기려는 찰나 현재 내가 고민하고 있는 것을 한방에 날려주는 문구를 발견하고 말았다.

 

'서재의 절반은 앞으로 읽을 책으로 채우라.'

 

오... 나의 구세주 이탈로 칼비노.

내 방에는 책이 550여권 정도 되는데 읽어야 할 책이 200권이 넘는다. 읽을 책과 따로 구분해 뒀으며 나름대로 장르별로 나누어 놓아 기분대로 취향대로 골라 읽는다는 장점을 내세웠지만 저 책을 읽어야 한다는 압박감에 헤어 나오지 못했고, 별로 유익하지 않는 책들로 시간을 낭비하며, 그러면서도 책을 계속 쌓아놓는 현상을 나 자신도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저자는 칼비노의 말을 빌어 나의 고민을 간단히 해결해 버린다.

바로 희망 도서 목록을 만들라는 것이다. 그 희망도서 목록은 현재 내가 읽지 않은 책들이며 그 공간이 나의 삶을 지탱해주기까지 한다니 한순간에 나의 압박감은 희망으로 바뀐 것이다.

여전히 나의 손길을 기다리는 책들의 마음이 느껴지긴 하지만 희망 도서 책꽂이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진다.

 

이처럼 저자는 우리의 독서에서 크게 무엇을 바꾸는 것이 아닌 또한 우리가 안고 있는 독서 방식을 비판하는 것이 아닌 책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우러 나오는 애정으로 그득 차 있다.

또한 그러한 얘기들이 지루하거나 딱딱하게 만들어 가는 것이 아니라 가독성 높게 그러면서도 요즘은 확실히 던져 주며 독서에 대한 틀을 넓혀 주고 있었다.

어쩌면 책을 읽는 동안 깊은 수긍은 하면서도 나의 독서 습관에서 커다란 변화를 시도하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 깊은 수긍속에는 특별함을 기대했던 아쉬움이 있더라도 내가 알고 있는 독서법에서 크게 다를바가 없다는 것 또한 인정하는 마음이리라.

그랬기에 편안했고 메모할 것도 많았지만 그것들을 다 받아들이고 변화시킬 수가 없기에 정말 자신에게 와 닿는 몇가지만 실행해 본다면 좋은 계기가 될 것 같다.

 

나의 첫 번째 실행은 쌓아 있는 책을 희망도서로 만드는 심적인 변화였고 두 번째 것은 내게 무척이나 민감하고 고민되는 부분이라서 아직 실행을 할지 안할지 끊임없는 생각이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바로 가장 큰 혼란을 주는 책에 메모를 남기느냐 원본을 훼손하지 않느냐이다.

나는 조금은 민감한 원본주이자이다. 그나마 요즘에 생각이 조금 틔여서 메모지를 붙이는데 메모지를 붙이더라도 메모를 쓰거나 대충 붙이는 것이 아니라 여전히 조심스럽다.

저자는 메모를 해야 한다는 의견을 인터넷에 올리자 수 천개의 댓글이 올라온 사례를 말해 주었는데 양쪽 다 수긍이 갔다. 그래서 나의 혼란은 더 짙어지고 있다.

더 고민을 해봐야 할 것 같지만 아직은 원본주의자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어찌되었 건 책에서 나는 커다란 두가지를 끌어 내었다. 아직 나의 것으로 만들지 못한 것도 있지만 분명 저자가 제시한 수 많은 방법들을 다 실행할 순 없다.

그것은 나만의 독서법을 잃어 버리는 정체성 상실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분명 자신에게 필요한 독서법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그 독서법을 발견하고 실행할 때 진정한 전략 독서가 될 것이다.

무조건 남들이 좋다는 방법을 좇다가는 뒤죽박죽이 되고 말 것이다.

저자는 수 많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여러 독서법을 제시하고 있으니 이제 그 독서법을 음미해 볼 차례다. 자신에게 꼭 맞는 독서법을 찾길 바라는 마음을 담으며 늘 책과 함께 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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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버트로스의 똥으로 만든 나라 - 누구나 꿈 꾸는 세상
후루타 야스시 지음, 요리후지 분페이 그림, 이종훈 옮김 / 서해문집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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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흥미를 불러 일으켰지만 책의 구성 또한 독특했다.

짧막한 글과 함께 나오는 재치있는 그림들이 책장을 넘기는 손짓을 자꾸 조심스럽게 만들었다.

짧막한 책이였지만 읽어가면서 이 책의 내용이 사실일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마지막에 나우루 공화국에 대한 사진과 정보는 새로운 발견이라는 흥분과 함께 책을 통한 간접경험 및 체험은 내 얼굴에 꿈꾸는 듯한 미소를 만들어 주었다.

나우루 공화국... 나우루 공화국.. 정말 이런 나라가 존재 했었다니..

세상은 넓고도 좁으며 비슷하면서도 다르다는 평범한 진리를 깨닫는 시간이기도 했다. 그렇게 나우루 공화국은 그 존재만으로도 내 마음속에 작은 꿈을 선사해 주었다.

 

남태평양 적도부근에 떠 있는 작은 섬나라, 바티칸과 모나코에 이어 세계에서 셋째로 규모가 작은 독립국 나우루 공화국...

섬둘레는 약 19km.. 자동차로 천천히 돌아도 30분 밖에 걸리지 않고 여의도의 2.5배 정도 크기에 18석의 의회 그리고 두 곳 밖에 없는 호텔등등.. 과거의 부유함은 흘러간채 가난하지만 비교적 즐겁게 살고 있는 나라.. 과연 이런 작은 나라.. 과장하자면 동화속 같은 나라가 존재 하다니 아직 그 사실이 믿겨지지 않는다.

그냥 섬이라고 할 수 밖에 없는 곳이 한 나라라니...

그리고 한때는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였다니 그 사연이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다.

 

앨버트로스라는 새의 똥.. 즉 인광석의 엄청난 자원덕에 상상속에서나 존재했을 그런 나라였다. 빈부의 격차 없이 모두가 부자였고 결혼을 하면 나라에서 집도 그냥 주고 전용비행기로 해외로 쇼핑을 다니고 일을 전혀 하지 않아도 풍요롭게 살 수 있는 나라가 나우루 공화국이였다.

그런 풍요속에 사람들은 게을러져 갔고 그 안에서 자행된 만행이며 인광석을 탐낸 다른 나라의 침략속에 점점 황폐해져갔다.

작고 특수한 나라이기에 이해가 가능했던 어린아이 장난 같던 정치와 사고가 가능했던 나라.. 그 안에서 처음 갖었던 신비감은 인간의 타락이라는 경지까지 내려갔다. 충분히 더 나은 국가를 만들 수 있었음에도 과거의 풍족한 생활에 젖어 편하게 풍요를 누리려던 어리석음은 비참한 결과를 낳게 되었다.

인간이라는 동물의 특성상 한번 맛본 편안한 삶을 잊을 수가 없게 되고 그 욕망 추구를 위해 소중함의 척도를 잊은채 욕심을 채워가기 바쁘다는 걸 안다. 그 예시를 보여준 것이 나우루 공화국이 아닌가 싶다.

작은 나라이기 때문에 이런 동화같은 애기가 가능했고 더디긴 했지만 자각 또한 빠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믿기지 않는 존재의 사실 앞에 참 많은 것을 꺼내 보게 되었다.

가끔씩 자주 그런 삶을 꿈꾸면서도 정말 그런 나라가 존재했다고 하자 왜 그들의 삶이 무료하게 느껴졌을까?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고 늘 불평불만을 안고 살면서 그런 예를 보면서도 왜 행복하다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을까...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어서 만족을 모른다는 생각과 한편으로는 물질적 풍요가 인생의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자각하고 느꼈기에 그들이 부럽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의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욕망은 자아 실현이라고 하는데 나우루 공화국 사람들은 그 많은 물질로 모두다 자아실현을 이루었을까? 아닐 것이다. 그 실현을 이루었다면 나라의 운명이 그리 화려한 퇴보의 길을 걷지 않았을 것이다.

오히려 그 풍요는 무료하고 모든것을 멈추게 하는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육체는 풍족했으나 결코 이성은 풍족하지 못했던 삶.. 그 삶이 모든 사고를 무기력하게 만들어 버린 것 같다.

그런 나라의 예를 보았음에도 나도 무언가를 위해 움직이는 모습은 만족할줄 몰랐던 나우루 공화국 사람들을 닮았는지도 모르겠으나 그 움직임은 훨씬 더 건전하길 바라는 마음이 가득하다.

 

동화책을 읽는 듯한 느낌이였으나 인정해야 하는 진실이 있는 이야기..

신비로웠다. 나우루 공화국을 가보고 싶다는 충동저인 생각이 들정도였다. 현실을 인정하며 즐겁게 살아가고 있는 모습을 직접보고 싶기도 하고 그 작은 나라를 꼭 둘러보고 싶다는 생각도 강했다. 도보로 그 나라를 다 돌아볼 수 있는 곳... 상상만 해도 꿈을 꾸는 듯 하다.

과거의 풍요와 만행을 통해 작은 나라라고 무시한듯한 나의 생각은 그 풍요와 만행을 비판하는게 아니다.

꿈꾸는 듯한 곳이 존재했다는 사실.. 왠지 나우루 공화국은 모두다 새로운 꿈을 동시에 꿀 수 있다는 환상이 짙어 또다른 만행을 내가 심고 있는 느낌도 들지만 이 넓은 세계에서 보지도 가보지도 못한 나라를 통해 느끼는 이 친밀감은 주체하지 못해 잠시 걸쭉한 꿈을 꾸었다고 생각해 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나또한 넘치는 꿈을 꾸고 있는 듯 하다..

나우루 공화국이 남태평에 떠있듯 내 마음에도 그렇게 둥둥 떠다니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어느새 나의 작은 꿈이 되어버린 나우루 공화국...

제대로 중독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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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역 옥루몽 1 - 대한민국 대표 고전소설
남영로 지음, 김풍기 옮김 / 그린비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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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고전은 '시간과 공간을 넘어 읽는 이의 영혼을 울리는 것' 이라고 한다.

그런 연유에 부쩍 고전이 좋아진 요즘 많은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고 읽게 되었다. 19세기 러시아 문학을 특히 좋아하는 나로써 그런 문학을 즐길 수 있다는 것에 대해 무척 뿌듯해하고 있었다. 처음엔 그렇게 고전을 즐기고만 있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외국의 고전은 이렇게 많고 다양한데 우리가 알고 있는 고전은 무엇이고 즐기는 고전은 무엇이라 말할 수 있단 말인가.. 안타까웠다.

우리의 고전을 나열해 보려해도 선뜻 선뜻 나오지가 않았고 어느시대 무엇을 배경으로 하고 있고 또 제대로 읽은 적이 있는지 어느 것 하나 뚜렷하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우리의 고전은 알지 못한채 외국의 고전을 탐독하고 있는 내가 조금은 씁쓸해져 갔다. 그러던 중 옥루몽이라는 제목만 들어본 적이 있는 고전이 완역이 되어 발행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이런 씁쓸함을 조금은 날려 주는 것 같아 반가웠다. 우리에게도 훌륭한 고전이 있다고 자랑하고 만끽하고 싶은 마음이 그득했다.

 

고전의 첫 어려움이라 하면 아무래도 언어가 아닌가 싶다.

내가 알지 못하는 어휘와 지금과는 확연히 다른 언어에서 그런 말의 어려움은 더 커져가는 것이다. 그러나 저번달에 홍석중의 '황진이'를 읽어서인지 꼼꼼히 정리된 주석과 함께 읽기에는 별 어려움이 없었다. 그 안에는 재미가 가미되었기 때문에 훨씬 수월했던 면도 있었다.

그리고 반가웠던건 현대인이 쓴 고전이 아닌 말 그대로의 고전이기에 생소한 언어속에서 그 시대의 언어가 배어나와 고전을 읽는 즐거움을 더해 주었다는 것이다. 현대의 고전이 아닌 고전속의 고전...

말장난 같지만 그렇게 옥루몽의 매력에 빠져갔다.

 

옥루몽에서 주요 인물은 양창곡이다. 양창곡과 맺어진 인연이든 아니든 많은 인물이 나타나지만 양창곡이 중심이 되어 점점 스케일이 커져간다. 범상치 않은 양창곡의 출생.. 뛰어난 재능.. 그리고 장원급제하여 펼쳐지는 활약상이 그려져 있다. 1권에서는 그의 활약상이 전부 드러나지 않고 시작에 불과해 다음 이야기가 몹시 궁금해졌다.

그러나 1권에서 양창곡이 주요인물이긴 하지만 그에 못지 않은 앞으로 스토리를 이끌어 갈 인물들도 등장한다. 양창곡 같은 인재에게는 많은 인연이 따르는 법...

처음 마음을 열고 사랑을 나눈 강남홍을 두고라도 1권에서 세명의 부인을 맞이하게 된다. 앞으로 한명의 여인을 부인으로 더 맞을테고 강남홍과의 재회를 앞두고 있으니 옛날에는 자연스럽고 당연했던 풍속이였으나 고전에 대한 어쩔 수 없음이 드러나 질투가 나기도 했고 괜히 실망스럽다는 둥 그러면 그렇지 라는 둥 ... 그쪽에 관한 양창곡의 면모에 대해서 투덜대고 있었다. 진한 로멘스라도 바라는 것이였을까? 왜 나는 앞길을 보지 못하고 여기서 머뭇거리는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자기의 의지와는 다르게 부인으로 맞은 황소저를 보며 여러 부인들 사이에서 꼭 이런 사람은 한명쯤 있다는 생각에 양창곡과 다른 부인들과의 어려움이 훤히 그려져 이 문제는 이만 여기서 접기로 했다.

이것 말고도 조금씩 조금씩 고전이라는 매력에 빠져가는 것이 많았으므로..

그 매력중에 단연 돋보였던건 시조가 아닌가 싶다.

강남홍과 벽성선이 기생이라는 신분도 있었지만 양창곡과의 정을 나눔에 있어 시로 마음을 주고 받는 것에 대해 고전의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지식과 배움의 산물이며 가장 보편화된 드러남이 시조이듯 범위가 너무 한정되어 있다는 느낌도 들었지만 그 시대 상의 특징을 따라 즐기다 보니 외국의 명시에도 견줌에 손색이 없을 것 같았다.

다만 주고 받는 시가 대부분이라 배경을 알고 읽으며 마음에 더 와닿듯 따로 떼어 놓으면 다소 동떨어진 느낌이 들더라도 말이다.

 

또한 현명함과 인과 덕을 중시하는 면모에서 편안함을 느꼈다.

책 속의 많은 것들을 알고 있는 것의 대부분이라 고리타분하게 생각되어질지 몰라도 우리는 그런 면에 익숙함으로 시나브로 그 안에서 편안함을 느끼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면을 1권의 끝부분에 나오는 양창곡과 나탁과의 싸움에서 볼 수 있듯이 전쟁에 대해서 아는 것도 없고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지만 역시나 흥미진진했고 순식간에 읽어내려갔다.

그 부분이 아니더라도 그런 면모는 책 전체에서 자주 볼수 있었기에 그 시개속의 빠짐이 짙어져갔다.

 

책을 읽어나가면서 처음 기대 했던 우리의 고전에 대한 기대가 무너지기도 했었다. 다소 익숙한 스토리며 순수한 우리 고전이 아닌 중국이 무대가 되었고 많은 현인들이나 가르침이 다 중국에서 비롯된 것이였다. 그 당시 중국이 우리에게 미친 영향을 보면 당연한 결과였겠으나 왠지 우리나라만의 순수한(?) 고전을 바란터라 터무니없는 기대를 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내가 확실하게 느꼈던건 개인적으로 좋아하던 19세기 러시아문학을 읽으면서 느꼈던 즐거움과 만족감이 옥루몽에서도 드러났다는 것이다. 고전이라는 장르의 틀속에 담으려 했던 나의 편견을 깨어주듯 옥루몽은 그 매력을 안은채 편하게 재미나게 많은 가르침을 담은채 그렇게 다가왔다.

우리의 고전...

옥루몽을 읽는 것 하나만으로 자랑하고 싶고 널리 알리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이제야 우리의 고전이라고 떳떳이 내 놓을 수 있는 또 하나의 작품을 만난 것 같아 문학을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써 한없이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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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처럼 읽는 멋진 인간관계 만들기
최준호 지음 / 대경북스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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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관계라 함은 누구나 돈독히 만들고 싶을 것이다.

문제없이 원만하게 그리고 유쾌하고 정이 담뿍 넘치도록 말이다.

학창시절 성격이 유쾌했던 편이라 인간관계에 대해서는 별로 신경쓰지 않았는데 성인이 되고 사회생활을 하다보니 내가 내키는 대로만 할 수 없는게 인간관계인 것을 알았다. 특히 아부성 발언이 거의 없고 아쉬운 소리 싫어하는 내가(나뿐만이 아니라 누구나가 해당되겠다..)정말 상대하고 싶지 않는 사람을 만났을때 곤역스러웠다.

그리고 요즘은 인터넷으로 뜻이 맞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넓히다 보니 인터넷 안에서와 밖에서의 관계도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인터넷에서는 뜻이 맞는 사람들을 쉽게 찾을 수 있는 터라 온라인에 너무 치우치다 보니 주변의 친구들은 잊은채 너무 고립되는 건 아닌가 하는 자기 진단이 내려졌다. 그래서 나의 문제점을 짚어보고 점검해 보고 싶었다.

 

인런 실용서들의 특성상 조금은 딱딱하고 재미 없게 읽을 수 있고 또한 정말 마음을 연 채 읽기가 힘들다. 남들에겐 철두철미 하면서 자신에게는 한없이 관대한 것이 인간의 본성이라 이런 책들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정은 어찌 하면서도 수용하고 고쳐나가기는 만만치가 않다. 나에게 한없이 관대한 탓에 가장 관심이 가는건 9가지 성향중에서 어느 것에 가장 가까운지 파악에만 몰두했다.

그리고 책을 읽기만 하면 스르륵 바뀌기라도 바랬는지 많은 충고와 조언 속에서 완전한 수용을 하지 않아 책을 다 읽고 난 후의 상태는 잠시 멍했다. 제대로 마음을 열지 않았다는 증거다. 그래서 나의 성향이라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 다시 들춰보는 사태까지 갔는데.. 이 작은 경험을 빌어 보건대 아무리 좋은 조언들이 많이 들어 있더라도 자신이 마음을 움직이지 않고 노력하지 않는다면 책 읽는 시간만 아깝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 책이 좋고 나쁘고를 따지기 전에 우선 마음을 열어야 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부분 마음을 닫고 읽었더라도 마음을 툭 터놓고 생각해 보려 한다.

 

우선 아쉬웠던건 시각적인 효과였다. 실용서의 딱딱한 부분을 날려주기 위해 중간 중간 주위에서 접할 수 있는 예들을 재미나게 그려 보았지만 그런 예들에 센스가 후하지 않았고 책 속의 컬러와 구성 그리고 애니메이션들은 조금은 오래 되었다라는 생각이 들어 시선을 분산시켜 책으로의 흥미를 유발시키는 데는 좀 부족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용이 중요한 것이겠지만 내가 꼭 필요해서 읽는 책이 아닌 한번쯤 보면 좋을책이라는 이미지를 여는데 끌림이 적었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9가지 성향을 끊임없이 들추어 내는데 반해 내가 자각하지 못했던 9가지의 유형을 앞으로 돌아가서 다시 보는데 귀찮음과 약간의 진부함까지 느꼈다.

부록에 있는 에니어그램에 간단하게나마 유형의 설명이 정리 되어 있어 책을 읽으면서 펼쳐볼 수 있었더라면 이해하는데 많은 되움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줄을 읽어나가기도 전에 몇번 성향, 두 성향의 맞부딪힘의 결과를 나열해 놓으니 나의 성향은 파악했으나 그 성향조차 제대로 기억하지 못한 나에겐 힘겨웠다. 이 부분만 보더라도 이 책은 읽기가 아닌 노력과 연구의 산물이란걸 알 수 있었다. 나의 성향 및 그리고 누구에게나 골고루 분포되어 있는 성향들을 읽으려고만 했으니 힘겨웠을 밖에..

또한 두리뭉실하게 광범위한 마음을 움직이려는 시도가 아닌 분석적인 성향이 강해 이런 느낌을 받았는지도 모르겠다.

당장 나만 보더라도 이기적인 성향이 강해 진지한 분석이 부족하여 내 자신에 가까운 성향조차 받아들이지 않는 모습을 보며 묵묵히 연구하며 분석했을 저자의 노고가 느껴져 푸념들을 털어 버리기도 했다.

 

중간 중간의 약간 과장된 예들을 보면서 딱딱함을 없애고 재미나게 꾸미려 한 흔적과 나또한 그런 부분은 재미나게 읽었고 누구에게나 조금씩 들어 있다는 9가지 성향 테스트도 진지하게 나를 파악해 보는 시간이 되었다.

놀라웠던건 5번 유형 관찰자,사색가를 테스트 하면서 20가지의 예시에서 무려 16가지나 해당되는 결과였다.

거의 80센트 이상 나와 맞아 떨어져 뜨끔 하면서도 5번 성향만 보면 눈에 불을 켜고 봤던게 사실이였다.

그러나 80퍼센트 이상 맞아 떨어진 유형속에서 당장 내가 얻어낸건 없다. 우선 나를 진지하게 파악했다는 것.. 그리고 그 파악안에서 좀 더 나에게 솔직해지는건 앞으로의 나의 숙제라 생각된다.

 

이상하게도 유형 테스트는 너무 진지하고 애매모호해서 정말 이 사람과의 충돌을 피하고 싶다라는 생각이 간절해 파악해보려 해도 섬세하게 파악이 안되었다.

내가 자세히 몰라서 그럴 수도 있었겠지만 내 자신을 내가 파악하기도 힘들었다. 내가 다른 사람을 파악하기 보단 다른 사람들에게 에니어그램을 테스트해본 후 대처하는게 낫겠다라는 얄팍한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걸 보면서 나의 소소한 푸념 가운데 오랜 준비 과정을 거쳐 내가 뜨끔할 정도의 분석을 해준 저자의 노고가 깊다는걸 다시 한번 깨달으며 또 다시 우선 나부터 파악해보는 들춰짐이 반복되고 있는 모습을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이 들춰짐이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가 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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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지배자
크리스토프 바타이유 지음, 김정란 옮김 / 문학동네 / 199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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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프 바타이유의 처녀작 '다다를 수 없는 나라'가 너무 강렬해 이 작가의 책을 검색해 보았지만 '시간의 지배자'와 '지옥만세'밖에 없었다. 지옥만세를 읽고 또 다른 변신에 감탄사를 던졌는데 우리 나라에 번역된 마지막 책 '시간의 지배자'를 마주하고는 아쉬움이 앞섰다.

한 작가의 여러 작품을 읽는다는건 흔한 것 같으면서도 흔치 않은데 번역된 책이 없어 읽지 못한다는 건 흔치 않음을 떠나 안타까움이 앞선다.

그래서 진즉 사놓고도 읽기가 아쉬워 오랫동안 읽지 않았는데 단 하루만에 다 읽어 버렸다.

 

밤마다 218개의 시계를 찾아 다니면서 시계를 고치는 시계공.. 그 환상의 공간속에서의 시계공과 그 주변의 이야기는 저자의 독특한 상상력을 이번에도 여실히 보여 주었다.

전작에서 보여 주었던 언어의 마술, 절제, 그리고 글쓰기가 철저히 계산적이라다라는 옮긴이의 말을 굳이 빌지 않더라고 이 모든 것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시계공이라는 의미보다 제목처럼 시간의 지배자, 시간의 달인이라는 의미가 더 가까운 이들은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단순히 시간을 맞춘다라는 의미만으로 결정 지을 수 없을 것이다.

직업의 특성상 밤에 일하는 이들은(제르당->주제페->아르투로 옮겨간다) 밤의 지배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왕궁을 누비며 시계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지 찾아가고 하루에 한번 꼬박 꼬박 해야 하는 일은 지치고 의미없어 보이면서도 왕궁에 작은 생기를 불어 넣어 주는 것이다. 특히 아르투로와 공작의 이런 밤의 나들이는 그들이 정말 시간을 찾으려고 하는 진지한 행위로 보였다. 아르투로는 자기의 일을 성실하게 했고 공작과의 밤 나들이에서 충분히 많은 교감을 나누었음에도 후일 태어난 아루투로의 딸 로도이프스까를 범하고 삶의 종지부를 찍어준 일은 공작 다우면서도 끔찍했다.

아르투로의 결혼이 그에게 밤 나들이의 흥분과 묘한 감정을 뺏앗아 갔지만 진정 그렇게 쉽게 공작과 우리들은 로도이프스까를 잊어 버릴 수 있단 말인가..

아르투로는 그렇게 고치던 시간과 삶을 잃어버렸다.

공작에게는 원래 시간과 삶이라는 것이 무의미하고 진부할 뿐이였지만 아르투로는 소중했다. 공작이 쉽게 놓아버리는 것들이...

딸의 죽음 이후 성으로 돌아오지 않았던 아르투로를 두고 부인 헬렌은 몇년 후 사내아이를 낳는다. 헬렌은 성에 잘 적응했고 어울리는 인물이였다. 세탁을 하는 그녀의 직업에서 아르투로를 만나 묘한 신분상승을 통해그녀는 그렇게 성에 흡수되어 버린다. 마치 고쳐지지 않는 시계처럼 당연한 듯이...

 

저자는 이 모든 이야기에 분명 철저한 냉정과 여백을 두고 있음에도 그 여백은 전작처럼 그렇게 백지가 아니다. 끊임없이 머릿속에 그려지는 상상과 감정들의 멈춤을 형식을 빌어 마치 없는 것처럼 보일뿐 그의 여백 가운데는 끊임없이 생각과 느낌들이 솟아난다.

환상의 세계를 말하고는 있지마 상처는 생생이 느껴지는 일관성이, 더 깊은 블랙홀 속으로 빠져들게 하는지도 모르겠다.

21살엔 '이방인'이후의 최대의 처녀작으라 불리우던 '다다를 수 없는 나라'를 쓰고 25살엔 이 작품을 썼다. 그러나 이런 결과가 결코 쉽게 이루어진 것은 아닐 것이다. 천재는 만들어 진다라는 말처럼.. 저자도 자신을 하루 하루 만들어가 이런 작품을 쓰지 않았나 싶다.

그렇기에 더더욱 다른 작품을 읽어보고 싶은 욕구가 강하다.

다음 작품을 기대할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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