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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적 책읽기 - 지식을 경영하는
스티브 레빈 지음, 송승하 옮김 / 밀리언하우스 / 2007년 3월
평점 :
절판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효율적인 책 읽기를 갈망하는 것보다 책 읽을 시간의 부족함을 아쉬워 하는 것 같다. 시간이 한정 되어 있으니 효율적인 독서가 필요한 법이겠지만 직접 독서의 현장(?)에서 지내다 보니 그러한 효율성을 별로 믿지 않게 된 것 같다.
분명 전략적인 독서를 원하면서도 반신반의 하는 태도.
모순적이긴 하지만 이 책을 손에 쥐고서도 저자가 말하는 독서법은 무엇인지 마음을 쉽게 열지 못했다. 무언가 잔뜩 요구하거나 고리타분 했다면 전략을 알기도 전에 책을 덮어버렸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선은 부담이 없었다. 적당히 그런 느긋함을 즐기려는 찰나 현재 내가 고민하고 있는 것을 한방에 날려주는 문구를 발견하고 말았다.
'서재의 절반은 앞으로 읽을 책으로 채우라.'
오... 나의 구세주 이탈로 칼비노.
내 방에는 책이 550여권 정도 되는데 읽어야 할 책이 200권이 넘는다. 읽을 책과 따로 구분해 뒀으며 나름대로 장르별로 나누어 놓아 기분대로 취향대로 골라 읽는다는 장점을 내세웠지만 저 책을 읽어야 한다는 압박감에 헤어 나오지 못했고, 별로 유익하지 않는 책들로 시간을 낭비하며, 그러면서도 책을 계속 쌓아놓는 현상을 나 자신도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저자는 칼비노의 말을 빌어 나의 고민을 간단히 해결해 버린다.
바로 희망 도서 목록을 만들라는 것이다. 그 희망도서 목록은 현재 내가 읽지 않은 책들이며 그 공간이 나의 삶을 지탱해주기까지 한다니 한순간에 나의 압박감은 희망으로 바뀐 것이다.
여전히 나의 손길을 기다리는 책들의 마음이 느껴지긴 하지만 희망 도서 책꽂이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진다.
이처럼 저자는 우리의 독서에서 크게 무엇을 바꾸는 것이 아닌 또한 우리가 안고 있는 독서 방식을 비판하는 것이 아닌 책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우러 나오는 애정으로 그득 차 있다.
또한 그러한 얘기들이 지루하거나 딱딱하게 만들어 가는 것이 아니라 가독성 높게 그러면서도 요즘은 확실히 던져 주며 독서에 대한 틀을 넓혀 주고 있었다.
어쩌면 책을 읽는 동안 깊은 수긍은 하면서도 나의 독서 습관에서 커다란 변화를 시도하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 깊은 수긍속에는 특별함을 기대했던 아쉬움이 있더라도 내가 알고 있는 독서법에서 크게 다를바가 없다는 것 또한 인정하는 마음이리라.
그랬기에 편안했고 메모할 것도 많았지만 그것들을 다 받아들이고 변화시킬 수가 없기에 정말 자신에게 와 닿는 몇가지만 실행해 본다면 좋은 계기가 될 것 같다.
나의 첫 번째 실행은 쌓아 있는 책을 희망도서로 만드는 심적인 변화였고 두 번째 것은 내게 무척이나 민감하고 고민되는 부분이라서 아직 실행을 할지 안할지 끊임없는 생각이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바로 가장 큰 혼란을 주는 책에 메모를 남기느냐 원본을 훼손하지 않느냐이다.
나는 조금은 민감한 원본주이자이다. 그나마 요즘에 생각이 조금 틔여서 메모지를 붙이는데 메모지를 붙이더라도 메모를 쓰거나 대충 붙이는 것이 아니라 여전히 조심스럽다.
저자는 메모를 해야 한다는 의견을 인터넷에 올리자 수 천개의 댓글이 올라온 사례를 말해 주었는데 양쪽 다 수긍이 갔다. 그래서 나의 혼란은 더 짙어지고 있다.
더 고민을 해봐야 할 것 같지만 아직은 원본주의자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어찌되었 건 책에서 나는 커다란 두가지를 끌어 내었다. 아직 나의 것으로 만들지 못한 것도 있지만 분명 저자가 제시한 수 많은 방법들을 다 실행할 순 없다.
그것은 나만의 독서법을 잃어 버리는 정체성 상실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분명 자신에게 필요한 독서법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그 독서법을 발견하고 실행할 때 진정한 전략 독서가 될 것이다.
무조건 남들이 좋다는 방법을 좇다가는 뒤죽박죽이 되고 말 것이다.
저자는 수 많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여러 독서법을 제시하고 있으니 이제 그 독서법을 음미해 볼 차례다. 자신에게 꼭 맞는 독서법을 찾길 바라는 마음을 담으며 늘 책과 함께 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