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버거의 글로 쓴 사진
존 버거 지음, 김우룡 옮김 / 열화당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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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기치 못한 이별이 닥친 후, 그 사람과 찍은 한장의 사진이 남아 있다는 사실이 감격으로 다가 오던 날. 읽다 만 존 버거의 책을 꺼냈다. 처음 이 책을 마주 했을 때, 사진이 없는 것에 당황했었다. 당연히 사진이 실려 있고 그 사진을 바탕으로 존 버거의 글이 있을 거라 생각했던 나는 물끄러미 책만 바라 볼 수 밖에 없었다. 그제서야 사진을 글로 쓴 것이 아니라 글로 사진을 썼다는 책 제목이 보였다. 제목이 주는 미로에 잠시 주춤거리며 책을 읽어서인지 존 버거의 글이 머릿속에 잘 그려지지 않았다. 그러다 예기치 못한 이별을 마주한 사람과 찍은 한 장의 사진을 보며 울기도 하고 대화도 많이 하고 이 책을 보니 새롭게 다가왔다.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감정과 낯섬에서 마주하는 감정은 첫 출발부터 다를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게 된 것이다.
 

  존 버거의 글이 나오기 전에 한 장의 사진이 실려 있다. 이 책에서 유일한 사진이며, 이 사진을 바탕으로 써내려간 글을 읽고 다음 글에서 나타나지 않는 사진들에 익숙해 지라는 염려일지도 모른다. 사람의 형체만 있을 뿐 흐릿한 사진 한 장으로 존 버거는 많은 이야기를 풀어 놓는다. 첫 장에 한 장의 사진이 실려 있긴 하지만, 그 사진을 참고만 할 뿐 저자는 사진 속에 글을 가두지 않는다. 오히려 글을 읽어 나가면서 한 장의 사진을 만들어 내려는 내 자신을 발견 하게 된다. 책 제목에 충실하려는 듯 사각틀 안에서만 새로운 세상을 만나려고 아등바등 애를 썼던 것이다.

 

  저자는 글을 통해서 자신의 경험을 묘사하고 있지만 굳이 얽메일 필요는 없다. 자신의 머릿속에 그의 묘사가 자연스레 그려진다면 글을 읽는데 도움이 되겠지만, 머릿속에 한 장의 사진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영상을 만들어 보라고 말하고 싶다. 글을 읽다 보면 저자가 마주한 일상에 폭 빠지게 되지만 좀 더 상상력을 더해 관찰자의 입장에서 벗어나면 사진 밖의 세상도 볼 수 있다. 또한 내가 지금껏 만나지 못했던, 어쩌면 앞으로 만날 기회조차 없을 것 같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며 그들과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된다. 저자가 알고 있는 사람들, 혹은 스쳐지나가면서 바라보게 된 사람들, 몇 마디의 대화로 알게 된 사람들을 우리가 만날 기회가 있을까. 우리가 만났다 하더라도 그들의 외적인 면만 보았을 뿐, 저자처럼 그들의 내면까지 파고들 수 있을까. 한 장의 사진 같은 일상을 통해 타인에 대한 동경을 품어볼 수 있는 것. 그것이 어쩜 저자가 전해주고자 하는 의의인지도 모를 일이다.

 

  존 버거를 따라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삶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된다. 세상을 넓고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하고 그 가운데 얽혀 있어야 할 우리인데 내 안에만 갇혀 너무 팍팍하게 살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스스럼없이 타인에게 다가가고 그들과 대화하며 내면을 파고들 수 있는 저자가 부러운 이유였다. 어느 누구도 관심을 둘 것 같지 않은 사람들을 통해 성찰적 시각을 키울수 있던 던 시간이 소중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보여지는 책이라 말하고 싶다. 어떤 사물을 시각을 통해 인지하는 것이 아닌 저자의 글과 독자의 상상력을 보태서 만들어 지는 새로운 시각이라고 말이다. 그게 어떠한 것(사진이든,영상이든)이든 저자와 독자 개개인이 만들어낸 하나의 독창적인 모습이다. 사진이 없다고 당황했던 내 모습이 얼마나 우스운지. 저자는 자신의 경험이 깃든 사진을 독자의 상상력과 맞물리도록 유도해 새로운 포토카피(사진복사)를 선물한 것이다.

 

  이제는 예기치 못한 이별을 마주한 사람과의 사진을 보며 슬퍼하지 않는다. 사진 속에 있는 그 사람과 나의 모습만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사진 밖의 상황을 추억하며 살아갈 용기를 얻었기 때문이다. 사진 틀 속에 헤어짐을 가두는 것보다 하나의 영상으로 기억할 수 있는 가능성을 만난 것이다. 함께할 수 있는 미래가 없다고 해도 내 머릿속에 간직하고 있는 수 많은 사진들이 존재하기에 두렵지 않다. 이 책을 통해 받은 가장 큰 선물이 바로 이것이다. 추억을 읽을 수 있는 힘. 사진 밖의 흐름을 기억할 수 있는 시각. 더불어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힘까지 앞으로 우리가 만들어 낼 수 있는 사진은 많기에 현재를 소중히 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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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방법 - 히라노 게이치로의 슬로 리딩
히라노 게이치로 지음, 김효순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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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자신의 독서에 관해 한 번쯤은 생각해 봤을 것이다. 과연 제대로 책을 읽고 있는 것일까, 더 빨리 읽는 방법은 없은 것일까 라는 고민을 말이다. 그러면서도 누군가 내게 책을 읽는 방법을 가르쳐 주려 하면 내 나름대로 터득한 독서법을 고집하며 타인의 독서법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저자도 나의 독서를 완전히 바꾸라고 했다면 거들떠도 안 봤을 것이다. 독서에 도움을 주는 책이 아니라 강요를 하는 책이라면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자는 책을 천천히 읽으라고 했다. 단 한 권을 읽더라도 완벽하게 읽으라고 한다. 그의 말에 수긍이 가지만 과연 책을 그런 식으로 읽는다면 세상에 존재하는 수 많은 책들은 어째야 하는지 깊은 고민에 빠지기 시작했다.

 

  하루에 출간되는 책의 양은 약 400권 정도라고 한다. 내가 한달에 읽는 책의 양을 생각 해 볼때 실로 놀라운 숫자가 아닐 수 없다. 세상에 존재하는 수 많은 책들을 다 읽지 못해 안달복달 하는 내 마음이 얼마나 어리석은지 깨닫게 해주는 숫자다. 그 책들을 내가 다 읽어야 할 필요가 없음을 앎에도 더 많은 책들을 읽고 싶어 권수를 위한 독서를 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그런 고민들이 쌓여갈 즈음 만나게 된 <책을 읽는 방법>은 내게 오아시스 같은 책이었다. 많은 책을 읽지 않아도 되니 천천히 읽어라는 충고는 쌓여가는 책들을 보며 한숨을 쉬던 내게 큰 위로가 되고 있었다.

 

  과거에 나의 독서를 떠올려보면 저자가 굳이 슬로리딩을 하지 말해도 되지 않을 정도로 느린 독서였다. 슬로리딩의 패턴을 잃어 버린 것은 책에 대한 관심이 남달라 지면서 였다. 책이 좋다 보니 책을 많이 소장하게 되고 그렇다 보니 읽어가는 양보다 쌓여가는 양이 앞지르기 시작했다. 그런 책들을 보고 있자면 언제 저 책들을 다 읽을까 하는 조바심에 몸부림이 쳐졌고, 권수를 줄이기 위해 얇팍한 책들을 찾게 되었다. 그 과정 속에서 회의감이 느껴지지 않았던 것은 아니였으나 이미 익숙해져 있는 나의 독서 패턴을 바꾼다는 게 쉽지 않았다. 남들 보다 많이 읽고 싶었고, 리뷰도 빨리 쓰고 싶었고, 무엇보다 쌓여가는 나의 책을 줄여 가고 싶었다. 그 맘이 어리석다는 것을 알면서도 쉽게 미련을 떨쳐버리지 못했다. 

 

  저자는 독서를 즐기는 비결로 '속독 컴플렉스'에서 벗어나라고 말하고 있다. 책을 빨리, 그리고 많이 읽고 싶은 마음에 속독에 관해 생각해 보지 않은 터라 저자가 말한 방법을 받아 들이기가 쉽지 않았다. 책에 따라서 읽는 속도가 달라 진다고 자부하고 있었지만, 읽는 속도보다 오로지 글자를 읽기 위한 독서였다는 것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천천히 독서를 즐길 때에야 즐거운 독서를 할 수 있고, 활자를 좇는 빈약한 독서에서 벗어날 때 맛을 음미하고 생각하며 깊이 느끼는 풍요로운 독서로 나아가는 법. 이 책이 그런 독서에 일조할 수 있다면 저자는 더없이 행복할 거라고 했다.

 

  이 책은 크게 3부로 나뉘어져 있다. 슬로 리딩 기초편, 테크닉편, 실천편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양에서 질로의 전환','매력적인 오독의 권장'.'동서고금의 텍스트를 읽다' 라는 소제목을 달고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저자가 주장하는 것은 천천히 독서하는 법이다. 슬로 리딩을 했을 때 만나게 되는 책 속의 매력, 독자가 얻을 수 있는 새로운 것들을 넘치게 부어준다. 저자의 충고를 따르려면 우선은 양의 독서에 관해 미련을 버려야 한다. 슬로 리딩을 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할 때 수긍만 하지 말고 과감히 저자의 생각에 따라가야 한다. 그런 미련만 버려도 앞으로의 독서에 관해 틀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무조건 슬로 리딩을 한다고 해서 장점들이 우수수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우선은 자신이 느꼈던 오독을 생각해 보며 가장 먼저 개선해야 할 부분이 무엇인가 생각해 보는 것이 좋다. 독서의 원래 목적은 '주체적으로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것'이라고 했으니 생각없이 읽었다면 이런 훈련을 하는 것이 좋고, 이해를 못하고 책장을 넘기는 독서를 했다면 일단은 멈춰서 앞장으로 돌아가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저자가 말하는 슬로 리딩의 중요성을 따라가면서 자신의 독서를 한번 쯤 점검해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바르지 못한 독서를 하고 있었다면 작은 부분부터 조금씩 고쳐 나가는 것. 자신의 독서법에 관한 오류를 발견하면서도 바꿀 수 없었다면 이 책을 통해 변화를 시도해 보는 것도 실천의 시작이다. 이 책을 평상시의 속도에 비해 무척 천천히 읽었는데 앞으로 만나게 될 책들도 속독 컴플렉스에서 벗어나 천천히 읽을 수 있을 것 같은 기분 좋은 예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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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 있는 나의 집 - 내 마음이 쉬는 곳,아버지의 집
맥스 루케이도 지음, 정성묵 옮김 / 가치창조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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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악몽을 꾸고 눈을 뜨니 새벽 3시. 생생히 기억나는 꿈 때문에 등 뒤로 한기가 느껴졌다. 눈을 뜨고 나니 나의 힘으로는 두려움을 떨쳐낼 수 없었다. 그래서 눈을 감고 주기도문을 외웠다. 꿈을 잊기 위해, 지금 느껴지는 무서움을 잊기 위해 반복해서 주기도문을 외웠다. 예배 때는 길게만 느껴지던 주기도문이 순식간에 지나갔고, 반복해서 몇 번을 외우고서야 안정을 되찾아 그제서야 잠을 이룰 수 있었다. 악몽을 꾸고서 주기도문을 외웠던 것은 과거의 기억 때문이었다. 그때는 교회를 다니기 전이였는데, 최근에 꾸었던 꿈보다 더 심한 악몽을 꾸고 너무 무서워서 거실에 있는 성경책을 가져다가 주기도문을 읽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단순하게 ' 주기도문을 외우니 악몽을 꾸지 않네' 라고만 생각 했었다. 그러나 이 책을 통해 주기도문이 단순한 기도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주기도문이야 말로 하나님께 모든 것을 고백하는 깊은 기도 라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내가 두려웠을 때 주기도문을 외운 것은 문득 생각 나는 기도가 없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사도신경은 왠지 어울릴 것 같지 않아 주기도문을 외웠던 것인데, 주기도문에 이렇게 깊은 뜻이 내포되어 있을 거라 생각하지 못했다. 주기도문은 예배의 순서에 항상 포함되어 있었기에 형식적으로 밖에 보지 못했다. 그런 주기도문이 아버지 집에 거한다는 고백이자 소망이라는 사실을 이제서야 알게 된 것이다. 나는 원래 아버지 집에 살아야 할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항상 육신의 집을 찾아 헤멨고, 영의 집을 간구하면서도 어떻게 들어가는지를 몰라 헤메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이렇게 헤메면서 하나님이 주신 집을 떠나 있었지만 하나님은 나를 떠날 수가 없었다. 나를 사랑하시기 때문이다. 나를 만드시고 나를 존재케 하시는 전능하신 분이셨기 때문이다.

 

  하나님은 나의 아버지이길 포기하지 않으신다. 그러나 나는 하나님 자녀이기를 포기해 버린 적이 얼마나 많았던가. 하나님을 아버지라 부를 수 있는 영광을 주었음에도 나는 그 영광을 무시한 채 얼마나 많은 죄를 저지르며 살았던가. 저자는 더이상 방황하지 말고 하나님의 집에 거하라고 충고한다. 그리고 주기도문을 아버지의 집에 비유해서 우리가 쉽게 외우며 지나쳐 버리는 기도를 통해 하나님의 집을 속속들이 들여다 볼 수 있게 해준다. 주기도문의 시작을 보라.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여". 여기서 부터 하나님은 이미 우리의 집을 만들어 주셨다. 바로 "계신"이라는 단어 때문이다. 하나님이 하늘에 계시지 않다면 하나님의 위대한 집은 있을 수 없다고 저자는 말한다. 하나님이 이렇게 견고하게 계시기 때문에 우리는 한 단어씩 짚어 가며 하나님이 거하시는 우리의 집, 나의 아버지의 집으로 들어 갈 수 있었다.

 

  이렇게 나아가다 보면 주기도문은 하나님이 우리를 들이기시 위해 만든 집, 단지 거주하기 위한 집이라고 착각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집을 만드신 분이 누구신지 또한 이 집을 누구를 위해 만들었는지에 대한 확신을 갖고 주기도문에 내포된 뜻을 알아 간다면, 내가 어느 위치에 있어야 하는지 확신을 갖게 된다. 하나님의 집을 구석구석 살피고 궁금증을 풀어나가도 보면 그 집에 내가 살기에 충분한 자격이 있다는 것 또한  알게 된다. 하나님께서 오로지 나를 위하여 모든 것을 창조하셨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우리는 이미 아버지의 집에 거하며 살아 가고 있다는 것도 사실도 말이다.

 

  여기까지는 모든 것이 순탄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저자의 글 속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우리를 시험에 들게 하지 마옵시고 다만 악에서 구하옵소서" 라는 곳이었다. 저자는 이 부분에서 사탄에 대한 명쾌한 해설을 해주었는데 정말 인상 깊었다. 사탄은 항상 나약한 인간의 곁에 붙어서 시험에 빠뜨리게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우리는 하나님께서 나를 시험하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하나님은 절대 우리를 시험에 빠뜨리지 않는다는 것과 사탄이 우리를 넘어 뜨리려고 해도 사탄은 하나님이 주신 힘 밖에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사탄은 '하나님의 사탄'이다. 하나님은 사탄을 사용하여 천국일을 하실 뿐이다. 사탄과 그의 세력은 종을 단련시키기 위한 하나님의 도구일 뿐이다 라고 저자는 말한다. 믿는 자를 단련시키기 위한 도구, 잠자는 자를 깨우기 위한 도구, 교회를 가르치기 위한 도구. 그 동안 우리는 사탄을 얼마나 오해하며 두려워 했던가. 진정 경외해야 할 대상은 하나님임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저자와 주기도문의 여행을 마쳤다. 아버지의 집을 구석구석 구경하고 나의 집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새롭게 태어난 기분이다. 평안하고 안락한 나의 집에 가까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늘 집을 찾아 헤멨었다. 육신을 뉘일 집, 영혼을 쉬게 할 집, 먼 훗날 삶을 돌아볼 집. 그러나 내가 진정으로 머물러야 할 집은 아버지가 나를 위해 만들어 주신 하늘에 있는 집이라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주기도문에 대해 새로운 것을 많이 알게 되었고, 하늘 아버지의 집도 구경하고 거하게 되었으니 이 얼마나 기쁜 일인가. 내가 악몽을 꾸고 주기도문을 외운 것은 우연의 일치가 아니라 하나님이 항상 나의 집에 거하고 계시다는 두려워 말라는 말씀임을 깨닫는 시간이었다. 이제는 아버지의 집에 머물며 어떻게 해야 하나님을 닮아가는 삶을 살 수 있을지 고민해 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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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킬 박사와 하이드 (반양장) 펭귄클래식 31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지음, 박찬원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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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태지와 아이들 3집에 수록된 <지킬 박사와 하이드>가 생각이 난다. 서태지와 아이들을 좋아했을 때 내용이 무척 궁금하면서도 선뜻 책을 읽어볼 생각을 하지 못했던 책이었다. 서태지가 부른 노래로 유추할 뿐, 그러부터 14년이 지난 현재 이제서야 나는 서태지가 불렀던 <지킬 박사와 하이드>의 궁금증을 풀 수 있었다. 서태지가 부른 노래와 여기 저기서 주워 들은 <지킬 박사와 하이드>에 관한 정보로는 성이 차지 않았었는데, 이제서야 궁금증을 해소하게 되었다.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나 버렸지만 나만의 <지킬박 사와 하이드>를 만날 수 있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감회가 새록새록 솟아나고 있다.
 

   이 책의 소제목이 '지킬 박사와 하이드의 기이한 사례' 라고 나와 있듯이 지킬 박사 중심으로 사건을 풀어내는 것이 아니라 지킬 박사의 주변인들에 의해서 마치 보고서를 발표하듯 복잡한 형식으로 흘러간다. 책을 읽는 내내 가장 궁금했던 것은 지킬 박사와 하이드가 동일 인물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어떻게 신체와 외모가 변했을까 하는 점이었다. 하이드의 잔인한 범죄를 통해 동일 인물의 소행이라 인정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껏 지킬 박사가 가면을 쓰고 하이드로 변신 한다고 알고 있었기에 저자가 어떻게 동일인물로 묘사해 갈지 궁금했다. 아무리 변신을 한다고 해도 지킬 박사와 하이드의 외적인 면이든, 내적인 면이든 완전히 달랐기에 과연 같은 인물인가에 대한 의문은 끊이질 않았다. 그 가운데 지킬 박사의 절친한 친구인 래니언 박사가 지킬박사에 관해 의문을 풀어주지 않은 채 사망하고 만다. 래니언박사, 지킬 박사와 절친한 사이였던 어터슨 변호사는 그 모든 의문의 중심에 서서 사건을 풀어가고 있다. 하이드의 범죄, 래니언 박사의 죽음, 지킬박사의 두문불출. 더 이상 지켜볼수만 없었던 어터슨은 지킬 박사가 틀어박혀 있던 서재의 문을 부수고 들어가지만 그곳에는 하이드의 시신만이 있을 뿐이었다.

 

  그사건에 이어 래니언 박사의 편지와 헨리 지킬의 고백을 통해 우리는 모든 사건의 정황을 알게 된다. 외부로 드러나는 지킬 박사와 하이드의 행위들, 지킬 박사의 내면을 차지하고 있던 이중성이 모두 드러난다. 지킬 박사는 화학 실험을 통해 하이드로 변할 수 있는 약을 만들고 범죄를 저질렀다. 인간관계, 명예, 부 등 아쉬울 것이 하나도 없었던 그는 내면에 존재하는 악을 유혹을 뿌리칠 수 없어 하이드라는 인물로 드러낸 것이다. 하드에서 다시 지킬 박사로 돌아온 그는 하이드가 저질러 놓은 악행을 고쳐 놓으려고도 했다. 그러면 그의 양심이 편해 질 수 있다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이드의 악행을 고친다고 하더라도 지킬 박사가 양심이 있다라고 말할 수 있을까? 독자는 책을 읽는 내내 지킬 박사와 하이드를 동일인물로 봐야 하는지, 하이드를 지킬 박사에서 떨어져 나온 또 다른 개체로 봐야 하는지 헷갈릴 수 밖에 없다. 스스로 범죄를 행하며 쾌락을 느낀 최초의 사람이라고 고백했듯이 하이드를 완전히 부인할 수 없다. 내면에 존재하는 훌륭한 모습과 사악한 모습 중에서 사악한 자신과 결합해 가는 과정이 하이드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킬 박사와 하이드를 온전히 다른 인물로도, 같은 인물로도 인정할 수 없는 애매모호함이 존재하는 가운데 어지러운 내면을 여행할 수 밖에 없다.

 

  내 스스로도 내면에 존재하는 이중적인 자아를 부정할 수 없기에 지킬 박사와 하이드를 온전히 비판할 수가 없었다. 지킬 박사와 다른 점이 있다면 사악한 모습을 애써 누르며 사는 것이 우리의 삶이고 그것을 과감히 꺼낸 것이 지킬 박사가 아니였을까. 그렇더라도 우리가 잃어버리지 말아야 할 것은 기본적으로 갖추어진 자아와 살아가면서 만들어가는 자아이다. 그 자아를 잘 조화 시켜 사악함이 나를 뚫고 나오려 해도 인간의 면모를 잃지 않으려는 노력. 그런 노력이 있을 때 제 2의 하이드를 만드는 것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외에도 이 책에는 <시체도둑>과 <오랄라>라는 작품이 실려 있었다. <시체도둑>은 해부학 강사와 시체도둑의 사이에서 거래를 도와야 했던 젊은 의대생을 실재 사건과 연관해서 쓴 소설이다. 공포소설의 계절인 여름에 으스스하게 읽을 수 있었던 반면에 <오랄라>는 해설이 없이 읽기에는 지루한 감이 없지 않았다. 모호함 속에 펼쳐지는 부상당한 군인의 고백은 정신적인 면과 흡혈귀로 몰락한 가문의 이야기라는 것을 전혀 감지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섬세하게 펼쳐지는 묘사가 어우러지는 <오랄라>는 전형적인 고딕소설 분위기였다. 요즘같은 장마로 인해 우중충한 날씨가 연일 계속 될 때 안개 자욱한 런던을 떠올리며 스티븐슨의 소설로 빠져보는 것도 여름을 이기는 좋은 방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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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장외인간 - 이외수

3. 최초의 인간 - 알베르 카퀴

4. 삿뽀로 여인숙 - 하성란

5. 종소리 - 신경숙

6. 중국 견문록 - 한비야

 

 

며칠 전 출근하는 길에 보니 집 앞의 책방이 폐업처리를 한다는 광고가 보였습니다. 책과 비디오 dvd를 싸게 판다구요.

오오... 그런데 출근하고 보니 어여 책방에 가보고 싶어서 안달이 나더라구요.

그래서 점심먹고 살짝 빠져 나와서 책방엘 갔습니다. 제가 간 날이 첫날이라 다행히 모든게 그대로 있더라구요.

제일 먼저 책을 봤는데, 생각보다 괜찮은 책이 없더라구요.

그래도 꾸역 꾸역 뒤져서 이 책들을 찾아 냈습니다.^^ 알베르 카뮈의 책이 있어서 놀랐어요..^^

책은 권당 2000원에 구입했답니다.

 



7. 하늘에 있는 나의 집 - 맥스 루케이도

8. 지킬 박사와 하이드 -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 이벤트 책 두권이 도착했습니다.

종교서적과 정말 읽어 보고 싶었던 지킬 박사와 하이드를 받았어요.

오오.. 너무 좋아요..^^



9. 우울한 얼굴의 아이 - 오에 겐자부로

10. 책이여, 안녕 - 오에 겐자부로

 

- 오에 겐자부로 책 신간이 나왔길래 사고 싶어했는데....

지인이 책을 사준다고 해서 이 책을 사달라고 했죠. <책이여, 안녕>을.

그런데 한 권 더 사주겠다고 더 고르라고 해서 검색을 하다 보니깐 <우울한 얼굴의 아이>의 연작이더라구요.

<체인지 링>까지 3부작이라고...

<체인지 링>은 읽었기에 3부작을 섭렵하고 싶은 마음에 오에 겐자부로 책으로 다 골랐습니다.

좀 난해하긴 하지만 오에 겐자부로의 책들도 괜찮은 것 같습니다. 3부작을 손에 쥐게 되어서 너무 좋아요.^^

책이 좀 두툼하긴 하지만요..^^


그러나 이 책들보다 더 놀라운 사실은.....

책방에서 쓰던 책장을 무료로 그냥 준다는 것이였어요. 오오.

제 방에 딱 책장 한군데 들어올 공간이 있었는데....

그래서 그 책장도 얻어 왔답니다. 혼자서는 못 들고 오겠길래 퇴근 하는 형부한테 부탁해서 들고 왔지요.

근데 책장이 너무 커서 엘리베이터에 안 들어가서 계단으로 6층까지 가져왔습니다.

깨끗이 닦고 정리했더니 나름 좋아요.^^ 책장은 통일성이 없지만...

이젠 한쪽 벽이 다 책입니다.^^ 그리고 책을 넣을 수 있는 공간이 넉넉해서 그게 제일 좋아요.

이젠 책만 부지런히 읽으면 될 것 같다는..^^



책방에서 쓰던 책장중에서 cctv 작동중이라는 스티커가 붙은 책장이 제게 오게 됐습니다.ㅋㅋ

떼려고 했는데



이젠 디카에 다 잡히지도 않네요..^^

완전 자투리로 된 책장들이지만 한쪽 벽이 책으로 꽉 차서 좋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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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8-06-21 1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저희집책들은 저렇게 한줄로 조로록 꼽히는 호강을 못누리죠. 두줄 세줄에 위에 남는공간도 빽빽히 낑겨져 있어요 -_-;; 저는 언제나 저러 깔끔한 책장을 가져볼까요..

순오기 2008-06-22 2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아~~ 횡재하셨네요.^^
님의 서재에서 책장 위에 또 올려 놓은 것을 보고, 저도 칼라박스를 옆으로 눕혀 올렸어요.^^ 책을 저렇게 놓고 보면 세상에 부러울 것이 없지요~~ㅎㅎ 멋져요, 책장도 님도...
거실을 기역자로 꽉 채우고 화장실 앞쪽 벽에도 책장을 하나 세웠어요.

안녕반짝 2008-06-23 1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책들을 일자로 세우니 어찌나 좋던지.. 책들도 숨을 쉬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