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할 권리
김연수 지음 / 창비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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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름이면 으레 출판되는 책 가운데 하나는 여행에 관한 책이다. 휴가와 방학을 이용해서 좀 더 알차게 보내 싶은 사람들의 마음에 자극을 주는 셈이다. 타인의 여행을 통해 한번쯤 그런 여행을 꿈 꿔보는 것. 책이기에 가능하고, 여름이기에 가능한 상상이다. 그래서 책 제목에 '여행'이라는 글자만 들어가도 한번 더 떠들러 보고 관심을 기울이게 마련인가 보다. 나 또한 생소한 작가를 마주하면서도 그와의 만남이 부담스럽지 않았던 것은 '여행'이라는 동경이 존재했기 때문인지도 몰랐다. 마땅히 여행을 해야 한다고 스스로를 다독이며 그렇게 김연수라는 작가와의 첫 대면을 시작했다.
 

  김연수라는 작가에 대해 소문만 들어 왔기에 이 책을 마주하고 있는 내게 만감이 교차할 수 밖에 없었다. 그의 첫 작품으로 고른 것이 산문집이고, 어쩌면 김연수라는 작가에 대해 알아 간다는 느낌보다 여행 이야기를 괜찮은 소문이 퍼지고 있는 작가가 썼다는데에 의의를 두고 마주했는지도 모른다. 

 

  처음엔 저자가 여행한 곳에 온 신경이 맞춰졌다. 내가 한번도 가보지 못한 곳이라는 것을 알기에 어떠한 배경으로 여행을 하게 되었는지, 그곳의 풍경은 어떤지 보다는, 저자가 머문곳이 어디인지 밖에 관심을 갖지 않았다. 여행이라고 하면 누구나 가보고 싶은 으리으리한 곳(그곳이 어디일까.)을 꿈꾸기 마련이기에 첫 여행지로 러시아가 소개되었기에 갸우뚱 했던 것이 사실이다. 거기다 여행을 목적으로 뒀다기 보다는 이런이런 연유로 머무르게 된 계기를 소개하고 있어 내 안에 실망감이 드리워지기 시작했다. 책 제목이 <여행할 권리> 에다 산문집 임에도 나는 오로지 여행만을 바라보고 싶었다. 저자의 시시콜콜한 내면의 소리들이 한 낮의 매미떼의 울음소리처럼 왱왱댈 뿐이었다. 내가 알고 싶은 건 이런게 아니라구요 소리를 치면서도 저자의 뒤를 좇는 나를 어찌할 수가 없었다.

 

  책의 첫장을 열면 이런 문구가 나온다. "겨우 이것 뿐이가"라고 질문하고 새로은 세계를 찾아 여행할 권리. 내가 저자의 뒤를 좇는 이유는 어쩜 이런 이유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할 권리라는 거창한 제목을 걸어놓고 겨우 이것 뿐인가, 라고 외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전적으로 내 욕심만을 부린 채 이 책을 보아왔다는 사실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나의 욕심을 버리고 이 책을 본다는 것은 무엇일까. <여행>이라는 단어를 잠시 밀쳐두는 것이었다. 여행을 밀쳐두고 ~할 권리에 중점을 둔 채 책을 읽어 보기로 했다. 그렇게 여행을 빼니 여행 대신 들어갈 단어는 무궁무진 했다. 나는 저자의 세계를 알아야 할 권리에 마음을 더 쏟기로 하고 책을 읽어 나갔다. 그랬더니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꿈꾸었던, 두려워 마지 않았던 세계가 보이기 시작했다.

 

  여행이라는 드러나는 행위로 내면의 세계를 탐하는 시간, 이라고 하면 너무 거창할까? 저자가 주로 여행한 곳은 관광지와는 상관이 없이 필요에 의해서 스스로 개척한 공간이 대부분이었다. 어학연수를 위해서, 다큐멘터리 찍자고 해서 어쩔 수 없이, 좋아하는 저자의 흔적을 찾아서, 혹은 아버지의 고향을 찾아서 떠난 길이였기에 관광지와는 무관했다. 그리고 보이지 않는 고리를 통해 문학과의 연결을 드러내고 있었다. 문학의 연결 고리를 좇다 보면 민족이 보였고, 민족을 생각하다 보면 그 안에 내포된 한 인간상이 보이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세계 곳곳에 흩어져 어울려 살려고 애쓰는 수 많은 사람들이 많아 당혹스러 웠다. 섞이려고 하지만 섞이지 못할 때의 고통, 외면 받아온 세월, 오해로 얼룩진 상처들을 보고 있노라면 내가 현재 있는 위치가 헷갈렸다. 버클리 캠퍼스와 UC빌리지를 오가는 셔틀버스를 타고 가다 온갖 인종을 만나다 보면 안드로메다 성운을 향해 가고 있다는 저자의 느낌처럼 낯선 세계에 둥둥 떠있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문학으로 연결되고 같은 피로 연결되어 있다고 해도 낯선 세계에서 마주치는 모든 것이 낯설 듯, 공통점은 찾지 못한 채 겁을 잔뜩 집어 먹고 있었다.

 

  저자처럼 무덤덤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언어의 통함으로 인한 어느 정도의 소통이 아닌 내 앞에 펼쳐진 것들을 그대로 바라볼 수 있는 육안을 닮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란 생각을 해봤다. 그것은 낯선 장소에 서 있는 두려움이 아니라 어느 곳을 가든지 만나게 되는 지울 수 없는 공허였다. 우리에게 잊혀진 지성인, 유용할 때만 불러들이는 한국 태생의 외국 작가, 타국에서 숨을 거둔 문학인 들을 만날 때면 동조할 수 없는 씁쓸함이 밀려오곤 했다. 한국을 벗어나면 스스로에게 드리워진 짐은 더 무거워지며 다시는 국내로 발길을 돌릴 수 없다는 느낌 때문이었다. 그런 느낌이 가장 강하게 뿜어내고,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이상에 관한 글이었다. 이상 전집 세 권을 달랑 들고 이상의 뒤를 좇고 싶은 마음에 무작정 도쿄행 비행기를 탔던 저자. 그가 알고자 했던 것, 그가 궁금했던 것, 그리고 이상의 내면으로 들어가 이상이 찾고자 했던 것들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 주었던 것이 인상 깊었다. 더불어 안타까움과 정체모를 우울함이 나를 움켜쥐기도 했지만.

 

  이 책의 여행을 무어라 정의하긴 힘들다. 단순히 여행을 갈망하던 내가 이 책의 여행을 마쳤을 땐 형언할 수 없는 그리움과 공허감이 밀려왔기 때문이다. 세계의 여러곳을 누빈 것은 사실이나 그 어느 곳에서도 나를 올려놓고 생각해 볼 수 있는 공간을 찾지 못해서였을까? 나란 존재에 대한 미미함을 타인의 삶을 통해 보아버린 까닭일까? 무엇으로도 설명할 수 없는 나의 감정의 잔재물은 이 책이 어떠한 책이냐는 설명을 할 수 없는 것과 동일했다. 차라리 단순한 여행을 꿈꾸게 해주었던 책이였더라면 좋았을 것을. 최소한 아무 생각 없이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을 할 수도 없었다. 내가 감당하기 힘든 거대함을 만난 느낌. 그 세계를 깊이 들어갔다온 느낌. 그러나 가벼운 여행을 마치고 나온 허무감은 없었다. 또한 한 작가와의 만남이 아주 훌륭했다는 만족감까지 얻었으니 색다른 ~할 권리를 얻은 것만은 확실하다. "겨우 이것 뿐인가" 라고 당당히 외치며 낯선 세계에 온 몸과 마음을 던지고 왔기 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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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7-17 11:4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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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블로거 문학 대상] 문학에 관한 10문 10답 트랙백 이벤트

10문 10답!
1. 당신은 어떤 종류의 책을 가장 좋아하세요? 선호하는 장르가 있다면 적어주세요.
- 러시아 문학이라면 무조건 구입해서 읽습니다. 더군다나 19세기 러시아 문학이라면 더더욱 더!!

2. 올여름 피서지에서 읽고 싶은 책은 무엇인가요?
- 피서지가 어디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바다라면 존 반빌의 <신들은 바다로 떠났다>를 읽고 싶네요.

3. 가장 좋아하는 작가는 누구인가요? 혹은 최근에 가장 눈에 띄는 작가는?
-좋아하는 작가가 너무 많지만 한명만 꼽으라면 도스또예프스끼를 꼽겠습니다. 그의 장황함,수다스러움,러시아적 기질이 녹아있는 문학작품에 홀딱 반하지 않을 수 없었거든요. 최근에 가장 눈에 띄는 작가는 김연수 입니다. 국외문학만 읽다가 국내 문학도 읽어야지 하고 관심을 갖게 되었는데 그의 문체가 맘에 들어요.^^

4. 소설 속 등장인물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인물은 누구인가요? 이유와 함께 적어주세요.
-마의 산의 카스트로프. 그의 이해하지 못할 사상을 떠나서라도 요양을 하러 갔다가 젊음을 다 바친 그 열정이 마음에 들어서...

5. 소설 속 등장인물 중에서 자신과 가장 비슷하다고 느낀 인물 / 소설 속 등장인물 중 이상형이라고 생각되는 인물이 있었다면 적어주세요.
- 태백산맥의 서민영. 올곧음과 박학다식함이 존경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6. 당신에게 소중한 사람들에게 선물하고 싶은 책은?
-피천득의 <인연> 이 책을 정말 제 주변 사람들에게 선물 많이 했어요.

7. 특정 유명인사에게 선물하고 싶은 책이 있다면? 누구에게 어떤 책을 읽히고 싶은가요?
- 김장훈씨에게 <타샤 튜더의 정원>. 왠지 김장훈님과 타샤 할머니는 공통점이 있는 것 같아요. 세상을 아름답게 바라볼 수 있는 시각!

8. 작품성과 무관하게 재미면에서 만점을 주고 싶었던 책은?
- 가네시로 가즈키의 3종 세트! <플라이 대디 플라이>,<레볼루션 no.3>,<speed> 더 좀비스의 활약상을 기대하시라!

9. 최근 읽은 작품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문장이 있다면 적어주세요.
-<여행할 권리/ 김연수> p.201 혹시 한국에서 자꾸만 문학이 죽었다고 말하는 까닭은 말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해서 쓰는 사람이 없기 때문은 아닐까?

10. 당신에게 '인생의 책'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이유와 함께 적어주세요.
- 서머셋 모옴의 <달과 6펜스>. 고2때 이 책을 읽고 깊은 밤에 아주 엉엉 운 기억이 납니다. 아무래도 열정을 따라 인생을 다시 거꾸로 살아가려고 했던 찰스 스트릭랜드 때문이 아니였나 싶어요. 그 깊은 밤 엉엉 운 이후로 문학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되었고 마음 속에 열정을 심을 수 있었기에 이 책이 저의 인생의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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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소금사막에 비가 내리면 - 테오에세이
테오 글.사진 / 삼성출판사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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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같아선 내 생활을 벗어나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다. 대도시처럼 사람이 바글거리고 차가 뒤엉켜 숨쉬기 힘든 동네도 아니건만 조용한 곳에 머무르고 싶은 욕망이 들끓는다. 내 귀에 들리는 소리는 죄다 소음이고, 내 눈에 밟히는 것들은 모두 장애물이다. 이런 상태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잠시만이라도 고요한 내 자신을 만나고 싶은 소망. 그것은 결코 이루어 질 수 없는 걸까? 아니면 방법을 몰라서일까. 자신에게 솔직해 지지 않을 때 불신이 만들어 지는 법. 불신이 나를 향해 비죽 올라올 때 이 책을 만났다. 투명하기만 한 소금사막에서 과연 나의 얼굴을 비춰 볼 수 있을까?
 

  테오의 전작이 좋아 이 책을 그냥 스쳐버릴 수가 없었다. 낯선 땅 아프리카, 그 중에서도 케이프 타운을 다룬 전작은 여행지에서 일상을 돌아볼 수 있는 힘을 마련해 주고 있었다. 이번에는 그가 볼리비아로 갔다고 하니 잠시 어지러웠다. 아프리카에서 남미로 갑자기 이동을 해야 한다는 건, 책 속에서만 이루어지는게 아니라 나의 상상력의 세계를 뒤집어야 했기 때문이다. 아프리카도 그랬지만 볼리비아라고 낯설지 않았던 건 아니다. 볼리비아라하면 체 게바라가 숨을 거뒀던 곳 정도밖에 떠올리지 못하기에 약간의 경계를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런 곳을 테오는 아랑곳 하지 않고 달려갔고 부딪혔다. 내가 가장 두려워 하는 것을 테오는 자연스럽게 마주한 것이다. 낯선 곳에 가기, 부딪히기, 수 많은 난관을 두려워 하지 않기. 그 모든 걱정 때문에 여행을 하지 못하는 나를 비웃기라도 하듯 테오는 한국에서 아주 멀리 떨어진 낯선 세계를 다녀왔다.

 

  테오가 알려 줄 낯선 세계에 나는 너무 겁을 먹어 버린 것일까. 볼리비아를 여행할 준비가 되지 않은 채 책을 꺼낸 탓인지 책을 읽는 내내 나는 얼어 있었다. 저자가 펼쳐주는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갖지 못하고 계속해서 겁많은 탐험자처럼 경계하며 눈치만 살피고 있었다. 그건 마치 가로로 묶인 책의 익숙하지 않은 형태에서 이 책이 어느만큼 달려 가고 있는지, 언제 끝날지를 가늠할 수 없어 겁을 먹고 있는 것과 같았다. 내가 마음을 놓으려 하면 다른 파트로 넘어가 버리고, 여행을 해보려 하면 어느새 끝을 향해 가고 있어 내 마음은 복잡하기만 했다.

 

  나의 이런 마음을 모른 채 테오는 자신의 많은 것을 쏟아내고 있었다. 여행 에세이긴 하지만 여행지에 목적을 두는 것보다 여행지의 모습을 그려내되, 항상 자신의 일상을 잊지 않으려 노력한다. 그리고 독자들에게도 생각할 틈을 남겨둔다. 우리의 일상이 잘 있는지, 어떠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가끔은 급작스럽게 저자는 독자에게 묻곤 한다. 어쩜 그런 방식 때문에 내 마음을 온전히 놓지 못했는지도 모른다. 여행을 통해 나의 일상을 통째로 버려둔 채 다른 세상을 만끽하려 했던 내 마음을 들켜버린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나의 일상을 잊으면 다른 세상도 잘 들어올 줄 알았다. 그러나 저자가 여행한 장소나,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이나, 나의 이런 마음을 이해하지 못했다. 현실에 충실해야 하지, 도피란 그들의 삶의 방식에서는 찾아 볼 수 없었다. 몇몇 듣도 보지도 못한 새로운 곳에 현혹되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 자체만으로도 현실에 충실한 모습이였기에 도피를 목적으로 한 나는 어느 곳에도 내 마음 한 켠을 내려놓지 못했다.

 

  저자는 현실을 포기하는 것은 여행자가 아니라고 했다. 여행자는 인생을 이해하고 자아를 사랑하는 사람, 여행을 통해 일상을 정돈하고 여행에서 돌아와 더 나은 일상을 조성할 줄 아는 사람이라고 했다. 나는 여행을 하지 않음에도 현실을 포기하고 있었음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소금사막에 비춰질 나의 모습이 두려워 뒤돌아 볼 수 밖에 없었다. 상대의 눈에 나의 모습은 분명 이상하게 보일 것이기에 움츠려 들고 두려운 나를 감출 수 밖에 없었다. 이 책에서 보여준 다른 세상을 속속들이 여행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내 자신을 진지하게 돌아볼 수 있었던 시간. 나에 대해서 생각해 보며 두려움을 깨치려고 했던 순간.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고요한 곳으로 떠나더라도 내 자신이 마음을 열지 않는다면 어떠한 것도 발견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강해져야 한다. 그리고 솔직해 져야 한다. 그래야 낯선 소금사막에 비가 내리더라도 당당하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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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메이 아줌마 (양장)
신시아 라일런트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 사계절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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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우리가 타인의 죽음을 이겨내는 것은, 인정해야 할 것을 인정하지 않음에서 오는 건지도 모른다. 그 사람이 이 세상에 없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것은 인정하고 싶지 않기에 슬픔을 견뎌 낼 수 있는 것이 아닐까. 꿈에서라도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추억 속에 살아 있다 믿기에 죽음과는 별개로 살아갈 힘을 얻는 것이다. 이 책의 주인공 서머도 그랬다. 사랑하는 메이 아줌마가 이 세상에 없다는 것이 슬프고 힘겨웠지만, 한번도 자신의 슬픔을 드러내지 못했다. 그러다 아줌마와의 추억을 계기로 더 이상 아줌마를 볼 수 없다는 사실에 그제서야 자신의 슬픔을 드러낸다. 슬픔의 드러남은 서머가 좀 더 성숙해지기 위한 과정이었다. 하지만 그런 서머를 안아주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서머의 슬픔은 처음으로 사랑받은 사람을 떠나보내야 하는 아픔이였기 때문이다.
 

  서머는 깊은 산 속에 살고 있다. 당뇨를 앓고 있는 메이 아줌마와 관절염을 앓고 있는 오브 아저씨의 트레일러에서 가난하지만 사랑을 듬뿍 받으며 행복한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고아가 된 후 친적집을 전전하며 살아가던 서머를 우연히 아이가 없던 메이 아줌마 내외가 보게 되고, 그때부터 서머에겐 또 다른 삶이 펼쳐진다. 자신에게 한번도 주어지지 못했던 행복한 삶. 사랑을 담뿍 받으며 사는 삶. 믿기지 않았지만 서머에게는 그런 삶이 주어졌다. 메이 아줌마와 오브 아저씨 덕분이었다.

 

  서머가 아줌마네 트레일러에서 가장 먼저 본 것은 바람개비였다. 새들을 쫓는데 씌이는 바람개비가 아니라 온 집안에 걸려 있는 바람개비는 오브 아저씨가 메이 아줌마를 위해서 만들어 준 것이었다. 오브 아저씨는 그 바람개비 속에 아줌마의 영혼이 들어있다고 말했는데, 아줌마가 세상을 떠난 후 아저씨의 말을 믿고 싶을 정도로 서머는 아줌마가 그리웠다. 오브 아저씨도 서머도 제대로 된 슬픔을 드러내지 못하고, 아줌마의 빈자리를 힘겨워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날 아저씨는 어느 날 메이 아줌마의 영혼이 자신의 곁에 머물렀다고 말한다. 서머는 아저씨의 슬픔이 깊다는 것만 인정할 뿐 아저씨의 말을 믿을 수 없었다. 같은 반 친구인 괴짜 클리터스만 나타나지 않았다면 아저씨도 서머도 서로의 벽 속에 갇혀 슬픔을 견뎌낼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클리터스가 서머의 집에 나타난 것은 하나의 자극이였고 새로운 변화의 시작이었다. 서머는 괴짜 클리터스를 좋아하지 않았지만, 오브 아저씨는 클리터스와 급격하게 친해진다. 그리고 메이 아줌마의 영혼이 자신에게 왔었다는 말을 하게 되고, 클리터스는 심령 교회를 찾아가서 메이 아줌마의 영혼과 만나보자는 제안을 한다. 서머는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외쳤지만 아저씨는 클리터스의 제안을 받아 들이고 심령 교회를 갈 계획을 짠다. 그렇게 셋의 엉뚱한 여행은 진행 되지만, 심령 교회는 문을 닫아 버렸고 아무것도 얻지 못한 채 집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서머는 울음을 터트린다. 깜깜한 밤에 도착한 그들의 머리위로 날아오른 올빼미에 아줌마와의 추억을 떠올리는 순간 아줌마를 더이상 볼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된 것이다. 서머는 아줌마가 돌아가신 후 처음으로 진이 빠지도록 울었다. 자신의 모든 것을 다 토로하듯 그렇게 서머는 슬픔을 드러냈다.

 

  서머의 슬픔을 독자에게 더 진하게 전해 주었던 것은 메이 아줌마의 독백이었다. 서머를 사랑하는 마음, 서머에 대한 추억, 서머를 당신의 가정에 보내준 것에 대한 감사가 뒤얽힌 아줌마의 고백은 서머를 따라 울 수 밖에 없었다. 사랑은 많은 것을 변화시킨다고 하지만 타인에게 전해지는 사랑이야말로 가장 아름다운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젊을 때 아이를 자신에게 주지 못한 것에 대한 원망보다, 서머가 자신의 집에 오게 된 모든 과정에 감사하며 아낌없이 사랑을 주고 간 메이 아줌마. 오랜 세월 같이 살지는 못했지만 아줌마가 준 사랑만으로도 세상을 향해 당당히 나설 수 있는 힘을 서머는 얻었다. 메이 아줌마를 통해 사랑을 받은 서머는 더이상 세상에 홀로 떨어진 쓸쓸한 영혼이 아니다. 

 

  이 책은 당순히 슬픔을 극복해가는 소설이 아니다. 사랑이 승화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아름다운 작품이다. 사람과 사람이 얽혀 살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인정할 수 밖에 없다. 메이 아줌마의 빈자리에서 조금씩 벗어날 수 있도록 클리터스를 보내주었고, 클리터스의 도움으로 서머도 자신의 병폐에서 깨어나올 수 있었다. 메이 아줌마는 서머와 오브 아저씨에게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이제 볼 수 없다는 극단적인 현실이 아니라 메이 아줌마의 추억 속에서 살아갈 힘을 얻을 것이다. 그들 앞에 펼쳐질 삶 앞에 응원을 보내는 바이다. 좀 더 꿋꿋해 지라고. 좀 더 행복하게 웃으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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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에 읽은 책


 
 
1. 잘 되는 나 - 조엘 오스틴
2. 탐서주의자의 책 - 표정훈
3. 사랑하기 때문에 - 기욤 뮈소
4. soli's cartoon grammar - daniel E. Hamlin, 옥문성
5. 지구 끝의 사람들 - 루이스 세풀베다
6. 감상적 킬러의 고백 - 루이스 세풀베다
7.  모비 딕 - 허먼 멜빌
8. 배고픔의 자서전 - 아멜리 노통브
9. 해저 2만리 1 - 쥘 베른
10. 복덕방 - 이태준
 
----------------------------------------10권
 

2월에 읽은 책
 
 
11. 창조적 디자인 경영 - 이병욱
12. 하나님의 휴식 - 마크 부캐넌
13. 힐링 다이어리 - 샌디 그레이슨
14. 조지 뮬러의 기도 - 조지 뮬러
15. 숲 속 수의사의 자연일기 - 다케타즈 미노루
 
----------------------------------------5권
 
 
3월에 읽은 책

 

 

16. 몰입 - 황농문

17. 조용한 믿음의 힘 - 토니 던지

18. 그리고 나는 어른이 되었다 - 곤살로 모우레

19. 문제아 - 제리 스피넬리

20. 리버보이 - 팀 보울러

21. 해저 2만리 2 - 쥘 베른

22.~23. 아더와 미니모이 3,4 - 뤽 베송

24. 도스토예프스키, 돈을 위해 펜을 들다 - 석영중

25. 스타시커 1 - 팀 보울러

 

--------------------------------------10권

 

 

4월에 읽은 책

 

 

26. 스타시커 2 - 팀 보울러

27. 여름이 준 선물 - 유모토 가즈미

28. 내 생애 최고의 축복 3:16 - 맥스 루케이도

29. 사랑에 관한 연구 - 호세 오르테가 이 가세트

30. 물은 답을 알고 있다 - 에모토 마사루

31. 리처드 용재 오닐의 공감 - 리처드 용재 오닐

32. 완득이 - 김려령

33. 마시멜로 두 번째 이야기 - 호아킴 데 포사다, 앨런 싱어

34.  바다 바다 바다 - 샤론 크리치

35. 나폴레옹 놀이 - 크리스토프 하인

36. 아르네가 남긴 것 - 지크프리트 렌츠

37. 성과 이성 - 리차드 포스너

38.  귀향 외 - 안드레이 플라토노프

39. 착한인생, 당신에게 배웁니다 - 박경철

40. 안데스의 비밀 - 앤 놀란 클라크

41. 그리고 사진처럼 덧없는 우리들의 얼굴, 내 가슴 - 존 버거

42. 열세살 로즈의 아주 특별한 일년 - 루이자 메이 올컷

 

---------------------------------------------17권

 

 

5월에 읽은 책

 

43. 어린왕자 - 생텍쥐페리

44.~45. 인연 1,2 - 정찬주

46. 최후의 끽연자 - 츠츠이 야스타카

47. 젊음의 탄생 - 이어령

48. 닥터 코페르니쿠스 - 존 반빌

 

----------------------------------------------------------- 6권

 

 

6월에 읽은 책

 

49. 책 읽는 방법 - 히라노 게이치로

50. 존 버거의 글로 쓴 사진 - 존 버거

51. 지킬 박사와 하이드 -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52. 하늘에 있는 나의 집 - 맥스 루케이도

53. 네가 어떠한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 - 공지영

 

-------------------------------------------------------- 5권

 

 

- 6월 첫 책을 <책을 읽는 방법>을 읽어서인지....

슬로 리딩을 하면서도 마음이 편했던 한달이었다.

천천히 읽으라는 저자의 말에 안그래도 늘여 터진 독서에 박차를 가해...

아주 천천히 읽고, 리뷰도 느릿느릿 썼다.^^

7월에도 마음 편한 독서를 위하여 화이팅!!

 

 

 

내게 있는 책 2008년도에 생긴 책

 

 

280. 연필로 고래잡는 글쓰기 - 다카하시 겐이치로

281. 우리는 마이크로 소사이어티로 간다 - 팔란티리 2020
282. 톨스토이의 비밀일기 - 톨스토이
283. 목마름 - 맥스 루케이도
284. 설타누나, 나의 멘토가 되어줘 - 설보연
285. 꾸르제뜨 이야기 - 질 파리
286. 악인 - 요시다 슈이치
287. 서진규의 희망 - 서진규
288. 날아라, 어제보다 조금 더 멀리 - 윤무부
289. 영광의 왕과 마주치다 - 제임스 w. 골, 마이클 앤 골
290. 소외 - 루이스 세풀베다
291. 귀향 - 루이스 세풀베다
292. 섬 - 장 그르니에
293. 태양의 여행자 - 손미나
294. 무함마드와 예수, 그리고 이슬람 - 이명권
295. 디지로그 - 이어령
296.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 - 박경철
297. 셰익스피어는 없다 - 버지니아 펠로스
298. 안녕이라 말하는 그 순간까지 진정으로 살아 있어라
       -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299. 프루스트를 좋아하세요 - 알랭 드 보통
 

300. 아이반호 - 월터 스콧
301. 돈키호테 - 미겔 데 세르반테스

302. 80일간의 세계일주 - 쥘 베른

303.~304. 15소년 표류기 1,2 - 쥘 베른


305. 잡식동물의 딜레마 - 마이클 폴란

306. 잘 풀리는 여자 스타일 - 신영란

307. 방울져 떨어지는 시계들의 파문 - 히라노 게이치로

308.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 더글러스 애덤스

309. 약이 되는 독 독이 되는 독 - 다나카 마치

3103. 가스등 이펙트 - 로빈 스턴

311~312. 타임슬립 1,2 - 오기와라 히로시

313. 그대 언제 이 숲에 오시렵니까? - 도종환

314. 나를 벗겨줘 - 까뜨린느 쥬베르

315.~316. 콜레라 시대의 사랑 1,2 - 가르시아 마르케스

317. 성공미학 - 이지수

318. 국어랑 한자랑 같이 공부해 - 정우상

319. 바쇼의 하이쿠 기행 1 - 마츠오 바쇼

320. 2008 열린책들 매뉴얼 - 열린책들 편집부 엮음

321. 클래식 인생 변주곡 - 윤미숙

322. 건강한 생리 - 조연경, 김경숙

323. 카라바조 - 질 랑베르

324. 질문상자 - 다니카와 슌타로

325. 낭만과 모허의 고고학 여행 - 스티븐 버트먼

326. 시각의 의미 - 존 버거

327. 사람들은 왜 무엇이든 믿고 싶어 할까 - 마르틴 우르반

328. 테메레르 4 - 나오미 노빅

329.  롤리타 - 블라지미르 나보코프

330. 고흐보다 소중한 우리미술가 33 - 임두빈

331. 영혼의 순례자 반 고흐 - 캐슬린 에릭슨

332. 여행할 권리 - 김연수

333. 스무살 도쿄 - 오쿠다 히데오

334. 종소리 - 신경숙

335. 19세 - 이순원

336. 오기사, 여행을 스케치하다 - 오영욱

337. 소녀, 소년을 만나다 - 알리 스미스

338.~339. 장외인간 - 이외수

340. 최초의 인간 - 알베르 카뮈

341. 삿뽀로 여인숙 - 하성란

342. 우울한 얼굴의 아이 - 오에 겐자부로

343. 책이여, 안녕 - 오에 겐자부로
344. 당신의 소금사막에 비가 내리면 - 테오
345. 그림에 마음을 놓다 - 이주은 
346. 부활 - 레프 니꼴라예비치 톨스토이
347. 코코 샤넬 - 앙리 지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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