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메이 아줌마 (양장)
신시아 라일런트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 사계절 / 2005년 5월
평점 :
절판


  우리가 타인의 죽음을 이겨내는 것은, 인정해야 할 것을 인정하지 않음에서 오는 건지도 모른다. 그 사람이 이 세상에 없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것은 인정하고 싶지 않기에 슬픔을 견뎌 낼 수 있는 것이 아닐까. 꿈에서라도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추억 속에 살아 있다 믿기에 죽음과는 별개로 살아갈 힘을 얻는 것이다. 이 책의 주인공 서머도 그랬다. 사랑하는 메이 아줌마가 이 세상에 없다는 것이 슬프고 힘겨웠지만, 한번도 자신의 슬픔을 드러내지 못했다. 그러다 아줌마와의 추억을 계기로 더 이상 아줌마를 볼 수 없다는 사실에 그제서야 자신의 슬픔을 드러낸다. 슬픔의 드러남은 서머가 좀 더 성숙해지기 위한 과정이었다. 하지만 그런 서머를 안아주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서머의 슬픔은 처음으로 사랑받은 사람을 떠나보내야 하는 아픔이였기 때문이다.
 

  서머는 깊은 산 속에 살고 있다. 당뇨를 앓고 있는 메이 아줌마와 관절염을 앓고 있는 오브 아저씨의 트레일러에서 가난하지만 사랑을 듬뿍 받으며 행복한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고아가 된 후 친적집을 전전하며 살아가던 서머를 우연히 아이가 없던 메이 아줌마 내외가 보게 되고, 그때부터 서머에겐 또 다른 삶이 펼쳐진다. 자신에게 한번도 주어지지 못했던 행복한 삶. 사랑을 담뿍 받으며 사는 삶. 믿기지 않았지만 서머에게는 그런 삶이 주어졌다. 메이 아줌마와 오브 아저씨 덕분이었다.

 

  서머가 아줌마네 트레일러에서 가장 먼저 본 것은 바람개비였다. 새들을 쫓는데 씌이는 바람개비가 아니라 온 집안에 걸려 있는 바람개비는 오브 아저씨가 메이 아줌마를 위해서 만들어 준 것이었다. 오브 아저씨는 그 바람개비 속에 아줌마의 영혼이 들어있다고 말했는데, 아줌마가 세상을 떠난 후 아저씨의 말을 믿고 싶을 정도로 서머는 아줌마가 그리웠다. 오브 아저씨도 서머도 제대로 된 슬픔을 드러내지 못하고, 아줌마의 빈자리를 힘겨워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날 아저씨는 어느 날 메이 아줌마의 영혼이 자신의 곁에 머물렀다고 말한다. 서머는 아저씨의 슬픔이 깊다는 것만 인정할 뿐 아저씨의 말을 믿을 수 없었다. 같은 반 친구인 괴짜 클리터스만 나타나지 않았다면 아저씨도 서머도 서로의 벽 속에 갇혀 슬픔을 견뎌낼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클리터스가 서머의 집에 나타난 것은 하나의 자극이였고 새로운 변화의 시작이었다. 서머는 괴짜 클리터스를 좋아하지 않았지만, 오브 아저씨는 클리터스와 급격하게 친해진다. 그리고 메이 아줌마의 영혼이 자신에게 왔었다는 말을 하게 되고, 클리터스는 심령 교회를 찾아가서 메이 아줌마의 영혼과 만나보자는 제안을 한다. 서머는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외쳤지만 아저씨는 클리터스의 제안을 받아 들이고 심령 교회를 갈 계획을 짠다. 그렇게 셋의 엉뚱한 여행은 진행 되지만, 심령 교회는 문을 닫아 버렸고 아무것도 얻지 못한 채 집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서머는 울음을 터트린다. 깜깜한 밤에 도착한 그들의 머리위로 날아오른 올빼미에 아줌마와의 추억을 떠올리는 순간 아줌마를 더이상 볼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된 것이다. 서머는 아줌마가 돌아가신 후 처음으로 진이 빠지도록 울었다. 자신의 모든 것을 다 토로하듯 그렇게 서머는 슬픔을 드러냈다.

 

  서머의 슬픔을 독자에게 더 진하게 전해 주었던 것은 메이 아줌마의 독백이었다. 서머를 사랑하는 마음, 서머에 대한 추억, 서머를 당신의 가정에 보내준 것에 대한 감사가 뒤얽힌 아줌마의 고백은 서머를 따라 울 수 밖에 없었다. 사랑은 많은 것을 변화시킨다고 하지만 타인에게 전해지는 사랑이야말로 가장 아름다운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젊을 때 아이를 자신에게 주지 못한 것에 대한 원망보다, 서머가 자신의 집에 오게 된 모든 과정에 감사하며 아낌없이 사랑을 주고 간 메이 아줌마. 오랜 세월 같이 살지는 못했지만 아줌마가 준 사랑만으로도 세상을 향해 당당히 나설 수 있는 힘을 서머는 얻었다. 메이 아줌마를 통해 사랑을 받은 서머는 더이상 세상에 홀로 떨어진 쓸쓸한 영혼이 아니다. 

 

  이 책은 당순히 슬픔을 극복해가는 소설이 아니다. 사랑이 승화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아름다운 작품이다. 사람과 사람이 얽혀 살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인정할 수 밖에 없다. 메이 아줌마의 빈자리에서 조금씩 벗어날 수 있도록 클리터스를 보내주었고, 클리터스의 도움으로 서머도 자신의 병폐에서 깨어나올 수 있었다. 메이 아줌마는 서머와 오브 아저씨에게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이제 볼 수 없다는 극단적인 현실이 아니라 메이 아줌마의 추억 속에서 살아갈 힘을 얻을 것이다. 그들 앞에 펼쳐질 삶 앞에 응원을 보내는 바이다. 좀 더 꿋꿋해 지라고. 좀 더 행복하게 웃으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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