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속 여행 쥘 베른 걸작선 (쥘 베른 컬렉션) 1
쥘 베른 지음, 김석희 옮김 / 열림원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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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쥘 베른 컬렉션을 읽다보니, 20권의 전집을 다 모으고 싶었고 순서대로 읽고 싶었다. 우선 전집을 모두 구매하려고 검색해보니 출간이 안된건지, 품절인지 책들이 많이 보이지 않았다. 9권의 책을 모으지 못한채 컬렉션 첫 번째 책 <지구 속 여행>을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을 원작으로 해서 영화가 개봉했다 해서 책을 읽고 영화를 보고 싶었는데, 책을 다 읽은 시점은 영화가 내려간 뒤었다. 그래서인지 책을 읽으면서도 처음 기대했던 마음에서 무언가가 허전한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쥘 베른의 작품을 몇 권 읽지 않았지만, 그의 작품은 결과보다는 과정에 즐거움과 놀라움이 많았다. 그런 특징을 알면서도 이상하게 이 책은 초반부터 거대한 무언가가 나올 거라는 기대감 같은 것을 품어 버린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책을 이끌어가는 사건의 발단은 우연히 발견된 고문서 때문이었다. 화자인 '나'의 삼촌이자 광물학자인 리덴브로크 교수가 고서점에서 우연히 발견된 고문서로 인해 이 거대한 모험이 시작된 것이다. 아이슬란드 연금술사가 남긴 룬 문자 암호를 통해 지구의 중심으로 여행을 떠난다. 그 과정을 즐기는 것이 쥘 베른의 문학을 탐독하는 재미지만, 지구의 중심이라는 말에 나는 무언가가 툭 떨어질걸로 제멋대로 상상해 버린 것이다. 전개는 빠르지 않았고, 여행을 준비하는 시간, 지구의 중심으로 내려가는 통로로 가는 과정까지 책의 1/3이 지나버렸다. 그 과정에서 흥미를 조금씩 잃어가다 그 댓가로 지구의 중심에 도달했을 때 엄청난 것이 발견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 악셀은 이 책의 화자이긴 하지만, 리덴브로크 삼촌이 이 여행의 주인공이다. 오히려 악셀은 삼촌의 손에 끌려 내키지 않은 여행에 동참했고, 겁이 많았다. 이 여행은 몹시 위험하고, 어떤 세계가 펼쳐질지 모르지만 은밀하게 진행 시켜야 했기 때문에 독일을 떠나 아이슬란드에 도착해 그곳에서 안내인 한스를 고용한다. 아이슬란드에서도 사화산 중에 가장 높은 1500미터를 자랑하는 스네펠스를 향해 가야한다. 이 세명이 거대한 여행의 인원 전부였기에 조금은 의아해 하면서도, 그들의 행보를 좇을 수 밖에 없었다. 악셀이 우연히 암호를 해독하고, 그 메세지를 따라 시작한 무모한 여행이었지만 리덴브로크 교수는 확신에 차 있었다. 악셀은 번번히 삼촌과의 논쟁에서 압도당하고 말지만, 그만큼 삼촌의 과학적 지식은 넓었고 고집도 셌다. 그런 삼촌과 한스, 이 셋의 여행은 그렇에 이어졌고 위기와 고행의 연속이었다. 해발 3000미터 깊이를 내려가는 일은 쉽지 않았다. 시간도 많이 걸렸고, 많은 위험을 감수해야 했다. 그럴때마다 과묵하고 충실한 한스가 도움의 손길을 뻗어 주었고, 삼촌은 해박한 지식과 무모함으로 지구의 중심에 도달하기 위해 애썼다. 악셀만 이 여행이 어서 끝나길 바랐고, 집에서 기다리는 약혼녀 그라우벤 곁으로 돌아가고 싶을 뿐이었다.

 

  많은 위기가 있었다. 악셀이 길을 잃기도 하고, 물을 먹지 못해 탈진하기도 했다. 그때마다 한스와 리덴브로크 삼촌은 악셀을 구해주었고, 여행을 포기할거라는 기대에 부풀어 있던 악셀의 기대를 부응시켜 주지 못한채 여행은 계속 되었다. 마침내 그 숱한 과정을 거쳐 연금술사가 말한 지구의 중심에 도착한다. 가장 놀라운 것은 지구의 중심에 펼쳐진 바다였다. 바다 밑에, 대륙 밑에 또 다른 바다가 있는 셈이었는데 그곳에서 사람이 산 흔적과 고대 생물들을 발견하기도 한다. 긴 항해를 끝내고 처음 도착했던 해안으로 다시 돌아오고, 그곳에서 뗏목을 타고 다시 화산의 분출구를 타고 오는 과정으로 그들의 여행은 끝이 난다. 화산으로 들어갔다가 화산으로 나온 셈이지만, 그들이 들어간 곳에서 나온 곳의 거리는 5000킬로미터나 떨어져 있었다. 함부르크로 돌아온 그들은 이미 영웅이 되어 있었다. 그들의 여행이 학계에 알려졌고, 리덴브로크 교수(물론, 조카인 악셀도)는 많은 명예를 누리게 된다.

 

  지구 속 여행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전개가 흥미진진했음에도 불구하고 여행이 끝나자 허무해져 버렸다. 초반에 갖었던 '거대한 무언가'는 결국 나타나지 않았고(이미 지구 속에서 충분히 느꼈음에도...), 싱겁게 끝나버렸다는 사실만 되뇌이게 되었다. 어쩌면 '여행'이라는 단어를 무시하고, 발견과 탐험에만 주목했던 결과였는지도 모르겠다. 지구 속 안에서 발견과 탐험이 이루어졌지만, 과학적 발견이 주류라는 생각에 무심코 지나쳐 버렸는지도 모른다. 과정을 즐기는 책을 나의 혼란과 착각으로 허무하게 만들어버린 경험이었다. 그러나 여전히 쥘 베른의 문학세계는 탐독할만 하고, 궁금하고, 완독하고 싶다. 그런 욕망의 발판이 이 책이 되었다 생각하며 다음 작품에서 만나볼 새로운 세계를 꿈꿔보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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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픈 새 - 이덕무의 시와 산문 모음집
이덕무 지음, 김용운 엮음 / 거송미디어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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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재미난 책을 읽다보면 밤 12시를 넘기기 마련인데, 출출함을 참지 못할 때가 많다. 거실에 식구들이 자고 있어 먹을 것을 찾으러 나가지 못하면 그렇게 애석할 수가 없다. 배가 너무 불러도 독서가 힘들지만, 배가 너무 고파도 독서가 되질 않는다. 간식을 준비해야지 하면서도 늘 잊어먹고 배고픔에 허덕이다 잠이 드는 날이 많다. 그때의 배고픔이 나에게 가장 난감하고, 당황스럽다. 내가 생각해 낼 수 있는 배고픔은 이정도지만, 굶주림과는 거리가 먼 배고픔이다. 그래서 이덕무의 배고픔을 보고 있노라면, 부끄러워진다. 그는 가난해서 배가 고팠고, 배고픔을 잊기 위해 책을 읽었고, 배고파야 책이 더 잘 읽어진다고 했다. 배고픔과 거리가 먼 시대에 살고 있는 내게는 너무나 먼 깨달음이다.

 

 

  이덕무를 알게 된 것은 ‘책만 보는 바보’를 통해서였다. 그 책 이후로 이덕무의 책을 만나지 못하고 있었는데, 시와 산문 모음집을 만나게 되어 반가웠다. 이 책은 이덕무가 관직생활을 하기 전 가난하고 어려웠던 시절에 씌인 글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마흔이 넘어서 관직생활을 하게 되었으니, 그가 겪었던 어려움이 어땠을지 짐작은 가지만 상상은 할 수 없다. 그의 글에 그런 면이 고스란히 녹아 있어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절절해졌다. '가장 으뜸가는 것은 가난을 편하게 여기는 것이다' 라고 말할 정도로 처연하게 받아들였던 이덕무. 어쩌면 가난을 편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이 있었기에 그의 내면을 깊이 울리는 글들이 나올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책만 보는 바보'에서는 간서치看書痴인 자신의 모습과 백탑파, 중국 연경을 다녀온 일화들이 담겨 있었다면, '배고픈 새'는 간서치였던 이덕무가 겹치긴 하지만 가난함과 학문에 대한 깨달음, 직접 지은 사소절士小節등으로 채워져 있다. 다양한 글이 실려 있지만, 기본적인 흐름은 '가난'이었고, 학문에 대한 열의가 느껴졌다. 짤막한 산문과 시를 읽고 있노라면 소소한 그의 일상이 눈 앞에 그려졌고, 그의 마음 따라 나의 마음도 차분해지고 깨끗해지는 기분이었다. 건강이 연약했지만,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책을 읽는 그의 모습이 잊혀지지 않았다. 내면에서 나오는 글들은 지금 읽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깨달음이었고, 충고였고, 본받고 싶은 점이었다.

 

  이덕무의 글을 읽고 있노라면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면서도 다른이에게 하는 충고라는 느낌도 강했다. 번뇌에 휩싸일 때면 이러이러해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스스로를 다스리고 있었다. 그랬기에 그의 글이 와닿는 부분이 많았고, 메모지를 붙여 체크한 곳도 많았다. 그 부분만 찾아 읽어도 이덕무의 마음이 내게 와닿는 느낌이 들어 언제 읽어도 차분히 정리되는 기분이었다. 소소한 글이 대부분이었기에 그의 감정이 고스란히 내게 전해지기도 해서 내 기분을 다스리지 못할 때도 있었다. 조카의 죽음을 안타까워 하는 부분이라든가, 친구를 떠나보내는 아릿한 마음, 어머니를 잃은 절절한 심정 앞에서는 내 가슴이 먹먹해졌다.

 

  그에게 책이라는 귀한 벗이 있고, 백탑파라는 소중한 인연도 있었고, 가족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많이 외로웠던 것 같다. 가난 때문에 가족을 고생시켜야 했고, 책을 보는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면서도 기꺼이 즐거워 했던 또 다른 이면에는 누구에게도 드러내지 못한 외로움이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였을까. 그의 글을 읽는 내내 마른 나뭇가지가 내 마음에서 탁탁 부러지는 느낌이 들었던 것이. 그런 이덕무를 다시 만날 수 있고, 새로운 모습을 발견할 수 있어서 좋았다. 가끔 책만 읽다보면 세상과 너무 어울리지 않는 것은 아니가 하고 걱정할 때가 있는데, 이덕무는 그런 나의 시름을 한번에 씻겨 주기도 했다. '모름지기 벗 없음을 한탄하지 말고, 책과 더불어 노닐 일이다' 라고 했으니 그의 말을 따라 책을 통해 노니는 일을 멈추지 않고 즐거워 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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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트포드 이야기 1, 2]의 서평을 써주세요
미트포드 이야기 1 - 내 고향 미트포드 - 상
잰 캐론 지음, 김세미 옮김 / 문예출판사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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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두 권의 책을 연달아 읽는다는 것은 약간의 인내심이 필요하다. 지루하지 않은 경우에는 순식간에 읽을 수 있지만, 풍경처럼 펼쳐지는 한 마을의 이야기를 읽어 낸다는 것은 쉽지 않다. 거기다 신부님을 중심으로 이어지는 이야기라면, 읽어보지도 않고 부담을 갖을 수도 있다. 종교를 가지고 있건 없던간에 이러한 요소들은 독자를 끌어들이기에 조금은 불리한 상황에 놓여 있다고 생각했다. 팔린 부수로 책을 판단할 수 없지만, 발행되었을 당시에 주목을 받지 못했다가 느리고 꾸준하게 입소문이 퍼져서 3000만 부 이상 판매되었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도대체 어떤 내용이기에 국민소설로까지 지칭되며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일까.
 

  미트포드 마을에서 13년 동안 일 해온 팀 신부는 늘 바빴다. 소도시에서 교회를 맡고 있으면 한가하고 쉴 틈이 많을거라 생각하지만, 지금껏 휴가 한 번 못가져 볼 정도로 바쁜 나날이었다. 교구민이 200명 정도 되는 마을이었지만 할 일은 많았다. 신도들을 관리하고, 설교 준비를 하고, 주일을 지키는 것만으로도 그에겐 시간은 쏜살같이 지나갔다. 거기다 자신을 어린 아이 취급하는 비서 에마에 반갑지 않은 방문객 개(바나바)까지 신부의 일상은 빡빡하고 여유롭지 못했다. 하지만 신부는 그런 자신의 생활에 불평불만을 하는 것이 아니라 기꺼이 감사하며, 미트포드 마을 사람들을 진심으로 보살폈다. 언제든지 자신이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달려갔고, 주님의 뜻에 따르려 애썼으며, 많은 사람들의 영적인 지도자로 존재했다. 그렇기에 자신의 생활에 만족했고, 그를 지켜보는 것은 별 특징이 없어서 심심할 지경이었다. 그런 팀 신부에게 서서히 변화가 생긴 것은 바나바가 출현하면서 부터였다. 송아지만한 개가 갑자기 출현해 그의 삶에 끼어들더니, 절대 공손하지 않은 까칠한 소년 둘리까지 떠 맡게 되었다. 

 

  작은 마을이지만, 사람들도 다 제각각이어서 독특한 사람도 많았고 도움을 청하는 사람도 많았다. 마을에서 가장 부유한 독신녀 할머니 미스 새디, 더할나위 없이 신부를 챙겨주지만 잔소리가 심한 가정부 퓨니, 팀 신부의 절친한 친구 할과 마지, 엉뚱한 부부 미스 로즈와 엉클 빌리 등 팀 신부의 주변에 사람들은 끊이질 않았다. 그러나 최근 그를 더욱더 들뜨게 만든 사람은 옆 집으로 이사온 매력적인 신시아였다. 60대를 바라보는 노인에 가까운 팀 신부의 마음을 흔들어 놓은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신부는 여러 상황 속에서 마을 사람들을 조율하고, 그들의 삶 속으로 기꺼이 들어갔기에 많은 사람들이 그를 좋아하고 따랐다. 그런 생활의 연속이었다면 정말 미온적으로 흘러갔을 소설이지만 사건은 계속 터지고 있었다.

 

  사건들 가운데는 감동적인 것도 있었고, 마음 아프거나 충격적인 내용들도 있었다. 깐깐한 미스 새디가 500만 달러를 기부해 요양원을 지어달라는 사건은 놀라운 사건이었고, 신부의 친구 하피와 막 사랑에 빠진 올리비아가 죽어가는 것은 마음 아픈 일이었다. 엉뚱하기만 했던 엉클 빌리가 뛰어난 화가라는 사실이 밝혀진 것도 한 사건이었고, 교회의 다락에 숨어든 보석 도둑이 예배 도중에 나와 자신의 죄를 뉘우치며 마을의 유명인사가 된 것은 감동적이었다. 자신의 생활에 큰 부분을 차지한 바나바가 납치당했을 때 팀 신부는 망연자실 했고, 마을 사람들 모두가 마음 아파 했다. 그 개를 찾기 위해 현상금 모집을 하는 장면은 훈훈했지만, 개를 데리고 있던 마약 밀매범들에게 퓨니의 애인이자 시장 조카인 조조가 총을 맞았을 때는 충격이었다. 그 많은 일들이 미트포트에서 일어났고, 그 외에도 자잘한 일들은 끊이질 않았다. 그러니 신부가 하루라도 맘 편히 지낼 수 있는 날이 있었겠는가. 아무리 신부라지만, 당뇨병 진단까지 받고 점점 몸이 쇠약해져 가는 그도 사람이었기에 조금씩 일상이 버거워 지고 있었다.

 

  그에게는 쉼이 필요했다. 몇 년 전부터 그에게 휴식을 강요하는 친구들과 교인들이 있었지만, 늘 일이 많았기에 쉽게 휴가를 갈 수가 없었다. 당뇨병이 그에게 경고를 주자, 그는 오랫동안 계획했던 여행을 떠난다. 신시아가 그의 곁에 있어 주었고, 바나바도 그에게 돌아왔다. 까칠한 둘리도 점점 자리를 잡아 가고 있었기에 그가 떠나지 못할 이유가 없었다. 마을 사람들의 어려웠던 일들도 잘 마무리 되고, 미트포트 마을은 여전히 아름답고 포근한 곳이었기에 신부는 잠시 자신만의 시간을 갖게 된다.

 

  더 이상 읽을 얘기가 없었지만, 그 뒤의 마을의 일상을 나름대로 상상해 볼 수 있다는 것은 미트포드 마을이 주는 커다란 매력 중의 하나였다. 미트포드 마을은 어느새 친근하게 다가왔고, 그런 편안함과 일상에서 있을 법한 일들이 팀 신부의 관점에서 일관성 있게 보여졌으므로 많은 사람들이 즐겨 읽지 않았나 싶다. 미국이라는 문화에 많이 익숙하다고 하지만, 소설로 만나는 느낌은 다른 점도 많았다. 그들의 유머는 한 박자 느린 것 같았고, 상대를 배려하는 언행은 돌려서 하는 경우도 있었다. 또한 곳곳에 책의 흐름을 매끄럽지 못하게 하는 갖가지 용어들과 묘사들이 낯설어서 읽기에 방해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책을 읽다 웃음을 터트리는 곳도 많았고, 미트포드 마을에 푹 빠지고 나니 그들이 정말 내 가까이에 있는 이웃이 된 듯한 느낌이 들었다. 우리네 모습과 많이 다르면서도 공통점이 많은 미트포드 마을. 그 마을에서 느꼈던 포근함은 삶의 생생함에서 나왔던 따스함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마을을 내 주변에 만들어 가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옆집에 사는 이웃에게 다가가는 것만으로도 이미 미트포드 마을의 따스함을 전해주는 일이 아닐까. 팍팍하기만한 삭막함 속에서 미트포드 마을을 통해 잠시나마 휴식을 취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 같다.
 

•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 누구나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한 마을의 이야기이다. 


•  서평 도서와 맥락을 같이 하는 '한핏줄 도서' (옵션)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 휴식을 원하거나, 삭막한 도시에서 살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 친구여, 기독교들에게서 눈을 떼지 않는다면 당신은 살아가는 내내 매일매일 실망할 겁니다. 당신의 희망은 예수님에게서 눈을 떼지 않는 거지요 

(2권 222~223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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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샤의 특별한 날 - 타샤 할머니가 들려주는 열두 달 이야기 타샤 튜더 클래식 2
타샤 튜더 글.그림, 공경희 옮김 / 윌북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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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샤 할머니의 코기빌 시리즈를 읽고 나니 다른 동화책도 무척 궁금했다. 현재 출간된 책은 <타샤의 특별한 날> 뿐이라서(코기빌 시리즈보다 먼저 출간 되었지만), 정말 아껴서 읽었다. 동화책은 여러 번 읽는다고 해도 읽는 시간이 굉장히 짧기에 마음을 정돈하며, 가장 읽고 싶은 시간을 골라서 읽을 정도였다. 책도 얇고, 내용도 짧고, 책 읽는 시간도 얼마 걸리지 않았지만 읽는 내내 마음이 참 따뜻해졌다. 할머니가 옛날 이야기를 들려주듯 12달에 대한 추억을 그림을 통해 한껏 드러내고 있었다.
 

  할머니가 의자에 앉아 뜨개질을 하고 있다. 어린 소녀가 무릎을 꿇고 할머니를 향해 미소 지으며, "할머니, 엄마가 저만 할 때는 어땠어요? 하고 묻는다. 그렇게 책은 시작되고, 할머니는 '정말이지 즐거운 날이 아주 많았지'라는 대답으로 12달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한 해의 마지막 날이 되면 아이들은 모닥불을 피우고 큰 소리로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외쳤다고 한다. 그리고 새해를 맞이하는 파티를 위해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먹었다. 염소 썰매 경주도 벌이고, 재미난 연극을 하기도 하면서 즐거운 겨울을 보냈다. 2월은 특별한 우체국으로부터 밸런타인데이 카드를 받았다. 아이들도, 인형 가족도 코기 강아지들과 고양이까지 모두 선물을 받았다. 워싱턴 탄생일을 맞이해서 파이를 구워 먹고, 아이들이 준비한 연극을 보기도 했다. 3월은 나무즙을 모으기에 좋은 계절이라고 했다. 나무즙은 우리가 봄마다 먹는 고로쇠 물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우리는 그 물을 그냥 마시는데, 여기서는 시럽을 만들어 먹었다.

 

  4월에는 부활절이라는 큰 행사가 있었다. 부활절 달걀로 트리를 만드는 달이 4월이었고, 염소, 송아지, 병아리, 아기 거위들이 나들이를 하거나 놀기에 좋은 달이었다. 5월은 5일제라는 농사가 잘되기를 비는 날이 있었다. 그 날이 되면 아이들은 이웃집 문 앞에 꽃바구니를 가져다 놓았고, 5월제 기둥을 에워싸고 춤을 추기도 했다. 5월제 기둥은 운동회 때 오색실로 꼬아서 만들었던 기둥과 비슷해서 신기하기도 하고, 친근감도 들었다. 정원에 씨앗을 뿌리고, 사과나무 아래서 아이스티와 쿠키를 차려놓고 파티를 열기도 했다. 6월에는 세례요한 축일이 있었다. 그날이 되면 마리오네트 인형극을 했다. 직접 만들고, 무대 배경도 그리며, 안내문도 칠해서 마차 보관소에서 연극을 했다. 7월에는 독립기념일이 있었고, 아이들은 빈 깡통에 폭죽을 날려서 보냈다. 국기를 내 걸고,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서 소풍을 가기도 했다. 그날 저녁 마을 광장에서는 불꽃놀이가 벌어졌고, 높은 풀밭에 앉아 구경하는 것을 좋아했다고 회상하고 있다.

 

  8월에는 '엄마'의 생일을 맞아 밤에 강가로 나가 축하 파티를 했다. 아기자기한 소품들과 음식을 만들기도 했지만, 가장 근사한 것은 강물에 둥둥 떠가는 생일 케이크를 보는 것이었다. 9월에는 잔치가 열리는 달이었다. 모든 인형들이 총출동 하고, 단추를 돈 삼아 시장을 열기도 했다. 가장 예쁜 꽃과 채소를 가진 사람에게는 상을 주었다. 모두 인형 크기에 맞는 것들이었고, 딱정벌레 경주, 활쏘기 대회가 열리기도 했다. 10월은 추수를 하는 달이었다. 사과 주스를 짜고, 할로윈 호박등도 만들고, 할로윈 파티는 멋지게 지나갔다. 11월은 추수감사절이 있었다. 친척들이 많이 찾아와 아이들은 헛간에서 잤지만, 연극도 하고 게임도 하며 즐거운 나날을 보냈다. 그때부터 사람들은 크리스마스 선물을 만들었다. 1년 동안 쓸 양초도 만들었다. 12월은 크리스마스가 있기에 일 년 중 가장 특별한 날이었다. 강림절 달력을 만들기도 하고, 화환에 불을 붙이기도 하고, 성니콜라스 케이크를 만들어 먹기도 했다. 크리스마스 이브에는 숲속으로 가 신비로운 아기 구유 행사를 하기도 했다. 성탄절이 되면 예쁜 트리르 보며 감사하는 마음을 갖었다.

 

  그렇게 '엄마'의 어렸을 때의 이야기는 끝을 맺는다. 12달 동안 특별하지 않은 달이 없었고, 타샤 할머니의 섬세하고 예쁜 그림들을 보고 있으면 흐뭇한 미소가 절로 생긴다. 책 속의 이야기는 모두 타샤 할머니가 지금까지 해왔고, 자식들과 손자들에게까지 내려온 관습이다. 타샤 할머니의 책들을 통해서 모두 들었던 이야기었지만, 동화책으로 재탄생 되니 마치 환상 속으로 여행한 듯한 착각이 일었다. 글은 짧지만, 그림 속에 훨씬 더 많은 이야기가 들어있고, 공들여 그린 배경들과 그림 속에서 타샤 할머니의 따스함을 느낄 수 있었다. 할머니의 집과 할머니의 생활 곳곳에 이 모든 흔적들이 남아 있었기에 다시 한 번 타샤 할머니의 이야기를 떠올릴 수 있었다. 그림으로 표현해도 이렇게 멋지고 좋은데, 그 모든 일이 삶 속에 모두 녹아 있는 타샤 할머니는 어땠을까. 지켜 보는 사람도 이렇게 행복해 지는데, 타샤 할머니는 행복의 주역이었으니 더 기쁜 날들이었을거라 생각한다. 이 책을 보며 한 달을 살아가고, 일 년을 살아간다면 하루하루가 무의미 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까지 든다. 가끔 나의 일상이 지치고 힘들 때, 이 짧은 동화책 한 권으로 앞날의 즐거움을 떠올려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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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쇼의 하이쿠 기행 1 - 오쿠로 가는 작은 길 바쇼의 하이쿠 기행 1
마쓰오 바쇼 지음, 김정례 옮김 / 바다출판사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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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작년 봄, 이 책의 개정판이 나왔을 때 얼마나 흥분했는지 모른다. 어떤 책인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바쇼의 하이쿠 기행' 제목을 본 터라 구입하려고 보니 절판된 상태였다. 절판된 책은 소유욕이 더 간절해 지는 터라 안타까움으로 일관하고 있었는데, 개정판이 나온 것이다. 책 내용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음에도 무조건 구입했다. 그러나 몇 장 읽지도 않고 책을 덮어 버렸다. 내가 생각했던 하이쿠 기행과 거리가 멀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시간은 흘렀고, 얼마 전 서점에서 바쇼의 하이쿠 기행 3권 세트를 보니 마음이 동했다. 얼른 1권을 읽고, 다음 권도 사서 읽고 싶었다. 하지만 1권을 읽기가 녹록치 않았다. 두껍지 않은 책임에도 주석이 1/3을 차지하고 있었고, 책을 읽으랴 주석 보랴 흐름이 자꾸 끊겼다. 이 책을 갖고 있는 지인에게 투덜대자 내용을 먼저 읽고, 그 다음에 주석을 따로 읽던지 아니면 두 번째 읽을 때에 주석을 찾아서 읽으라는 충고가 돌아왔다. 책을 절반쯤 읽다가 지인의 말대로 내용을 읽고 주석을 몰아서 읽었다. 내용은 조금 잡히는 듯 했지만, 역시 주석 내용이 겉돌아서 애를 먹었다. 내용을 쭉 읽어나가면서 궁금한 부분만 주석을 찾아서 읽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

 

  주석을 별로 좋아하지 않기에(더군다나 책의 뒷면에 있는 주석은 찾아보는 불편함과 귀찮음이 공존하다.), 가장 큰 난관이 주석이었다. 바쇼가 1689년에 일본의 동북지방을 여행한 수기였기에 시대적 동떨어짐이 장애로 다가올 거라 생각했었다. 장애를 덜어주기 위해 기입된 주석이 오히려 난관이 되고 있었으니, 아이러니 하면서도 읽기를 포기할 수 없었다. 300년 전의 하이쿠 시인이 무엇을 위해 150일에 거쳐 2,400킬로미터를 여행했을까 하는 궁금증도 일었고, 그 과정을 알고 싶었다. 그 시절을 생각한다면, 지금의 배낭여행이라든가 자유를 갈망한 여행의 성격이 아니었다. 바쇼가 여행한 시기는 도쿠가와 이에야스에 의해 개막된 에도 바쿠후가 안정기에 접어들던 시기였다고 한다. 문화가 도시를 중심으로 막 꽃을 피우기 시작하고 있던 시절, 바쇼는 변방인 오쿠를 향해 여행을 떠났다. 세속적인 용무를 빼고, 오로지 시인으로서의 순수한 무상의 행위로, 여행 그 자체를 순수한 예술적 실천으로 삼았다고 한다. 걸식여행을 각오하면서까지 제자 '소라'와 함께 먼 여행길에 오른다.

 

  하이쿠 기행이라고 하기에, 하이쿠가 주를 이루는 책일 거라 생각했다. 여행을 하면서 하이쿠를 짓기도 하고, 지방 시인들과 하이카이로 교류를 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런 하이쿠의 나열보다는 여행의 배경과 하이쿠를 짓게 된 사연들이 더 많았다. 책 제목 그대로 하이쿠를 통한 여행을 했고, 시인으로써 갈망했던 여행을 한 것이다. 바쇼가 기록한 것과 제자 소라가 기록한 것이 조금씩 다르긴 했지만, 상세한 주석에 모두 설명되어 있으니 바쇼가 걸었던 길을 상상하며 하이쿠 시인이 되어보는 착각에 빠지며 읽는 방법이 가장 좋아 보였다. 바쇼가 오쿠지방을 선택한 연유는 크게 세가지로 나눌 수 있다고 했다. 와카의 명소인 우타마쿠라 탐방과, 공명을 위해 목숨을 바치고 허무하게 죽어간 이들에 대한 진혼, 그리고 자시이 확립한 바쇼 풍 하이카이의 지방화 시도였다고 한다. 해설을 통해서 이 사실을 알게 되었지만, 곳곳에 바쇼의 뜻은 잘 나타나 있다. 여행을 하면서 명소에 대한 찬사와 감탄, 참배를 하고 애도하는 모습, 많은 사람과 시를 나누고 읊던 모습은 책을 읽는 독자의 눈에도 잘 띄었다.

 

  내가 읽은 하이쿠들은 현대의 하이쿠이기도 했고, 몇 수 되지 않아 하이쿠에 대한 지식은 전혀 없다. 하지만 짧은 시구 속에 들어있는 함축적인 의미와 묘사에 감탄을 터트렸던 기억이 난다. 하이쿠에 대한 배경 지식이 없더라도 바쇼의 하이쿠를 읽다보면 마음에 와닿는 시를 발견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함축적인 의미가 내포되어 있는 설명이 필요한 것이었다. 책의 성격만 보자면, 하이쿠 기행이라기 보다 기행문에 하이쿠가 감칠맛나게 곁들어진 느낌이었다. 바쇼의 하이쿠의 진수는 2,3권에서 만끽해야 할 것 같다. 그렇지만 바쇼가 <오쿠로 가는 작은 길>의 기행문에 내포하고 있는 의미는 훨씬 더 크고 많다. 책과 주석만 읽었더라면 절대 이해할 수 없고, 무의미하게 지나쳐 버렸을 것들을 해설에서 아주 상세히 다뤄주고 있어 많은 도움이 되었다.

 

  이 책의 옮긴이는 <오쿠로 가는 작은 길>을 번역하고, 10년만에 2, 3권을 번역했다고 한다. 그만큼 바쇼에 대한 열정도, 그런 바쇼를 한국 독자에게 알리겠다는 신념도 강했다. 주석이나 해설을 보면 그런 애정이 듬뿍 들어있음을 느낄 수 있다. 내가 느낀 바쇼의 하이쿠 기행의 의미를 옮긴이는 '기행이라는 문예 형식을 빌려서 묘사한 풍아風雅의 이상도라고 말할 수 있다' 라고 했다. 그의 해설을 듣고 있자니 두리뭉실하게 뭉쳐있던 느낌들이 명확해 지는 기분이었다. 일본의 고전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 받고 있는 바쇼의 하이쿠 기행이 국내에 번역된 것이 너무 기쁘다. 나에게 이 책을 언급해주었던 또 다른 책의 저자에게도 감사한 마음이다. 현실을 벗어나 오로지 예술의 세계를 살다 간 바쇼의 삶의 방식에 많은 동경을 품은 사람들. 오로지 문학적인 태도만을 고수했던 바쇼의 태도는 우리가 앞으로 눈여겨 보아야 할 태도라며 옮긴이는 글을 마치고 있다. 바쇼를 따라 17세기 후반의 일본을 여행한 듯한 느낌. 곳곳에 배어나오는 바쇼의 감성이 21세기를 살고 있는 많은 독자들의 마음을 풍요롭게 해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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