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속 여행 쥘 베른 걸작선 (쥘 베른 컬렉션) 1
쥘 베른 지음, 김석희 옮김 / 열림원 / 2007년 2월
평점 :
품절


 쥘 베른 컬렉션을 읽다보니, 20권의 전집을 다 모으고 싶었고 순서대로 읽고 싶었다. 우선 전집을 모두 구매하려고 검색해보니 출간이 안된건지, 품절인지 책들이 많이 보이지 않았다. 9권의 책을 모으지 못한채 컬렉션 첫 번째 책 <지구 속 여행>을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을 원작으로 해서 영화가 개봉했다 해서 책을 읽고 영화를 보고 싶었는데, 책을 다 읽은 시점은 영화가 내려간 뒤었다. 그래서인지 책을 읽으면서도 처음 기대했던 마음에서 무언가가 허전한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쥘 베른의 작품을 몇 권 읽지 않았지만, 그의 작품은 결과보다는 과정에 즐거움과 놀라움이 많았다. 그런 특징을 알면서도 이상하게 이 책은 초반부터 거대한 무언가가 나올 거라는 기대감 같은 것을 품어 버린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책을 이끌어가는 사건의 발단은 우연히 발견된 고문서 때문이었다. 화자인 '나'의 삼촌이자 광물학자인 리덴브로크 교수가 고서점에서 우연히 발견된 고문서로 인해 이 거대한 모험이 시작된 것이다. 아이슬란드 연금술사가 남긴 룬 문자 암호를 통해 지구의 중심으로 여행을 떠난다. 그 과정을 즐기는 것이 쥘 베른의 문학을 탐독하는 재미지만, 지구의 중심이라는 말에 나는 무언가가 툭 떨어질걸로 제멋대로 상상해 버린 것이다. 전개는 빠르지 않았고, 여행을 준비하는 시간, 지구의 중심으로 내려가는 통로로 가는 과정까지 책의 1/3이 지나버렸다. 그 과정에서 흥미를 조금씩 잃어가다 그 댓가로 지구의 중심에 도달했을 때 엄청난 것이 발견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 악셀은 이 책의 화자이긴 하지만, 리덴브로크 삼촌이 이 여행의 주인공이다. 오히려 악셀은 삼촌의 손에 끌려 내키지 않은 여행에 동참했고, 겁이 많았다. 이 여행은 몹시 위험하고, 어떤 세계가 펼쳐질지 모르지만 은밀하게 진행 시켜야 했기 때문에 독일을 떠나 아이슬란드에 도착해 그곳에서 안내인 한스를 고용한다. 아이슬란드에서도 사화산 중에 가장 높은 1500미터를 자랑하는 스네펠스를 향해 가야한다. 이 세명이 거대한 여행의 인원 전부였기에 조금은 의아해 하면서도, 그들의 행보를 좇을 수 밖에 없었다. 악셀이 우연히 암호를 해독하고, 그 메세지를 따라 시작한 무모한 여행이었지만 리덴브로크 교수는 확신에 차 있었다. 악셀은 번번히 삼촌과의 논쟁에서 압도당하고 말지만, 그만큼 삼촌의 과학적 지식은 넓었고 고집도 셌다. 그런 삼촌과 한스, 이 셋의 여행은 그렇에 이어졌고 위기와 고행의 연속이었다. 해발 3000미터 깊이를 내려가는 일은 쉽지 않았다. 시간도 많이 걸렸고, 많은 위험을 감수해야 했다. 그럴때마다 과묵하고 충실한 한스가 도움의 손길을 뻗어 주었고, 삼촌은 해박한 지식과 무모함으로 지구의 중심에 도달하기 위해 애썼다. 악셀만 이 여행이 어서 끝나길 바랐고, 집에서 기다리는 약혼녀 그라우벤 곁으로 돌아가고 싶을 뿐이었다.

 

  많은 위기가 있었다. 악셀이 길을 잃기도 하고, 물을 먹지 못해 탈진하기도 했다. 그때마다 한스와 리덴브로크 삼촌은 악셀을 구해주었고, 여행을 포기할거라는 기대에 부풀어 있던 악셀의 기대를 부응시켜 주지 못한채 여행은 계속 되었다. 마침내 그 숱한 과정을 거쳐 연금술사가 말한 지구의 중심에 도착한다. 가장 놀라운 것은 지구의 중심에 펼쳐진 바다였다. 바다 밑에, 대륙 밑에 또 다른 바다가 있는 셈이었는데 그곳에서 사람이 산 흔적과 고대 생물들을 발견하기도 한다. 긴 항해를 끝내고 처음 도착했던 해안으로 다시 돌아오고, 그곳에서 뗏목을 타고 다시 화산의 분출구를 타고 오는 과정으로 그들의 여행은 끝이 난다. 화산으로 들어갔다가 화산으로 나온 셈이지만, 그들이 들어간 곳에서 나온 곳의 거리는 5000킬로미터나 떨어져 있었다. 함부르크로 돌아온 그들은 이미 영웅이 되어 있었다. 그들의 여행이 학계에 알려졌고, 리덴브로크 교수(물론, 조카인 악셀도)는 많은 명예를 누리게 된다.

 

  지구 속 여행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전개가 흥미진진했음에도 불구하고 여행이 끝나자 허무해져 버렸다. 초반에 갖었던 '거대한 무언가'는 결국 나타나지 않았고(이미 지구 속에서 충분히 느꼈음에도...), 싱겁게 끝나버렸다는 사실만 되뇌이게 되었다. 어쩌면 '여행'이라는 단어를 무시하고, 발견과 탐험에만 주목했던 결과였는지도 모르겠다. 지구 속 안에서 발견과 탐험이 이루어졌지만, 과학적 발견이 주류라는 생각에 무심코 지나쳐 버렸는지도 모른다. 과정을 즐기는 책을 나의 혼란과 착각으로 허무하게 만들어버린 경험이었다. 그러나 여전히 쥘 베른의 문학세계는 탐독할만 하고, 궁금하고, 완독하고 싶다. 그런 욕망의 발판이 이 책이 되었다 생각하며 다음 작품에서 만나볼 새로운 세계를 꿈꿔보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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