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산맥 3 (양장) 조정래 대하소설
조정래 지음 / 해냄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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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토속문학... 토착민 문학이라는 말이 생각났던 부분이였다..
항상 촌스럽게 생각되었던 내 지역의 사투리가 정겹게 들렸고 그 사투리의 쓰임이 창피하지 않다.. 그래서 요즘들어 사투리를 자주 쓰게 되는게 다 태백산맥 탓이다.. 어렸을때 듣고 자랐던 그 말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책.. 그리고 내가 살았던 그 시절보다 더 깊숙히 들어가서 전설과 고전을 보여주었던 책.. 그 생각이 더 짙어진 3권이 아니였나 싶다.. 그런 토속적인 면이 넘치지는 않더라도 알콩 달콩하며 살아가는 삶의 녹아내림이였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이젠 없는 사람들의 입이 아닌 삶을 송두리째 뽑아가 버리는 지경에까지 이르고 말았다.. 특히 '농민, 그 사무치는 설움'이라는 부분에서 그 적나라함을 보여주었는데 정말 내 마음에도 그 설움이 사무쳤다...
나도 농가에서 자랐고...내가 초등학생이던 80년대 후반까지도 소작인이라는게 존재 했었다.. 지금은 버려진 땅이 더 많아 그냥 농사 짓지만.. 우리집도 대부분 소작을 붙였던 것으로 알고 있다.. 중학교때쯤 그 말이 나오지 않는 걸 보니 벗어난 것 같은데 태백산맥을 읽고 어렸을때 어렴풋이 들었던 소작농이 나와.. 우리집도 그랬다는 사실에 잠시 충격이였다..
그 시대만큼 착취는 아니여서 소작인이라는 고통은 그리 크지 않았지만 그 시대의 고통은 아직까지도 전해지고 있는 것 같아 씁쓸할 뿐이다... 농민들의 땅에 대한 갈망.. 집착.. 그걸 너무 무시했던 시대가 아니였나 싶다.. '농민, 그 사무치는 설움'에서 그런 소작인들의 설움만이 아닌 동학 운동으로 거슬러 올라가 땅에 대해 속시원히 풀어주고 새로운 시각으로 역사를 보게 해주었다.. 그리고 일제 시대의 일본인들의 횡포가 얼마나 심했는지.. 그리고 해방이 되어서도 농토에 대한.. 그러므로 공산당이 되어가는 사람들에 대한 해결책이 너무나 간단한 것에 대한 충격도 컸다..

남한과 북한으로 나위어져 독립국가로 각자 가고 있는 이념을 통일시키기가 버겁더라도.. 미국의 조종하에 세운 대통령... 그리고 대한민국 정부.. 그것들을 마련했으면 해결해 나가야 하는데 북한과 반대로 소수가 다수를 정복하려 하니 말썽이 많은게 당연하다..
대부분 숨어서 새 세상을 꿈꾸는 무지한 농민들의 갈망이 무엇인가..
내땅을 조금이라도 가지면서 사람답게 살아보자는 것인데 그런 사람이 많았음에도 무조건 공산당으로 몰아버리고 학살만 강행했다...
그들이 하루아침에 살던 곳을 장학하고 지주들을 처참히 살해한 현실의 잘잘못을 따지기 전에 안타까울 노릇이다..
그런 사건이 터지기 전에 헤아려 주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아니.. 이왕 터진 일이니 산에 숨어서 지내는 그들에게 땅을 나눠줘 버리면 간단할 것을.. 민주주의를 앞세우면서도 사람답게 살아보자는 그들을 몰아세우는게 최선이였을까...
그들이 공산주의 사상에 철저히 물들어 세상을 뒤집어 버린다는 일념이 강해 위험수치라면 그들을 이해하려 들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 무지한 농민들이 였다.. 땅을 갖게 해준다는 말에 넘어간 사람이 대부분이였고 그걸 북한이 실현해 줄거라 믿는 사람들이였을 뿐이다.. 왜 그걸 남한 정부가 해주지 못했을까...
쫓아버리고 핍박할꺼면 차라리 달래버리지.. 그게 그네들이 말하는 민주주의가 아니였던가..
그 시대적 배경이 안타까울 뿐이다...

이제 4권에서는 그 절정이 달해 6.25가 터질 것인데 읽으러 가는 발걸음이 무겁다.. 민족의 비극.. 고통.. 처절함이 펼쳐질 것이기에.. 교과서에서 배웠던 형식적인 비극이 아닌 그 내부를 훤히 알고 있기에 그 현실감을 억누를 수 없는 비극이기에 이 답답하고 우울하고 슬픈 마음을 달랠 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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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다를 수 없는 나라
크리스토프 바타이유 지음, 김화영 옮김 / 문학동네 / 199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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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독특한 책이였다..
제목 때문인지 얇은 두께임에도 긴 여행을 하고 온 듯한 느낌이다..
심한 생리통으로 인한 혼미한 정신을 추스르지 못하고 있을때에도 그 시간들이 억울하고 아까워 집어든 책이였다..
고통 속에서 읽다 보니 끊김이 잦았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갈망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었다.. 그래서 천천히 읽었음에도 얼마 안되어서 다 읽어 버렸다.. 여운이 많이 남는 책이였고 책을 두번 읽는 일이 거의 없는 내가 다시 한번 읽어봐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낯설은 프랑스 작가의 처녀작... '다다를 수 없는 나라'를 알게 되었다..

18세기의 프랑스의 선교사들이 베트남으로 복음을 전파하러 떠난다..
일여년만에 베트남의 남쪽 지방에 도착하여 그곳의 농부들에게 복음을 전파하게 된다... 그러나 그때 프랑스에서는 혁명이 일어나고 그 혼란속에서 모든게 뒤집어진 상황이라 베트남으로 떠난 선교사들을 까맣게 잊어 버리고 만다...
베트남에서 보낸 서신도 도착하지 않고 그런 상황에서 병으로 몇몇 선교사들이 죽는 시련이 닥치지만 선교사들은 프랑스 생활을 다 버리고 언어도 문화도 습관도 베트남에 맞추어 새롭게 배워 나간다...
어느 정도 복음이 전파 되었을때 3명의 선교사가 다른 곳으로 떠나게 되는데 그때의 베트남도 정치적으로 혼란한 시기라 남아있던 선교사들이 처참히 살해된다... 다른 곳으로 떠난 선교사중 한명이 열병으로 죽고 도미니크 수사와 카트린느 수녀만이 남게 된다..
그들은 그 낯선 곳에서 모든걸 새롭게 배워야 했고 적응해 가며 모두에게 잊혀진채 베트남에 남겨진 두 명의 프랑스인들은 서로 사랑하게 된다...
그러나 그들은 점점 하나님을 잊어 버리고 결국 그들도 병에 걸려 죽고 영영 잊혀진 존재가 되어 버린다..

독특한 내용에서만 이 소설을 독특하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작가의 문체.. 의도.. 소설의 형식이 어울어져 독특함을 더 유발시킨 것이다.. 짧막한 문장.. 자세히 설명 되는 것이 아닌 문장과 문장 사이의 공백에서 독자들이 그 뜻을 파악하고 나름대로 채워나가야지만 읽어 나갈 수 있는.. 게다가 설명 형식의 서술이 그 공간의 의미를 부각시키지 않았나 생각된다...
그 절제된 서술속에서 마지막까지 남은 두 선교사들처럼 고립된 느낌을 갖게 되는 우리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거대한 바다에서 마치 고기를 건지듯이 행복과 고독 속에서 바다-고기-어획을 간추려야만 그 공간을 이해할 수 있고 읽어 나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드는 책이다..
그 담담함... 독특함... 여백의 미에 매료 당하지 않을 수 없었다...

21살의 어린 나이에 쓴 이 소설이 그 해의 처녀작 작품상을 받은 것만 보더라도 이런 독특함을 느끼는 것이 비단 나뿐만이 아니라는 것이 입증된다...

김영하의 '랄랄라 하우스'에서 현장 독서법에서 이 책이 잠깐 나왔었는데 그 책을 메모해 뒀다가 사게 된 책이였다..
책을 통해 이뤄지는 책 파도타기...
이렇게 신선함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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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게 무엇이 되어
예반 지음 / 대흥 / 199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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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초에 대대적인 집 정리를 하면서 언니네 책 꽃이에서 이 책을 보았다.. 책이라고 하기도 모하고.. 시집이나 에세이라 하기에도 모한...
소책자 같은 느낌이였다.. 대충 훑터봐도 알수가 없기에 다음에 보기로 하고 내 책 꽃이에 옮겨 놓았을 뿐이였다..
그랬던 것이 내 마음을 이렇게 달래줄 줄이야...

읽을 책은 많고... 그러나 이 책 저책 뒤적거려도 손에 잡히지는 않고 거기다가 마음까지 우울해 졌다.. 잠도 오지 않고.. 시간을 떼울 것도 마땅치 않은 정말 난감한 금요일 밤이였다.. 그렇게 책 꽃이 앞을 서성이다 이 책을 읽게 되었다...
그냥 나열된 말들이 마음속에 들어오게 되었다..
너무나 얇은... 그래서인지 페이지 조차 적혀있지 않은.. 그러나 나를 잡아 당기는 매력이 있었다..
그건 바로 나를 위로해 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치 이런 날에 읽힐 줄 알았다는 듯이 소박함으로 채워진 글들... 그리고 있는 그대로의 심정을 토로하면서 다독여 주는 느낌이 너무 좋았다..
그래서 그 글들로 인해 위로를 받았고 편안한 금요일 저녁이 되었다..
평범한 회사원이 였다던 작가....
무작적 여행하며 쓴 글이라는데 그런 이력 때문인지 더 친근감이 가고 위로가 마음에 와 닿았는지 모르겠다...
조용히 읇조리면서 내게 말하는 것 같다...
나의 마음을 다 안다고...
13년전에 출판된 것이라 재발행본을 찾을 수가 없다..
아무도 본적이 없는 듯한 양호한 책 상태를 보며 마치 조개 속의 진주를 발견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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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클베리 핀의 모험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6
마크 트웨인 지음, 김욱동 옮김 / 민음사 / 199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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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민음사의 세계 문학에 빠져 있을때 할인된 가격에 유혹당해 동심으로 돌아가볼겸 이 책을 선택했었다...
보통 이 책이 그리 두껍지 않다는 걸 알고 있었는데 막상 책을 보니 무지 두꺼웠다... 그 이유인즉슨 100여년만에 가정집 다락방에서 빠져있던 친필원고가 발견된 것이다.. 그래서 그 완역을 하다보니 책이 600페이지로 두꺼워 졌다....
중간 중간에 삽화가 있어서 금방 읽을 수 있을거라 생각하고 읽었는데 의외로 쉽게 읽혀지지가 않았다..
일인칭으로 씌여진 존댓말들.. 그리고 억측스런 거짓말들로 이끌어 나가는 전개가 유치했다.. 좀 더 성숙된(?) 느낌으로 만날거라 기대했었는데 그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어 버렸다..
그래서 그 상황에 나를 맞추기로 하고 기대든 실망이든 다 버리고 있는 그 자체로 읽기로 했다.. 그러다 보니 그작 저작 스토리도 파악해가고 200페이지가 넘게 읽었는데도 책은 끝날 기미가 안보였다.. 그래서 책을 몇달간 쳐박아 뒀다...
그러다가 읽다 만 책들 정리하면서 다시 읽기 시작해서 며칠만에 다 읽어버렸다.. 우선은 두껍고 사연 많은 책을 읽어 버려서 속이 후련하다..
그런데 다시 읽기 시작한 며칠간 동안은 참 신기했다..
유치하고 지겹고.. 마음에 들지 않던 책이 읽다보니 나도 모르게 순식간에 읽어 버린 것이다..
어느새 책에 푹 빠져 읽고 있는 내 모습을 보면서 나도 깜짝 놀랬다..
전에는 분명 이러지 않았기에....

'허클베리 핀의 모험'을 읽다만 공백기도 컸고 그 사이 마음을 편하게 먹은 탓도 있어서.. 어렸을때 만화로.. 책으로 본 재미가 다시 살아났던 것 같다.. 현재의 나만 중시했기에 어렸을때 순수하게 보던 그 마음을 찾지 못했었다.. 마음을 여니 어릴적 그 순수함이 들어오는 것 같았고.. 그제서야 정말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간간히 웃기도 하면서.. 그리고 별 도움 안된다 생각했던 삽화를 보며 나름대로 상상도 하면서 말이다.. 잠시 동심으로 돌아가 꿈을 꾸는 듯한 느낌이였다.. 어릴때 내가 이런 책을 만났다면 참 재미있게 읽고 뿌듯해 했을거라는 느낌... 그리고 실제로 그 느낌을 느끼고 있던 어린 내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번역자의 해설처럼 주인공 헉은 거짓말을 태연히.. 그리고 밥 먹듯이 한다.. 그리고 흑인 노예에 대한 핍박이 실존했고 그 핍박이 거슬렸다... 어린 아이로서는 너무 맞지 않는 세계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그냥 이야기로 받아 들였지만 그 시대적 배경을 충분히 알지 못하고 읽는 청소년 들에게는 문제가 될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호밀밭의 파수꾼'의 콜필드가 고등학생 문제아라면 헉은 초등학생 고학년... 중학생 저학년의 문제아라 할까...
그러나 헉의 이야기는 재미를 주기 위한 모험이 강했고 또한 어린아이의 마음이라 생각해도 좋지만 인간의 양심을 보여주는 대목들이 있었기에 동심의 이야기로 읽혀도 좋을 것 같다.. 밤새워 읽고 며칠동안은 내가 헉이 되어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일... 그리고 그 안에서 나의 꿈을 키워 나가는 나의 어릴적 모습이 왜 자꾸 생각나는 것일까..
이 책을 읽는 청소년들의 마음에 그런 순수함이 남아있기를 소망하는 마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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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인간 연습 - 조정래
 
2. 낯선 사람들 - 김영현
 
3.~4. 비가 오지 않는 도시 1,2 - 티에닝
 
5. 빅토르 세르주 평전 - 수잔 와이스만
 
 
 
 
- 예전에 내가 쓴 네이버 오늘의 책 <케테 콜비츠> 소개글을 보고 실천문학사에서 소소한 내 홈피를 친히 찾아와 주신 일이 있었다.
그 계기로 책에 대한 이야기며 소소한 일상이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신간도 보내주셔서 늘 감사해 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또 책들을 보내주셨다.
 
정말 내가 좋아하는 실천문학사의 평전도 끼어 있고 조정래님의 책이며 디자인이 이쁜 비가 오지 않는 도시에다 국내문학에는 늘 많은 관심을 두지 못해 안타까워 하고 있는데 어찌 그 마음을 아시고 국내작가의 책까지 보내주셨다.
 
정말 무슨 복을 타고 나서 이렇게 많은 책들과 함께 실천문학사와 인연이 맺어 졌는지 모르겠다. 이벤트 책을 받다보면 수 많은 출판사에서 택배가 오지만...
실천문학사라는 로고가 찍힌 책 다섯권을 쌓아 놓고 보니 그 이름만으로도 통일감을 주어 보고만 있어도 뿌듯해지고 손길이 한번 더 가는 것 같다.
 
 
책을 통한 인연은 이렇듯 책처럼 오래 오래 남는 것 같다.
책을 볼때마다 생각이 나는 것은 정말 귀중한 것이다.
미흡한 나에게 이런 나눔과 애정을 부어주신 실천문학사 그분께(^^) 감사를 표하는 바이다.
정말 책을 통한 인연....
깊고도 짙고도 애틋하다는 것을 또 한번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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