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들
요시다 슈이치 지음, 오유리 옮김 / 북스토리 / 2005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내게도 그런 시기가 있었다. 일요일이 몹시 우울해 이리 뒹굴고 저리 뒹굴고, 친구들과 악을 쓰며 놀면서 피하고 싶었던 시기. 흔히 월요병의 전초전이라고 말할지 모르겠지만 내게는 좀 성질이 달랐던 것 같다. 20대 초반에 사춘기가 가장 심했던 나로서는 일요일의 발광(?)이 늘 지나쳤었다. 그런 기억이 이제는 기억의 언저리로 사라졌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 제목을 보자마자 그때의 기억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내게 신앙이 없었다면, 아직도 일요일의 발광을 이어갔을 거라 생각하니 끔찍해졌다. 이제는 일요일을 맞이하는 마음이 그런 마음이 아니기에 잠시 주춤했던 마음을 추스르며 연관 짓지 말자며 스스로를 다독여야 할 정도였다.
 

  제목이 <일요일들>인 것처럼 다섯 편의 단편에는 '일요일'이라는 공통 시점을 가지고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었다. 도쿄를 중심으로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을 그렸는데 이야기의 끝은 늘 민숭민숭 했다. 현재시점이라는 시각 때문에 앞으로도 계속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해도, 단편 속에서 내가 찾을 수 있는 색다른 느낌은 별로 없었다. 한 사람의 모습을 지켜볼라치면 어느새 이야기는 끝이 나 있거나, 주인공들의 행태에 짜증이 나기도 했다. 왜 이렇게 살아가는지, 왜 그런 행동들을 하면서 독자를 불쾌하게 만드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겨우 추슬렀던 일요일의 발광과 함께 겹쳐지면서 책 속의 이야기는 우울한 분위기로 치닫고 있었다.

 

  첫 번째 이야기만 해도 그랬다. <일요일의 운세>에 나오는 다바타는 뭐 하나 제대로 끝내는 일 없이 주변 여자들에게 질질 끌려 다녔다. 말 한마디만 제대로 했더라면 오해를 살 일도, 타박을 들을 일도 없었을 것이며 가장 중요한 자신의 인생을 그렇게 흐지부지하게 살지는 않았을 것이다. 여자 친구에 의해 상파울루로 떠나게 되는 그에게 형은 행복하냐고 묻자 태양에 대한 비유로 자신을 표현하기도 한다. 그런 식으로 책 속의 인물들은 보통 사람들이면서도 조금은 뭔가 색다른 인물들로 채워져 있었다. 일요일에 쓰레기를 버리러 가다가 헤어진 연인을 떠올리는 남자, 여자들의 여행에서 겪게 되는 에피소드와 복잡 미묘한 감정들, 부자간의 잊힘에 대한 사연들, 애인에게 폭력에 시달리는 여인까지 인물들만 따져 보자면 결코 밝은 분위기는 아니었다. 그 안에서 각자 나름대로 느끼는 것들이 있겠지만, 도심 속에 묻힌 몇몇 사람들의 일요일은 그다지 빛을 발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한 가지 독특한 것은 다섯 편의 단편에 등장하는 한 형제의 이야기였다. 배낭을 메고, 굶주리며, 엄마를 찾는 아이들은 늘 등장했다가 도망치듯 사라지곤 했다. 그 아이들의 이야기는 연속성을 띄다 마지막 단편 <일요일들>에서 베일을 벗고 완성된다. 폭력을 휘두르는 애인에게 시달리다 상담소를 찾은 노리코는 그 아이들을 만나게 되고, 세월이 흘러 그 아이들 중 형을 만나게 된다. 도쿄를 떠나는 그녀에게 그 형제의 만남은 그녀에게 작은 희망이 되어 주었다. 거기다 저자는 단편 속의 인물들 사연에 비슷하게 얽혀 들어가게 길을 만들고 있었다. 주인공이 이삿짐 센터에서 일을 했다면, 다른 단편에서는 똑같은 일을 하는 다른 인물이 그려지며 어디서 본 듯한 느낌이 든다는 생각을 하게끔 만들었다. 같은 인물이 아닐까 하고 책을 들춰보기도 하고, 미묘한 연관성에 저자만의 독특한 구성을 느끼기도 했다. 어쩌면 도쿄라는 거대한 도시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이 특별하지도 않고, 평범하다는(헷갈릴 정도로) 이미지를 담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들이 맞이하거나, 뇌리 속에 남아 있는 일요일은 뿌연 안개처럼 답답함을 안고 있었다.

 

  내게 안 좋은 이미지로 남아 있는 일요일을 대입시키다 보니 탁 트인 시야로 책을 읽지 못한 것도 어느 정도 작용한 것 같다.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라도 치부해도 될 이야기에 짜증을 많이 보탠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 거기다 현실을 피하고 싶어 일삼는 나의 도피성 독서에서, 현실을 드러내는 소설을 만났기에 때문에 불쾌해졌는지도 모르겠다. 저자가 현대인의 모습을 잘 담아놨다고 해도 지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은 사람들을 묘사한 것과 동시에, 보편적인 삶을 사는 사람들을 담고 있다는 이중성을 담고 있어 갈피를 못 잡았는지도 모를 일이다. 도시의 치열함, 일요일에 대한 기억, 사랑의 얽힘이 빠지지 않고 등장함에도 무엇 하나 기꺼운 마음으로 맞이할 수 없었다. 그것은 순전히 나의 개인적인 마음이고, 저자는 독자들에게 현실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게 일요일을 다른 의미로 들려주려 했을 것이다. 그런 의미부여에 동조하지 못한 것이 여전히 아쉽지만, 내 나름대로의 일요일을 떠올리는 계기가 되기도 했으므로 좀 더 풍요로운 날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비단 일요일뿐만이 아니라 다른 요일, 한 달, 일 년, 일생을 바라볼 수 있는 꿈을 가진 채 현재에 충실하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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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에 읽은 책
 
 
1. 혼자 놀기 - 강미영
2. 코기빌 마을 축제 - 타샤 튜더
3. 조혜련의 박살 일본어 - 조혜련
4. 책 그림책 - 밀란 쿤데라 외
5. 있는 그대로가 아름답습니다 - 이철수
6. 아픔의 기록 - 존 버거
7. 인간 실격 - 다자이 오사무
8. 코기빌 납치 대소동 - 타샤 튜더
9. 섬 - 장 그르니에
10. 코기빌의 크리스마스 - 타샤 튜더
11. 속 깊은 이성친구 - 장 자끄 상뻬
12. 건강한 생리 - 조연경.김경숙
13. 배고픈 새 - 이덕무
14. 바쇼의 하이쿠 기행 1 - 마츠오 바쇼
15. 타샤의 특별한 날 - 타샤 튜더
16~17. 미트포드 이야기 1,2 - 잰 캐런
18. 바쇼의 하이쿠 기행 2 - 마츠오 바쇼
19. 지구 속 여행 - 쥘 베른
20. 고래 - 천명관
 
------------------------------------------------------20권
 
 

2월에 읽은 책
 
 
21. 꼬마 난장이 미짓 - 팀 보울러
22. 꼬마 인형 - 가브리엘 벵상
23. 타샤의 그림 인생 - 해리 데이비스
24. 암리타 - 요시모토 바나나
25. 시계탑 - 전아리
26. 바시르와 왈츠를 - 아리폴먼, 데이비드 플론스키
27. 트와일라잇 - 스테프니 메이어
28. 뉴문 - 스테프니 메이어
29. 동정없는 세상 - 박현욱
30.~31. 이스트 사이드의 남자 1,2 - 칼렙 카
32. 홍길동전 - 허균
33. 이클립스 - 스테프니 메이어
34. 박사가 사랑한 수식 - 오가와 요코
35. 셜록홈즈 이탈리아인 비서 - 칼렙 카
 

-----------------------------------------------------15권

 

 

 

3월에 읽은 책
 
 
36. 동경만경 - 요시다 슈이치
37. 사랑을 말해줘 - 요시다 슈이치
38. 이니시에이션 러브 - 이누이 구루미
39. 우리는 사랑일까 - 알랭 드 보통
40. 스웨터 - 글렌 벡
41. 아빠 어디 가? - 장 루이 푸르니에
42. 죽음의 중지 - 주제 사라마구
43기적의 양피지 캅베드 - 헤르메스 김
44. 파리의 스노우캣 - 권윤주
45. 태양을 기다리며 - 츠지 히토나리
46. 루머의 루머의 루머 - 제이 아셰르
47. 안과 겉 - 알베르 카뮈
48. 백치(상) -도스또예프스끼
49. 하루 24시간 어떻게 살 것인가 - 아놀드 베넷
 
--------------------------------------------------------------14권
 
 

4월에 읽은 책
 
 
 
50. 위저드 베이커리 - 구병모
51. 일본 전산 이야기 - 김성호
52.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 F.스콧 피츠럴제럴드(노블마인)
53. 옛 소설에 빠지다 - 조혜란

54. 엄마의 은행통장 - 캐스린 포브즈

55. 워렌 버핏과 함께한 점심 식사 - 고수유

56. 굼벵이의 노래 - 황원교

57. 어설픈 경쟁 - 장 자끄 상뻬

58. 나는 고백한다, 현대의학을 - 아툴 가완디

59. 꿈꾸는 토르소맨 - kbs 스페셜 제작팀

5월에 읽은 책

 

 

60. 트와일라잇 - 화보와 비하인드 스토리

61. 아름다운 날들 - 장 자끄 상뻬

62. 개가 남긴 한마디 - 아지즈 네신

63. 이렇게 왔다가 이렇게 갈 수는 없다 - 아지즈 네신

64. 당나귀는 당나귀답게 - 아지즈 네신

65. 기죽지 말고 당당하게 - 데이비드 콜버트

66. 스타트 신드롬 - 김진세

67. 퇴계잡영 - 이황

68. 지로 이야기 1 - 시모무라 고진

69. 셜록 홈즈 최후의 해결책 - 마이클 셰이본

70. 인터월드 - 닐 게이먼, 마이클 리브스

71. 키다리 아저씨 - 진 웹스터

72. 비밀의 화원 - 프랜시스 호즈슨 버넷

73. 드로잉 일본 철도 여행 - 김혜원

74. 1은 하나 - 타샤 튜더

75. 어두워지면 일어나라 - 샬레인 해리스

76. 댈러스의 살아있는 시체들 - 샬레인 해리스

77. 강철군화 - 잭 런던

 

------------------------------------------------------18권

 

 

6월에 읽은 책

 

 

78. 왜들 그렇게 눈치가 없으세요? - 아지즈 네신

79. 세라 이야기 - 프랜시스 호즈슨 버넷

80. 세드릭 이야기 - 프랜시스 호즈슨 버넷

81. 왜 미술관에는 혼자인 여자가 많을까? - 플로렌스 포크

82.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 루이스 캐럴

83. 2백년 전 악녀일기가 발견되다 - 돌프 페르로엔

84. 아빠, 나를 죽이지 마세요 - 테리 트루먼

85. 마음은 언제나 네 편이야 - 하코자키 유키에

86. 브레이킹 던 - 스테프니 메이어

87. 퍼펙트 블루 - 미야베 미유키

88. 두 개의 달 위를 걷다 - 샤론 크리치

89.~94. 배터리 1~6 - 아사노 아쓰코

95. 붉은 손가락 - 히가시노 게이고

96. 모방범 1 - 미야베 미유키

97. 나의 엄마, 타샤 튜더 - 베서니 튜더

 

----------------------------------------------------------20권

 

 

7월에 읽은 책

 

 

98. 그레이브야드 북 - 닐 게이먼

99. 설득 - 제인 오스틴

100. 타샤의 식탁 - 타샤 튜더

101. 정체성 - 밀란 쿤데라

102. 바쇼의 하이쿠 기행 3 - 마츠오 바쇼

103. 쉿, 조용히! - 스콧 더글러스

104. 도가니 - 공지영

105. 닌자 걸스 - 김헤정

106. 르노와르 - 가브리엘레 크레팔디

107. 아주 특별한 시 수업 - 샤론 크리치

108. 열린다 성경 - 류모세

 

---------------------------------------------------------11권

 

 

8월에 읽은 책

 

 

109. 면도날 - 서모셋 몸

110. 소송 - 프란츠 카프카

111. 베일 - 오츠이치

112. 카오스 - 지아우딘 사르아르

113. 내 안의 타락천사 - A.M 젠킨스

114. 침대를 타고 달렸어 - 신현림

115.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 - 장영희

116. 필립 퍼키스의 사진강의 노트 - 필립 퍼키스

117. 졸업 - 히가시노 게이고

118. SP - 가네시로 가즈키

119. 생각 - 이어령

120. 내 생애 단 한번 - 장영희

121. 행복한 파스타 만들기 - 샤론 크리치

122. 4teen - 이시다 이라

 

---------------------------------------------------------14권

 


 

- 8월의 독서는 후반부에 강했다.

초반에는 거의 책을 읽지 못하고, 중순부터 말일까지 계속 읽었다.

그래도 여전히 생기는 책에 못 미치는 읽기지만^^

8월에는 63권의 책이 생겼다.

도쿠가와 이에야스(32권)을 지르는 바람에 책이 확 늘어나 버렸다.

그래도 책장을 들이고 책장 정리를 해서 속이 시원하다.^^

 

 

 

 

2009년도에 생긴 책

 

 

423. 모래의 여자 - 아베 코보

424.  러시아 사상가 - 이사야 벌린

425. 거울 나라의 앨리스 - 루이스 캐럴

426. 오즈의 마법사 - L. 프랭크 바움


427. 제5도살장 - 커트 보네거트

428. 슬림독 밀리어네어 - 비카스 스와루프

429. 빌 브라이슨의 재밌는 세상 - 빌 브라이슨

430. 달나라 도둑 - 김주영

431. 내몸 대청소 - 프레데릭 살드만

432. 톨스토이 단편선 - 톨스토이


433. 키스하기 전에 우리가 하는 말들 - 알랭 드 보통

434. 우주와 인간 사이에 질문을 던지다 - 김정욱 외


435. 위험한 독서 - 김경욱

436. 시지프 신화 - 알베르 카뮈

437. 미셸 오바마 - 엘리자베스 라이트폿

438. 파이 이야기 일러스트 - 얀 마텔

439. 칼잡이들의 이야기 - 보르헤스

440. 이방인 - 알베르 카뮈

441. 셰익스피어의 기억 - 보르헤스

442. 파우스트 2 - 요한 볼프강 폰 괴테

443. 뉴 마인드 뉴 섹스 - 김해준

444. 월드 체인징 - 알렉스 스테픈

445. 성스러운 세 도시 - 르 클레지오

446. 제주 걷기 여행 - 서명숙

447. 디자인은 보이지 않는다 - 루치우스 부르크하르트

448. 인간의 지성을 진화시킨 세계 고전 200문장

449. 제 7의 인간 - 존 버거, 장 모르

450.~451. 황제의 밀사 1,2 - 쥘 베른

452~454. 신비의 섬 1,2,3 - 쥘 베른

455. 시민의 불복종 - 헨리 데이빗 소로우

456. 넛지 - 리처드 탈러, 캐스 선스타인

457. 꽃피는 자궁 - 이유명호

458.~459. 괴물 1,2 - 이외수

460. 고양이는 과학적으로 사랑을 한다? - 다케우치 가오루, 후지이 가오루

461. 나를 사랑하는 법 - 엔도 슈사쿠

462. 한국의 인터넷을 論하다 - 권헌영 외

463. 웨이벌리 - 월터 스콧

464. 지구에서 달까지 - 쥘 베른

 

465. 빅마우스 앤드 어글리걸 - 조이스 캐럴 오츠

466. 자연이라는 개념 - R.G. 콜링우드

467. 2009 이상문학상 작품집 - 김연수 외

468. 불한당들의 세계사 -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467. 일상적인 삶 - 장 그르니에

468. 북학의 - 박제가

469. 픽션들 - 보르헤스

470. 알렙 - 보르헤스

471. 2009 열린책들 편집 매뉴얼 - 열린책들 편집부

472. 정의의 사람들, 계엄령 - 알베르 카뮈

473. 행운을 부르는 아이, 럭키 - 수잔 패트런

474. 결혼, 여름 - 알베르 카뮈

475. 바덴바덴에서의 여름 - 레오니드 치프킨

476. 구스타프 클림트 - 에바 디 스테파노

477. 정민 선생님이 들려주는 한시 이야기 - 정민

478. 메구스타 쿠바 - 이겸

479. 미성년(상) - 도스또예프스끼

480. 랜드마크 - 요시다 슈이치

481. 금각사 - 미시마 유키오 

482. 태양의 후예 - 알베르 카뮈

483. 칼리굴라 . 오해 - 알베르 카뮈

484. 누구를 위한 인터넷 규제인가 - 이수운

485. 인터넷에 관한 몇가지 진실과 오해 - 최순욱

486. 저작권 오디세이 2009 - 한정훈

487. 무선망 개방 해외에서 길을 묻다 - 김민수

488. 정재승의 도전 무한지식 - 정재승, 전희주

489. 과학해서 행복한 사람들 - APCTP 기획

490. 21세기를 사는 지혜 배신 - 김용철 외

 

491. 영원한 남편 외 - 도스또예프스끼

492. 백야 외 - 도스또예프스끼

493. 지하로부터의 수기 - 도스또예프스기

494. 적지와 왕국 - 알베르 카뮈

495. 이기는 습관 2 - 김진동

496. 클림트 황금빛 비밀 - (주)문화에이치디

497. 사랑 후에 오는 것들 - 츠지 히토나리

498. 생각 없는 생각 - 김홍호

499. 사람을 욺직이는 기술 히든 커뮤니케이션 - 공문선

500. 행복한 죽음 - 알베르 카뮈

501. 페스트 - 알베르 카뮈

502. 작가수첩 3 - 알베르 카뮈

503. 황천의 개 - 후지와라 신야

504. 라틴 소울 - 박창학

505. 어머니를 돌보며 - 버지니아 스템 오언스

506. 잘가요, 언덕 - 차인표

507. 고릴라 왕국에서 온 아이 - 단 프린스-휴즈

508. 캐테 콜비츠 - 캐테 콜비츠

509. 당나귀의 지혜 - 앤디 메리필드

510. 빌 브라이슨 발칙한 영어산책 - 빌 브라이슨

511. 다른 남자 - 베른하르트 슐링크

512. 네이버 트렌드 연감 2008

513.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 - 사이먼 싱

514. 숲에게 길을 묻다 - 김용규

515. 파이 이야기 - 얀 마텔

516. 라쇼몽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517. 빅스위치 - 니콜라스 카

518. 대한민국 표류기 - 허지웅

519. 드림위버 - 잭 보웬

520. 비밀의 요리책 - 엘르 뉴마크

 

521.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 F. 스콧 피츠제럴드(문학동네)

522. 전략의 탄생 - 애비너시 딕시트, 배리 네일버프

523. 메이저리그 경영학 - 제프 엥거스

524. 청소년을 위한 자유로운 글쓰기 - 김주환

525. 닥터, 좋은 의사를 말하다 - 아툴 가완디

526. 파인만 씨, 농담도 잘하시네! 1 - 리처드 파인만

527. 여행자의 편지 - 박동식

528. 나의 산티아고, 혼자이면서 함께 걷는 길 - 김희경

529. 내사랑 카사사기 - 제임스 미키

530. 한 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 - 무라카미 류

531. 고통받는 환자와 인간에게서 멀어진 의사를 위하여-에릭J. 카셀

532. 생사불명 야사르 - 아지즈 네신

533. 지로 이야기 2 - 시모무라 고진

534. 내 심장을 쏴라 - 김유정

535. 지로 이야기 3 - 시모무라 고진

536. 나의 관타나모 다이어리 - 마비쉬 룩사나 칸

537. 복떡방 이야기 - 정정섭

539. 집단지성이란 무엇인가 - 찰스 리드비터

540. 변신이야기 2 - 오비디우스

541. 하이디 - 요한나 슈피리

542. 피드 - M.T 앤더슨

543. 제비호와 아마존호 - 아서 랜섬

544. 백치 (하) - 도스또예프스끼

545. 버드나무에 부는 바람 - 케니스 그레이엄

546. 보물섬 -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547.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 - 로맹 가리

548. 일식 - 히라노 게이치로(양장)

549. 루비 홀러 - 샤론 크리치

550. 모방범 2 - 미야베 미유키

551. 모방범 3- 미야베 미유키

552. 그 후 - 나쓰케 소세키

553. 파리의 노트르담 2 - 빅토르 위고

554. 고야 - 줄리아노 세라피니

555. 너도 떠나보면 나를 알게 될 거야 - 김동영

556. 청춘불패 - 이외수

557. 헉! 아프리카 - 김영희

558. 경제학, 현실에 말을 걸다 - 이면희

559. 요셉과 그 형제들 6 - 토마스 만

560. 요셉과 그 형제들 깊이 읽기 - 장지연

561. 그건 사랑이었네 - 한비야

562.~566.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키차히커를 위한 안내서 1~5) - 더글러스 애덤스

567. 미친 별 아래 집 - 다이앤 애커먼

568. 왕처럼 화내라 - 크리스토프 부르커

569. 유모차를 사랑한 남자 - 조프 롤스

570. 하하 미술관 - 김홍기

571. 트루먼 스쿨 악플 사건 - 도리 힐레스타드 버틀러

572. 플라이트 - 셔먼 알렉시

573. 사진찍기 - 최정호

574. 경제학의 탈을 쓴 자본주의 - 정승현

575. 민희, 파스타에 빠져 이탈리아를 누비다 - 이민희

576. 페트로폴리스 - 아냐 울리니치

577. 카레 소시지 - 우베 팀

578. 문학의 숲을 거닐다 - 장영희

588.~596. 셜록홈즈 전집 - 아서 코난 도일

597. 실종자 - 프란츠 카프카

598. 그 순간 역사가 움직였다 - 에드윈 무어

599.  꿈 같은 삶의 기록 - 프란츠 카프카

600.~632. 도쿠가와 이에야스(1~32) - 야마오카 소하치

633. 뱀파이어와의 인터뷰 - 앤 라이스

634.~635. 뱀파이어 레스타 1~2 - 앤 라이스

636.~637. 저주받은 자들의 여왕 1~2 - 앤 라이스

638. 일의 기쁨과 슬픔 - 알랭 드 보통

639. 반듯하지 않은 인생, 고마워요 - 박은기 외

640. 나목 - 박완서

641. 임꺽정, 길 위에서 펼쳐지는 마이너리그의 향연 - 고미숙

642. 돌연변이들 - 로빈 브랜디

643. 괴짜 사회학 - 수디르 벤카테시

644. 8일째 매미 - 가쿠타 미쓰요

645. 지구 위의 작업실 - 김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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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애 단 한번
장영희 지음 / 샘터사 / 200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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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몹시 불더니 갑작스레 기온이 떨어져 버렸다. 낮에는 그다지 큰 차이를 못 느꼈는데 해가 떨어지고 나니 일교차가 확연히 느껴진다. 더운 날씨를 힘겨워하는 나로서는 잘 된 일이지만, 왠지 여름다운 여름을 맞이하지 못하고 보내 버린 것 같아 아쉬움이 들기도 한다. 언제 그랬냐는 듯 날씨가 급변할지 몰라도 선선한 바람이 부는 초가을의 날씨가 무척 좋다. 이불을 포근히 덮으며 잘 수 있고, 풀벌레 소리 들으며 깊은 밤에 책을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초가을 향기가 나는 이 시기에 가장 읽기 좋은 장르를 맘껏 읽을 수 있다는 것도 좋다. 수필, 시, 산문 등은 내가 맞이하고 있는 현재를 한껏 느끼기에는 그만이기에 더 설레는지도 모를 일이다.
 

  책장을 정리하면서 장르별로 분류를 했는데, 위에서 말한 장르의 책이 꽤 많은 것에 놀랐다. 소설을 좋아하기에 대부분 전집이나 시리즈가 즐비한 책장에서도 가을에 읽기 좋은 책들이 많아 괜히 뿌듯했다. 그 가운데서 내 입맛에 따라 기분에 따라 골라 읽는 재미가 있으니, 잠시 책장에 쌓인 읽지 않은 책에 대한 압박감을 잊을 수 있다. 그 책들 중에 간택될 가능성이 높은 책은 수필인데, 고(故)장영희 교수님 책은 0순위로 봐도 무관할 정도로 최근에 매력에 빠진 저자이다. 한 작가가 좋으면 책을 모으면서 쭉 읽는 것을 좋아하는데, 이제 한 권 밖에 읽지 않았지만 전작하고 싶은 작가이기도 하다. 그녀의 죽음이 안타깝기도 하지만 나 같은 독자에게도 읽을 기회를 주어서 참 고마운 마음이 든다. 내 안에 숨어 있는 많은 감정들을 꼼꼼히 짚어주며 위로해주는 그녀의 글. 이 책도 입소문만 들어도 읽고 싶을 정도로 칭찬이 끊이질 않아 무척 궁금했었다.

 

  하루에도 몇 번씩 내가 해야 할 일들을 미루는 내게 말하듯, 그녀는 서문에서 "못한다고 아예 시작도 안하고, 잘 못한다고 중간에서 포기했다면 지금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 라고 말했다. 철저히 나를 향한 말인 것 같아 순간적으로 든 부끄러움도 잠시 제쳐두었건만 한없이 자신감이 없어져 버리고 말았다. 도대체 언제쯤 나는 무언가를 해볼 용기를 가질 수 있는지 의구심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밑도 끝도 없는 질문을 던진 것이 한두 번이 아니었기에 얼른 그 마음을 접어 버리고, " '글은 사람이다'라는 말이 있듯이, 이 글들은 바로 나다. 발가벗고 대중 앞에 선 나다." 고 말한 그녀의 '나' 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살아갈 기적 살아온 기적>에서 그녀의 내면의 많은 부분을 보았지만, 이곳에서는 어떻게 펼쳐질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책을 다 읽고 나니 '발가벗고 대중 앞에 선 나다'고 말했던 그녀의 말이 왜 그렇게 가슴 아프게 다가왔는지 모른다. 자신의 이야기를 이렇게 솔직하고 덤덤하게 해 줄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란 생각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이 책에서 두드러졌던 점은 자신의 불편한 다리와 아버지 이야기였다. 다른 책에서 본 것처럼 일상 이야기, 학교 이야기, 학생들 이야기도 많았지만 내가 말한 두 이야기가 특히 나의 눈길을 끌었다. 이미 불편한 몸에 대해 알고 있었기에, 그런 불편함을 읽는 이로 하여금 불편하지 않게 만들어주는 편안함에 놀랐고, 그에 얽힌 이야기를 거르지 않고 그대로 통과시켜 버려 당황스러웠다. 불편한 다리 때문에 당했던 온갖 오해와 수모들을 알아가고 있노라면, '나도 저 중에 한 사람이었다'는 부끄러움 보다 정신을 놓기 일쑤였다. '내가 지금 무슨 이야기를 읽었지?'라고 반문하게 되는 적나라함. 그 안에는 '나는 그러지 않았다'는 사실에 인정받고 싶다는 생각도 꼬물꼬물 올라왔다. 만약 지나가는 사람 중 몸도 불편하고 옷도 허름한데, 그 사람이 박사에다 교수라면 나의 시선은 어떻게 달라질 것인가. 단박에 경이로운 시선으로 바라볼 것이다. 겉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는 것이 보통 사람의 실수임에도, 내면을 보지 않으려는 마음은 여전히 많은 사람에게 상처를 주고 있다는 사실을 그녀로 인해 알아 버렸다.

 

  또한 아버지에 대한 글들은 참 마음이 찡했다. 특히 영어교과서 공동 집필을 하시다 갑작스레 돌아가신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마음이나, 아버지에 대한 추억, 마무리 작업을 했던 이야기들은 누구에게나 평범한 딸로 아버지를 바라보는 것 같아 많은 공감이 갔다. 그녀의 아버지가 어떠한 분인지 몰랐던 나에게는 그 분의 업적을 알게 된 계기가 됐을 뿐만 아니라, 아버지의 그늘이 어떠한 것인지를 충분히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자신의 이름보다 장왕록 교수의 딸로 불려도 행복했던 그녀였기에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 아버지가 많이 그리울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그런 아버지 곁에서 편히 있겠지만, 그녀를 그리워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으니 그저 그곳에서도 이 글 속의 그녀 모습 그대로 지내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그녀의 많은 이야기가 나의 마음을 뭉클하게 했어도 역시 자신과 가족의 소중함을 드러내는 그들 앞에서는 숙연해 지지 않을 수 없었다. 늘 내 자신의 눈을 기준삼아 세상을 바라보곤 하지만 그런 기준을 무너뜨려주는 것이 자신을 들여다보는 것이고, 주변 사람들과 얽혀 들어갈 때에 식견을 넓힐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 외에도 발가벗고 대중 앞에 선 자신의 이야기는 많았다. 자신이 하게 된 실수, 잘못된 시선으로 인한 오해, 일에 대한 회의감, 누구나 갖게 되는 보편적인 마음들을 하나하나 드러냈다. 그런 글들을 보면서 나라면 절대 저렇게 고백하지 못했을 거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만큼 치부가 많은 나이고, 숨기고 싶은 것이 많은 나이기에 읽는 것 자체만으로도 우왕좌왕 할 정도였다. 그래서였을까. 그녀의 글을 읽고만 있어도 나의 마음이 정화된 느낌이 들었다. 더러운 생각과 찌꺼기들이 모두 빠져나간 듯 한 기분이 들면서도, 비슷한 삶을 살고 있다는 안도감이 나의 내면을 에워쌌다. 허상된 것에 대한 희망을 주기보다 현재의 자리에서 충실하게 살아갈 힘을 주는 그녀의 글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다. 벌써부터 그녀의 글이 읽을게 떨어질까 봐 걱정이 되지만, 어느 정도 찾아 읽다가 없으면 그녀가 번역해 놓은 소설, 그녀의 아버지가 번역해 놓은 소설까지 찾아 읽어 보려 한다. 번역을 하실 때 '독자가 얼마나 무서운데'의 원칙을 철칙으로 여기셨다는 선친이셨기에, 또 그런 아버지에게 배웠기에 번역한 책도 맘 놓고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그 순간만큼은 '무서운 독자'가 아닌 책을 사랑하는 독자로 재회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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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teen_포틴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3
이시다 이라 지음, 양억관 옮김 / 작가정신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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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사무실에 매일 매일 책을 들고 다니는 나로서는 갑작스런 시간을 때울 읽을 책이 없으면 당황스럽다. 사무실에서 책을 읽기보다 대부분 리뷰를 쓰는 터라, 종종 읽을 책을 빠트리고 올 때가 많다. 그래봤자 늘 어수선한 사무실에서 책을 읽는 일은 거의 없으므로 리뷰를 써야 할 책만이라도 소화해도 감지덕지다. 그런데 늘 예기치 못한 복병은 어딘가에 도사리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듯, 어제 갑자기 사무실 인터넷이 고장 나 버렸다. 인터넷이 안 된다는 것은 리뷰를 쓸 수도 없고(한글 프로그램에 쓸 수 있지만, 블로그에 써야 익숙하다.), 자질구레한 검색은 물론 갑자기 무인도에 떨어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럴 때 읽을 책을 가져오지 않았다면 그야말로 낭패 중에 낭패다. 한참 무엇을 할까 당황하다 책상 서랍에 오래전부터 자리 잡은 미니 북 '4teen'이 떠올랐다. 2년 전에 온라인 서점 이벤트로 받은 미니 북인데, 설마 이 책을 읽을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혹시 몰라 사무실에 가져다 놨는데, 오늘에서야 비로소 빛을 보게 된 것이다.
 

  한 권의 책을 읽게 된 계기도 참 구구절절하다 싶지만, 그렇게 읽게 된 '4teen'은 오랜만에 이시다 이라와 조우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그의 작품을 많이 읽지는 않았지만 그다지 사랑하고(?) 싶지 않은 작가라 더 기피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책 제목에서 느껴지듯이 14살 청소년들의 이야기가 펼쳐질 것 같아서 그 동안의 편견을 좀 내려놓고 싶었건만. 잊힌 이시다 이라의 분위기가 그대로 되살아나 버렸다. 한적했던 소쇄원에 앉아 <렌트>를 읽던 이질감. 그때의 낯섦이 스멀스멀 올라와 당황하고 말았다. 그러나 낯선 분위기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더라면 이 책을 마저 읽을 수 없었을 것이다. 마음을 비우고 편안하게 14살 소년들의 내면으로 들어간다 생각하자 오히려 저자에 대한 편견을 조금이나마 떨쳐 버릴 수 있었다.

 

  같은 학교 친구 인 나오토, 준, 다이, 기타가와는 늘 뭉쳐 다닌다. 그들이 뭉치게 된 계기는 다름 아닌 포르노 잡지 덕이었다. 조로증에 걸린 나오토, 머리 좋고 공부 잘하는 준, 뚱땡이 다이, 모든 게 보통인 기타가와(책 속의 나)는 각자의 캐릭터대로 자신들이 살고 있는 삶을 뿜어내기 바빴다. 포르노 잡지를 본다는 공통점으로 뭉친 만큼 그들의 관심사는 온통 성(性)의 호기심에 맞춰져 있다. 옮긴이는 이들이 '발정'의 시기에 이르렀다고 했는데, 여자인 내가 그 나이대의 아이들의 내면을 순수하게 들여다보지 못한 이상 온전히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랬기에 그들이 가지고 있는 발정기의 분산 방법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게 했다. 요즘 청소년들이 어떤 식으로 발산하는지 몰라도, 일본이라는 다른 문화권의 아이들이 갖는(포르노 잡지라는 공통점으로 모인 특수한 상황이므로, 이 아이들로 인해 모두 다 같다는 생각을 할 수 없기에) 생각과 행동들이 충격적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첫 이야기가 병원에 입원한 나오토를 위해 특별한 생일 선물을 준비한다는 내용이었는데, 용돈을 모아 원조교제를 하도록 만들어준다. 그것도 병원에서 하게끔 만들고, 친구들은 핸드폰을 통해 친구의 첫 경험을 엿보려 한다. 그러나 나오토의 질병으로 섹스가 어렵다는 말을 듣고 그들은 조용히(배려의 마음이 있었다.) 핸드폰을 닫는다. 이런 식으로 14살 소년의 이야기는 그들의 호기심을 이해할 정도의 수준을 가지면서도 도를 넘는 소재들이 많아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거기다 14살의 소년들이 당면하기엔 좀 벅찬 내용들도 종종 보였다. 매 맞는 유부녀를 구출(?)하는 준의 이야기, 거식증 소녀와 사귀게 되는 기타가와, 임신한 여고생을 책임질 수 있다고 말하는 다이, 그들의 비밀 여행의 경로들이 과연 이들이 14살이 맞나 싶을 정도로 내가 갖고 있는 틀(편협하기 이를 데 없겠지만)에서 많이 벗어났다. 책을 읽는 내내 조마조마한 마음보다 이들이 이런 곳에만 시선을 두지 않기를 바랐는데, 후반부로 가면서 저자는 14살 소년들이 가지고 있는 고충을 드러내기도 한다. 그 고충이라는 것이 버거워 보이기는 해도 아직은 소년의 마음을 잊지 않아 아주 조금 안심이 되기도 했다. 죽음을 앞둔 의사를 만나 인생의 단편을 느끼며, 학교에서 소외되는 아이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시선들이 그랬다. 또 자전거 여행에서 돌아오는 길에 기타가와가 '변한다는 게 무섭다.'는 말처럼, 지금의 모습과 마음을 잃어버릴까 전전긍긍하는 모습도 있었다. 모두들 평범해 보이는 외적인 시선 속에서도 되레 평범하기가 더 힘든 각자의 고충을 안고 있었기에, 그들의 마지막 고백이 마음에 와 닿았는지도 모르겠다. 조로증 때문에 수명이 짧은 나오토와 스스럼없이 어울리며, 아버지의 죽음으로 유치장에 갇힌 다이를 향한 뜨거운 우정의 비춤이 있어 그들의 세상을 향한 뿜어냄을 어느 정도 수용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 책을 청소년에게 추천해 주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는다. 오히려 같은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 청소년보다 어른이 되어 그 시절 갖았던 내면을 고백하지 못한 이들에게 더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것은 쉬우나 그것을 고백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것처럼, 오히려 이런 고백이 건강한 모습으로 보일지도 모른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어른이 되고, 생각이 바뀌면서 기타가와가 말했던 '변함'을 느끼고 회의가 들지라도 이때의 경험이 현재를 지탱하는 힘이 되어 줄지도 모른다. 여성인 내가 온전히 그들의 내면을 이해하고 '발정'의 시기를 공감할 수 없었지만, 어른이건 아이이건 내면 속에 자리한 근본적인 생각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모습이 성장의 과정이라고 생각하니 네 명의 아이들의 내면도 이해 못할 것도 없었다. 그러나 거침없이 드러내는 그들의 욕망 앞에서 속수무책인 것은 사실이다. 이런 내면을 가진 아이들도 있다고 편하게 생각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오탈자

미니북 20 페이지

 

마치 페퍼민트 검을 씹는 듯한 기분이었다. -> 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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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 이어령 창조학교 Creative Thinking Academy
이어령 지음 / 생각의나무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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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어령님의 <젊음의 탄생>을 즐겁게 읽은 터라 신간이 나왔다고 하기에 관심이 갔다. 독특한 생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키워주었기에 인상이 남아 있던 참이었는데, 이번 신간의 제목은 <생각>이었다. <젊음의 탄생>에서도 '생각'의 다름을 느껴서인지 제목이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저자의 어떠한 생각이 담겨 있는지 아직 모르지만, 제목만큼이나 독특한 것들이 숨겨져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생각이라는 것 자체가 무의식중에도 머릿속에서 늘 활동하고 있으니, 어떤 생각에 어떻게 접근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늘 하는 생각에서 무언가를 캐낼 수 있다면 좋을 거라는 생각과 함께 책을 펼치는 손길은 가벼웠다.
 

  나의 바람을 알고 있는 양, 책의 첫 머리는 '생각을 캐내는 것' 에 대해 말하고 있었다. 마음속에 지니고 있는 생각의 보석을 캐내기 보다는 이미 만들어진 어떤 이념들을 머리와 가슴 속에 주입 시키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저자는 사고가 틀 속에 갇히지 않길 바라며 이 책을 썼다고 했다. 단순히 생각을 꺼내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더 나아가 자신을 발전시킬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며, 삶에 적용하기를 바랐을 것이다. 총 열 세 가지의 생각의 발상의 나뉨으로 저자만의 독특한 생각의 세계는 그렇게 열렸다.

 

  저자의 책을 읽을 때마다 드는 생각이지만, 박학다식함에 늘 혀를 내두르곤 한다. 나무의 몸통에서 가지가 뻗어 나가듯이 한 가지 주제를 가지고 여러 갈래로 생각이 뻗어 나가는 것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다양한 지식을 나열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늘 신선한 생각으로 생각지 못한 것들에서 발상을 찾아내는 것이 인상 깊게 남아 있었다. 이 책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일상에서나 지금껏 뿌리박힌 고정관념에서 한 발짝 벗어나 다른 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이 책의 중점이었다. 저자가 풀어놓은 그런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생각의 차이가 이렇게 다를 수 있다는 것에 놀라고, 새로운 접근방식이 신기했다. 본질을 바라보고자 하는 노력을 끊임없이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른 시선과 뒤집어진 생각의 시도는 삶의 역경에서 돌파구를 찾는 힘이 되어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저자의 색다른 생각 가운데는 재미있는 소재도 많았다. 뽀빠이와 낙타의 신화, 세 마리 쥐의 변신, 거북선 등이 그랬다. 시금치를 먹을 때마다 힘이 솟는 뽀빠이 덕에 시금치 섭취량이 늘었다고 하지만, 실재로는 과잉 섭취 했을 때 비만증이나 당뇨병 같은 성인병을 유발 시킨다고 한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사람들은 시금치를 먹는 뽀빠이 신화가 아직까지 시퍼렇게 살아 있다고 한다. 거기다 성경에 등장하는 낙타도 마찬가지다. '부자가 하나님의 나라에 들어가는 것보다 약대(낙타)가 바늘귀로 들어가는 것이 더 쉬우니라' 라는 말은 오역이라고 한다. 글자 한 자 차이로 밧줄(아람어로 밧줄은 'gamta')이 낙타(gamla)로 변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뽀빠이가 시금치 대신 비타민이나 홍삼을 먹고, '부자가 하늘나라로 들어가기보다 밧줄이 바늘귀로 들어가는 것이 더 쉬우니라'라고 설교를 한다면 비유가 자연스러워 지겠지만, 엇박자의 힘을 빌린 이미지와 상징성은 상실할거라고 말하고 있다. 거북선 또한 당시 일본의 군선에 대해 제대로 배웠더라면 거북선의 진실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을 거라고 한다. 거북선의 하드웨어적 발명보다 왜군의 전법에 대응한 소프트웨어 전술적 산물이며 승리였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저자의 생각의 다른 접근은 다양하게 펼쳐졌다.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캐릭터부터 국내외를 돌아보며 생각의 발전을 이룰 수 있는 소재까지 두루 섭렵해 나갔다. 그러나 저자의 독특한 생각의 소재에는 '우리 것', '옛날부터 내려오는 전통'이 너무 많았다. 자칫 우월주의에 빠질 수 있는 우리의 전통 문화나 대대로 내려오는 위대한 업적들이 반복되었는데, 온고지신의 정신까지는 아니더라도 21세기를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조금 동떨어진 생각을 유발시킬 수 있는 여지를 가지고 있었다. 과학기술이 만연한 시대에 생각의 발상을 전환시키려 그러한 예를 든 것은 좋으나 연속된 소재에 약간의 식상함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분명 저자의 생각이 신선하고 독특한 것이 많았으나, 나에게 인식된 생각의 변화는 부족했던 것 같다. 다양한 소재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평이하게 흘러간 이념의 뒤집힘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러나 일일이 밥까지 떠먹여 줄 수 없는 노릇이므로 저자의 생각을 엿봄으로써 독자가 수용할 수 있는 것을 스스로 찾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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