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 이어령 창조학교 Creative Thinking Academy
이어령 지음 / 생각의나무 / 2009년 7월
평점 :
절판


 이어령님의 <젊음의 탄생>을 즐겁게 읽은 터라 신간이 나왔다고 하기에 관심이 갔다. 독특한 생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키워주었기에 인상이 남아 있던 참이었는데, 이번 신간의 제목은 <생각>이었다. <젊음의 탄생>에서도 '생각'의 다름을 느껴서인지 제목이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저자의 어떠한 생각이 담겨 있는지 아직 모르지만, 제목만큼이나 독특한 것들이 숨겨져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생각이라는 것 자체가 무의식중에도 머릿속에서 늘 활동하고 있으니, 어떤 생각에 어떻게 접근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늘 하는 생각에서 무언가를 캐낼 수 있다면 좋을 거라는 생각과 함께 책을 펼치는 손길은 가벼웠다.
 

  나의 바람을 알고 있는 양, 책의 첫 머리는 '생각을 캐내는 것' 에 대해 말하고 있었다. 마음속에 지니고 있는 생각의 보석을 캐내기 보다는 이미 만들어진 어떤 이념들을 머리와 가슴 속에 주입 시키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저자는 사고가 틀 속에 갇히지 않길 바라며 이 책을 썼다고 했다. 단순히 생각을 꺼내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더 나아가 자신을 발전시킬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며, 삶에 적용하기를 바랐을 것이다. 총 열 세 가지의 생각의 발상의 나뉨으로 저자만의 독특한 생각의 세계는 그렇게 열렸다.

 

  저자의 책을 읽을 때마다 드는 생각이지만, 박학다식함에 늘 혀를 내두르곤 한다. 나무의 몸통에서 가지가 뻗어 나가듯이 한 가지 주제를 가지고 여러 갈래로 생각이 뻗어 나가는 것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다양한 지식을 나열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늘 신선한 생각으로 생각지 못한 것들에서 발상을 찾아내는 것이 인상 깊게 남아 있었다. 이 책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일상에서나 지금껏 뿌리박힌 고정관념에서 한 발짝 벗어나 다른 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이 책의 중점이었다. 저자가 풀어놓은 그런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생각의 차이가 이렇게 다를 수 있다는 것에 놀라고, 새로운 접근방식이 신기했다. 본질을 바라보고자 하는 노력을 끊임없이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른 시선과 뒤집어진 생각의 시도는 삶의 역경에서 돌파구를 찾는 힘이 되어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저자의 색다른 생각 가운데는 재미있는 소재도 많았다. 뽀빠이와 낙타의 신화, 세 마리 쥐의 변신, 거북선 등이 그랬다. 시금치를 먹을 때마다 힘이 솟는 뽀빠이 덕에 시금치 섭취량이 늘었다고 하지만, 실재로는 과잉 섭취 했을 때 비만증이나 당뇨병 같은 성인병을 유발 시킨다고 한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사람들은 시금치를 먹는 뽀빠이 신화가 아직까지 시퍼렇게 살아 있다고 한다. 거기다 성경에 등장하는 낙타도 마찬가지다. '부자가 하나님의 나라에 들어가는 것보다 약대(낙타)가 바늘귀로 들어가는 것이 더 쉬우니라' 라는 말은 오역이라고 한다. 글자 한 자 차이로 밧줄(아람어로 밧줄은 'gamta')이 낙타(gamla)로 변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뽀빠이가 시금치 대신 비타민이나 홍삼을 먹고, '부자가 하늘나라로 들어가기보다 밧줄이 바늘귀로 들어가는 것이 더 쉬우니라'라고 설교를 한다면 비유가 자연스러워 지겠지만, 엇박자의 힘을 빌린 이미지와 상징성은 상실할거라고 말하고 있다. 거북선 또한 당시 일본의 군선에 대해 제대로 배웠더라면 거북선의 진실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을 거라고 한다. 거북선의 하드웨어적 발명보다 왜군의 전법에 대응한 소프트웨어 전술적 산물이며 승리였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저자의 생각의 다른 접근은 다양하게 펼쳐졌다.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캐릭터부터 국내외를 돌아보며 생각의 발전을 이룰 수 있는 소재까지 두루 섭렵해 나갔다. 그러나 저자의 독특한 생각의 소재에는 '우리 것', '옛날부터 내려오는 전통'이 너무 많았다. 자칫 우월주의에 빠질 수 있는 우리의 전통 문화나 대대로 내려오는 위대한 업적들이 반복되었는데, 온고지신의 정신까지는 아니더라도 21세기를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조금 동떨어진 생각을 유발시킬 수 있는 여지를 가지고 있었다. 과학기술이 만연한 시대에 생각의 발상을 전환시키려 그러한 예를 든 것은 좋으나 연속된 소재에 약간의 식상함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분명 저자의 생각이 신선하고 독특한 것이 많았으나, 나에게 인식된 생각의 변화는 부족했던 것 같다. 다양한 소재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평이하게 흘러간 이념의 뒤집힘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러나 일일이 밥까지 떠먹여 줄 수 없는 노릇이므로 저자의 생각을 엿봄으로써 독자가 수용할 수 있는 것을 스스로 찾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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