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는 누구인가? - 예수가 하나님임을 증거하는 8가지 조각들
조정민 지음 / 두란노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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얇은 책임에도 완독하기까지는 꽤 시간이 걸렸다. 마음이 복잡해서 책을 덮기도 했고, 나의 신앙을 돌아보며 한숨을 쉬느라, 예수님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 무얼 해야 할지 생각하느라 그랬다. 그렇게 책을 읽으면서 책을 이리저리 자주 살폈는데, 처음 읽을 때가 아닌 그제야 표지의 ‘새신자와 구도자를 위한 예수 소개서’란 안내문이 보였다. 당연히 나는 새신자는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이 책을 읽다 보니 오히려 새신자보다 더 못한 믿음을 가지고 있던 게 아닌가 하는 고민까지 생겼다.


성경은 일종의 신입사원 안내 지침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성경은 신앙에 첫발을 내디딜 때 반드시 알아 둬야 할 지침서입니다. 읽고 또 읽어서 숙지해야 합니다. 성경을 알면 고생을 덜할 것이고 모르면 이유를 모른 채 고생하게 될 것입니다. 11쪽

지금껏 나는 성경을 제대로 알고 숙지했을까? ‘예수님 이야기는 예수님에게 직접 들어야 오해가 없습니다.’ 라고 했는데 나는 과연 예수님의 이야기를 예수님께 제대로 잘 듣고 있었을까? 아닌 것 같다. 매주 예배를 나가고 일상의 동선이 교회에 맞춰져 있지만 그 안에서 예수님을 제대로 알려고 했던 노력을 생각해보면 미미하다. ‘나의 정체성이라고 주장하는 것들에서 벗어나야 주인의 음성을’ 듣는다고 했는데, 이상하게도 갈수록 나의 정체성이 더 짙어지고 있는 것 같다.

그렇다면 과연 예수님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예수님의 이야기인 성경을 어떻게 읽어야 할까? 이 책이 ‘예수가 하나님임을 증거하는 8가지 조각들’에 대해 알려주고 있듯이 그 조각들을 따라 예수님이 어떤 분인지 제대로 아는 것이 필요하다. 그 사실을 제대로 인지할 때 헤매지도 않을 것이고, 헤맨다고 해도 방법을 간구해야 할 곳이 어딘지도 명확히 알 수 있다. 예수님을 ‘십자가에 처형을 받은 청년으로 이해’하는 것은 ‘영적인 눈이 감’긴 채 ‘육체를 따라 판’단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지금껏 내가 만들어 놓은 나의 정체성 안에 예수님을 억지로 끼워 넣으려 할 때 부작용은 당연한 것이고, 그것을 견디지 못하면 예수님을 영적으로 받아들이지 못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성경을 통해 예수님이 어떤 분인지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자칫 내가 만들어 낸 하나님을 타인에게 잘못 전할 수도 있고, 사람과 교회에 실망해 신앙을 저버리는 일도 생긴다. 그러므로 ‘예수님만이 선한 목자라는 사실을 기억’하고, ‘그분을 따르면 실망할 일도 없고 길을 잃을 일도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익히 알고 있는 이야기임에도 왜 그렇게 간과하며 살았던 것일까? 알고 있다는 사실에 자신만만해 서서히 예수님보다 나를 더 드러낸 삶을 살고 있었기 때문은 아닐까? 기도에 대한 응답도 마찬가지다. 우리와 예수님의 시간이 달라 때에 이르지 않았는데, ‘초조하고 짜증이 나는 것은 기다리는 것이 힘들’어서이고, ‘믿음은 기다림으로 자’란다는 사실을 금세 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왜 우리 삶에 변화가 없습니까? 여전히 내 생각대로 살기 때문입니다. 어제나 오늘이나 내가 안다고 생각하는 대로 살기 때문입니다. 말씀을 알고 말씀대로 사는데 변화가 일어나지 않을 리 없습니다. 91쪽


결국엔 예수님을 제대로 알고 나면 ‘하나님이 나 같은 사람도 사랑하신다가 복음’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된다. 나도 신앙을 시작할 때 그 사실에 감격해서 하나님께 감사했으면서 서서히 잊고 있었던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부끄럽게도 내 삶에서 감사가 사라지고, 변화 없는 삶을 무기력해 하고, 나보다 나은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을 부러워하는, 신앙이 없는 삶보다 더 못한 생활을 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당연하게도 예수님이 누구신지,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셨는지, 그분이 하는 말씀을 제대로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성경을 제대로 읽고 제대로 알 때, 내게 왔던 복음의 감동을 타인에게 제대로 전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야만 하고 그래야만 했는데, 이제야 다시 그 마음을 다잡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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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셀렉트 북 - 로컬 트렌드세터가 추천하는 도쿄 아이템 250
강한나 지음 / 니들북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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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도쿄에 간다면 들고 가기 참 좋은 책이라는 걸 알면서도, 당장 도쿄에 갈 일이 없기 때문에 좀 지난한 시선으로 이 책을 봤다. 사진과 곁들어진 가단한 소개, 위치 정보가 대부분이어서 읽는데 부담이 없었지만 확실한 건 알 수 있었다. 광관지를 소개하는 그저 그런 책이 아닌, 발로 뛴 경험이 진득하게 담겨 있다는 사실 말이다. 어느 도시를 가던, 관광객이 가는 곳과 현지인이 가는 곳이 있다고 한다. 나 역시 낯선 도시를 가게 된다면 덜 붐비고, 맛있고, 현지인이 주로 이용하는 곳을 가고 싶을 것 같다. 그래서 이 책을 계속 구경하다 보니 도쿄가 옆 동네도 아닌데도 당장 가보고 싶은 곳이 점점 쌓여 갔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커피를 마셔대는 내게, 도쿄가 커피를 즐기기에 좋은 도시인 줄 전혀 몰랐다. 체인점 커피의 틀에 박힌 맛이 아닌, 개성 강한 바리스타들이 즐비한 곳에서 커피는 물론 함께 즐길 수 있는 디저트가 있는 아기자기한 카페. 정말 우리 동네에 그런 곳이 있다면 당장 단골이 될 것 같은데, 아무리 둘러봐도 체인점뿐이고 생긴다 하더라도 오래 버티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그렇기에 이렇게 개성 있는 카페들이 그저 부러웠다. 도쿄와 우리 동네를 비교하는 자체가 모순일지라도 그저 아쉽고 아쉬웠다.

일본 하면 예쁘고 맛있는(먹어보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하니까, 사진만 봐도 맛있어 보이니까) 디저트도 유명하다. 결국 사진으로 구경하다 달콤한 게 먹고 싶어서, 남편을 빵집으로 꾸역꾸역 보내 대충 당을 충전했지만 익숙한 맛이 아닌 새롭고 달콤한 맛을 느껴보고 싶은 욕망은 늘 있다. 모양도 예쁘고 입 안으로 퍼지는 기분 좋은 단맛과 함께 마시는 커피 맛을 느껴본 게 언제인지. 이 책을 마주하고 있는 것이 점점 고역이 되어가고 있었다. 먹고 싶은 것도 많고, 사고 싶은 것도 많고, 구경하고 싶은 것도 많아서였다. 아기자기한 문구류도 관심이 갔고, 지브리 미술관도 궁금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정말 이걸 먹으로 도쿄에 간다고 할 정도로 먹어 보고 싶은 것들이 있었다. 언제부턴가 맛있는 걸 먹을 때의 행복감을 알아버렸는데(일상에서 자주 일어나지 않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목적이 그것이라면 그런 여행도 행복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 도쿄에 간다면(일본의 다른 지역일지라도) 이 책을 쥐어주고 싶어진다. 생생한 현장의 묘미가 살아 있으니 가서 좀 느껴보고, 얘기해 달라고 말이다. 삶의 행복은 각자 다르겠지만 사랑하는 사람과 맛있는 것을 먹고, 같은 풍경을 보고, 같은 공간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해 질 수 있다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간접경험으로나마 그런 기분을 느끼게 해주어서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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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사람들이 만날 때 - 우리의 편견을 허무는 일상의 모험 테드북스 TED Books 11
키오 스타크 지음, 김성아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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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 사회 변화를 일으키고 싶다면 우리와 다른 특성을 지닌 사람들과 강력한 밀도의 긍정적 경험을 만드는 일이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91쪽


카페에서 이어폰을 끼고 노트북을 하고 있는 현재의 나는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 그저 낯선 사람일 뿐이다. 타인의 간섭을 철저히 차단하고 있고, 나 역시 그들에게 인사는커녕 눈을 마주치는 것조차 꺼리고 있다. 내향적인 나는 이렇게 하는 게 편하고, 내가 편한 만큼 나 역시 타인을 존중해 주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이렇게 보이지 않는 경계선 안에서 철저히 혼자가 되어 주어진 공간과 시간을 즐기고 있다.

그래서 이 책 제목부터가 나에겐 조금 신선했다. ‘낯선 사람’과의 교류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나에게 어떤 편견을 깨줄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저자는 아주 간단한 인사를 건네면서 사람 살맛나는 에피소드를 들려주었다. 그와 반대로 같은 층에 사는 사람들을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면 인사만 겨우 하는 내가 떠올랐다. 당장 이웃에게 거한 인사를 걸고 관심을 보이는 모험을 하라는 것은 아니지만, 타인이지만 전혀 모르는 타인에게 그렇게 벽을 만들 필요가 있을까 싶은 생각이 순간적으로 들었다.

타인을 향한 인사, 거기서 조금 더 다가가는 눈빛과 대응, 그리고 각 나라의 문화와 성향을 파악하고 편견을 갖지 않는 시선. 이런 것들이 이뤄질 때 타인이 평소에도 무관심했던 타인으로 느껴지지 않을 것이라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그런 사례를 들고 있기도 하고, 경험담과 변화를 말하고 있긴 하다. 하지만 여전히 그 경계는 모호하다. 정도의 차이를 개인에게 맡기고 있기 때문에 ‘일상의 모험’과 변화를 예측하기 힘들다(굳이 어떠한 결과를 바라지 않더라도). 저자 또한 ‘사람들이 낯선 이들과 대화하게 되면 우리가 도시 생활에서 겪는 모든 사회 문제들과 문화적 차별이 없어질 것’으로 단언하기 힘들다고 했다. 나 역시 같은 생각이다. 낯선 사람을 경계하는 문화, 타인 자체를 존중하는 문화 등 다양한 사람들이 엮여 있는 사회에서(세계의 시선에서 보자면) 그건 어쩌면 소소한 용기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타인에게 친절하고 그들을 존중하는 태도를 가’지라는 것과 사소하게 ‘거기 계시네요, 안녕하세요?’ 하며 건넬 수 있는 인사가 의미를 갖고 ‘참된 기쁨과 연대감을 준다.’는 사실에는 공감하는 바이다. 타인을 지금껏 그래왔던 것처럼 그저 타인으로 볼 것인가, 아니면 타인과 함께 공존하려는 노력을(지극히 소소하더라도) 할 것인가는 개인의 몫이다. 그런 시도를 했을 때 내가 속해 있는 생활 반경이 피곤해질 수도 있겠지만 살맛나게 변할 것이라는 사실도 배제할 수 없다. 여전히 용기가 나지 않을 뿐이지, 이 책으로 인해 낯선 사람에 대한 경계가 조금이나마 낮춰진 것이 여간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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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무새 죽이기
하퍼 리 지음, 김욱동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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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1학년 여름 방학 때 처음 이 책을 읽었다. 책을 읽고 간단하게나마 기록을 남겨놓았는데, 다시 찾아보니 책을 제대로 읽지 않은 티가 역력했다. ‘난 솔직히 그냥 평범한 얘기인데 왜 그렇게 베스트셀러가 됐는지 잘 모르겠다. 정말 인종차별을 다시 생각하게 해주는 책이었다. 그리고 미국의 교육에 대해 잠깐 나왔는데 1930년대 임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우리의 교육과는 매우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예를 들어 처음 국민학교에 들어와서 글을 다 알고 와서 배우는 것이 아니라 모르는 상태에서 스스로의 의지와 함께 읽히는 것이 난 인상 깊었다.’ 기록은 이랬다. 인종차별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봤다고 하면서 평범한 얘기라며 모순적으로 말하고, 그럼에도 교육의 다름에 대해서 인지하고(난 국민학교 세대다) 있었다는 것만 해도 다행이라고 여겨야 하나? 이런 이유로 21년이 지난 뒤 다시 읽으니 완전히 새 책으로 읽힌 게 당연했다.


하지만 난 다른 사람들과 같이 살아가기 전에 나 자신과 같이 살아야만 해. 다수결에 따르지 않는 것이 한 가지 있다면 그건 바로 한 인간의 양심이다. 200쪽

젬과 스카웃 남매를 키우고 있는 핀치 변호사는 아이들에게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해, 평소의 신념에 대해 망설임 없이 낱낱이 말한다. 이제 막 초등학생이 된 스카웃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아빠가 위험을 무릅쓰며 흑인을 변호한다는 사실이 이해의 범주를 넘어서는 게 당연할 것이다. 1930년대에, 그것도 집안의 내력을 따지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주류인 메이콤이란 곳에서 그런 아빠는 위험한 일을 하고 있는 것이 당연했다. 하지만 아빠는 흑인이라는 이유로 강간죄를 뒤집어 쓴 톰을 변호하고 있었고, 그 일을 왜 해야만 하는지 아이들에게 알려준다. 양심에 빗댄 아빠의 말은 아이들이 사회적인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흑인을 비롯한 약자(래들리 씨 등)에게 편견을 갖지 않게끔 가르친다. 그런 아빠 때문에 놀림도 당하고, 욕도 먹고, 목숨이 위험할 뻔도 했지만, 인간은 평등하다고 알려주는 어른들(아빠, 모디 아줌마 등)이 있다는 것이 오히려 안심이 되었다.

시작도 하기 전에 패배한 것을 깨닫고 있으면서도 어째든 시작하고, 그것이 무엇이든 끝까지 해내는 것이 바로 용기 있는 모습이란다. 213쪽

이 책에서 내포하고 있는 메시지들은 다양하지만 그럼에도 가장 큰 울림으로 다가온 건 바로 용기였다. 직업의 영향이 있더라도 변호사라는 이유만으로 이런 용기를 가지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용기가 날 때도 있지만 그것을 지키기 위해 그릇된 행동과 사고를 가진 사람들도 많이 봐왔다. 나 역시 후자일 때가 많아서 핀치 변호사와 아빠의 가르침을 따라 내적 성장을 이룬 아이들을 보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 당장 눈앞에 어려움과 피해가 고스란히 보이더라도 양심과 용기를 따라가는 것. 그것은 이 소설이 내게 보여준 가장 큰 신념이었다.

이 나라에는 모든 인간에게 평등하도록 창조된 한 가지가 있습니다. (중략) 배심원 여러분, 그 제도가 바로 사법 제도입니다. 380쪽

수많은 역경과 불합리함을 이기고 핀치 변호사는 톰의 무죄를 위해 성심성의껏 변호한다. 아이들의 시선으로 봐도 톰이 아무런 죄가 없음을, 단지 흑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그 자리에 섰음이 확실한데도 배심원들은 유죄를 확정한다. 단지 유죄를 이끌어내기까지의 오랜 시간이 걸렸다는 것에 작은 변화를 봤다고나 할까? 당시 미국사회의 편견이 원망스러웠지만, 과연 현재에도 그런 일이 없다고 단정할 수 있을까? 톰이 유죄를 받고, 핀치 변호사가 상고하자고 했지만, 모든 희망을 잃어버리고 감옥에서 탈출하다 총을 맞고 사망했을 때의 절망감이란. 한 사람의 인생이, 남겨진 가족의 삶이 송두리째 뽑혀 버린 것이 씁쓸하고 씁쓸해서 용기고 뭐고 다 팽개치고 싶었다.

스카웃, 결국 우리가 잘만 보면 대부분의 사람은 모두 멋지단다. 517쪽

그럼에도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본 아이들과 독자에게 씁쓸함만 남겨줄 순 없는 노릇이다. 재판에 대한 결과는 그렇게 끝이 나버렸지만, 아이들은 특히 스카웃은 장난의 대상으로 삼았던, 25년 간 은둔하고 있던 옆집에 사는 래들리 아저씨를 달리 바라보게 되었다. 작은 물건들로 아이들과 소통하려 했고, 스카웃과 젬이 목숨을 잃을 뻔 했을 때 용기를 내 아이들을 도와준 래들리 아저씨. 그런 아저씨를 처음으로 마주하고, 집으로 바래다주면서, 밖에서가 아닌 아저씨네 현관에서 바라 본 풍경을 보며 스카웃은 래들리 아저씨 입장이 되어보았다. 그 사람을 이해하려면 그 사람의 입장이 되어봐야 한다는 사실을 스카웃은 생생하게 경험했다. 그런 경험을 안고 성장한다면, 비록 현실은 죄 없는 톰을 풀어주지도 살리지도 못했을지라도, 스카웃의 세대에는 변화가 일어나고 있을지도 모른다.

여전히 부조리와 불합리함은 존재한다. 차별이 넘쳐나고, 약자를 향한 공격을 흔히 볼 수 있다. 그렇다고 그런 세상을 탓하고만 있을 것인가? 당장 내가 변화시킬 수 없더라도, 끊임없이 그런 약자를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어왔고 있다는 사실을 안다는 것. 그리고 나 또한 그런 편견에 찌들지 않는 것. 내 아이들에게도 그런 시선을 갖게 해주는 것만으로도 작은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고 감히 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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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지키려는 고양이
나쓰카와 소스케 지음, 이선희 옮김 / arte(아르테)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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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의 풍경을 머릿속으로 그려보는 것만으로도 오래된 책 냄새가 가득 나는 것 같다. 사방이 특별히 선별된 책들로 빽빽한 서가. 세상과 적응하지 못해서 나 역시 혼자였대도 그곳에서 책과 동고동락하면서 살았을 것 같다. 주인공 나쓰키 린타로가 그랬다. 원래 책을 좋아해서 고서점에서 거의 살다시피 했지만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뒤에 혼자 남겨진 뒤에는 더했다. 고서점을 운영하는 할아버지와 어렸을 때부터 함께 살아왔는데 하루아침에 혼자가 되어버렸다. 할아버지는 잠이 든 채 편히 돌아가셨지만 고등학생인 린타로는 정말 혼자 남겨졌다고 생각하고 더 깊이 책 속으로 침잠했다. 학교도 가지 않았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막막하기만 했다.

책이 네 대신 인생을 걸어가 주지는 않는단다. 네 발로 걷는 걸 잊어버리면 네 머릿속에 쌓인 지식은 낡은 지식으로 가득 찬 백과사전이나 마찬가지야. 누군가가 펼쳐주지 않으면 아무런 쓸모가 없는 골동품에 불과하게 되지. 65쪽

할아버지가 해 준 말이지만 실의에 빠져 있는 린타로에게 이런 말이 위로가 되어 힘을 줄 리 없었다. 책장 사이로 걸어 나와 얼룩고양이의 ‘얼룩’이라고 소개하는 말하는 고양이가 아니었다면 린타로는 등교를 거부하는 존재 없는 아이가 되어버렸을지도 모른다. 갑자기 린타로 앞에 나타난 얼룩은 책들을 구해달라고 했다. 지금껏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던 적이 없었던 린타로는 망설였지만 책을 좋아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말에 이끌려 얼룩이 이끄는 미궁으로 건너간다.

분명 서점의 평범한 벽이었는데 얼룩을 따라가다 보니 다른 광경이 나타났다. 그리고 그곳에서 온통 하얀 세계에 지금껏 읽은 책을 가둬놓는 한 남자를 만난다. 하루에 백 권씩 읽고 지금껏 5만 7,622권을 읽었다는 그 남자는 책을 많이 읽는 것이 지식의 척도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 남자에게서 갇힌 책들을 구해내는 것이 린타로의 일이었다. 린타로는 그 남자가 책을 정말 좋아하지 않다는 것을 밝혀내고 책들을 구한다. 그리고 세상의 많은 책들이 사라지지 않게 하기 위해 줄거리와 속독법을 위해 책들을 자르는 사람과 세상이 필요로 하는 쓸모없는 책을 만드는 출판사 사장에게서도 책을 구해낸다. 마지막엔 오랜 세월 수많은 사람들로부터 상처를 받은 책 자신과도 마주한다. 그저 책을 좋아하는 평범한 소년(어쩌면 책을 좋아한다는 것만으로도 평범이 아닌 시대가 되어버렸는지도 모르겠다)이 책들을 구해내는 과정은 판타지 적인 요소를 더했지만 분명 우리에게 책을 읽는 이유에 대해서 말해주고 있었다.

책을 읽는다고 꼭 기분이 좋아지거나 가슴이 두근거리지는 않아. 때로는 한 줄 한 줄을 음미하면서 똑같은 문장을 몇 번이나 읽거나 머리를 껴안으면서 천천히 나아가기도 하지. 그렇게 힘든 과정을 거치면 어느 순간에 갑자기 시야가 탁 펼쳐지는 거란다. 124쪽

린타로는 책을 좋아하는 할아버지가 그동안 해주신 말들과 자신이 경험한 책을 떠올려 책을 향한 어긋난 생각에 갇혀 있는 사람들에게 깨달음을 주었다. 얼룩을 따라 미궁으로 들어가 한 일에 불과할지 모르지만 책을 좋아하는 사람, 책을 좋아하려는 사람, 책을 좋아하면서도 가끔씩 회의감이 드는 사람, 책을 전혀 좋아하지 않는 모든 사람들에게 책의 매력을 진지하게 전해주었다. 그 과정에서 내면으로 침잠하려 할 뻔 했으나 같은 반 반장인 유즈키와 진정한 친구가 되었고, 해결된 건 아무것도 없지만 스스로 서점을 꾸려가면서 살아보기로 하는, 그 전의 린타로라면 생각할 수 없는 세상으로 발걸음이 시작된 것이다.

어쩌면 책은 ‘사람을 생각하는 마음’을 가르쳐주는 게 아닐까요? 261쪽

나 역시 많이 경험한 마음이다. 책을 읽으면서 쓰잘머리 없이 예민해지고 젠체해질 때도 있지만 끊임없이 타인과 나, 함께 살아가는 세상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물론 재미있어서 책을 읽지만 그 과정에서 나한테 오는 ‘책의 마음’이 없다면 진즉에 책읽기를 포기했을 것이다. 그래서 돈을 지불하고, 내 시간을 들여서 굳이 타인의 마음을 읽는 건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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