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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사람들이 만날 때 - 우리의 편견을 허무는 일상의 모험 ㅣ 테드북스 TED Books 11
키오 스타크 지음, 김성아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3월
평점 :
절판
진정 사회 변화를 일으키고 싶다면 우리와 다른 특성을 지닌 사람들과 강력한 밀도의 긍정적 경험을 만드는 일이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91쪽
카페에서 이어폰을 끼고 노트북을 하고 있는 현재의 나는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 그저 낯선 사람일 뿐이다. 타인의 간섭을 철저히 차단하고 있고, 나 역시 그들에게 인사는커녕 눈을 마주치는 것조차 꺼리고 있다. 내향적인 나는 이렇게 하는 게 편하고, 내가 편한 만큼 나 역시 타인을 존중해 주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이렇게 보이지 않는 경계선 안에서 철저히 혼자가 되어 주어진 공간과 시간을 즐기고 있다.
그래서 이 책 제목부터가 나에겐 조금 신선했다. ‘낯선 사람’과의 교류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나에게 어떤 편견을 깨줄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저자는 아주 간단한 인사를 건네면서 사람 살맛나는 에피소드를 들려주었다. 그와 반대로 같은 층에 사는 사람들을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면 인사만 겨우 하는 내가 떠올랐다. 당장 이웃에게 거한 인사를 걸고 관심을 보이는 모험을 하라는 것은 아니지만, 타인이지만 전혀 모르는 타인에게 그렇게 벽을 만들 필요가 있을까 싶은 생각이 순간적으로 들었다.
타인을 향한 인사, 거기서 조금 더 다가가는 눈빛과 대응, 그리고 각 나라의 문화와 성향을 파악하고 편견을 갖지 않는 시선. 이런 것들이 이뤄질 때 타인이 평소에도 무관심했던 타인으로 느껴지지 않을 것이라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그런 사례를 들고 있기도 하고, 경험담과 변화를 말하고 있긴 하다. 하지만 여전히 그 경계는 모호하다. 정도의 차이를 개인에게 맡기고 있기 때문에 ‘일상의 모험’과 변화를 예측하기 힘들다(굳이 어떠한 결과를 바라지 않더라도). 저자 또한 ‘사람들이 낯선 이들과 대화하게 되면 우리가 도시 생활에서 겪는 모든 사회 문제들과 문화적 차별이 없어질 것’으로 단언하기 힘들다고 했다. 나 역시 같은 생각이다. 낯선 사람을 경계하는 문화, 타인 자체를 존중하는 문화 등 다양한 사람들이 엮여 있는 사회에서(세계의 시선에서 보자면) 그건 어쩌면 소소한 용기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타인에게 친절하고 그들을 존중하는 태도를 가’지라는 것과 사소하게 ‘거기 계시네요, 안녕하세요?’ 하며 건넬 수 있는 인사가 의미를 갖고 ‘참된 기쁨과 연대감을 준다.’는 사실에는 공감하는 바이다. 타인을 지금껏 그래왔던 것처럼 그저 타인으로 볼 것인가, 아니면 타인과 함께 공존하려는 노력을(지극히 소소하더라도) 할 것인가는 개인의 몫이다. 그런 시도를 했을 때 내가 속해 있는 생활 반경이 피곤해질 수도 있겠지만 살맛나게 변할 것이라는 사실도 배제할 수 없다. 여전히 용기가 나지 않을 뿐이지, 이 책으로 인해 낯선 사람에 대한 경계가 조금이나마 낮춰진 것이 여간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