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 호호 아줌마의 장애 인권 이야기
김효진 지음, 김숙경 그림 / 웃는돌고래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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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오해하고 있어요. 장애인들을 가장 힘들게 하는 건 장애로 인해 불편한 몸과 마음이 아니에요.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차별이지요. 따라서 고쳐야 할 것은 장애인이 가진 장애가 아니라,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로 장애인을 차별하는 사회 구조와 제도죠. 76쪽


종종 길을 가다 장애인을 만나면 시선을 어떻게 둬야 할지 몰라 초조해질 때가 있다. 쳐다보면 실례가 될 것 같아서 최대한 신경 쓰지 않은 척 지나친다. 나름대로 다르게 보지 않는다는 시선이었는데, 어쩌면 그런 시선도 차별이 될 수 있다 느끼니 난감해졌다. 다르게 보지 않으려는 시선은 좋지만 다르니까, 다르게 보지 않으려는 딜레마에 빠진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참 무지했고 장애인 인권에 관해 관심이 없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선천적 장애는 약 11퍼센트에 불구하고 모두 후천적 장애인데, 내게는 일어나지 않을 것처럼 그저 나와 다르다는 이유로 전혀 관심을 두지 않았다고 말이다. 저자는 ‘그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어울려 살 수 있는 준비가 아직 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장애인에게 도움을 주다보면 자칫 우월감에 빠질 수 있어요. (중략) 그러니 장애인에게 도움을 주고 싶거든 평등한 마음으로 도와주세요. 그것이 진짜 도움이고, 그런 도움을 줄 때 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진정한 기쁨을 느낄 수 있을 거예요. 23~24쪽


그렇다면 장애인에게 어떻게 대해야 할까? 무조건 측은한 마음을 갖고 도와주어야 할까? 저자는 장애인을 도와주기 전에 “도와드릴까요?” 묻고, 어떻게 도와야 할지 확실하게 인지할 때까지 물어야 한다고 했다. 거기다 장애인의 보조기구(휠체어, 맹인견, 목발 등)는 장애인의 몸의 일부이니 함부로 만지는 일도 삼가 달라고 말이다. 종종 휠체어에 짐을 올려놓거나 기대는 사람이 있다고 하는데, 신체 일부라고 생각하면 그런 결례는 범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비장애인인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다른 사람의 인권을 민감하게 생각하고 존중하려는 능력이 ‘인권 감수성’이라고 했다. 우리가 보통 감수성을 기르듯이 ‘인권 감수성’도 길러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장애인들의 일상이 어떨지 생각해보고, ‘저 사람 입장이라면 어떨까?’ 생각하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고 말이다. ‘일상의 차별을 발견하고 타인의 입장을 공감하면 할수록 자연스레 인권 감수성도 높아질 거’라는 저자의 말에 공감하는 바이다.


저자는 장애인이 살기 편한 사회가 비장애인도 살기 편한 사회라고 말하고 있다. 장애, 비장애를 구분하지 않고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 그런 사회가 이상적인 사회지만 너무 먼 얘기로만 생각하지 않고, 나와 상관없는 일이라고 치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많이 미흡하긴 하지만 장애인이 더 편하게 생활할 수 있는 기술도 계발되고 있고, 사람들의 인식도 변화되고 있다. 차별은 언제든 누구나 당할 수 있는 폭력이다. 우리가 편견에 가득 찬 교육을 받고, 살아왔더라도 자라나고 있는 다음세대에게 물려주지 않았으면 좋겠다. 다양한 사람과 편견 없이 어울리는 법을 알려주는 것이야말로 아이들에게 남겨주어야 할 소중한 유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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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박준 지음 / 난다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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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은 사람의 입에서 태어났다가 사람의 귀에서 죽는다. 하지만 어떤 말들은 죽지 않고 사람의 마음속으로 들어가 살아남는다. 19쪽

 

아무리 곰곰 생각해 보아도 마음속에 들어가 살아남는 말을, 혹여 그런 말을 남겼다고 해도 상처가 될 말들을 많이 해왔단 생각에 얼굴이 붉어졌다. 집에서 혼자 책을 읽고 있는데 수많은 사람들 가운데 둘러싸여 있는 듯 부끄러웠다. 지금은 조금 나아졌지만 나는 말을 생각 없이 할 때가 정말 많았다. 그래서 타인에게 상처도 많이 줬고 그런 나를 경멸하던 시간도 있었다. 이 글귀를 읽었을 때 순간 나도 상처가 되었던 말들을 더 많이 간직하고 있음을, 정작 마음속에 간직해야 할 말들은 귀에서 죽게 했음을 알게 되었다. 그렇게 각박해져버린 내 마음도 부끄러웠다.

 

나와 당신이 서로 다른 사람이라는 것이 우리의 사랑을 어렵게 만든다. (중략) 평소 자신에게조차 내색하지 않던 스스로의 속마음과 마주치게 되는데, 그것은 대개 오랜 상처나 열등감 같은 것이라는 사실이 우리의 사랑을 외롭게 한다. 94쪽

 

내 마음을 들킨 것 같았다. 결혼할 때는 분명 서로가 다른 것을 인정하고 보듬자고 했으면서 5년차가 되어가는 지금은 다른 사람이라는 사실에 좌절하고 있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같을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달라도 너무 다른 서로를 향해 어렵고, 아프고, 외로운 시간을 만들고 있는 건 아닌가 싶었다. 결혼 전에는 마음으로 먼저 받아들였던 사실이 이제는 마음으로 내려오지 않고 머릿속에서만 맴도는 것에 좌절하고 있다.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싶다. 당신과 내가 다르다는 것을, 그래서 거기서부터 다시 시작해 보자고 말이다. 결혼하면, 아이들을 키우다 보면, 시간이 지나면 다들 그래가 아니라 적어도 서로 좌절하고 포기하지는 말자고 말이다.

 

충격이었다. 자신의 과거를 후회로 채워둔 사람과 무엇을 이루었든 이루지 못했든 간에 어느 한 시절 후회 없이 살아냈던 사람의 말은 이렇게 달랐다. 148쪽

 

나도 충격이었다. 나이 드는 것에 두려움을 느끼고 자꾸 뒤만 돌아보고 있던 나였는데 나이 드는 일이 생각보다 괜찮다는 누군가의 말에 나도 모르게 ‘진짜?’ 라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정신이 퍼뜩 들었다. 나는 왜 현재를 과거만 돌아보고 살아가는지, 왜 진작 그런 생각을 떨쳐버리려 하지 않았는지 이 구절을 읽는 순간부터 과거형으로 살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현재 내가 누릴 수 있는 행복을 찾아보는 것만으로도 부족한 시간에 왜 나는 이렇게 형편없이 살고 있는지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었다.

 

우리는 모두 고아가 되고 있거나 이미 고아입니다.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그래도 같이 울면 덜 창피하고 힘도 되고 그러겠습니다. 157쪽

 

울고 나면 일단 마음이 조금은 개운해진다. 그 사실만은 확실히 알고 있다. 달라지는 일이 없을지라도, 같이 울면 덜 창피하고 힘도 되겠단 말에 나 역시 용기를 내본다. 이 책은 나에게 반성문 같았다. 수많은 자계서 보다 이 책이 나에겐 더 자극이 되었고 나를 변화시킬 용기를 주었다. 내가 읽어낸 초점이 전혀 다를지라도 나도 저자도 개의치 않을 것이다. 글의 힘이란 그런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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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자들의 영웅 - 차별에 맞선 위대한 혁명가 빔 암베드카르 다른만화 시리즈 6
스리비드야 나타라잔, S. 아난드 지음, 정성원 옮김, 두르가바이 브얌, 수바시 브얌 그림 / 다른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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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우물에서 시원한 물을 마셔요. 짐승들도 여물통에 담긴 물을 배가 터질 때까지 마실 수 있죠. 하지만 내가 목을 좀 축이려고 하면 사방이 모두 사막으로 변해 버려요. 25쪽


인도의 사회운동가이자 혁명가인 암베드카르는 어릴 적 학교에서 물을 마실 수 없었다. 불가촉천민이라는 이유로 접촉하는 것을 꺼려하는 사람들 때문이었다. 불가촉천민에게 물을 주느니 쏟아붓겠다고 말한다. 그것뿐만이 아니다. ‘사람들은 물소 털을 빗질하고 염소 털을 깎아 줍니다. 하지만 불가촉천민 머리카락은 깎아 주질 않아요. 차라리 목을 잘라버리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읽는 내내 짜증과 분노 때문에 너무 답답했다. 당장 책을 덮어버리고 싶었지만 그런다고 불가촉천민들이 구제를 받는 것도 아니고, 같은 인간임에도 신분으로 차별하는 그들의 의식이 바뀔 리도 없다는 걸 알기에 왜 이러는지 이유라도 알고 싶었다.


1923년 봄베이 정부가 수돗물, 우물, 학교 등 공공 기금 등을 이용할 수 있게 발표하자 힌드교도들은 자신들의 특권을 유지하기 위해 반대하기 시작했다. 암베드카르는 불가촉천민 3천 명과 함께 4년 간 평화 시위를 한다. 그리고 지지자들과 함께 힌두교의 상징적인 마누 법전을 불태운다. 마누 법전은 카스트 제도를 옹호 하고 차별을 정당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종교의 법전에서 이렇게 차별을 대놓고 인정하고 있으니 신분이 다르다는 이유로 사람이 사람을 짐승만도 못하게 여기는 게 당연했는지도 모른다.

그들의 종교와 우리 종교가 같다면, 당연히 그들의 권리와 우리 권리도 같아야 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그런가요? 그렇지 않다면 그들은 도대체 무슨 근거로 우리가 힌두 사람으로 남아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걸까요? 날마다 걷어 차이고 퇴자를 맞는데 말입니다. 53쪽

암베드카르는 세상을 떠나기 직전 불교로 개종한다. 불가촉천민으로 차별 받아온 그는 카스트 제도를 정당화하는 힌두교를 거부하기 위한 대안으로 불교를 택한다. 힌두교에서 벗어나야만 진정한 민주주의와 평등이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가 불교로 개종하자 50만 명이 함께 개종했다고 한다. 그와 같은 처지의 사람들이 얼마나 그를 따르고 존경해하는지 단적으로 알려주는 일이었다. 이런 암베드카르를 네루 수상은 초대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했다. 헌법안의 첫 조항에는 ‘어떤 시민도 차별할 수 없다’라고 되어 있다. 거기다 여성들이 좀 더 공평하게 살 수 있도록 바랐다고 한다.

미국과 영국에서 교육을 받고 돌아왔지만 인도에서 그는 여전히 불가촉천민이었고 차별을 받았다. 그는 자신이 받은 교육으로 신분의 차별이 있지만 좀 더 편하게 살 수 있었음에도 약자의 편에 서서 사회운동을 한다. 그가 평화적으로 시위를 했음에도 불가촉천민들이 저수지를 이용했다는 이유로 돌아온 것은 폭력과 오물로 뒤덮인 저수지였다. 그럼에도 그는 끝까지 인간이 인간답게 사는 것을 바라며 행동했다.

저는 우리의 정의가 지는 걸 본 적이 없습니다. (중략) 여기엔 물질적이거나 사회적인 것은 개입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부나 권력을 쟁취하기 위해 싸우는 게 아닙니다. 우리는 자유를 위해 싸우는 것입니다. 우리의 싸움은 인간 존엄성 회복을 위한 싸움입니다. 91쪽

이 책을 읽기 전까지 암베드카르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이 부끄럽기까지 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인간이 인간에게 행하는 차별을 위해 노력했다는 사실이 숙연하게 만들었다. 또한 이 책의 그림과 글은 무척 독특하다. 인도 곤드족의 예술로 표현되었다고 하는데, 글의 경계가 없어 읽기에 조금 불편하기도 했지만 그만큼 이 책에서만큼은 차별받고 나뉘질 않길 바랐다. 그림들이 신비하다 못해 낯설기까지 한데, 인도의 카스트제도가 우리에게 와 닿는 것은 이것 이상으로 낯설었다.


과연 이러한 차별이 인도에서만 벌어지고 있을까? 우리는 지역, 출신, 경제적 능력 등 보이는 것들로 차별하지 않으며 살고 있을까? 사람과 사람이 함께 더불어 가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하지만 지금도 18분마다 불가촉천민들은 범죄에 희생되고 있다고 한다. 암베드카르가 활동했던 시대와 별반 다를 게 없어 보이지만 인도에서도 조금씩 인식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하니 나아지리라 기대해 보는 수밖에 없다. 암베드카르의 노력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믿고 있다. 그리고 그 노력이 헛되지 않음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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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필립 로스가 별세했다. 내게는 <에브리맨>으로 단번에 기억됐던 작가였다. 아무런 정보 없이 읽은 <에브리맨>은 필립 로스의 팬이 되겠다고 다짐하게 되는 소설이었다. 이후 그의 소설을 조금씩 모으며 다 읽어가겠다고 다짐했는데, 내가 소장하고 있는 그의 책을 다 읽기도 전에 별세 소식이 들려왔다.


내가 나이를 먹어간다는 증거일까? 좋아하는 작가들의 별세 소식이 들려올 때마다 마음이 쿵하고 내려앉는다. 만난 적도 없고 그저 작품으로 만난 것이 전부지만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되었다. 저자가 생존해 있는 것과 별세한 것은 큰 차이가 있다. 이 세상엔 이제 작품만 남아 있다는 게 위안이 되면서도 작품밖에 만날 수 없는 고아가 된 기분이다.


마음이 조금은 허해서 그의 작품을 당장은 읽지 못할 것 같다. 마음이 조금 추슬러지면 '미국 3부작'을 순서대로 읽어볼 생각이다. 이미 <휴먼 스테인>을 꽤 읽었지만 <미국의 목가>부터 다시 시작해 보려고 한다.


부디 평안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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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엄마가 좋은 10가지 이유 꼬마 그림책방 29
최재숙 지음, 문구선 그림 / 미래엔아이세움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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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설유치원에 다니는 첫째는 재량휴일로 오늘 유치원에 가지 않았다. 둘째는 어린이집에 등원을 해서 오롯이 둘만의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며칠 전부터 둘이서 무엇을 하며 놀까 하다 도서관에 가서 그림책 보고 돈가스를 먹고 오자고 했다. 아침에 둘째를 등원시키고 바로 도서관에 가서 큰 아이 도서대출증을 만들었다. 미성년자라서 만드는 방법이 좀 복잡했는데, 집에서 미리 가입을 하고 아이디를 만들어서 사진만 찍고 바로 카드를 발급받았다. 내 도서대출증이 10년도 넘은 거라 새로 발급하라 권유하기에 나도 다시 만들었다. 똑같은 카드를 만든 뒤 책도 보고, 돈가스를 먹고 버스를 타고 집에 왔다. 오늘 해본 게 다 처음이라는 첫째는 너무 재밌었다고 했다.

둘째는 말을 배우고 있는 중이라 얼마 전에 알려준 “엄마, 사랑해”를 잠들기 전에, 잠에서 깨자마자 해준다. 아직 표현 방법이 다양하지 않은 둘째에 비해 첫째는 기분과 상황에 따라 “엄마, 사랑해.” “엄마, 미워.” “엄마, 나 속상해.” 등 다양하게 말한다. 그럼에도 늘 부족한 엄마에게 사랑 표현을 더 많이 하는 편인데 그럴 때마다 고맙고 미안한 마음이 든다. 언제 이렇게 컸나 싶기도 하고, 더 잘해주고 싶은데 나도 엄마가 처음이니 실수하면서 함께 성장하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서 첫째에게도 내가 좋은 이유가 10가지 이상 될까, 싶었다. 주인공은 매일매일 뽀뽀해 주고, 맛있는 밥을 해주고, 형이 뺏어간 장난감도 도로 빼앗아주고, 예쁘다는 다양한 이유로 엄마를 좋아한다. 반면 친구 앞에서도 뽀뽀하고, 아줌마들이랑 웃을 때는 정말 시끄럽다며 엄마를 있는 그대로 표현하기도 한다.

주인공은 엄마가 그림책을 읽어주며 잠 재워줄 때도 좋다고 했다. 엄마가 읽어주는 <아기돼지 삼형제>의 내용이 덮고 있는 이불위로 펼쳐지는 부분에서 행복한 잠으로 빠지기 직전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아이들이 듣고 있는 책 내용이 그렇게 이불 위에 펼쳐진다는 상상력이 참 좋았다. 그러나 이내 책 속의 동물들과 배경이 뒤엉켜서 모두 날아가는 장면에서 ‘그래도 중간에 빼먹고 읽지는 마, 응?’ 하는데 순간 너무 공감이 가서 빵 터졌다. 나도 너무 피곤할 때 슬그머니 두 장씩 넘기거나 글씨를 빼 먹고 읽는데, 그럴 때마다 첫째가 여기 빼먹었다고 친절히 알려주면 마지못해 읽어준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책을 읽다 먼저 잠들어버린 엄마를 보며 ‘그런데 사실은…… 난 엄마가 우리 엄마라서 그냥 좋아.’ 라고 말하는 주인공을 보며 나도 모르게 행복한 웃음이 배어나왔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우리 엄마라서 그냥 좋아.’라는데 굳이 설명이 필요할까 싶었다. 내가 낳은 아이들이니 그냥 사랑스러운 것처럼 아이들도 내가 엄마라는 이유로 좋아해주면 그것보다 더 기쁜 게 있을까 싶다. 부모가 된 뒤로 삶을 살아가는 수많은 이유가 아이들이 되어가는 것. 그것이 때론 힘들 때도 있지만 행복할 때가 더 많다는 걸 조금씩 느끼고 있다. 우리 부모님도 그랬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뭉클거리면서도 내 아이들을 키울 힘이 더 난다. 그렇게 사랑은 대물림이 되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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