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도하는 사람
텐도 아라타 지음, 권남희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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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리 견디기 힘든 감정도 시간의 흘러감에 따라 옅어진다는 것을 느낀다. 나쁜 감정을 묵혀두지 않고 잊어버리는 것은 좋은 일이나 잊지 말아야 할 감정을 잊는 다는 것은 때론 쓸쓸함을 유발시킨다. 갈수록 망각의 속도가 빨라지는 현대사회에서 무엇을 기억하고 무엇을 버려야 할지만 제대로 알아도 삶을 가치 있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로인해 과거의 아픔은 미래의 발판이 되고, 현재의 치열함이 자신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며, 내면을 건강하게 만들고 있다는 사실을 조금씩 깨닫는다. 그런 깨달음을 어둡고 음침하게 만드는 것 중 하나는 죽음의 목도가 아닐까 싶다. 진정으로 죽음을 애도하기보다 쉽게 잊어 버렸다는 것을 <애도하는 사람>을 통해 상기해서인지 무상한 말들을 구구절절 읊게 되었다.


  나조차도 잊어버린 죽음, 혹은 나만 알고 있기가 너무 애통한 가족의 죽음을 타인이 애도해 준다면 기분이 어떨까. 경계가 되면서도 괜히 고맙고 때론 불쾌하면서도 호기심이 일 것이다. 이 책의 주인공 사카쓰키 시즈토가 그랬다. 방송매체나 신문, 소문을 듣고 사람이 죽은 곳에 찾아가 애도를 했다. 독특한 손 모양과 자신이 알아낸 고인의 기억을 되새기며 애도하고, 다른 사람이 죽은 곳을 찾아 떠났다. 전국을 돌며 그렇게 애도하고 있었는데, 도무지 그가 왜 그렇게 죽은 사람들을 애도하고 있는지 알 길이 없었다. 무엇보다 생판 모르는 타인의 죽음을 일일이 기억하려는 그의 태도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는 왜 애도여행을 떠나게 되었고, 그렇게 애도한다고 해서 무엇이 남으며, 삶이 아닌 죽음에 더 매달려 있는 것일까.


  책을 읽으면서도 그에 대한 답은 속 시원히 풀리지 않았다. 그의 고백과 행동으로 조금은 수긍하게 되었고, 어머니의 시선에서 풀어낸 이야기를 듣고 어쩔 수 없는 그만의 독특함을 인정하게 될 뿐이었다. 시즈토의 애도 여행에는 크게 세 인물이 얽혀 있었다. 기사 거리를 위해 인간 내면의 어두운 면만 찾아 골라 다니며, 그의 삶도 무엇엔가 구겨져 있는 인상을 받게 되는 신문 기자 마키토 고타로. 남편을 죽이고 출소한 뒤, 남편을 애도하던 시즈토를 따라 다니는 나기 유키요. 시한부 선고를 받고 평화로운 모습으로 시즈토를 기다리는 엄마 사카쓰키 준코의 시선이 번갈아 드러나면서, 그들의 이야기에 시즈토가 어떻게 자리하고 있는지 보여주고 있었다.




  시즈토가 그들에게 어떻게 비춰지는 지 궁금해 열심히 책장을 넘기다가도, 그들의 이야기가 많이 내포되어 있어 다른 책을 읽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그들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시즈토가 어떤 사람인지 드러났기에 흐름을 놓칠 수 없었다. 그의 기이한 여행 때문에 여동생인 미시오의 결혼에 문제가 생기고, 반대로 고타로는 몇몇 기사가 호응을 얻었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시즈토가 애도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자연스레 드러났음에도, 정작 시즈토의 행위를 이상한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아야 할 사람들에겐 큰 성과를 내진 못했다. 그런 오빠가 있다는 이유로 자신의 아이를 가진 여자를 버리고, 어떻게든 기사 거리를 만들려는 사람을 보면서 시즈토의 행위가 마냥 답답하기만 했다. 자신의 가족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아 여동생에게 이런 일이 있는지도, 무엇보다 엄마가 죽어 간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 자체가 모순이었다.


  게다가 유키요가 시즈토와 동행하면서 그만의 독특한 애도에 걸림돌이 되는 것 같았다. 시즈토 행위 자체야 이제 어느 정도 익숙해졌지만, 시즈토의 애도에 동참하는 것도 아니어서 오히려 방해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그녀의 어깨에 붙어있는 죽은 남편의 영혼은 기이하면서도 짜증을 유발시키기도 했고, 늘 휘둘리는 유키요가 답답했다. 유키요를 통해 시즈토와 남편의 영혼이 얘기를 하게 되면서 사연이 풀려 둘 다 자유로워진 것은 참 다행이었다. 유키요의 삶이 가벼워 진 것에 시즈토의 역할이 컸지만, 유키요가 갈 곳이 없어 시즈토를 따라다니는 것만은 아니라는 것이 느껴졌다. 한편 시즈토의 엄마 준코는 하루하루 죽음에 다가가고 있었다. 고타로를 통해 시즈토가 건강하게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안심하지만, 아들의 얼굴을 마주하고 세상을 떠나길 바라고 있었다. 그런 사실이 우여곡절 끝에 시즈토에게 전해졌는데도 사촌의 장난으로 치부하고, 애도여행을 계속 하는 그 앞에서 더 이상 어떤 기대도 갖지 않게 되었다.



  임종을 지키지 못하더라도 엄마의 죽음을 알게 되었을 때, 시즈토가 온 마음을 다해 애도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온 몸을 부딪혀가며 자신의 삶을 살아내고 있는 시즈토를 온전히 받아들이기란 불가능했다. 이러한 삶을 사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 그로인해 얽혀지는 이야기와 타인의 인생에 미치는 영향, 그 안에서 삶과 죽음의 공백을 메워나가는 것이 어떤 것인가를 어렴풋이 깨달을 뿐이었다. 고타로가 자신이 한 행위 때문에 십대들에게 폭행을 당하고 시력을 잃은 후, 열렬히 시즈토에 대해서 알리고 다니는 것을 보며 그를 이해하는 사람이 단 몇 명뿐이어도 그걸로 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즈토의 애도와 행동은 그만큼 독특했다. 애도기록이라고 말할 수 없는 자신만의 스타일로 꼼꼼히 기록해 간 노트며, 어릴 적 죽은 새에게 보여줬던 손동작 하며 그만의 신선함까지 묻어났다. 무엇보다 오랜 애도여행 끝에 많은 사람들을 기억하기 위해, 또 애도 행위를 의미 있게 하기 위해 세 가지 요건으로 애도하는 것이 노하우라면 노하우였다.



  "그 사람은 누구를 사랑했는가? 누구에게 사랑받았는가? 누군가가 어떤 일로 그에게 감사를 표한 적이 있는가?"



  죽은 사람을 찾아다니며 이런 식으로 애도를 했기 때문에 그는 많은 오해를 샀다. 죽은 사람이 다른 사람들이 나쁜 사람이라고 칭해도, 인생의 어느 순간에서 이런 부분을 찾으려고 애썼다. 그 사실이 드러나면 이 질문에 수집한 정보를 바탕으로 애도했으며, 그래야 '한 사람 한 사람을 다른 사람들과는 구별되는 유일한 인물로 마음에 새길 수 있'다고 말했다. 죽음 앞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그가 너무 괴로워 '자살하는 대신 타인의 죽음을 애도하게 된 건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그랬기에 그의 애도를 가족조차도 막을 수 없었고, 고인을 기억하는 주변 사람들도 그의 애도 방식에 어떠한 뜻도 관철시킬 수 없었다.



  시즈토가 너무나 동떨어진 사람이라고 생각한 탓인지, 아니면 그의 곁에 자리한 유키요가 있어 그나마 안심이 되어서인지 이 작품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부분은 준코가 죽음과 점점 가까워지는 부분이었다. 어디서나 아들의 모습을 믿으며, 세상을 떠나기 전에 반드시 시즈토를 만날 수 있고 딸 미시오의 아이가 태어나는 것을 볼 수 있으리라는 믿음으로 하루를 살아가던 그녀. 혹여 만나지 못하더라도 그것만으로 족하다는 그녀의 태도는 죽음을 애도하는 시즈토의 모습과 상반되면서 더욱 빛을 발했다. 미시오의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림과 동시에 죽음이 찾아오는 것을 느끼는 준코의 의식은 죽음과 생명의 탄생을 극적으로 묘사하고 떠나갔다. 삶이 오는 것과 죽음이 오는 것을 막을 수 없듯이, 순리대로 살아가는 시즈토의 가족을 보면서 어쩌면 그도 순리를 따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애도가 어디까지 이어질 지 아무도 알 수 없다. 그리고 그의 애도가 어떠한 파장을 일으킬지도 알 수 없다. 분명한 것은 소중한 사람의 죽음도 너무나 쉽게 잊어버리는 우리에게 시즈토의 행동은 경각심을 일으킬 만 하다는 것이다. 시즈토만큼 독특하게, 온 마음을 다해 애도를 하라는 뜻은 아니다. 다만 누군가의 죽음이 잊히듯 훗날 있을 나의 죽음도 그렇게 잊혀 진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씁쓸해진다. 그런 나를 바라보며 시즈토가 그렇게 위로해 준다고 생각하자 그제야 그의 마음이 어떠한 것인지 다가왔다. 죽음 앞에서는 모두가 같은 사람일 뿐이라는 것. 어떤 죽음을 맞이하고 어떻게 살아왔건 간에 긍정적인 일화로 그 사람이 잠시 머물렀던 이 세상에서 기억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 그것이 애도하는 사람인 시즈토의 마음이었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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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진이 되라 - 운명을 바꾸는 창조의 기술
강신장 지음 / 쌤앤파커스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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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해를 맞이한답시고 다이어이를 구비해도, 출납을 적겠다고 조그만 수첩을 마련해도 도무지 3일 이상을 관리하지 못한다. 귀찮은 것이 가장 큰 이유이고, 도통 수첩을 가지고 다니는 게 몸에 배지 않아 늘 집에 팽개쳐져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무얼 메모하는 것을 포기한 나에게 최근에 들인 습관이 하나있다. 머리맡에 수첩 하나를 두고, 기록하고 싶은 것 중 아무거나 끼적이는 것이다. 책을 읽다 간단한 느낌을 남길 때도 있고, 순간 스쳐가는 생각이나, 내일 할 일 등 자잘한 것투성이지만 그런 메모가 조금씩 쌓여 갈 때마다 괜히 뿌듯해지곤 한다. 그 메모들이 언젠간 '영감'의 근원이 되길 바라는 마음 때문일 것이다.

 

  '영감'에 대한 구체적인 것도 세부사항도 잡힌 것이 없지만 이 책을 보는 순간 이런 막연한 생각에 틀을 좀 잡아주었으면 하고 바랐다. 그러면서도 이런 종류의 책을 즐겨보지 않은 나의 성향이 생각나 금세 기운이 빠졌다. 차라리 어떠한 기대도 하지 말고 마음을 비우자 싶어 책을 꺼내들었는데 역시나 나를 확 사로잡는 무언가는 드러나지 않았다. 저자는 '삼성경제연구소 지식경영실장이란 자리에 있으면서, 또 SERI CEO를 운영하면서 내가 보고 느낀 것'과 얻은 것을 돌려 드리고자 이 책을 썼다고 했다. 저자가 몸담고 있는 세계부터 나와는 거리가 먼 것 같아 멀찌감치 떨어진 채 책을 읽어 나갔지만, '영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여부와 기대하지 않음 사이에서 갈등하는 나를 끝내 떨쳐버리진 못했다.

 

  그럼에도 나에게 무언가가 남겨질 것인가에 대한 것은 제쳐둔 채, 이 책을 끝까지 읽을 수 있었던 이유는 '재미'였다고 말하고 싶다. 이런 책의 특성상 구성이나 문체가 다른 책들과 비슷할 수밖에 없는데 초반에는 저자의 문체가 그다지 돋보이지 않았다. 무언가를 얻으려면 나를 변화시켜야 한다는 기본적인 틀도 다른 책과 다르지 않았고, 이 책의 키워드인 '창조'하기 위해 어떠한 과정을 지나왔으며 어떠한 노하우를 가지고 있는지 알리기에 급급하고 있었다. '영감의 열쇠'와 '창조'에 관한 이야기이고, 누구든 자신의 '운명을 바꾸는 방법'에 관한 이야기라고 했으니 안락함에 푹 젖어있는 내게 시큰둥한 반응을 일으킬 수밖에 없는 건 당연한지도 몰랐다.

 

  그런 나를 사로잡은 것은 생뚱맞게도 꼭지의 시작에 자리한 시였다. 2장의 첫 머리에 등장하는 정호승의 <수선화에게>란 시에 마음을 홀딱 뺏긴 후, 이 책을 보는 시선이 달라졌다. '울지 마라/ 외로우니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것이다' 란 구절 앞에 어찌 마음을 빼앗기지 않을 수 있으며, 빤한 구성으로 점철되어 있을 거라 생각한 책에서 시를 만났으니 어찌 신선함을 느끼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제야 좀 더 관심을 가지고 책을 보게 되었고, 저자가 앞부분에서 언급한 '인문학과 문화예술의 세계를 두루 여행하자는 컨셉'이 떠올랐다. 그래서 저자는 첫 꼭지에 시를 집어넣었던 것이고, 미술과 사진, 영화, 광고 등 다양한 소재를 들먹여가며 창조의 발상에 대해 독자에게 알려주려 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그러다보니 조금씩 창조의 발상법이 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는데, 나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시의 구절만큼이나 2장의 주제 또한 흥미로웠다. 저자는 '아픔을 들여다보는 힘', '기쁨을 보태는 힘'이야말로 창조를 만드는 원천이라고 했는데, 타인이 불편하고 아픈 마음, 그런 이들에게 어떻게 하면 기쁨을 줄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야말로 창조를 이끌어 낼 수 있는 기본 바탕이 되는 마인드라고 했다. 아픔과 기쁨의 힘은 참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성과를 드러내고 있었다. ' '삑사리'의 아픔과 소심함의 고통'을 해소하고자 발견한 전동 마스카라, '돈이 없으면 차로 갚으라'는 현대자동차 '어슈어런스 프로그램'이 그런 예라고 할 수 있겠다. 괜히 아픔이라고 하기에 인간의 감정만 떠올리고 있던 내게 뒤통수를 치는 예시이기도 했지만 그만큼 신선하게 다가가는 접근법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바이다.

 

  '뒤집고 섞어야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 '내가 먼저 주면, 그가 내 것이 된다', '예상을 깨는 이야기를 만들어라' 등 앞에서 나의 생각을 깨트리는 소제목 안에 여전히 나의 뒤통수를 치는 기발한 생각과 실천들은 넘쳐났다. 너무나 유명해 이미 들은 이야기도 있었고, 자극이 되지 못하는 그렇고 그런 이야기가 있었지만 저자는 흡인력 있게 이끌어 나갔다. 다양한 계층을 사로잡는 쉬운 글과 묵직할 수 있는 주제를 다양한 시선에서 보는 관점으로 독자를 끌어당기고 있어 나름 재미있게 읽었다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았다. 저자의 경험이 녹아있는 글이었기 때문에 그런 마음이 느껴졌을 수도 있지만, 무엇보다 '창조'라는 개념을 틀어 가두지 않고 넓혀주는 작업만으로도 충분한 읽을거리와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었다고 생각한다.

 

  좀 엉뚱한 시선에서 책을 읽다보니 정작 '창조'의 발상법이나 내가 '창조'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방법은 남아 있지 않은 것 같다. 뒤집어서 생각해보면 의외로 재미나게 읽은 과정에서 이미 '창조'의 틀은 넓어져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분이 들었다. 책을 읽으면서 무언가를 발견하고 변화를 모색할 수도 있겠지만, 나처럼 무디고 느려터진 독자에게는 이런 과정만으로도 어느 정도 기초 작업을 해두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이든 것이다. 허허벌판에 발을 디뎌놓고 무언가가 다가오기를 바라는 공짜 심리가 내제되어 있을지라도, 무언가 꽉 차는 느낌은 없을지언정 무언가 빠져나간 느낌도 들지 않은 것이 이 책에 대한 느낌이다. '창조'라는 것이 나와는 거리가 멀게 느껴지고,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란 자괴감만 밀려오지만, 창의력은 키우는 게 아닌 필요할 때마다 꺼내 쓰기만 하면 된다는 저자의 말처럼 '지금은 눈으로는 보이지 않는 것이고, 우리 안에 있어도 우리가 '있다'고 믿지 않는' 시선에 대한 수그러듦으로도 충분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과정이 이미 나의 잠재력으로 승화되어 있을지 아무도 모르는 노릇이므로, 끊임없이 생각을 회전하는 열린 마음만 잊지 않는다면 '창조'는 거창한 것이 아닌 이미 내게 와 있는 친숙한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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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에 읽은 책

 

 

1. 재판하는 사람 집행하는 사람 - 프리드리히 뒤렌마트

2. 타샤의 열두 달 - 타샤 튜더

3. 거창한 꿈 - 장 자끄 상뻬

4. 시차의 눈을 달랜다 - 김경주

5. 나하고 얘기 좀 할래? - 울리케 담

6.~10. 꼬마 니콜라 시리즈 1~5 - 르네 고시니/장 자끄 상뻬

11. 노 맨스 랜드 - 에이단 체임버스

12. 공항에서 일주일을 - 알랭 드 보통

13. 뉴욕 스케치 - 장 자끄 상뻬

14. 너는 모른다 - 정이현

15. 갈매기의 꿈 - 리차드 바크

16.~17. 프로즌 파이어 1~2 - 팀 보울러

18.~22. 돌아온 꼬마 니콜라 시리즈 - 르네 고시니/장 자끄 상뻬

23. 나는 멋지고 아름답다 - 김세진 외

24. 4월의 물고기 - 권지예

 

------------------------------------------------------24권

 

 

2월에 읽은 책

 

 

25. 무도회가 끝난 뒤 - 레프 톨스토이 외

26. 아홉번째 집 두번째 대문 - 임영태

27. 열린다 성경 생활 풍습 이야기 (상) - 류모세

28. 몽해항로 - 장석주

29.~31. 안나 카레리나 1~3 - 레프 톨스토이

32. 각별한 마음 - 장 자끄 상뻬

33. 덕혜옹주 - 권비영

34. 행복을 주는 그림 - 크리스토프 앙드레

35. 에드바르크 뭉크 - 장소현

36. 파타고니아 특급 열차 - 루이스 세풀베다

 

--------------------------------------------------- 12권

 

 

3월에 읽은 책

 

 

37. 소외 - 루이스 세풀베다

38. 성스러운 세 도시 - 르 클레지오

39. 정성 - 김철호

40. 붉은 조각달 - 로즈메리 웰스

41. 생일 - 장영희

42. 유언 - 산도르 마라이

43. 괴짜 사회학 - 수디르 벤카테시

44. 축복 - 장영희

45.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 바바라 오코너

46. 핫 라인 - 루이스 세풀베다

47.~49. 앙코르 꼬마 니콜라 세트 - 르네 고시니/장 자끄 상뻬

50. 고등어를 금하노라 - 임혜지

51. 세 친구 - 박수현

52. 세계 도서관 기행 - 유종필

53. 타샤 튜더, 인형의 집 - 해리 데이비스

54. 메두사의 시선 - 김용석

55. 아메데오 모딜리아니 - 장소현

56. 피테르 브뢰헬 - 로제 마리 하겐, 라이너 하겐

57. 슬림독 밀리어네어 - 비카스 스와루프

58. 테헤란의 지붕 - 마보드 세라지

59. 좋은 이별 - 김형경

60. 문명의 우울 - 히라노 게이치로

61. 외면 - 루이스 세풀베다

 

----------------------------------------------------25권

 

 

 

4월에 읽은 책

 

 

62. 왼손잡이 - 니콜라이 레스코프

63.~66. 홍루몽9~12 - 조설근, 고악

67. 눈물 상자 - 한강

68. 나만의 졸업식 - 요코사와 아키라

69. 고령화 가족 - 천명관

70. 아리랑 6 - 조정래

71. 프랑스 스케치 - 장 자끄 상뻬

72. 어느 날 나는 바깥으로 들어갔다 - 최윤필

73. 바람을 만드는 소년 - 폴 플라이쉬만

74. 귀향 - 루이스 세풀베다

75. 나를 만나는 스무살 철학 - 김보일

76. 책으로 집을 지은 악어 - 양태석

77. 아리랑 7 - 조정래

78. 외뿔 - 이외수

79. 어쩌자고 우린 열일곱 - 이옥수

80. 조세현의 얼굴 - 조세현

81. 지성에서 영성으로 - 이어령

82. 이중인격 - 마거릿 피터슨 해딕스

 

 

-----------------------------------------------------------21권

 

 

5월에 읽은 책

 

 

83. 2058 제너시스 - 버나드 베켓

84. 어젯밤 - 제임스 설터

85. 태양의 후예 - 알베르 카뮈

86. 이 아침에 축복처럼 꽃비가 - 장영희

87. 백치 (하) - 도스또예프스끼

88. 다섯째 아이 - 도리스 레싱

89. 열린다 성경 동물 이야기 - 류모세

90. 알라디노의 램프 - 루이스 세풀베다

91.~95. 꼬마 니콜라 1~5 - 르네 고시니/장 자끄 상뻬

96. 소수의견 - 손아람

97. 인듀어런스 - 캐롤라인 알렉산더

98. 열정과 냉정사이 ROSSO - 에쿠니 가오리

99. 아불류 시불류 - 이외수

100. 문학의 숲을 거닐다 - 장영희

101. 눈으로 하는 작별 - 룽잉타이

102. 무소유 - 법정 (양장본)

103. 칠레의 밤 - 로베르토 볼라뇨

104. 애도하는 사람 - 텐도 아라타

105. 악령(상) - 도스또예프스끼

106. 지능적이고 매혹적인 동물들의 생존 게임 - 마르쿠스 베네만

107. 고향 사진관 - 김정현

108. 오리진이 되라 - 강신장

 

 

------------------------------------------------------------- 26권

 

* 붉은색 - 좋았던 책

* 아직 리뷰를 쓰지 않은 책 - 애도하는 사람

 

 

- 매일 한 권씩 읽고 리뷰를 쓰기로 했는데 막판에 달성을 못했다.

최근 며칠동안 책을 한 권도 읽지 못해 계획은 실패했다.^^

 

5월에 생긴 책은 49권이 생겼다.

<장길산>과 <박완서 단편전집>을 이벤트로 받는 바람에 책이 확 늘었다.

도스또예프스끼 책을 사느라 이달에는 책 값이 좀 들어간 것 같다.

아무리 열심히 읽어도 생기는 책을 따라가지 못하니...

기운이 좀 빠지긴 한다.

그래도 책을 읽는 과정은 즐거우니 그 즐거움을 만끽해야겠다.^^

 

 

 

 

 

2010년도에 생긴 책!!

 

 

643. 자유로부터의 도피 - 에리히 프롬

644. 사진이 좋아진다 - 이태성

645. 고독한 산책자의 몽상 - 장 자크 루소

646. 2009 네이버 트렌드 연감 - (주)NHN

647. 슬램 - 닉 혼비

648. 파타고니아 - 브루스 채트윈

649. 볼랴뇨, 로베르토 볼라뇨 - 호르헤 볼피 외

650.~659. 임꺽정 1~10 - 홍명희

660. 세상의 혼 - 크리스토퍼 듀드니

661. 왜 기독교인은 예수를 믿지 않을까? - 김진

662. 에디슨도 반해버린 엉뚱한 발명 연구소 - 김현화 외

663. 심플 스토리 - 잉고 슐체

664. 더 탑 - 온대호

665. 1984 - 조지 오웰

666. 세한도 - 박청상

667. 통조림공장 골목 - 존 스타인벡

668. 황금구슬 - 미셸 투르니에

669. 달나라 탐험 - 쥘 베른

670.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 - 윤성근

671. 풍경과 상처 - 김훈

672. 전봉건 시전집 - 전봉건

673. 도스토예프스키 판타스마고리아 상트페테르부르크 - 이덕형

674. 핵 폭발 뒤 최후의 아이들 - 구드룬 파우제방

675. 다산의 아버님께 - 안소영

676. 아내의 슬리퍼를 신은 남자 - 뱅상 드 스와르트

677.~678. 빌레트 1~2 - 샬럿 브론테

679. 문명론의 개략을 읽는다 - 마루야마 마사오

680. 아름다운 애너벨 리 싸늘하게 죽다 - 오에 겐자부로

681. 풀밭 위의 식사 - 전경린

682. 강산무진 - 김훈

683. 센티멘털 - 히라노 게이치로

684. 마지막 숨결 - 로맹가리

685. 꿈을 빌려드립니다 -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686. 구덩이 - 안드레이 플라토노프

687.~688. 불린가의 유산 1~2 - 필리파 그레고리

689. START! 트위터와 미투데이 - 박정남

690. 다산어록청상 - 정민

691. 연애의 사생활 - 김정미

692. 책탐 - 김경집

693. 그림 형제 최악의 스토리 - 루이스 세풀베다, 마리오 델가도 아파라인

694. 집중력의 탄생 - 매기 잭슨

695. 이름 뒤에 숨은 사랑 - 줌파 라히리

696. 너는 어느 쪽이냐고 묻는 말들에 대하여 - 김훈

697. 여자라면 힐러리처럼 - 이지성

698. 알래스카, 바람같은 이야기 - 호시노 미치오

699. 야나이 다다시 유니클로 이야기 - 가와시마 고타로

700. 안네의 일기 - 안네 프랑크

701. 천사 바빌론에 오다 - 프리드리히 뒤렌마트

702. 비밀성서 - 시배스천 배리

703. 야생초 편지 - 황대권

704.~705.  죄와 벌(상) (하) - 도스또예프스끼(3판)

706.~707.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상,하) - 도스또예프스끼(3판)

708. 상처받은 사람들 - 도스또예프스끼(3판) 

709. 스쩨빤치꼬보 마을 사람들 - 도스또예프스끼(3판)

710. 분신, 가난한 사람들 - 도스또예프스끼(3판)

711.~712. 백치 (상) (하) - 도스또예프스끼(3판)

730. 미성년 (하) - 도스또예프스끼(3판)

713.~714. 악령 (상) (하) - 도스또예프스끼(3판)

715. 아저씨의 꿈 외 - 도스또예프스끼(3판)

716. 노름꾼 외 - 도스또예프스끼(3판)

717. 지하로부터의 수기 외 - 도스또예프스끼(3판)

718. 닥터 지바고 (하) - 보리스 파스테르나크

719. 갈라파고스 - 커트 보네거트

720. 여행하는 나무 - 호시노 미치오

721. 플로베르의 앵무새 - 줄리언 반스

722. 도리안 그레이 - 오스카 와일드

723~724. 여왕의 연인 1~2 - 필리파 그레고리

725.~726. 눈물 1~2 - 수퉁

727. 보이지 않는 도시들 - 이탈로 칼비노

728. 부러우면 지는거다 - 신여진

729. 페기 구겐하임 자서전 - 페기 구겐하임

730. 할머니의사 청진기를 놓다 - 조병국

731. 살아있는 시체들의 연애 - 어맨더 필리파치

732. 기쁨이 열리는 창 - 이혜인

733. 착한 가슴 - 리즈 베스틱

734. 우리 시대의 영웅 - 미하일 레르몬토프

735. 모리스 - E.M 포스터

736. 인도로 가는 길 - E.M 포스터

737. 못된 장난 - 브리기텔 블로벨

738.~739. 파우스트 박사 1,2 - 토마스 만

740. 더 리더 - 베른하르트 슐링크

741. 캔들 플라워 - 김선우

742. 최숙빈 - 김종성

743. 알파독 - 제임스 하딩

744. 베네치아에서의 죽음 - 토마스 만

745.~756. 장길산 1~12 - 황석영

757. 부끄러움을 가르칩니다 - 박완서

758. 배반의 여름 - 박완서

759. 그의 외롭고 쓸쓸한 밤 - 박완서

760. 저녁의 해후 - 박완서

761. 나의 가장 나종 지니인 것 - 박완서

762. 그 여자네 집 - 박완서

763. 내가 죽어 누워 있을 때 - 윌리엄 포크너

764. 전락 - 알베르 카뮈

765. 무소유 - 법정 (문고본)

766. 콜로노스의 숲 - E.M 포스터

767.~768. 부덴브로크 가의 사람들 1,2 - 토마스 만

769. 왓샵 가문 연대기 - 존 치버

770. 젊은 시절의 글 - 알베르 카뮈

771. 가만히, 조용히 사랑한다 - 마리우스 세라

772. 오두막 편지 - 법정

773. 여자에겐 보내지 않은 편지가 있다 - 대리언 리더 

774. 예언자의 집에서 - 토마스 만

775. 위그든 씨의 사탕가게 - 폴 빌리어드

 

 

 

소장 책 권수 - 1403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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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사진관
김정현 지음 / 은행나무 / 2008년 12월
평점 :
절판


  제 140회 나오키상 수상작인 <애도하는 사람> 속에는 타인의 죽음을 애도하는 방랑자가 등장한다. 그만의 독특한 애도의 요점은 죽음이 잊히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이었다. 죽음을 기억하기 위한 주인공이 좀 색달라 보이긴 했지만 하루 동안에도 우리는 얼마나 많은 타인의 죽음을 목도하고 아무런 감흥 없이 지나쳐버리던가. 그러나 목도하던 죽음이 가족이나 가까운 친지에게 다가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제야 죽음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되고, 자신의 삶까지 돌아보게 된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씩 잊히고 무덤덤해지는 모습 앞에 인생의 어쩔 수 없는 씁쓸함을 맛보기도 한다. 

 

  첫 머리부터 죽음에 대해 언급하게 된 것은 <고향 사진관>을 쓴 저자 때문이었다. 저자는 자신의 친구인 서용준을 기리며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조금은 지난한 책을 읽는 내내 그의 죽음은 예견하지 못한 채, 친구의 기막힌 삶을 풀어놓는 거라 생각했다. 그리고 책의 끄트머리에 가서야 저자가 친구를 잊지 않기 위해, 곁에 없더라도 가슴 속에 묻어두고 기리기 위해 이 책을 썼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죽음은 너무나 쉽게 잊히기에 <애도하는 사람>의 주인공이 생각이 났고, 그 책 덕에 저자의 의도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타인의 죽음을 멀뚱멀뚱 쳐다보면 구경하는 자에 지나지 않았을 것이고, 마음이 메말랐다며 스스로를 타박하고 있을지도 몰랐다.

 

  제대를 앞두고 복학을 목전에 두고 25의 나이에 가장이 되어야 했던 청년 서용준. 자유롭고 자상하시던 아버지가 뇌졸중으로 쓰러지시자 그는 장남으로 집안의 가장이 되어야 했다. 고향 영주로 내려와 아버지가 벌여놓은 사진관과 예식 업을 이어 받았지만, 그 일은 용준이 바라던 일이 아니었다. 생뚱맞은 아랍어과에 다니고 있었어도 완전히 꿈이 없었던 것도 아니었기에 갑작스런 변화는 그를 혼란스럽게 했다. 겉으로 표현을 잘 하지 않고 모든 것을 자포자기 한 듯 집안의 가장 역할을 하긴 했지만 그의 삶은 송두리째 무너져 버린 것 같았다. 어릴 때부터 수재란 소리를 들으며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던 그였으니 주변의 시선도, 자신에게 닥친 현실도 받아들이기 힘들었을 것이다. 술에 취한 날이 많았고, 짜증이 늘기도 했으며, 사랑을 제대로 해 본적도 없으면서 어머니의 권유로 선을 보고 결혼까지 하게 된다. 

 

  그가 결혼을 하기 전까지 그래도 무슨 방법이 있을 거라 생각했다. 아버지의 병세가 호전되지 않더라도 자신의 꿈을 위해 학업을 이어가거나 시험 준비를 하는 등 다른 방법을 모색할 수 있는 시간이 있을 거라고. 하지만 장남으로서의 책임감과 아버지에게 받은 사랑을 떠올리며 그 자신이 허락하지 않았다. 아버지 곁을 떠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기에, 그곳에서 결혼도 했고 고향을 떠날 수 없는 현실을 받아들여야 했다. 그는 기울어가는 예식 업을 접고 3층은 주거 공간, 2층과 1층의 절반은 세를 주고 1층의 남은 공간에다 사진관을 열었다. 아버지의 흔적을 남기기 위해 간판도 <고향 사진관>으로 하고, 아버지가 쓰던 기계며 다른 소모품을 그대로 남겨 두었다. 시류와 맞지 않는다고 많은 사람들이 말려도 그는 요지부동이었다. 희망이라곤 엿볼 수 없는 삶을 살던 그가 그런 행동까지 하자 내 마음까지도 답답해졌다.

 

  책의 중반까지 통 마음을 잡지 못하고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주인공의 모습 때문에 진부함을 이겨내려 무던히도 애를 썼다. 주인공의 상황을 알고 있기에 그를 쉽게 이해한다고 못하면서도, 무슨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짐작할 수 없었다. 용준의 시선에서 바라보고 있었음에도 깊이 들어가지 못하고 겉돈다는 느낌이 들었고, 어떤 벽이 가로막고 있어 무언가 덧입힌 내면이 솔직하게 다가오는 것 같지 않았다. 문체가 좀 더 깊이 있었다면, 더 세밀하게 묘사했다면 좋았을 거라는 안타까움이 내내 일었다. 그런 글 속에서 벌컥 화를 내고, 고집을 피우며, 마지못해 살고 있다는 느낌을 주었던 것은 여전히 그의 내면에 채워진 방황과 아버지에 대한 미안함, 가족들을 건사해야 하는 부담감이 서려있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그가 조금씩 달리 보이기 시작한 것은 친구들의 시선을 통해서였다. 늘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이었지만 타지에 있는 친구들이나 같은 고향에 있는 친구들일지라도 늘 <고향 사진관>에 들락거렸다. 당구를 치기도 했고, 소주 한 잔 걸치며 소소하게 보내더라도 용준이 편하고 좋았기 때문에 친구들은 몰려들었다. 속이 깊고 흉보는 걸 싫어하며, 좋은 얘기만 전해주는 친구이다 보니 고향의 푸근함처럼 용준이 그렇게 느껴졌는지도 모르겠다. 어느새 두 동생과 누나도 결혼시키고 자신도 세 아이의 아버지가 되어 있음에도 아버지가 여전히 병석에 누워 계시는 게 믿기지 않았다. 어느 날 친구가 왜 너는 늙지 않느냐는 물음에 아버지가 못 알아 보실까봐 라고 대답하는 그 앞에 세월의 무색함이 섭섭할 정도였다.

 

  그는 병석의 아버지 곁을 지키면서, 가족의 삶을 꾸려가면서 인생을 배워가고 있었다. 어쩔 수 없었노라고, 자신이 스스로 선택한 것은 별로 없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날 돌아보니 나름 행복한 가정을 꾸려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무엇보다 아버지가 그렇게라도 계신 것에 감사해하며 아버지의 자리가 자신과 대체되는 것에서 많은 것을 느껴가고 있었다. 하지만 25살의 청년이 마흔이 넘도록 병석에 계신 아버지도 힘에 부치는 듯 했다. 가족들의 예견 가운데 아버지의 죽음이 임박한 것 같았고, 막상 아버지의 죽음이 다가오자 허무함과 동시에 알듯 말듯 한 감정들이 쏟아지고 있었다. 그것으로 소설은 끝이라고, 조금은 힘겨운 삶을 살아온 친구의 삶은 이제 빛이 보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것은 끝도 전부도 아니었다.

 

  청춘의 꿈을 접고 고향에 내려와 아버지 곁을 지켰던 용준에게 암이 찾아왔다. 세상을 타박하는 친구들이나 자신을 걱정해주는 가족들 앞에서도 오히려 태연했던 그였다. 그의 병은 제대로 펴보지 못한 꿈이 있었기에 안타까웠고, 앞으로 다가올 죽음은 남겨진 가족에게 한이 될까 염려되었다. 그래도 가족의 행복을 보며 마지막 인사를 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 위로라면 위로였을까? 그런 시간마저 허용되지 않는다면 세상은 너무 야박하다고 마음을 추스르지 못했을지도 몰랐다. 그렇게 세상을 떠난 그를 기억하는 가족들과 친구들이 있기에 그의 마지막 길이 쓸쓸하지 않았을 것이다. 각박해져가는 세상 속에서 그를 기억할 친구들이 많다고 생각하니 나름대로 멋진 삶을 살아왔다고 생각한다. 꼭 무언가를 이루기보다 평범하게 가족을 잘 아우르며 사는 것이 더 큰 성공이라는 것을 몸소 보여준 사람이 그였기 때문일 것이다.

 

  파란만장했던 한 사람의 인생 앞에 눈물도, 회한도, 깊은 안타까움도 없었다. 내가 이렇게 무던한 사람이었던가 생각하다가도 그가 살아왔고 남겨놓은 삶이 불행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타인의 삶이고 죽음이기에 메마른 시선을 보내고 있기 때문인지도 몰랐다. 부모와 가족밖에 모른 채 살아왔던 한 사람. 가족에 대한 사랑 때문에 융통성도 없고 오로지 올곧게 살다간 그 앞에서 나를 되돌아보지 않을 수 없었다. 삶이란 무엇인가, 죽음이란 어떤 의미인가를 떠나 어떻게 살아가야 보람된 인생인지를 생각하게 되었다. 사랑. 저자의 친구인 서용준이 살다간 삶 속에는 그가 자주 표현하지 못한 사랑이 늘 잠재해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 사랑을 기억하기 위해, 그런 친구를 잊지 않기 위해 저자는 이 소설을 썼을 거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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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들의 생존 게임 - 지능적이고 매혹적인
마르쿠스 베네만 지음, 유영미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책 제목을 보면서도 어떠한 내용을 담고 있는지 가늠이 가지 않았다. 아무래도 '동물들의 생존 게임'보다 '지능적이고 매혹적인'에 더 의아심을 가졌는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동물들의 세계가 무궁무진하다고 해도, '지능적이고 매혹적인' 동물들을 떠올리기엔 나의 지식이 부족했을 것이다. 책을 읽다보면 나의 무지가 채워질 거라 생각하고, 어떠한 동물들이 등장하고 생존권을 펼치는지 살펴보기로 했다. 나의 궁금증을 해소시키고 채워주듯 낯선 동물들의 생존 게임은 그야말로 놀랍고, 지혜롭고, 잔인하기까지 했다. 처음엔 그런 사실들을 마주할 때 흥미롭다고만 생각했는데, 그런 동물들이 계속해서 등장하고 상세히 알아가자 인간보다 더 지능적이라는 생각을 하게 됨은 물론 동물들의 세계에도 나름대로의 질서와 생존권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몇몇 동물들을 묶어 서식 방식이나 각자의 특징을 설명해 주어도, 이 책이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는 부분은 동물들이 먹이를 구하는 방법이었다. 종종 먹이를 구하는 일 외에도 쾌락을 즐기는 동물들이 있었지만, 대부분 먹기 위해 하루를 살아가는 동물들에겐 그야말로 최대의 관심사이자 중요한 과업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러다보니 그 과정에서 먹이를 구하는 지혜도 나올 수 있었고, 폭력성과 잔인함을 갖춘 면도 드러나게 되었다. 동물들이 처음부터 그랬다고 생각할 수 없는 것은 끊임없이 진화해가고 더 나은 방법을 연구하는 모습을 발견했기 때문일 것이다. 도구를 사용하거나, 때로는 인간의 생각을 뛰어넘는 독창적인 방법들을 보고 있노라면, 이성을 가진 인간이기에 그들보다 우월하다는 생각으로 더 이상 동물들을 무시할 수 없음을 알게 되었다.

 

  독수리는 등껍질이 딱딱한 거북을 먹기 위해 공중에서 바위로 던지고, 흑곰은 사슴을 잡기 위해 자신의 몸을 굴려 눈사태를 만들어낸다. 해오라기는 빵 쪼가리를 연못에 던져 잉어를 유인하고, 물총고기는 물줄기를 쏘아 나뭇잎에 매달린 곤충들을 사냥한다. 큰돌고래는 음파사격을 해서 물고기를 잡는 등 동물들이 먹이사냥을 하는 방법을 관찰하면 놀라움을 느낄 때가 많았다. 자신만의 필살기나 오랫동안 갈고닦은 숙련된 기술과 지혜로 사냥하는 동물들이 있는 반면, 잔인함을 내세워 사냥을 하는 동물들도 있었다. 리더의 연륜으로 원숭이를 사냥하는 침팬지, 곤충들의 뇌 속에 파고들어 좀비로 변화시키는 간충, 자신들의 몸으로 비바크를 지어 모조리 쓸어버리는 군대개미, 귀여운 이미지와는 달리 새끼 새들을 잡아먹는 청솔모까지 우리의 인식을 벗어나는 동물과 간사함까지 드러내는 동물들도 무척 많았다.

 

  동물들의 세계만큼이나 독특한 것이 있다면 저자의 문체였다. 아무래도 수집된 자료를 기록하다보니 지루할 수 있는 부분도 많았고, 촉각을 곤두세우며 동물들의 모습을 상상해야 하는 어려움이 따랐다. 하지만 무조건 기록을 나열하는 것이 아닌 저자의 시선에서 재정립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저자가 직접 동물의 입장이 되어 보기도 하고, 그들 세계에서 어려움을 피력하기도 하며, 주변 동물의 시선에서 등장동물을 평가하기도 했다. 거기다 다른 사례를 대입하면서 유머를 이끌어 내기도 했다(외국 유머라서 그런지 한참 지나서 웃는 뒷북이 존재했지만). 종종 동물들이 이 글을 쓰고 있는 것은 아닐까, 아니면 저자가 동물들의 세계를 바탕으로 한 편의 스릴러나 소설을 쓰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착각이 일 정도였다.

 

  이 책에 등장하는 동물들은 세계 곳곳에 서식하는 동물들이어서 그런지 익숙하지 않는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게다가 사진이 실려 있는 것도 아니고, 간단한 일러스트가 전부라 책에 소개된 동물의 모습을 상상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상세하게 묘사된 글로 인해 상상의 나래를 펼쳐야 했고, 조금이나마 딴 생각을 하면 펼쳤던 상상을 다시 닫아야 하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반면 사진이 없어 확 와 닿지 못한 동물들의 모습이나 묘사의 이면에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노고가 서려 있는지도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동물들을 관찰하고, 실험하고, 때로는 평생을 바쳐 연구하는 모습이 드러나기도 해서 한 눈에 그려지지 않는다는 불평이 조금은 미안하기도 했다. 하지만 낯선 동물들을 어떤 식으로 그려가며 정립시켜야 할지는 여전히 난제로 남아있다. 게다가 동물의 세계에 관심이 많은 독자라면 무척 흥미롭게 느낄 수 있겠지만, 나만의 생존 비법 같은 것을 캐낼 엄두도 못 내고 오로지 관찰자의 입장을 취해야 하는 나 같은 독자들에게는 조금은 지난하게 다가오기도 했다. 

 

  동물들의 생존 비법을 지켜보며 새로운 세계에 발을 들여놓은 기분이 들기도 했고, 내가 몰랐던 사실들을 알아간다는 것에 나름의 충족감이 생기기도 했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관심 갖지 않더라고 묵묵히 자기 자리에서 동물들을 연구하는 사람들의 열정이 느껴져 동물과 인간의 공존이 새롭게 보였던 것도 사실이다. 오로지 동물들의 생존 비법만 관찰하느라 이 책이 나에게 미치는 영향을 많이 끌어내지는 못했지만, 동물세계에 어느 정도 경외감이 생기고 생명을 가진 존재의식이 자리 잡기도 했다. 인간의 손길이 미치는 곳마다 자연이 심히 파괴되는 광경을 자주 목격하게 되는데, 동물과 인간이 적절히 어울리며 살 수 있다면 좋겠다는 소망을 품어 보기도 했다. 무엇보다 동물학자들에게 놀라움으로 비춰졌을 동물들이, 그들의 세계에 관심조차 기울이지 않았던 나에게 다가왔다는 사실이 가장 큰 의미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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