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룩, 루시카
마리아순 란다 지음, 유혜경 옮김, 아순 발솔라 그림 / 책씨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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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 밑 악어'가 너무 유쾌해서 같은 작가의 다른 작품을 하나 더 보았다..이번에는 벼룩 이야기였다...

 

태어나자마나 자기의 생이 2주밖에 안된다는 사실을 깨닫고 안락한 생활을 버리고 초고속으로 자신의 꿈을 차아 가는 모험을 그린 내용이다...

2주의 삶... 그 안에 자신의 모든 열정을 쏟아 부어야 하기 때문에 늘 순간 순간에 결단이 필요했고 모험의 연속이였다 그러나 그 순간에 자신의 결정과 감정에 충실했던 루시카...

남들이 보기에 발레리나라는 이루기 힘들고 얼토 당토 않은 소망을 실천해 가는 과정이 너무나 막막하고 허횡되 보일 수 있었지만 루시카 자신은 앉아서 허황되다고 말만하고 있는 나보다 나았다..

작은 벼룩이지만 러시아로 가기 위해 부족한 시간을 과감히 투자했고 여행을 마다하지 않았으며 늘 자신의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됨으로써 꿈을 향해 한발짝 더 나아갈 수 있었다.. 그런 노력과 열정이 있었기에 러시아 서커스단의 벼룩 발레단에 발탁(?)이 되는 자신의 꿈을 이루게 된 것이다..

 

낯선 곳을 여행해야 할때의 막막함과 두려움.. 루시카의 모험에서 오히려 내가 더 겁을 집어 먹고 있었다.. '안락함으로 돌아가고 싶다. 후회가 된다' 라고 내가 외치며 루시카도 그래주길 바라는.. 너무나 겁쟁이 같은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나이를 먹어갈수록 용기가 없이지고 얼마나 세상을 향한 걸음이 더뎌지는지 못된 마음에 남들도 그래주길 바라는 심정까지.. 순간 내 자신이 그렇게 한심해 보일수가 없었다..

루시카의 여정이 너무 막막해 보여서 그랬다고 치더라도 또 다른 이중성 속에서 한편으로는 꿋꿋이 헤쳐나가 주길 바라는 마음도 없지 않았다.. 순간 내가 못된 마음을 먹었어도 헤쳐나가주길 바라는 마음이 더 컸고 자신의 꿈이 생각지 못한 곳에서 어느날 닥치듯...

이루어지는 것 같아 보였지만 루시카는 그만한 댓가를 치뤘다고 생각한다..

늘 노력과 열정을 품고 있으면 스르르 다가오는 꿈...

그래서 루시카의 성공에 나 또한 기뻤다.. 내가 포기해 버린 가능성을 끄집어 내어 주는 것 같기도 했고 순간 '니가 진짜로 원하는게 머야.. 그 나이를 퍼먹도록 그걸 하나 몰라' 라는 대중노래 가사가 머릿속을 강타했지만 신선한 충격이였다..

 

얼토당토 않은 비교지만 루시카 역시 내가 늘 꿈꾸는 유럽을 횡단하고 있었고(ㅋㅋ..) 머릿속에 무거운 가방 메고 거친 모습으로 여행하는 나의 모습이 떠오르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두려움과 뿌듯함에 늘 허덕이지만 최선을 다하는 내모습... 그 모습을 상상하는 것 만으로도 행복해졌다...

벼룩 루시카의 성공의 묻어감에 있어 정지해 있던 내 영혼이 조금씩 깨어났던 것이다...

 

그 자체가 희망이 되는 삶...

그 희망을 퍼트린다면.. 그 주역이 나라면 너무 허황될까?

그 허황됨을 깨트려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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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 만세
크리스토프 바타이유 지음, 이상해 옮김 / 문학동네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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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프 바타이유의 처녀작 ' 다다를 수 없는 나라' 가 너무나 독특한 충격이였다.. 절제되어 있고 공백을 독자가 채워가야 하는 문체... 그 문체를 잊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다른 작품은 어떤 스타일일까 궁금해서 이 책을 구입했다...

그러나 왠걸.. '다다를 수 없는 나라' 분위기를 예상했다가 뒷통수를 한대 얻어 맞은 느낌이였다.. 전혀 다른 문체... 전혀 다른 분위기...

그러나 그 변화가 신선함과 성공을 동반하고 있다는 사실에 또 한번 놀랬다...

 

15세 소년 조슬랭에 의해 비춰지는 어둡고 소외되고 음침하고 결코 밝음이라곤 없는 세계... 그 세계의 표현은 수다스럽고 산만하고 제목에서처럼 지옥의 언어였다.. 세상을 자기식대로 풀어나가는 그러나 그 안에서도 결코 만만치 않은 조슬랭의 시각... 그리고 내뱉음...

정신분열자 같은 혼란과 소음과 이해할수 없음이 난무했지만 남들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을 드러내 보이는 적나라함에 나도 어느새 그 안으로 빨려들어가고 있었다.. 조슬랭 자체에 빨려드는 것인지 언어의 메타포 향연에 빨려든 것인지 내자신도 혼란스러울 지경이였다..

스토리는 단순하지만 조슬랭에 의해 결코 평범하게 그려지지 않는 삶.. 우울함이 그득할 것 같지만 늘 유머를 잃지 않고 있어 조슬랭의 세계에 어리둥절해 하면서도 그처럼 대수롭지 않게 묵묵히(조슬랭의 언어는 심히 소란스러웠지만...) 받아들였는지도 모르겠다..

그의 언어에 너무 정신 팔려 있다가 가끔 스토리를 캐내지 못하고 지나치고 나서야 멍해 있을때도 있었다..

언어가 소란스럽다고 조슬랭이 산만하다고 나까지 그래지는 중독성이 있는 세계에 나는 푹 빠져 버린 것이였다...

그런 조슬랭이였기에 조슬랭의 언어로 씌여졌기에 조슬랭의 얘기 말고도 부모님이나 주변 인물들 혹은 연극 스토리들까지 온통 소외되고 불행이 끝이 없는 이야기들이였다...

 

지옥...지옥 언어.. 정말 지옥을 만나고야마는 조슬랭... 점점 나약해지고 희망의 빛이 새어나오는 미래라곤 없어 보이는 조슬랭의 이야기가 그렇게 사라져 버려서 아쉽고 안타까웠다...

나는 희망을 버리지 않았는데.. 마엘만은 꼭 찾아서 열정적인 사랑은 잃어버리지 않길 바랬는데..

 

조슬랭을 어느정도 파악하고 있었음에도 조슬랭 답지 않은 타락은 어쩜 당연하고 예정되어 있었다고 처음부터 생각하고 있었는지도 모르지만 조슬랭의 내면을 알아가면 알아갈수록 그의 자유분방함을 이해해가면서 그 다운.. 나름대로의 독특함을 갖추길 소원했다...

어쩜 내가 소망한 것이 조슬랭답지 않다고 전체적 분위기에서 지옥을 벗어날 수 없다는 작가의 의도가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조슬랭을 더이상 지켜볼 수 없음에 서운함과 안타까움이 교차했는지도 모르겠다...

언어의 놀람에 한참 친숙함을 느끼지 못했으나 그 시끄러움 속에서도 평소 관심갖지 않았던 못배우고 무능력한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언어의 폭력 속에서 그려지는 그와 맞물린 삶...

지옥의 언어.. 언어의 축제라고 밖에 할 수 없는 독특함..

그 문체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는 책이였다..

작가의 변화의 그 완벽함에 신선함을 느꼈고 혼란속에서도 조슬랭을 잃어 버리지 않았던 나의 인내를 보았다...

순식간에 빨려들어 순식간에 읽어 버렸지만 언어의 여운은 오래 남아 자꾸 사색하게 만드는 미련은 끝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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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애
선쉬에 지음, 박영순 옮김 / 노블마인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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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카페에서 '천년애' 책 받기 이벤트를 할때 그런 질문이 있었다..

'영원한 사랑을 위해서 당신은 무엇을 저당 잡히시겠습니까?'

이 질문에 기발한 댓글을 달아주는 사람에게 무료로 책을 보내준다는 거였다... 공짜책이라면 환장을 한터라 이벤트 응모를 하려 했는데 이 질문에 막상 떠오르는게 없었다.. 그렇게 이벤트 기간이 다 차가고 있었는데 문득 그런 생각이 떠올랐다... 내게 가장 소중한 것이라면? 영원한 사랑과 바꿀만한 것이라면? 영원한 생명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종교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육신의 생이 다하면 내가 소망하는 그곳.. 천국에서의 영원한 생명을 포기할 수 밖에 없다고...

그가 없는 천국이라면 그것을 버릴 수 밖에 없다고 댓글을 달았다..

맨 마지막으로 이벤트에 당첨이 되었다.. 명단의 젤 끝에 있는 내 아이디를 보고 이것도 가능한가 보다 라는 생각을 했다..

 

책이 오자마자 읽기 시작해서 그날 다 읽었다...

마지막을 읽고 보니 책을 받기 위해 내가 제시했던 생각대로 여주인공이 영원한 생명을 버렸다는 것을 알고 나서 조금 멍해졌다..

'나와 같은 생각이였네' 라는 말 밖에는 할 수가 없었다..

영원한 삶.. 생명... 행복... 보다 소중한 사랑.. 그 사람과의 단 하루를 위해 그것들을 포기했다.. 과연 그런 사랑을 할 수 있을까란 의문과 함께 난 아직 혼자라는 생각에 조금은 씁쓸해졌다..

마주보는 사랑이 아니더라도 혼자서 하는 사랑도 기억이 가물 가물한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과연 내게도 사랑이라는게 찾아올까.. 그런 생각이 자꾸 들었다....

 

제목에서부터 풍기는 뉘앙스가 절절한 사랑얘기 일거라는 이미지를 품게 했다...눈물을 자아내는 그런 사랑일꺼라고 흔하게 보아온 그런 분위기겠지만 오랜만에 접하는거니 즐겁게 읽자고 내 자신을 다독였다...

그러나 아징과 한누어의 안타까운 사랑은 독특해도 많이 봐왔던 사랑이라고 쳐도 그들의 배경이 되는 곳 제8호 전당포의 이야기는 판타지적인 요소와 함께 신비감을 더해주며 인간의 욕망과 삶에서 소중한 것은 무엇인가라는 의미와 함께 재미를 더해 주었다...

아징과 한누어의 과거의 삶.. 그리고 앞으로의 영원한 삶에서도 무미건조할 수 밖에 없는 그들의 운명이 진부해 보였다.. 그들이 보여주는 진부함에서 인간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라는걸 철저히 보여주었다... 아징은 배고픔을 잊기 위해 한누어는 부인과 아들의 행복을 위해 많은 것들을 버리고 저당잡혔다.. 그들이 생각하는 행복이 어떤 결과를 낳는지 그들은 알기에 전당포에 찾아오는 손님들을 측은하게 여기고 가끔 그 세계의 법을 교묘히 이용해서 도와주지만 인간들 스스로가 자청을 해서 찾아옴으로 그 발길을 막을 수가 없다....

 

이런 인간세계의 허상이 있기에 아징과 한누어의 사랑보다는 인간들의 속성을 더 생각하게 만들었다.. 실재로 작가도 내가 생각했던 주인공들의 사랑보다는 그들의 과거... 그리고 인간의 삶의 존속성에 더 중점을 두어서 쓰고 있었다.. 그래서 아징과 한누어의 사랑에만 초점이 맞추어지고(이 책을 읽기 전에는 당연히 그럴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 두사람의 사랑에 안타까움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한누어가 사랑을 저당잡힌탓도 있지만..) 오히려 한누어와 그의 아내의 사랑에서 더 안타까움을 느꼈다... 아내의 행복을 위해 자신이 떠나고 나면 아내는 좋은 사람을 만나 행복할거라 생각했지만 아내는 좋은 사람들의 제의를 다 거부하고 오로지 한누어를 그리워 함으로써 그게 행복이라 믿고 삶을 마감한다...

 

이 책 제목의 원제는 '제8호 전당포'라고 하는데 오히려 그 제목이 더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원제로는 이런 뉘앙스를 풍기지 못하겠지만...) 천년애 라는 제목에는 아징과 한누어의 사랑의 중점과 무게의 빈도가 단시간에 읽어 버린 탓인지 어쩐지는 모르겠으나 조금 약하지 않았나 싶다....

그러나 앞에서도 말한 판타지적인 요소때문에 재미있게 읽은 것 또한 사실이다...

시간 가는줄 모르고 스탠드 불빛 아래서 꼼짝 않고 읽다 보니 12시가 훌쩍 넘은 시간이였고 그 세계에 푹 빠져서 잠시 현실감각이 떨어져서 책 덮고 한참을 생각했다.. 판타지적인 요소 때문에 어디에선가 존재할 것 같은 다른 세상의 체험....

잠시 공상의 세계를 펴다 잠이 들었는데 꿈속은 어지러웠다..

그래서 마치 이 책의 내용이 어젯밤 꿈처럼 느껴지는 몽롱함도 있었다...

어젯밤의 꿈이 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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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넬라 새벽 두시에 중독되다
고연주 지음 / 맥스미디어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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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빈 예배당은 노을이 가득차 있었다..

햇볕이 가장 잘들오오는 곳에 앉아 책을 펴들었다..

라오넬라...

왠지 교회에서 읽기엔 조금 거친게 아닌가 하는 어처구니 없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텅빈 예배당의 중압감... 고요함 때문이였을까..

고요함속에 책장은 빠르게 넘어갔고 책은 우울했다..

처음에 조심스레..점점 솔직해지는 엄마 얘기의 시작이 단아하다 생각했다.. 나라면 우왕좌왕 했을 얘기를 저자는 단아하게 써내려가고 있었다...

그러나 그런 단아함은 엄마를 잃어버린 후의 저자의 삶의 흔들림처럼.. 우울함처럼 점점 퇴색 되어가고 있었다... 그렇게 생활하지 않는게 의아할 정도의 방황.. 외로움.. 두려움을 차분하게 쓰고 있었다.. 그러나 내가 생각하는... 그래 그럴 수 밖에 없을거야 라는 세상은 생각보다 거칠고 우울했다.. 늘 그런 편견으로 나와는 상관없는 세계라고 관심조차 주지 않았던 세계의 처절함이 우울함을 넘어 짜증까지 나게 했다...

몸이 근질근질하고 엉덩이가 들썩여지고 안절부절 책을 덮어 버리고 싶은 짜증... 어찌할바를 몰랐다...

그러나 나의 눈과 손은 더 빠르게 책을 훑터 내려갔다..

그러다가 저자의 이모의 활약(?)상들이 드러나기 시작했고 저자의 삶에 나타나는 빈도가 잦아졌다..

조금씩 성숙해져 갈수록 어른들의 참견은 많아졌다..(참견이 있을 당시 저자를 아이라 할 수 있을까?) 이모도 그런 참견이 많은 어른이였으면 차리리 나았을 것을 이모는 나빠져만 갔다.. 아니 원래부터 그런 동생이였는지도 모르겠으나 저자에게 주어진 삶의 기회까지 빼앗아가고 있었다...

그러나 저자는 그런 이모를 미워할수가 없다고 했다.. 그러나 나는 내가 알지도 못하는 저저의 이모를 미워하고 있었다.. 나라도 저자가 골치아픈 조카였겠으나 사람이 하지 말아야 할 단계가 있는데 이모는 저자에게 못된 이모를 넘어서고 있었다...

그런 이모가 자꾸 미워졌다..

나의 미움의 근원도 모른채 아무 소용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짜증의 원인을 이모로 돌리고 있었다..

 

마음이 먹먹해졌다.. 도대체 무엇을 잘못했기에 돌부리에 자꾸 걸리는지.. 아니.. 잘못을 떠나 자신의 선택이 뒤따랐다해도 왜 그렇게 풀리지 않는건지... 도대체 풀림이란 먼지.. 모든걸 뒤죽박죽 만들어 버릴 정도로 가슴이 먹먹해졌다..

이런 틀어져버린 마음의 잘못을 탓할 수 잇는 핑계거리에 자꾸 이모를 갖다 붙였다.. 그게 방편이 될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결국 힘들게 자신만의 공간을 마련한 저자...

그 공간 앞에 안도감이 이어졌다... 이젠 좀더 안정된 공간에서 자신의 꿈을 펼칠 수 있겠구나 라는 안도감... 그 안정이 오래가길 진심으로 바랬다...

 

책의 겉표지에 보면 '자전적 성장소설' 이라는 말이있다..

소설이라는 이름 앞에 그렇게 인생이 고달퍼야 했을까...

도저히 10년의 세월이라 믿기 어려울 정도의 고된 삶...

성장소설이라는 포장이 가혹하다...

아니다.. 가혹이라고 이름 붙여진 가운데 정말 그렇게 살아가는 청소년이 많을 것이다.. 그네들의 상처를 어찌 보듬어줄 것인가...

그들에게 어떻게 다가가야 하는 것일까.. 과연 주위에 그런 청소년을 만나면 색안경을 벗어본적이 있던가...

이기주의.. 나와 코드가 맞지 않으면 지나쳐 버리는 것들..

그리고 이렇게 뒤늦게 후회하는 척 하는 아량...

역겹다... 차라리 저자를 통해 그런 삶의 잔상을 잘 구경했노라고 하자.. 그들에게 다가가지도 마음에 없는 행동을 할바에는..

왠지 뻔뻔함이 내 얼굴을 경직되게 한다...

그리고 나서 라오넬라의 깨진 무릎 짝짝이 스타킹을 신고 세상을 향해 당당하게 서있는 나를 보는 듯한 착각속으로 빠져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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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책 일루저니스트 illusionist 세계의 작가 4
카를로스 마리아 도밍게스 지음, 조원규 옮김 / 들녘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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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이 눈에 띄였다... 우리에게 위험할 수 있다는 책..

'꿈꾸는 책들의 도시'에서 그 위험을 한번 체험했는데 어떤 위험을 말하고 있는 것일까.. 이렇게 책 제목에 '책'이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는 책은 몇배 더 나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그런 책이 위험하다라.. 그 위험이 알고 싶어 호기심을 억누르기 힘들었다...

 

책을 열자마자 책의 희생자들에 대해 나온다...

에밀리 디킨슨의 시집을 읽고가다 차에 치인 전임강사 블루마, 도서관에서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이 떨어져 반신마비가 되는 노교수, 손에 닿을듯 말듯한 압살롬 압살롬을 꺼내려다 다리가 부러지고 지하 공공 도서관에서 폐결핵에 걸린 친구들,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을 삼켜버린 후 소화불량으로 죽어버린 개.. 이 사건들을 모두다 책의 희생자라 말하고 있었다..

특히 블루마의 죽음은 문학적 죽음이라는.. 문학으로 생을 마감했다라는 의견까지 제시하고 있었다.. 이렇게 독특한 관념이 한 독서광이자 애서가인 카를로스 브라우어의 등장을 알리고 있었다..

 

블루마 대신 전임하게 된 강사 앞으로 한권의 책이 배달되어 온다..

수신자는 블루마.. 발신지는 우루과이.. 심하게 훼손된 조셉 콘래드의 '섀도 라인'......

왠지 이 책을 돌려 주어야 겠다라는 사명감에 부에노스아리레스와 우루과이 등지의 여행길에 오른다.. 카를로스 브라우어를 찾아....

그 여행길에서 브라우어의 삶의 단면과 블루마와 짧은 사랑을 나누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러나 브라우어의 책에 대한 열정 열광을 알아가는 과정에서의 놀라움이 짧은 사랑을 압도한다...

인간과 인간의 사랑보다 개인과 책과의 사랑을 다룬 책.. 그 사랑의 과도한 넘침과 도서수집가.. 애서가.. 독서광들의 얘기를 들으며 내가 늘 꿈꾸던 것이지만 이 사람들은 지나치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2만권 가까이 되는 책을 분류하는 브라우어... 그 공간에서의 에피소드.. 자기식대로 분류하고 도서카드를 만들겠다는 포부속에서 그만 불이 나고 만다...

그 불속에서 지금것 분류해 나갔던 도서카드가 불타버린 것이다..

경제적인 이유때문에 이사하지 않을 수 없게 되고 이미 한계에 다다른 브라우어는 그 수많은 책들을 이끌고 우루과이의 남부해변에 집한채를 짓는다.. 그 집의 재료는 다름아닌 그의 책들이였다..

책으로 만들어 졌다는 환상적이 집이 아닌 시멘트 속에 묻혀 버리는 책들이 되고 만다..

그집을 지으면서 책의 배치를 고려하는 브라우어는 이미 그 책들의 삶을 끝내 버린 것이다.. 애증을 넘어선 광기.. 책에게 휩쓸리는 인생... 그러던중 블루마에게세 편지 한통이 날아온다...

섀도라인을 돌려 달라는 것.. 단지 책을 받기 위함이 아닌 브라우어에게 자신의 가치를 테스트해보고 싶었던 블루마의 요청에 브라우어는 그 집을 부수어 가기 시작한다.. 섀도라인을 찾기 위해..

그래서 시멘트가 덕지 덕지 묻고 훼손된 책을 보내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 책을 찾기 위한 노력의 탓으로 이미 폐허가 되어버린 집을 등지고 어디론가 떠나버린다..

블루마에게 그 책의 도착이 한발 늦었다는 것을 모른채...

그래서 섀도라인은 다시 돌려줄 수 없게 된다...

 

 

책을 좋아하면서부터 늘 꿈꾸던 것이 있었다.. 방 전체를 책으로 채워보는 것..

물론 내가 다 읽어야 한다는 전제하에 말이다....

그 틈바구니 속이라면 정말 행복할 것이라는 꿈을 늘 꾸었다..

그러나 이 책에서의 브라우어를 비롯한 몇몇 책을 사랑하는 이들은 이런 나의 꿈을 뛰어넘어 버린다..

헤아리기조차 힘든 책들.. 경매를 통해 책을 사들이고.. 책에 휩쓸리고 빠져버리는 그들... 광기의 단계라고 밖에 표현할 수 없었다..

거기다가 책이 많을때에 생기게 되는 온갖 에피소드(예를 들면 책벌레들.. 정말 어디선가 책들을 갉아먹고 산다..)들을 보며 재미있게 읽었지만 곧 그게 나의 일이 될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들을 독서광이라고 보기도 하지만 애서가 도서수집가라고 부르는데에는 그들의 책에 대한 지식과 훌륭한 책을 알아보는 눈을 통해 경매로도 책을 구입하는 그들을 보아하니 나는 아직도 멀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 사이를 자유 자재로 드나들며 책을 논하는 그들앞에서.. 나는 참 작아졌다..

책을 좋아하고 열심히 읽지만 언제부터인지 내게 쥐어지는 책들의 수에 집착하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그들처럼 책들을 알아보는 것이아니라 늘 고만고만한 나의 수준을 보며 조금은 회의감이 들기도 했다...

나는 왜 독서하는가 라는 질문에 즐거워서라고 답하지만.. 그 즐거움 뒤에 내게 남는게 별로 없다는 생각과 나의 독서관에 대해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책에 대한 열정으로 엉망이 되어버린 브라우어의 삶...

떠난 후의 그의 삶을 알수 없었지만....

내가 보아온 그의 삶이 꼭 불행하다라고만 생각되어지는 것은 아니다..엉망이 되었더라도 무언가에 그렇게 열정이 쏟아본적이 없는 내 자신이 한심스러웠는지도 모르겠다....

브라우어의 삶을 추적하면서 주인공은 책을 볼수가 없었다고 하지만 나는 그의 삶을 알아가면서도 책에 대한 집착을 떼어버릴 수가 없었다.... 그게 내게 위험한 요소가 된다 하더라도...

 

추리적으로 나아가는 전개.. 그리고 자신을 파괴시켜 가는 열정등을 통해 때론 위트를 맛보며 서정적임을 느끼기도 했지만 그 안에서 나의 열정에 대해 재조명해보는 결코 가볍지 만은 않은 시간들이였다..

그리고 책 파도타기를 해보려고 책 속에 나오는 내가 궁금해했던 책들을 인터넷에 검색해 보았는데 단 한권도 검색되지 않았다..

존재했을 책들의 부재..

아이러니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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