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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애
선쉬에 지음, 박영순 옮김 / 노블마인 / 2006년 2월
평점 :
품절
책 카페에서 '천년애' 책 받기 이벤트를 할때 그런 질문이 있었다..
'영원한 사랑을 위해서 당신은 무엇을 저당 잡히시겠습니까?'
이 질문에 기발한 댓글을 달아주는 사람에게 무료로 책을 보내준다는 거였다... 공짜책이라면 환장을 한터라 이벤트 응모를 하려 했는데 이 질문에 막상 떠오르는게 없었다.. 그렇게 이벤트 기간이 다 차가고 있었는데 문득 그런 생각이 떠올랐다... 내게 가장 소중한 것이라면? 영원한 사랑과 바꿀만한 것이라면? 영원한 생명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종교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육신의 생이 다하면 내가 소망하는 그곳.. 천국에서의 영원한 생명을 포기할 수 밖에 없다고...
그가 없는 천국이라면 그것을 버릴 수 밖에 없다고 댓글을 달았다..
맨 마지막으로 이벤트에 당첨이 되었다.. 명단의 젤 끝에 있는 내 아이디를 보고 이것도 가능한가 보다 라는 생각을 했다..
책이 오자마자 읽기 시작해서 그날 다 읽었다...
마지막을 읽고 보니 책을 받기 위해 내가 제시했던 생각대로 여주인공이 영원한 생명을 버렸다는 것을 알고 나서 조금 멍해졌다..
'나와 같은 생각이였네' 라는 말 밖에는 할 수가 없었다..
영원한 삶.. 생명... 행복... 보다 소중한 사랑.. 그 사람과의 단 하루를 위해 그것들을 포기했다.. 과연 그런 사랑을 할 수 있을까란 의문과 함께 난 아직 혼자라는 생각에 조금은 씁쓸해졌다..
마주보는 사랑이 아니더라도 혼자서 하는 사랑도 기억이 가물 가물한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과연 내게도 사랑이라는게 찾아올까.. 그런 생각이 자꾸 들었다....
제목에서부터 풍기는 뉘앙스가 절절한 사랑얘기 일거라는 이미지를 품게 했다...눈물을 자아내는 그런 사랑일꺼라고 흔하게 보아온 그런 분위기겠지만 오랜만에 접하는거니 즐겁게 읽자고 내 자신을 다독였다...
그러나 아징과 한누어의 안타까운 사랑은 독특해도 많이 봐왔던 사랑이라고 쳐도 그들의 배경이 되는 곳 제8호 전당포의 이야기는 판타지적인 요소와 함께 신비감을 더해주며 인간의 욕망과 삶에서 소중한 것은 무엇인가라는 의미와 함께 재미를 더해 주었다...
아징과 한누어의 과거의 삶.. 그리고 앞으로의 영원한 삶에서도 무미건조할 수 밖에 없는 그들의 운명이 진부해 보였다.. 그들이 보여주는 진부함에서 인간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라는걸 철저히 보여주었다... 아징은 배고픔을 잊기 위해 한누어는 부인과 아들의 행복을 위해 많은 것들을 버리고 저당잡혔다.. 그들이 생각하는 행복이 어떤 결과를 낳는지 그들은 알기에 전당포에 찾아오는 손님들을 측은하게 여기고 가끔 그 세계의 법을 교묘히 이용해서 도와주지만 인간들 스스로가 자청을 해서 찾아옴으로 그 발길을 막을 수가 없다....
이런 인간세계의 허상이 있기에 아징과 한누어의 사랑보다는 인간들의 속성을 더 생각하게 만들었다.. 실재로 작가도 내가 생각했던 주인공들의 사랑보다는 그들의 과거... 그리고 인간의 삶의 존속성에 더 중점을 두어서 쓰고 있었다.. 그래서 아징과 한누어의 사랑에만 초점이 맞추어지고(이 책을 읽기 전에는 당연히 그럴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 두사람의 사랑에 안타까움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한누어가 사랑을 저당잡힌탓도 있지만..) 오히려 한누어와 그의 아내의 사랑에서 더 안타까움을 느꼈다... 아내의 행복을 위해 자신이 떠나고 나면 아내는 좋은 사람을 만나 행복할거라 생각했지만 아내는 좋은 사람들의 제의를 다 거부하고 오로지 한누어를 그리워 함으로써 그게 행복이라 믿고 삶을 마감한다...
이 책 제목의 원제는 '제8호 전당포'라고 하는데 오히려 그 제목이 더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원제로는 이런 뉘앙스를 풍기지 못하겠지만...) 천년애 라는 제목에는 아징과 한누어의 사랑의 중점과 무게의 빈도가 단시간에 읽어 버린 탓인지 어쩐지는 모르겠으나 조금 약하지 않았나 싶다....
그러나 앞에서도 말한 판타지적인 요소때문에 재미있게 읽은 것 또한 사실이다...
시간 가는줄 모르고 스탠드 불빛 아래서 꼼짝 않고 읽다 보니 12시가 훌쩍 넘은 시간이였고 그 세계에 푹 빠져서 잠시 현실감각이 떨어져서 책 덮고 한참을 생각했다.. 판타지적인 요소 때문에 어디에선가 존재할 것 같은 다른 세상의 체험....
잠시 공상의 세계를 펴다 잠이 들었는데 꿈속은 어지러웠다..
그래서 마치 이 책의 내용이 어젯밤 꿈처럼 느껴지는 몽롱함도 있었다...
어젯밤의 꿈이 였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