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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넬라 새벽 두시에 중독되다
고연주 지음 / 맥스미디어 / 2006년 2월
평점 :
텅빈 예배당은 노을이 가득차 있었다..
햇볕이 가장 잘들오오는 곳에 앉아 책을 펴들었다..
라오넬라...
왠지 교회에서 읽기엔 조금 거친게 아닌가 하는 어처구니 없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텅빈 예배당의 중압감... 고요함 때문이였을까..
고요함속에 책장은 빠르게 넘어갔고 책은 우울했다..
처음에 조심스레..점점 솔직해지는 엄마 얘기의 시작이 단아하다 생각했다.. 나라면 우왕좌왕 했을 얘기를 저자는 단아하게 써내려가고 있었다...
그러나 그런 단아함은 엄마를 잃어버린 후의 저자의 삶의 흔들림처럼.. 우울함처럼 점점 퇴색 되어가고 있었다... 그렇게 생활하지 않는게 의아할 정도의 방황.. 외로움.. 두려움을 차분하게 쓰고 있었다.. 그러나 내가 생각하는... 그래 그럴 수 밖에 없을거야 라는 세상은 생각보다 거칠고 우울했다.. 늘 그런 편견으로 나와는 상관없는 세계라고 관심조차 주지 않았던 세계의 처절함이 우울함을 넘어 짜증까지 나게 했다...
몸이 근질근질하고 엉덩이가 들썩여지고 안절부절 책을 덮어 버리고 싶은 짜증... 어찌할바를 몰랐다...
그러나 나의 눈과 손은 더 빠르게 책을 훑터 내려갔다..
그러다가 저자의 이모의 활약(?)상들이 드러나기 시작했고 저자의 삶에 나타나는 빈도가 잦아졌다..
조금씩 성숙해져 갈수록 어른들의 참견은 많아졌다..(참견이 있을 당시 저자를 아이라 할 수 있을까?) 이모도 그런 참견이 많은 어른이였으면 차리리 나았을 것을 이모는 나빠져만 갔다.. 아니 원래부터 그런 동생이였는지도 모르겠으나 저자에게 주어진 삶의 기회까지 빼앗아가고 있었다...
그러나 저자는 그런 이모를 미워할수가 없다고 했다.. 그러나 나는 내가 알지도 못하는 저저의 이모를 미워하고 있었다.. 나라도 저자가 골치아픈 조카였겠으나 사람이 하지 말아야 할 단계가 있는데 이모는 저자에게 못된 이모를 넘어서고 있었다...
그런 이모가 자꾸 미워졌다..
나의 미움의 근원도 모른채 아무 소용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짜증의 원인을 이모로 돌리고 있었다..
마음이 먹먹해졌다.. 도대체 무엇을 잘못했기에 돌부리에 자꾸 걸리는지.. 아니.. 잘못을 떠나 자신의 선택이 뒤따랐다해도 왜 그렇게 풀리지 않는건지... 도대체 풀림이란 먼지.. 모든걸 뒤죽박죽 만들어 버릴 정도로 가슴이 먹먹해졌다..
이런 틀어져버린 마음의 잘못을 탓할 수 잇는 핑계거리에 자꾸 이모를 갖다 붙였다.. 그게 방편이 될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결국 힘들게 자신만의 공간을 마련한 저자...
그 공간 앞에 안도감이 이어졌다... 이젠 좀더 안정된 공간에서 자신의 꿈을 펼칠 수 있겠구나 라는 안도감... 그 안정이 오래가길 진심으로 바랬다...
책의 겉표지에 보면 '자전적 성장소설' 이라는 말이있다..
소설이라는 이름 앞에 그렇게 인생이 고달퍼야 했을까...
도저히 10년의 세월이라 믿기 어려울 정도의 고된 삶...
성장소설이라는 포장이 가혹하다...
아니다.. 가혹이라고 이름 붙여진 가운데 정말 그렇게 살아가는 청소년이 많을 것이다.. 그네들의 상처를 어찌 보듬어줄 것인가...
그들에게 어떻게 다가가야 하는 것일까.. 과연 주위에 그런 청소년을 만나면 색안경을 벗어본적이 있던가...
이기주의.. 나와 코드가 맞지 않으면 지나쳐 버리는 것들..
그리고 이렇게 뒤늦게 후회하는 척 하는 아량...
역겹다... 차라리 저자를 통해 그런 삶의 잔상을 잘 구경했노라고 하자.. 그들에게 다가가지도 마음에 없는 행동을 할바에는..
왠지 뻔뻔함이 내 얼굴을 경직되게 한다...
그리고 나서 라오넬라의 깨진 무릎 짝짝이 스타킹을 신고 세상을 향해 당당하게 서있는 나를 보는 듯한 착각속으로 빠져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