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내 조끼야 ㅣ 비룡소의 그림동화 24
나까에 요시오 글, 우에노 노리코 그림, 박상희 옮김 / 비룡소 / 200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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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하하 호호 히히. 우리집 그림책 애호가 세명이 함께 낸 소리다. (각각 40, 12, 7세인, 순수 그림책 애호가이다) 엄마인 내가 그림책을 허벌나게 좋아하는 관계로 우리 아이들도 그림책을 벗하며 지낸다. (?? 다른 집에서는 자주 이 관계가 반대인 것을 봤다) 아름다운 그림책, 예쁜 그림책, 웃기려고 애쓰는 그림책, 애쓰는 것 같지도 않게 진짜 웃기는 그림책, 의미심장한 그림책, 고요한 그림책...등등 여러가지 그림책이 있는데 이 그림책은?

반복, 단순함, 간결함, 그리고 천진함. 유머 그림책의 모든 조건이 이 그림책에서는 유쾌하게 살아난다. 생쥐가 입고 있는 조끼를 오리, 원숭이, 물개, 사자, 말, 코끼리가 차례로 입어보다보니 '조금 (!!) 끼나?' 순서대로 입다보면 단지 조금씩 늘어나는 것이니까...이야기가 되는데... 정말 이야기가 되나? 이야기가 된다 싶어서 재밌는 거겠지.

회복불능으로 늘어난 조끼를 발견하는 생쥐의 팔짝 뛰어오를만큼의 놀라움, 그 뒷장의 쳐진 어깨와 훌쩍거리는 뒷모습에도 불구하고 실처럼 늘어나버려 질질 끌리는 빨간 조끼에 우리 셋은 우하하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생쥐에게는 조금 미안하지만...어쩔 수 없을 만큼 우리는 그 무한한 조끼의 가능성에 대해서 실컷 웃었다. 게다가 조그맣게 보여주는 그 행복한 결말에서는 그 미안했던 마음까지도 오월 하늘에 구름 흩어지듯 날아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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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과 여우 ㅣ 세계의 걸작 그림책 지크 50
한성옥 그림, 팀 마이어스 글, 김서정 옮김 / 보림 / 200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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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쇼의 하이쿠를 열심히 읽고 있는데 이 책이 나왔다. 거의 이십년 전 에리히 프롬의 <소유냐 삶이냐> 하는 책 속에서 삶의 존재론적 방식을 드러내는 시인 바쇼의 시를 읽고는 그 강렬한 인상이 지워지지 않고 있었다. 괴테의 시, 테니슨의 시와 함께 인용되었던 그 시, 기억으로는 이러하다.

'가만히 살펴보니
냉이꽃 한 송이가 피어있다
울타리 곁에!'

그리고는 이즈음에야 류시화씨가 번역해 내 놓은 <한줄도 너무 길다>라는 제목의 하이쿠 시집을 구해서 읽고 있던 참이었다. 하이쿠가 어떤 양식이라는 것, 세계적으로 어떤 위치에 있다는 것, 무엇을 어떻게 말하는지 하는 등의 설명을 읽으며 이십년 전의 바쇼의 그 한줄을(일본어로 써놓으면 그대로 한줄) 다시 보고 있었다. 그러던 참에 만난 이 그림책, 원제 <바쇼와 여우> 가 내게 어찌 특별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글은 바쇼를 열렬히 좋아하는 미국인이, 그림을 미국에서 그림책을 그리는 한국인이 그렸다는 것도 재미있다. 글도 글이지만 그림은 얼마나 경탄스러운지! 나는 이 그림을 그린 사람이야말로 그대로 시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오래전 이 하이쿠를 썼던 바쇼의 마음, 이 글을 쓴 팀 마이어스의 마음, 그 마음들과 완전히 하나가 되지 않고는 이렇게 그려낼 수 없었을 것이다. 아니, 설령 그들을 완전히 이해했더라도, 그림을 그린 이가 그이대로 훌륭한 시인의 마음을 지니지 않었더라면, 이런 일러스트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만큼, 들여다보면 볼 수록 그림은 매력적이다.

더 즐겁게 이 그림책을 음미하려면, 하이쿠 시집을 하나 구해서 함께 보라고 권하고 싶다. 번역에 따라서 같은 하이쿠의 맛이 얼마나 달라지는지도 느낄 수 있다. 한가지, 옮긴이 김서정씨가, 여러가지 고려 끝에 그렇게 옮겼겠지만, 제목을 <시인과 여우> 라고 옮긴 것이 약간 마음에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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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삼관 매혈기
위화 지음, 최용만 옮김 / 푸른숲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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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내가 보는 신문에서 책에 대해 서평을 쓴 것을 보고 책을 구입해 읽었다. 습관적으로 한밤중에 책을 잡는 터라 자정 넘은 시각에 읽기 시작했는데... 너무나 재미가 있어서 정말 단숨에 다 읽어버리고 말았다. 그렇게 다 읽고 나니 아까왔다. 이런 작품은 아무나 쓰는게 아니다.

이책의 주인공 허삼관, 살아가기 위해 목숨을 건 매혈의 여로를 걷는 한 중국 남자의 고단한 삶 , 그 고단한 삶이 그러나 어찌 그리 희극적인지! 비극적인 내용을 희극으로 기록하되 그것을 비틀리거나 어색하지 않게 버무리는 위화의 솜씨에 나는 탄복을 했다.

마음의 길을 따라가지 않고 행동을 따라가며 담담하게 기록하는 방식은 허삼관과 다른 주인공들의 삶의 방식을 우리가 살지 않고 지켜보게 만든다. 그의 인생을 따라가다보면 심금을 울릴 만한 여러 길목을 만난다. 하지만 어디 작가가 그것을 허용해 주는가? 작가는 마치, '울라는 얘기가 아니고 그의 인생을 들여다보란 말이야,' 하는 듯하다. 몰입해 울지 않고 들여다보고 있으면 그 어처구니 없을 만큼 비극적인 상황 속에서도 심지어 웃을 수도 있다.

그토록 힘들게 지나와야 했던 중국인들의 현대사 속에서, 분노와 눈물이 넘쳐날 만한 몰상식 속에서 그것을 살아나가는 허삼관과 그 가족이 어떻게 그 분노와 슬픔에 빠져 허우적대지 않을 수 있는가 하는 것은, 실제로 중국인의 힘일까 아니면 위화의 힘일까. 나는 위화가 중국인의 특성을 너무나 잘 알고, 그것을 가장 적절한 방식으로 드러내는 방법을 알고있는 작가가 아닌가, 하고 생각하게 되었다.

이 책을 다음날 친한 친구에게 당장 가져다 주고 읽으라고 했다. 그리고 그 뒷날 친구를 만났을 때 친구는 중간 쯤에 북마크를 끼우고 있었다. 어젯 밤에 반쯤 읽었다는 것이다. 나는 친구에게 이렇게 말했다.'너 정말 대단하다!' '어떻게 이 책을 읽다가 중간에 잘 수가 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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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기린
아키야마 타다시 지음, 박영미 옮김 / 베이비북스 / 200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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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그림책으로서 갖추어야 할 미덕을 고루 갖춘 듯합니다. 선명하고 아름다운 색깔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데다가 그 그림들이 바다기린을 얼마나 멋지게 표현하고 있는지!

일곱살난 아들이랑 초등학교 5학년인 딸이랑 함께 보다가 보니 (다 큰 아이들을 위해서 읽어주고 있었죠-- 어쨌든 우리 셋은 다들 컸지만 아주 흐뭇하게 그걸 즐깁니다) 조용하길래, 슬쩍 아이들을 봤죠. 그랬더니, 둘다 입가에 웃음을 배시시-- 물고는 그저 이 뭔 신통한 소리여? 하는 얼굴들입니다.

나는 바다를 여행하는 외로운 철새예요, 라고 시작하는 처음부터, 그 첫 말과 그 첫 그림부터 나는 이 책을 벌써 받아들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냥...언젠가 나도 바다기린을 만날 수 있을 것 같아요. 바다기린의 커다란 목소리는 벌써 많이 들어봤답니다. 단지 그 바람소리, 그 파도가 바다기린의 목소리라는 것을 몰랐던 것 뿐이죠-- 아이들과 함께 바다에 가면 우리는 모두 바다기린을 불러보기로 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바다기린의 대답을 기다리며 귀 기울이는 것은 얼마나 상쾌한 일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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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촌과 함께 자전거 여행 ㅣ 나의 학급문고 2
채인선 지음, 김동성 그림 / 재미마주 / 199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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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마주의 학급문고 시리즈는 이미 많이 알려져 있는 듯 하던데.. 의외로 이 책은 많이 알려지지 않은 것 같아 조금 안타까워요. <짜장 짬뽕 탕수육> 이나, <내짝꿍 최영대> 같은 책들이 학급문고 시리즈인데 말이죠,

저는 이 책이 더더욱 맘에 들었답니다. 물론 판타지를 좋아하는 제 개인적 취향의 탓이기도 하겠지만..이책의 그림이 정말 맘에 듭니다. 마음을 사로잡는 그림같은 동양화 여러 폭을 볼 수가 있었죠. 그야말로 걸어들어가고픈 그림들이었습니다. 물론 채인선씨가 쓴 글도 아주 좋았습니다. 단아하고 소박한 모양새를 가진 책의 제일 뒤에 글쓴이가 쓴 말을 읽어보면 그이의 생각에 더 크게 공감이 갑니다.

삼촌의 자전거를 타고 휭-하니 들어가는 잃어버린 세계, 그러나 삼촌의 맘 속에는 생생히 살아있는 세계, 그 생생함으로 선미에게도 다가오는 개울의 울음소리가 알싸한 아픔마저 줍니다. 재미마주가 이 책을 만들어낸 방식이랑, 글쓴이와 그림 그린 이 모두에게 아주 고마움을 느끼게 했던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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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8-07-23 1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채인선 작가의 <시카고에 간 김파리>가 새로 출간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