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보는 신문에서 책에 대해 서평을 쓴 것을 보고 책을 구입해 읽었다. 습관적으로 한밤중에 책을 잡는 터라 자정 넘은 시각에 읽기 시작했는데... 너무나 재미가 있어서 정말 단숨에 다 읽어버리고 말았다. 그렇게 다 읽고 나니 아까왔다. 이런 작품은 아무나 쓰는게 아니다.이책의 주인공 허삼관, 살아가기 위해 목숨을 건 매혈의 여로를 걷는 한 중국 남자의 고단한 삶 , 그 고단한 삶이 그러나 어찌 그리 희극적인지! 비극적인 내용을 희극으로 기록하되 그것을 비틀리거나 어색하지 않게 버무리는 위화의 솜씨에 나는 탄복을 했다. 마음의 길을 따라가지 않고 행동을 따라가며 담담하게 기록하는 방식은 허삼관과 다른 주인공들의 삶의 방식을 우리가 살지 않고 지켜보게 만든다. 그의 인생을 따라가다보면 심금을 울릴 만한 여러 길목을 만난다. 하지만 어디 작가가 그것을 허용해 주는가? 작가는 마치, '울라는 얘기가 아니고 그의 인생을 들여다보란 말이야,' 하는 듯하다. 몰입해 울지 않고 들여다보고 있으면 그 어처구니 없을 만큼 비극적인 상황 속에서도 심지어 웃을 수도 있다. 그토록 힘들게 지나와야 했던 중국인들의 현대사 속에서, 분노와 눈물이 넘쳐날 만한 몰상식 속에서 그것을 살아나가는 허삼관과 그 가족이 어떻게 그 분노와 슬픔에 빠져 허우적대지 않을 수 있는가 하는 것은, 실제로 중국인의 힘일까 아니면 위화의 힘일까. 나는 위화가 중국인의 특성을 너무나 잘 알고, 그것을 가장 적절한 방식으로 드러내는 방법을 알고있는 작가가 아닌가, 하고 생각하게 되었다.이 책을 다음날 친한 친구에게 당장 가져다 주고 읽으라고 했다. 그리고 그 뒷날 친구를 만났을 때 친구는 중간 쯤에 북마크를 끼우고 있었다. 어젯 밤에 반쯤 읽었다는 것이다. 나는 친구에게 이렇게 말했다.'너 정말 대단하다!' '어떻게 이 책을 읽다가 중간에 잘 수가 있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