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신 ㅣ 창비아동문고 210
이경자 지음, 오오니시 미소노 그림, 박숙경 옮김 / 창비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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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연히 실재하지만, 지금 이 나라에서 태어나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과 너무 무관한 듯 생각되는 재일한국인.  단지, 그냥 다른 나라에서 살아가고 있는 한국인이라고만 생각할 수 없는 무거운 무엇인가 있다.

  가끔 재일한국인의 처우에 대한 신문기사가 나서 우리를 순간적으로 분노에 매몰되게 한다.   역사적 사실을 소재로 한 소설을 읽을 때에도 어쩔 수 없이 일본과 일본인에 대해서 잠시 생각하게 된다.  아무래도 그들은 우리의 사고와는 확실히 다른 가치관을 지닌, 특별한 사람들이 아닌가  하고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그 특별함을 따지자면, 올바른 쪽이라기보다는 어쨌든 그릇된 쪽이 아닌가 하고 단정짓고 만다.  그것도 잠시지만.

  이경자씨는 재일한국인 2세라고 한다.  확실히 이 책은 자연스럽고 생생하다.  이야기가 지은이의 삶 속에서 건져올린 것이기에 그럴 것이다.  우리나라에 살고 있는 일본 사람의 비중과는 달리, 일본에 살고 있는 한국인의 비중은 상당한 것이다.  특별한 소수의 문제가 아니라, 하나의 사회적인 현상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만큼 크고 중요한 문제인 듯하다.  그러나 그 문제는 이곳에서는 어디까지나 "그들만의 문제"일 뿐이다.  <꽃신>이라는 책 한 권으로 그 문제가 이제 "그들과 우리의 문제"가 된다고 할 수는 물론 없겠지만, 분명 <꽃신>은 이야기하고 있다.  "이건 우리의 이야기, 우리가 몰라서는 안되는-- 우리의 과거, 현재, 미래에 관한 이야기" 라고.   나즉하게, 그래서 더 힘이 느껴지게 이경자씨가 이야기한다.  거기 우리의 현재와 미래가 있기에 나와 내 아이들은 알아야 할 이야기라고. 

  꽃신의 이야기는 물흐르듯 자연스럽고, 생활의 알콩달콩한 이야기가 들어가 있어서 더 생생하다.  미스즈와 키무라, 미스즈의 어머니와 아버지, 료오메이스님과 오까다 아버지 들은 각각 일본에서 재일한국인의 입장이라는 것을 여러가지로 보여준다.  몇몇을 제외하고는 어른들은 대개가 한국에 대해서 부정적이다. (과거를 기억하는 한국의 어른들도 일본에 대해서 부정적이긴 마찬가지...   )  그러나 주인공과 그 친구들, 아이들은 훨씬 더 열려있다.  아이들은 민족이라든가 역사라든가 하는 것에 의문을 가지고 마음을 기울이면서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인다.  지은이가 부각시키는 이런 점들은, 미래에 마음을 둔다는 지은이의 희망이 반영된 것이리라.  일본과 한국의 아이들 모두에게 주어진 열쇠와 같은 희망.

  "어린이들이 씩씩하게 클 수 있도록 하는 동화를 쓰고 싶었다" 던 지은이의 바람은, 이 책을 읽는 이들에게 따스하게 전해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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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옷 파티 ㅣ 시공주니어 문고 3단계 43
재클린 윌슨 지음, 닉 샤랫 그림, 지혜연 옮김 / 시공주니어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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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번 읽기 시작하면 단숨에 읽어내게 되는, 재미있고도 소증한 느낌이 드는 책이다.

  잠옷파티, 우리에게 생소한 말이지만 어떤 일일거라는 느낌이 잘 전해져오는 말이다.  아이들이 부모님의 허락과 지원을 받으며 한집에 우루루 몰려가서 밤새 놀다가 함께 자는, 아마도 생일날 하기 좋은 그런 특별한 일인듯하다.  성격도 집안 환경도 모두 다른 또래의 여자아이들 다섯이 돌아가며 자기 집에서 생일 파티를 하는데 올해는 특별히 밤에도 함께 있을 수 있는 잠옷파티를 하게 되면서 속속들이 서로를 알게 된다.  그런 일들을 잘 드러내는 제목, 귀여운 표지그림 덕분에 우선 호감이 간다.

  두 명, 두 명이 서로 한 짝인 네 명의 모임이 있는데 한 명이 더해지면?  그 미묘한 분위기가 이 책의 긴장을 이끌어간다.  게다가 새로 더해진 한 명, 데이지의 마음은 어찌 그리 우리 어릴 때의 심상과 비슷한지, 내가 겪어보았던 친구 사이의 갈등,  친구들에게 우리 집을 확 드러내보이고 싶지 않던 그런 마음들,  지금 보면 정말 별것 아닌  놀이들이지만 그때는 그렇게나 재미있었던 그런 기억들을 되살린다.  생각해보면 끝까지 심술인 클로에 같은 아이들도 진짜 있었다.  어른이 된 지금에야, 그렇게 턱없이 잘난 체 하고 심술인 사람이라면 사회 생활도 어렵고 그렇겠지만, 아이들 세상에는 진짜로 그렇게 유치하게 짖궂은 녀석도 있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아이들 책을 읽고 있는 느낌이 기분좋게, 진하게 든다.

  다들 티없는 분위기에서 너나없이 행복하게 부족함 없이 자란 아이들도 각각 다르게 자란다.  생각의 품도 다르고 좋아하는 것, 기질도 다르다.  그래도 그들은 또, 비슷하다.  그런 네 명들과는 달리, 데이지는 혼자만의 경험이 있다.  겪어보지 않은 사람에게 이해시키기 어려운 일, 릴리 언니에 관한 것이다.  릴리는 뇌성마비 장애인이다.  릴리는 너무나 특별한 언니여서 특별한 절차를 거치지 않으면 친구들에게 소개하기도 어렵다.  그런 고민을 안은 채로, 데이지는 언니와 둘만의 특별한 느낌을 나누기도 한다.  다정다감하고 섬세한, 그리고도 다부진 데이지.  비밀이 없는 친구들, 데이지의 비밀, 이런 긴장이 고조되다가 어느 순간 기분좋게 풀린다.  전혀 교훈적이지 않고 유쾌한 방식으로!  

  잘난체하고 심술궂은 클로에가 "니네들끼리 잘 놀아!"하고는 휙 돌아서 가는 결말이 상쾌하다.  아무래도 미운털이던 심술궂은 클로에가, 데이지와 다른 친구들과 어울리기 위해, 혹은 다른 친구들의 영향을 받아서 갑자기 사근사근하고 상냥한 아이가 되어서 모두 함께 잘 놀았습니다, 라는 이야기로 끝난다면 얼마나 시시하고 씁쓸할까? ^^   뻔한 교훈에 빠지지 않고 상큼한 끝에다, 여자아이들의 속내를 정말로 섬세하게 잘 풀어낸 솜씨가 아주 매력적인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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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동생 ㅣ 우리시 그림책 2
주동민 지음, 조은수 그림 / 창비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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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이 구구단을 못 외운다고 내가 선생님께 망신을 당하고, 동생은 그냥 한숨을 푸우, 쉬고.  그런데 집에 와서 놀다가 그냥 자버린 동생을 보고는 이불을 덮어주는 따뜻한 마음.  낮에 당한 창피가 하루종일 마음을 무겁게 눌렀는데, 미워지는 것은 동생도 선생님도 아니고 구구단이다.  글쎄, 어쩌리!!

지난 번 <엄마의 런닝구>를 몇이 함께 공부하듯 볼 때 두루 이야기되었던, 초등학교 6학년 어린이의 시를 그냥 오롯이, 한 권의 그림책으로 만들었다.  이럴 수도 있는 거구나, 싶어서 무척 반갑다. 세어보니 스물 한 줄, 그 안에 워낙 생생한 이야기가 다 들어있고, 동민이의 따뜻한 마음도 고스란히 들어있어서 보는 사람들마다 기억에 남는다던 시다. 읽으며 짠하기도 하고, 예쁜 어떤 것을 조용 살짝 보는 행운을 누리는 듯해 즐겁기도 했던 어린이 시를, 그림과 함께 또박 또박, 한 줄 한 줄 천천히 보게 되니 더 좋다.  그림을 보고, 읽는 속도가 느려지면서 시의 줄 사이사이에 배어 있던 아이의 마음이 더 천천히, 더 꼭 꼭 와 닿는 느낌이 기분 좋다.

읽고 좋았던 시가 하나의 그림책으로 태어나고, 그러면서 더 깊이 더 진하게 마음에 와 닿아서 좋더라, 이런 체험은 새로운 발견이기도 하다.  누구누구가 쓴 어느 날의 일기, 잠시 정신이 번쩍 들게 했던 마주이야기, 아이가 재재거리는 친구 이야기, 날마다 왔다가 가곤 하는 이런 일상 속에 숨어서 반짝이곤 하던 그 마음들이 얼마일까.  그 사소한 마음들이 '존재하고있음'을 생각하며 문득 따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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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둥이 빌딩 사이를 걸어간 남자 - 2004년 칼데콧 상 수상작 ㅣ I LOVE 그림책
모디캐이 저스타인 글 그림,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0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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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4년이라면, 30년전 일이다.  어느 여름날 아침, 지하철에서 나오던 한 여자가 처음 보고는 입을 딱 벌렸을 그 장면!  높이 400m의 두 건물 사이에 가느다란 줄, 그 줄을 타고 있는 '사람' 같은 형체, 그전날 어느 방송으로도 예고된 적이 없었으니 '저게 진짜야?' 싶어 눈을 비비며 다시 보는 그 장면이 책을 덮어도 상상이 된다.

참, 실화라니 말이지, 누가 지어낸 이야기라면 웃고말았을 것이다.  픽션보다 더 픽션같은 넌픽션이라고도 말을 하지만, 한 사람이 마음을 먹어버리니 정말이지 믿지못할 이야기가 사실이 되기도 한다.  필립은 나무와 나무 사이에 줄을 매고 그 위에서 걷고 춤추는 것을 가장 좋아하는, 거리의 곡예사.  그가 거리에서 외발자전거를 타고 줄을 타며 묘기를 부릴 때, 발그레하게 상기된 모습으로  티없이 즐거워하는 얼굴에 절로 호감이 간다. 그런 그가 쌍둥이 빌딩을 바라보며 줄을 매고 그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기로 마음을 먹는다.  그는 '공을 보면 묘기를 부려야만 하고, 두 개의 탑을 보면 그 사이에서 줄타기를 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었기에, 계획을 세운다.  그 일이 너무 하고싶고, 해서는 안될 이유가 없고, 할 수도 있는데-- 하는 것.  그래서 필립은 계획을 세우고, 진짜로 한다.  거의 한시간 동안이나, 줄 위에서 논다.  물론, "나, 언제 어디서 이렇게 묘기를 부릴테니 다들 보시오!!" 하면서 둥둥 북을 울리는 가운데 하는게 아니다.  그냥 혼자서 자기를 던져 해버리는 것, 필립! 진짜 멋있다!!

또 경찰들은 그를 체포한다.  비로소  '마음이 뿌듯해져서' 옥상으로 돌아온 필립에게 경찰들이 수갑을 채운다.  왜?  한 인간의 자유로운 시도를 공짜로 실컷 본, 평생에 한번뿐일 특별한 체험이었을텐데 대체 왜? 역시 아이러니다.  그러나 법정으로 끌려간 필립에게 재판관이 내린 판결은 아이들을 공원에 모아놓고 줄타기를 하라는 것.  판사도 자유로운 마음을 가졌구나, 싶어서 한번 더 즐겁다.

이제 쌍둥이빌딩은 사라지고 없다.  그러나 그 남자, 1974년 어느 여름날 아침, 쌍둥이 빌딩 사이를 8m나 되는 장대로 균형을 잡으며 줄 하나를 밟고 구름 위를 산책하듯 걸어간 그 남자의 이야기는 이렇게 그림책으로 우리에게 와서, 나와 많은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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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완경의 세계만화탐사 - 양장본 ㅣ 탐사와 산책 1
성완경 지음 / 생각의나무 / 200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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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본능적으로 만화에 우호적이다.  '훌륭한' 만화를 만나면 흠모한다.  재미있는 만화에도 물론 열광한다.  보통 읽고 좋았던 책이라도 두 번을 넘기며 보는 경우는 드물지만, 만화에 대해서는 예외이다.  나는 그림과 글이 행복하게 만나는 만화라는 형식에 본능적으로 끌린다.  거기에는, 몇 번을 빠져들어도 새로운 것이 계속 등장하는. 좀해서 지겨워지지 않는 볼거리들이 일단 있다.  거기에 생각할 거리들이 더해지면, 때로 나는 만화를 흠모하게 된다.

<성완경의 세계만화탐사>, 표지가 특이하다.  지은이는 우리 문화의 지도에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 세계만화를 이제 우리에게 소개하자니, 마음이 조급했던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표지에 다 나와있다.  서점에 서서 책을 집어들면, 지은이가 열띤 목소리로 이야기하는 '훌륭한' 만화들의 이야기가 들린다.  이렇게 이야기하는 듯하다.

"그대, 만화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만화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길래?  그대가 아는 만화란 오직 작은 구멍가게에 창궐하는 가까운 섬나라의 만화는 아니었던가?  이 책은 우리가 들어보지도 못했던 어떤 보물에 관한 이야기이다.  가물가물한 저 수평선 너머에 존재하는, 소문조차 들을 기회가 거의 없었던 실재하는 보물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대, 이 보물을 만지지 않고 만화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하지 말라..."

"다른 그대는, 만화라면 무조건 좋아한다고?  만화는 너무 재미가 있다고?  그대, 만화는 재미를 통해서만 오는 것은 아니다.  '훌륭함'이라는 게 있다.  유럽, 북남미의 뛰어난 '저자만화'를 만난 적이 있는가?  여기에는 예술이란 동네의 최고의 덕성, 곧 확실한 개성, 실력, 전위성, 기질 들이 휘황하다.  좋은 것을 찾고, 즐기라.  그것은 너무나 당연하고 자연스런 일이다.... 좋은 만화, 좋은 작품을 가려볼 줄 아는 눈을 갖고 귀가 열린 그대여, 그대를 위해 내가 바치는 이 책을 집어들기 바란다...."

아! 표지에서 내가 읽은 말들은 내게 이렇게 다가왔다.  그리고 내가 만난 스물셋의 작가들과 그들의 작품들- 모두 모두 보고 싶은!!-, 만화라는 형식에 대한 짤막한 고찰, 그림으로 보는 세계만화사를 탐독했고, 탐미했다.  지은이가 '그냥 좋은 것을 본능적으로 식별할 줄 아는 눈을 가진 모든 이들에게 바친' 이 책을 받아들고 나는, 세계의 걸작들, 그 보물섬으로 가는 지도 한 장을 들고 있는 나를  설레임으로 바라본다.

덧붙이건데, 이 책은 '훌륭한' 저자만화에 대한 안내서가 될 터이다.  세계를 넘나드는 도도한 물줄기를 만난 지은이가, 우리 문화에 위험하게 범람하는 편협한 물줄기를 경계하며 더 넓게 보라고 하는 것일게다.  그러나 정작 우리 문화에 범람하는 물줄기에 대한 연구는 어디 있는가?  한가지가 창궐하는 것이 문제일 따름, 나는 그 물줄기 고유의 흐름을 아끼고 기대감을 갖고 지켜본다.  언젠가는 세계를 넘나드는 도도한 물줄기 속에서 한 흐름으로 여유있게 자리하리라 생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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