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 빌딩 사이를 걸어간 남자 - 2004년 칼데콧 상 수상작 I LOVE 그림책
모디캐이 저스타인 글 그림,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0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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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4년이라면, 30년전 일이다.  어느 여름날 아침, 지하철에서 나오던 한 여자가 처음 보고는 입을 딱 벌렸을 그 장면!  높이 400m의 두 건물 사이에 가느다란 줄, 그 줄을 타고 있는 '사람' 같은 형체, 그전날 어느 방송으로도 예고된 적이 없었으니 '저게 진짜야?' 싶어 눈을 비비며 다시 보는 그 장면이 책을 덮어도 상상이 된다.

참, 실화라니 말이지, 누가 지어낸 이야기라면 웃고말았을 것이다.  픽션보다 더 픽션같은 넌픽션이라고도 말을 하지만, 한 사람이 마음을 먹어버리니 정말이지 믿지못할 이야기가 사실이 되기도 한다.  필립은 나무와 나무 사이에 줄을 매고 그 위에서 걷고 춤추는 것을 가장 좋아하는, 거리의 곡예사.  그가 거리에서 외발자전거를 타고 줄을 타며 묘기를 부릴 때, 발그레하게 상기된 모습으로  티없이 즐거워하는 얼굴에 절로 호감이 간다. 그런 그가 쌍둥이 빌딩을 바라보며 줄을 매고 그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기로 마음을 먹는다.  그는 '공을 보면 묘기를 부려야만 하고, 두 개의 탑을 보면 그 사이에서 줄타기를 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었기에, 계획을 세운다.  그 일이 너무 하고싶고, 해서는 안될 이유가 없고, 할 수도 있는데-- 하는 것.  그래서 필립은 계획을 세우고, 진짜로 한다.  거의 한시간 동안이나, 줄 위에서 논다.  물론, "나, 언제 어디서 이렇게 묘기를 부릴테니 다들 보시오!!" 하면서 둥둥 북을 울리는 가운데 하는게 아니다.  그냥 혼자서 자기를 던져 해버리는 것, 필립! 진짜 멋있다!!

또 경찰들은 그를 체포한다.  비로소  '마음이 뿌듯해져서' 옥상으로 돌아온 필립에게 경찰들이 수갑을 채운다.  왜?  한 인간의 자유로운 시도를 공짜로 실컷 본, 평생에 한번뿐일 특별한 체험이었을텐데 대체 왜? 역시 아이러니다.  그러나 법정으로 끌려간 필립에게 재판관이 내린 판결은 아이들을 공원에 모아놓고 줄타기를 하라는 것.  판사도 자유로운 마음을 가졌구나, 싶어서 한번 더 즐겁다.

이제 쌍둥이빌딩은 사라지고 없다.  그러나 그 남자, 1974년 어느 여름날 아침, 쌍둥이 빌딩 사이를 8m나 되는 장대로 균형을 잡으며 줄 하나를 밟고 구름 위를 산책하듯 걸어간 그 남자의 이야기는 이렇게 그림책으로 우리에게 와서, 나와 많은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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