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동생 우리시 그림책 2
주동민 지음, 조은수 그림 / 창비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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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이 구구단을 못 외운다고 내가 선생님께 망신을 당하고, 동생은 그냥 한숨을 푸우, 쉬고.  그런데 집에 와서 놀다가 그냥 자버린 동생을 보고는 이불을 덮어주는 따뜻한 마음.  낮에 당한 창피가 하루종일 마음을 무겁게 눌렀는데, 미워지는 것은 동생도 선생님도 아니고 구구단이다.  글쎄, 어쩌리!!

지난 번 <엄마의 런닝구>를 몇이 함께 공부하듯 볼 때 두루 이야기되었던, 초등학교 6학년 어린이의 시를 그냥 오롯이, 한 권의 그림책으로 만들었다.  이럴 수도 있는 거구나, 싶어서 무척 반갑다. 세어보니 스물 한 줄, 그 안에 워낙 생생한 이야기가 다 들어있고, 동민이의 따뜻한 마음도 고스란히 들어있어서 보는 사람들마다 기억에 남는다던 시다. 읽으며 짠하기도 하고, 예쁜 어떤 것을 조용 살짝 보는 행운을 누리는 듯해 즐겁기도 했던 어린이 시를, 그림과 함께 또박 또박, 한 줄 한 줄 천천히 보게 되니 더 좋다.  그림을 보고, 읽는 속도가 느려지면서 시의 줄 사이사이에 배어 있던 아이의 마음이 더 천천히, 더 꼭 꼭 와 닿는 느낌이 기분 좋다.

읽고 좋았던 시가 하나의 그림책으로 태어나고, 그러면서 더 깊이 더 진하게 마음에 와 닿아서 좋더라, 이런 체험은 새로운 발견이기도 하다.  누구누구가 쓴 어느 날의 일기, 잠시 정신이 번쩍 들게 했던 마주이야기, 아이가 재재거리는 친구 이야기, 날마다 왔다가 가곤 하는 이런 일상 속에 숨어서 반짝이곤 하던 그 마음들이 얼마일까.  그 사소한 마음들이 '존재하고있음'을 생각하며 문득 따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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