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경의 세계만화탐사 - 양장본 탐사와 산책 1
성완경 지음 / 생각의나무 / 2002년 9월
평점 :
절판


 나는 본능적으로 만화에 우호적이다.  '훌륭한' 만화를 만나면 흠모한다.  재미있는 만화에도 물론 열광한다.  보통 읽고 좋았던 책이라도 두 번을 넘기며 보는 경우는 드물지만, 만화에 대해서는 예외이다.  나는 그림과 글이 행복하게 만나는 만화라는 형식에 본능적으로 끌린다.  거기에는, 몇 번을 빠져들어도 새로운 것이 계속 등장하는. 좀해서 지겨워지지 않는 볼거리들이 일단 있다.  거기에 생각할 거리들이 더해지면, 때로 나는 만화를 흠모하게 된다.

<성완경의 세계만화탐사>, 표지가 특이하다.  지은이는 우리 문화의 지도에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 세계만화를 이제 우리에게 소개하자니, 마음이 조급했던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표지에 다 나와있다.  서점에 서서 책을 집어들면, 지은이가 열띤 목소리로 이야기하는 '훌륭한' 만화들의 이야기가 들린다.  이렇게 이야기하는 듯하다.

"그대, 만화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만화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길래?  그대가 아는 만화란 오직 작은 구멍가게에 창궐하는 가까운 섬나라의 만화는 아니었던가?  이 책은 우리가 들어보지도 못했던 어떤 보물에 관한 이야기이다.  가물가물한 저 수평선 너머에 존재하는, 소문조차 들을 기회가 거의 없었던 실재하는 보물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대, 이 보물을 만지지 않고 만화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하지 말라..."

"다른 그대는, 만화라면 무조건 좋아한다고?  만화는 너무 재미가 있다고?  그대, 만화는 재미를 통해서만 오는 것은 아니다.  '훌륭함'이라는 게 있다.  유럽, 북남미의 뛰어난 '저자만화'를 만난 적이 있는가?  여기에는 예술이란 동네의 최고의 덕성, 곧 확실한 개성, 실력, 전위성, 기질 들이 휘황하다.  좋은 것을 찾고, 즐기라.  그것은 너무나 당연하고 자연스런 일이다.... 좋은 만화, 좋은 작품을 가려볼 줄 아는 눈을 갖고 귀가 열린 그대여, 그대를 위해 내가 바치는 이 책을 집어들기 바란다...."

아! 표지에서 내가 읽은 말들은 내게 이렇게 다가왔다.  그리고 내가 만난 스물셋의 작가들과 그들의 작품들- 모두 모두 보고 싶은!!-, 만화라는 형식에 대한 짤막한 고찰, 그림으로 보는 세계만화사를 탐독했고, 탐미했다.  지은이가 '그냥 좋은 것을 본능적으로 식별할 줄 아는 눈을 가진 모든 이들에게 바친' 이 책을 받아들고 나는, 세계의 걸작들, 그 보물섬으로 가는 지도 한 장을 들고 있는 나를  설레임으로 바라본다.

덧붙이건데, 이 책은 '훌륭한' 저자만화에 대한 안내서가 될 터이다.  세계를 넘나드는 도도한 물줄기를 만난 지은이가, 우리 문화에 위험하게 범람하는 편협한 물줄기를 경계하며 더 넓게 보라고 하는 것일게다.  그러나 정작 우리 문화에 범람하는 물줄기에 대한 연구는 어디 있는가?  한가지가 창궐하는 것이 문제일 따름, 나는 그 물줄기 고유의 흐름을 아끼고 기대감을 갖고 지켜본다.  언젠가는 세계를 넘나드는 도도한 물줄기 속에서 한 흐름으로 여유있게 자리하리라 생각하면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