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와 그림책 - 그림책을 선택하는 바른 지혜 행복한 육아 15
마쯔이 다다시 / 샘터사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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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창이라는 시골에 사는 내가, 대전에서 <동화 읽는 어른>이라는 모임을 하다가 이곳으로 이사온 친구를 알게 된 것은 얼마나 내게 큰 행운이었던가. 그 친구를 통해 그림책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게 되었다. 그리고 그 행복했던 그림책과의 만남들!

물론 그 전에도 딸과 아들에게 좋은 그림책을 골라 주려고 노력했지만, 확실히 누군가 내게 좋은 것을 보여주고, 좋은 이야기를 해주었더라면 훨씬 좋은 선택을 할 수 있었으리라. 그 친구를 만난 뒤 이 책을 소개받아 읽었는데 그야말로 속이 시원했다. 아직 늦지 않은 때에 이만한 지침서를 만났으니, 이제 그림책의 세계에 주저없이 발을 들여놓을 수 있겠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정말 그렇게 했다. 마쯔이 다다시의 안내를 받으며, 도서관과 서점을 통해 그림책들을 만나기 시작했고, 지금은 거의 그림책 수집가가 된 듯한 생활을 하고 있다.

아이들은 물론 자유롭게 자기들이 좋아하는 그림책을 골라 볼 수 있고, 초등학교 5학년생인 딸도 때로는 엄마가 읽어주는 그림책을 보고 즐기며, 그림책의 주인공들을 만들어보기도 하고, 또 새로운 그림책 탐험을 나선다. 두 아이의 엄마인 나로 말하자면, 매주 함께 모임을 하는 친구들에게 멋진 그림책을 소개하는 임무를 맡아 열심히 해나가는 중이다. 이 모든 일들이 그림책과의 즐거운 만남을 안내해 주었던 이 책과 함께 시작할 수 있었던 것 같아 더 할 나위없이 이 책이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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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
헬렌 니어링 지음, 이석태 옮김 / 보리 / 199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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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가을 산을
어떻게 혼자 넘나
우리 둘이서도
그렇게 힘들었는데.

7세기 중국에서 씌어진 시로 이 책을 시작하는 헬렌 니어링. 53년간 함께 살았던 스코트가 조용히 숨을 거둔 뒤 헬렌에게는 이 시가 떠올랐을까. 그랬을테지만,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꼭 그런 것 만은 아니었겠어.. 라는 생각이 든다. 그들 둘이 그토록 조화로운 삶을 살면서, 적어도 마음은 얼마나 평화로웠을까. 헬렌도 그렇게 썼다. '스코트가 떠났으므로 나 홀로 살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나는 외롭지 않았다. 고요한 생활과 고독을 즐겼으며, 걱정해 주는 친구들의 잦은 전화와 방문이 번거롭기까지 했다.'

헬렌과 스코트는, 서로 조화로왔고, 각자 올바르게 살았으므로 그들은 최상의 행복을 누렸을 것이다. 그중에서도 인상적이었던 것은 스코트의 올바름이었다. 아마도 그 부부를 이끌어갔고, 삶의 여러 힘든 순간을 어떤 원칙으로 이끌어 나가는가를 명확히 알고 있었고, 심지어는 죽음의 순간마저도 이 세상에서 가능한 가장 적절한 방식을 알고 고요히 택할 수 있었던 스코트야말로, 참으로 이 세상에 와서 한 생을 살다 가는 것이 어떠하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 아니었던가. 책의 말미에서 볼 수 있는 그의 위엄을 간직한 죽음은, 그의 삶의 행적 만큼이나 진실했고 올바른 선택이었다. 책의 제목이 어째서 '사랑하는 것'과 '떠나는 것'인지 절로 공감이 갔다.

도서출판 보리에서, 자연을 닮은 색으로, 재생지로 만든 책의 모양새도 그 내용에 걸맞게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헬렌과 스코트가 누렸던 그러한 자유와 충만의 느낌을 내 안에서 느끼는 것은 분명 힘들겠지만....그들의 삶을 보는 것만으로도 내 마음은 조금 더 맑아지는 것 같았다. 순간의 느낌일지도 모르겠지만, 내 인생의 끝에서 언젠가 맞이할 죽음의 방식을 생각할 때, 작고 환한 불 하나가 켜지며 그 순간을 제시하는 것만 같았다. 누군들 그런 순간을 원치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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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 정원 리네아의 이야기 2
크리스티나 비외르크 지음, 레나 안데르손 그림, 김석희 옮김 / 미래사 / 199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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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에 대한 이야기들을 정말 좋아하는 딸과 또 나를 위해 이 책을 구입해서 보았다. 어린이 도서 연구회에서 나온 <권장도서 목록>에서 처음 보고 선택했는데, 실제로 보고 난 느낌은 추천의 글보다 훨씬 좋았다. 이제 초등학교 5학년인 딸도 정말 좋았던지, 어느날 메일의 아이디를 '리네아'로 정하겠다고 했다.

글을 쓰고 그린 이들은 분명 서양 사람들인데, 리네아는 우리 동양인처럼 보인다. 그리고 그에 관해 유용한 정보가 책날개에 나와 있었다. 책날개에 나오는 이야기를 보면, 리네아는 정말 한국 아이이다. 이 책의 리네아를 그린 레나 안데르손이 스웨덴으로 입양했고, 지금 두 사람은 다정한 모녀 사이로 소문이 나 있다니... 실제로 리네아가 이 책의 모델이고 이 책에서는 정말 있었던 일, 혹은 있음직한 일들이 가득 차 있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리네아는 또 식물에 관한 모든 정보를 수집, 또 수집하는 내 딸을 닮은 것 같기도 하다.

딸과 나는 이 책을 지지난 겨울에 함께 머리를 맞대고 보았다. 그리고는... 봄이 오고 여름이 오기를 기다렸다. 리네아의 책 <6월>에 나오는 화관을 보고 어서 만들고 싶어서 몸살이 날 지경이었다. 들판에 널려 있는 노란 꽃들로 어서 화관을 만들어 딸의 머리에, 또 아들의 머리에 씌워주고 싶었다. 그리고, 기다림 끝에 봄이 오고 또 여름이 왔다. 우리는 그 해 내내 민들레로, 또 강아지풀로, 가을에는 노란 산국으로 또 가늘디 가는 쑥부쟁이로 화관을 엮었다. 내 친구가 사는 시골집 앞 저수지의 둑길에는 이런 꽃들이 지천으로 피고지고 있었다.

어느 여름날, 강아지풀로 보기에는 좀 너무 크다 싶은 풀이 있어서 그걸로 머리에 쓰는 관을 만들어 보기도 했다. 진작에 강아지풀을 알고 있던 아들은 그 풀을 이름하여 <개풀>이라 하였다. 조그만 건 강아지풀이니 그렇게 큰 건 개풀이라나! 나중에 책에서 그 풀의 이름이 술크령이란 것을 알게 되었지만 우리집 식구들에게는 그냥 그 풀은 <개풀>일 뿐이다. 그 풀은 개풀로서 우리에게 얼마나 많은 즐거움을 선사했던가!

개풀로 만든 관은 화관을 능가할 만큼 너무나 멋있었다. 완전히 인디언 추장의 머리 장식이 된 것이다. (이글을 보는 여러분도 올 여름에 꼭 만들어 보시기 바랍니다-- 정말 멋있답니다) 아들과 딸에게 그 관을 씌워서 사진을 찍고... 우리는 리네아의 <꼬마정원>을 더할 수 없이 즐겼던 것이다. 지금도 그때 찍은 사진들을 보면서 서로 자기가 더 멋있다고 우기는 아이들.

그 외에도, 이 책은 아주 유용한 정보들로 꽉 차 있는데, 어쩌면 '지식에 관한' 책을 이렇게 기분좋게 즐길 수 있도록 만들었는지 놀랍기만 하다. 글을 쓴 이와 그린 이는 절친한 친구이고, 주인공은 그 딸이라니, 게다가 그 아이가 실제로 하고 있는 일들을 옮겨 만든 것이라 생각하니 그들의 행복했을 작업이 생각나고, 덩달아 나까지 행복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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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누구 닮았니? 난 책읽기가 좋아
로리 뮈라이므 글, 오딜 에렌 그림, 최윤정 옮김 / 비룡소 / 199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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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된 아이가 드디어, 주변의 환경에 의해서 그 사실을 알게 되는 날이 온다. 우리 사회에서는 특이 맞닥뜨리기 두려운 상황이어서 더 민감해지는 부분이다.

이 책의 무대는 프랑스. 어쩌면 한국의 아이였을지도 모르는 동양의 아이를 입양한 프랑스 가정이다. 표지부터 속지까지 꽉 채우는, 이 책에서 글과 마찬가지로 중요한 그림을 보고 나는 무의식적으로 아이가 한국의 아이라는 생각을 했다.

첫 장에 아이의 독백. 이 아이의 성격과 앞으로의 내용이 결코 우울하지 않을 거라는 암시처럼 느껴진다. '내 피부는 누런색, 머리는 검은 색, 눈은 옆으로 길쭉하다. 나는 태어날 때부터 이렇게 생겼고 이런 나의 모습은 영원히 변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것이 이 이야기의 출발점이다. 나쁘다, 좋다 라는 판단이 한치도 들어있지 않은 선선한 출발. 자신을 받아들이고 있는 아이의 건강함.

학교에서, 보트 피플이었던 봉의 아버지로부터 '너는 운좋게 이 곳으로, 너를 사랑해 주시는 부모님 밑으로 오게 되었다'라는 말을 듣고 그때 자신을 둘러싼 사실을 깨닫고 눈물이 앞을 가려 뛰기 시작한다.

그때부터... 약간 불안해지기 시작한다. 아이는 삼 주 동안이나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먹지도 자지도 못한다. 그리고 부모님께 알려드리기로 결심. '엄마, 아빠 죄송하지만 드려야 할 말씀이 있어요. 안 좋은 소식이예요.' 긴장.

조심조심, 아이는, 사랑하는 부모님이 마음의 상처를 입지 않기를 바라며 비밀을 알려준다. 이런 식으로..'마음이 아프시겠지만, 엄마 아빠는 내 진짜 부모님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그런 것쯤 아무래도 상관없어요. 나는 엄마 아빠가 진짜 우리 부모님들인 것처럼 사랑해요.' 웃음을 터뜨리는 부모들. 그리고 다정한 받아들임. 그리고 아이의 생각.'걱정할 것 없어! 제대로 설명만 잘 해 드리면 부모님들은 결국은 다 이해하신다고!'

'나는 우리 부모님의 진짜 아기가 아니야... 사랑해 주시기 어려울거야...' 가 아니다. '우리 부모님은 내 진짜 부모님이 아니야.... 하지만 내 사랑에는 변함이 없다는 것을 믿게 해 드려야지.'

정말 이런 세상이었으면 좋겠다. 로리 뮈라이유가 '진짜 이럴 수도 있지 뭘!' 하면서 만들어 낸 듯한 세상의 한 단면이, 언젠가 진짜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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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모는 어떻게 영어를 잘하게 되었나? - 3단계 문지아이들 7
다니엘 페나크 지음, 장 필립 샤보 그림, 조현실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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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 페나크, 이 책 <까모...> 보다 먼저 <늑대의 눈>으로 접했다. 뒤의 책은 아주 특이하고, 정적인 응시가 돋보이는 책이어서 페나크에 대해 먼저 호감을 느꼈다. 까모를 읽고 나니, 새삼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내게 경이로움을 선사하는 작가로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까모는 어떻게 영어를 잘하게 되었나? 읽어보면 아주 흥미진진하다. 십대 때 <폭풍의 언덕>을 읽고, 그 히쓰가 만발한 황무지의 캐더린 언쇼의 운명적인 삶에 으스스한 한기마저 느꼈던 내가 아니던가. 이 시대를 사는 우리의 까모에게 히쓰의 벌판으로부터 격정의 편지가 오다니!! 뭐가 뭔지... 이건 대체 어떤 종류의 동화인가. 팬터지인가 추리인가?
맙소사. 대체 이게 뭐지? 라고 생각하며 장르를 더듬고 있을 때, 마지막 대단원은 그야말로 <눈이 번쩍> 떨어질 만큼 신선했다. 환상을 다룬 책이 결코 아니고, 의외로 아주 참신한, 기발하고도 가능한 아이디어가 있어서 가능한 책이었던 것이다. 마음이 예쁘고 지혜로운 까모의 엄마같은 사람이 옆에 한사람 있다면 정말 좋겠다! 그러고보니 까모는 영어만 잘 하게 된 것이 아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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