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글리의 형제들 - 정글북 첫 번째 이야기 마루벌의 새로운 동화 17
루드야드 키플링 지음, 크리스토퍼 워멀 그림, 노은정 옮김 / 마루벌 / 2007년 5월
평점 :
절판


순전히 크리스토퍼 워멜이라는 작가로 인해 이 책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목판화의 대가라는 작가의 이력에도 불구하고 의외로 색연필로 그리고 썼던 그림책 두 권 때문에 작가의 열혈 팬이 되었던 터이다. 당연히 목판화 작품도 보고싶었다. 드디어!

<정글북> 중에서 모글리 이야기를 판화 작품과 함께 볼 수 있다. 삽화 수준으로 볼 수 없는 그림이 글과 잘 어우러진 아름다운 책이다. 키플링의 원작을 완역한 데다가 작품성이 뛰어난 그림이니 모글리 이야기가 이보다 더 아름다운 옷을 입기는 어려울 듯하다. 다들 아는 이야기이니, 원작으로 읽는 즐거움과 공들인 그림을 보는 즐거움으로 이 책을 대하면 될 듯하다.

모글리 이야기는 어쨌든 재미있다. 키플링이라는 작가의 상상력도 대단하고 이야기를 만들고 풀어내는 솜씨도 훌륭하다.  한껏 호기심을 자극하는 이야기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인간이라는 존재가 정글에서 결국은 주인공이 되고 다른 모든 동물들에게 두려움의 대상이 된다는 설정이 썩 유쾌하지만은 않다. 사실상 모글리(와 같은 인간)의 존재는 정글에서는 재앙이 아닐까... 늑대의 무리로 받아들여졌지만 끝내 인간성으로 동물들을 제압하는 이야기가 하고자 하는 주장은 무엇일까? 키플링이 단순히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작가 자신의 상상력에 고무되어 이런 이야기를 만들어 낸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생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빨간 나무 풀빛 그림 아이 15
숀 탠 글 그림, 김경연 옮김 / 풀빛 / 2002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어린이가 느낄 수 있는 우울함을 섬세한 감수성으로 표현하고 있다'지만, 내 보기에 이 책은 어른을 위한 책이다. 혹은 청소년... 뭐 그런 구분이 딱히 유용하랴마는, 아무래도 어린이보다는 어른 쪽이다 싶은 느낌이다. 섣불리 어린이들에게 권하고 싶지는 않다.

어쨌든, 우울한 날이 있다. 이유가 드러날 때도 있고 이유를 모를 때도 있지 않던가. 이 책은 그런 마음을 따라다닌다. 작가가 말하는 그대로, "내가 누구인지" "내가 어디 있는지"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채로 어딘가에 서 있다. 그런데 그림책 안에는, 그렇게 내가 헤매고 있는 그 동안에도 어디나 빨간 나뭇잎이 있다. 그렇게 아무 희망이 없는 것 같은 마음으로 하루를 마감할 때도, 그러나 문득- 바로 앞에 조용히 기다리고 있는 것이 있다. (고 한다) 밝고 빛나는 모습으로, 내가 바라던 바로 그 모습으로 그 빨간 나뭇잎들은 커다란 빨간 나무가 되어 꿋꿋이 자라 있다.(고 한다)

어떻게 그렇게 말할 수 있을까? 이야기는 뭐 타당한 근거, 개연성 이런 것과는 상관없다. 그냥 작가가 그렇게 말한다. 아무리 우울한 때일지라도, 문득 다시 보면, 거기 희망이 있다,고. 그리고 그 이야기를 위해 한 컷 한 컷, 우울한 내면이 정지 화면으로 그려져 있다. 한 장면마다 멈춰 서서 가만히 들여다보게 하는 그런 그림들이다. 그런 그림 이야기이다.   

나 스스로는. 작가의 말과 그림에 따라가며 이 책을 읽어도, 막판에 작가가 권하는 희망적인 결말에 도달할 수가 없다. 아무리 현명한 말일지라도, 그게 어디 쉽게 그 반짝임을 드러내주던가. 작가가 그렇다고 하면 그냥 그런가? 차라리 글이 없었더라면, 나는 한 장 한 장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그 그림들 앞에서 우울함에 대해 오래오래 생각에 잠겼을지도 모르겠다. 그 제한적인 글로 인해, 그림들은 그대로 그 한 줄의 글에 묶여버렸다. 어른들에게 들려주는 한 줄의 잠언 같은 것, 문득 던진 한 마디에 깨달음을 얻으라는 듯한  그런 이야기, 거북했다. 그저 한 권의 멋진 화집 같은 인상이었다. 무리하게 가르침을 구겨넣으려고 한 듯한... 어린이들에게 섣불리 권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드는 이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똑똑한 고양이 마루벌의 좋은 그림책 57
피터 콜링턴 글.그림, 김기택 옮김 / 마루벌 / 2005년 7월
평점 :
절판


하하! 너무나 재미있는 그림책이다. 아이들도 좋아하지만, 어른들이 더 재미있게 봄직한, 한껏 유쾌한데도 꽤 묵직한 이야기에다가 그림도 딱, 이야기에 어울릴만큼 재치있다.

등장하는 고양이, 주인 아줌마와 아저씨, 또 다른 고양이들, 식당 주인과 이웃 사람들 모두모두 정말 귀엽다. 그들이 신세가 바뀐 냐옹이와 함께 주고받는 천연덕스러운 말들, 한술 더 뜨는 표정들, 게다가 인생 공부 짠~하게 하는 과정 중에 똑똑한 고양이 '냐옹이' 가 겪는 감정의 변화들을 보는 게 진짜 유쾌하다. 지금 들춰봐도 절로 히힛, 하고 웃음이 나온다. 한 권의 그림책이 이만한 즐거움을 선사하다니! 이 책도 도서관서 발견해서 빌려다 봤는데 결국 사고 말았다. 하찮은 일로 내 마음이 울적할 때마다, 괜한 일에 얽혀들어 머리속이 복잡할 때마다 피터 콜링턴의 <똑똑한 고양이>를 보며 히힛, 하고 웃어버려야지~ 하는 생각을 야무지게 하면서. 내 주위에 피터 콜링턴 같은 아저씨나 아줌마 없나? 일생에 도움이 되는 친구일텐데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모그야, 잘 가 눈높이 그림상자 12
주디스 커 글 그림, 박향주 옮김 / 대교출판 / 2005년 1월
평점 :
절판


도서관에서 빌려보고는, 두고두고 기억에 남아 결국 사버린 책이다. <간식을 먹으러 온 호랑이>라는 책에서 의외의 발랄한 상상력으로 나를 즐겁게 해 주었던 주디스 커의 책이다. 2002년에 이 책을 지었다니, 아직도 활동하고 있는 작가인가? 두 권 밖에 보지 못했지만 그녀의 작품은 참 따뜻하고 발랄하다. 나도 모르게 싱긋, 웃게 만드는 그런 작품들 앞에 그만 내 마음이 살짝 녹아버렸다.

데비네 식구들에게 온갖 사랑을 받으며 살던 행복한 고양이 모그가 드디어 영면한다. 너무 늙어서 이제 그만 영원히 잠들고 싶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된 것이다. 그러나 모그는, 그렇게 잠든 뒤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보려고 살짝 남아있는다. 조금은 깨어있는 채로. 몸은 정원에 묻혔지만 구름처럼 투명한 모그의 영혼이 남은 식구들의 슬픔을 바라보며 함께 생활한다니. 어쩐지 정말 그럴 것 같다.

모두들 여전히 모그를 그리워하고, 모그가 최고의 식구였다고 기억하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아기 고양이 한 마리가 생긴다. 모든 일에 깜짝 깜짝 놀라고, 그러다보니 날카롭고, 마치 함께 살아가기가 어려울 것만 같다. 모그의 투명 영혼이 그 아기 고양이를 따라다니며 바라보는 시선이 어찌나 많은 생각을 담고 있는지- 아무래도 저 고양이는 이 집에 안 맞겠는데, 라는 깜찍한 생각을 하는 모그 ^^-, 그 눈동자를 바라보는 내가 저절로 모그의 심정이 된다. 그런 모그가 정말 귀여운데, 어느새 초록눈의 아기 고양이가 그 모그를 보며 마치 엄마에게 기대듯 따르고 있다.  그러자 한평생 행복했던 고양이 모그는, 자기도 모르는 새 따뜻한 엄마 고양이의 마음으로 서툰 아기 고양이를 도와주고 있다. 그리고 모그가 조금만 도와줘도, 아기 고양이는 한결 편안해진 마음으로 두려움을 걷고 식구들과 어울리고 있다. "이제야 우리에게 새로운 애완동물 식구가 생겼구나" 하고 아빠가 말한다. 그러자

"하지만 우리는 언제까지나 모그를 기억할 거예요" 데비가 말했어요.

'나도 그러길 바란단다' 모그가 생각했어요. 모그는 위로, 위로, 해님을 향해 똑바로 위로 날아 올라갔어요.

주디스 커의 자연스럽고도 정감이 가는 이야기와 폭신폭신한 느낌이 그대로 전해져오는 따뜻한 그림. 사랑하던 상대가 없어져버린 빈자리를 새로운 상대가 메꾸는 이 쉽지않은 이야기를 어떻게 이렇게 천연스럽게 풀어놓을 수 있을까? 남은 이들의 심정도 떠나는 이의 심정도, 또 쉽지 않게 새 식구가 되는 이의 그것마저도 이렇게 놓치지 않고 잡아내서 따뜻한 시선으로 어루만지는 이야기가 어디 흔한가? 그것도 아이에게도 어른에게도 먹힐 만한 어조로 말이다. 그림 장면 하나하나, 말 한마디마다 주디스 커의 따뜻하고 지혜로운 품성마저 느껴져서 자꾸자꾸 손이 가고 누구에게나 읽어주고 싶은 그림책이 되었다. 고양이 모그의 이야기가 시리즈로 나왔다는데, 절로 궁금해지고 보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리 마을에 서커스가 왔어요 미래그림책 37
고바야시 유타카 글 그림, 길지연 옮김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05년 6월
평점 :
절판


95년 <세사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의 마을>이라는 책을 냈던 고바야시 유카타가 96 년에 다시 아프가니스탄의 파구만 마을 이야기를 한다.

평화로운 농촌 마을, 힘들지만 활력에 가득찬 노동이 있고 수확에는 기쁨이 넘친다. 그러나 그 평화로운 정경의 이면에는, 가족 중 누군가가 전쟁터에서 생사를 가늠하고 있는 절박하고 서글픈 현실이 엄연히 존재한다. 야모의 친구 밀라드의 구슬픈 피리 소리는 그 현실의 엄연함을 잊지 못하게 한다. 어찌할 수 없는 삶의 활력과, 또한 어찌할 수 없는 전쟁의 아픔 속에서도 축제의 날이 있다. 그것이 파구만 마을을 찾아 무대를 펼친 서커스단과 함께 펼쳐진다. 광장에는 마술과도 같이 커다란 천막과 회전 열차와 회전 그네가 생겨나있다. 달콤한 먹을 것, 신기한 장난감들, 불을 뿜는 사나이와 아름다운 여자 가수... 이런 축제 속에 야모의 친구 말라드가 무대에 서고 언제나 아빠를 생각하며 불던 피리를 분다. 그리고-

하루가 지나자 모든 것이 사라져있다. 즐거웠던 서커스는 끝난 것이다. 전날의 주인공이었던 꼬마 예술가 밀라드는 서커스단과 함께 떠나고 야모와 밀라드는 아쉬운 이별을 한다. 밀라드는 서커스단을 따라다니며 아빠를 찾을 지도 모른다. 그렇게 축제가 끝난 일상도 흘러가고, 그러던 어느 날 모두가 기다리고 기다리던 첫눈이 내린다. 다음 해의 풍년을 약속하는 눈... 즐거워하는 사람들.

그러나, 그해 겨울, 전쟁으로 마을은 파괴되었고 사람들은 겨우 다른 나라로 피난을 갔다. 마을에는 지금 아무도 살지 않는다. 여행자인 작가를 그렇게 따뜻하게 대해주었던 마을 사람들, 건강한 노동과 축제가 있고 마음이 병들지 않을만큼, 딱 적당할만큼 풍요로왔던 마을의 생활은 어디로 갔을까? 추운 겨울이 지나면 반드시 봄이 찾아온다지만 파구만 마을에도 정말 봄이 오는 것일까?

너무나 소박하고 투명한 아름다움에 마음을 설레며 책을 보다가 한순간, 사무치게 슬픈 현실에 맞닥뜨리게 되는 책이다. 픽션보다 더 아름답고 픽션보다 더 슬픈 논픽션. 사실이라는 것이 그 아름다움과 슬픔을 배가시킨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