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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마을에 서커스가 왔어요 ㅣ 미래그림책 37
고바야시 유타카 글 그림, 길지연 옮김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05년 6월
평점 :
절판
95년 <세사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의 마을>이라는 책을 냈던 고바야시 유카타가 96 년에 다시 아프가니스탄의 파구만 마을 이야기를 한다.
평화로운 농촌 마을, 힘들지만 활력에 가득찬 노동이 있고 수확에는 기쁨이 넘친다. 그러나 그 평화로운 정경의 이면에는, 가족 중 누군가가 전쟁터에서 생사를 가늠하고 있는 절박하고 서글픈 현실이 엄연히 존재한다. 야모의 친구 밀라드의 구슬픈 피리 소리는 그 현실의 엄연함을 잊지 못하게 한다. 어찌할 수 없는 삶의 활력과, 또한 어찌할 수 없는 전쟁의 아픔 속에서도 축제의 날이 있다. 그것이 파구만 마을을 찾아 무대를 펼친 서커스단과 함께 펼쳐진다. 광장에는 마술과도 같이 커다란 천막과 회전 열차와 회전 그네가 생겨나있다. 달콤한 먹을 것, 신기한 장난감들, 불을 뿜는 사나이와 아름다운 여자 가수... 이런 축제 속에 야모의 친구 말라드가 무대에 서고 언제나 아빠를 생각하며 불던 피리를 분다. 그리고-
하루가 지나자 모든 것이 사라져있다. 즐거웠던 서커스는 끝난 것이다. 전날의 주인공이었던 꼬마 예술가 밀라드는 서커스단과 함께 떠나고 야모와 밀라드는 아쉬운 이별을 한다. 밀라드는 서커스단을 따라다니며 아빠를 찾을 지도 모른다. 그렇게 축제가 끝난 일상도 흘러가고, 그러던 어느 날 모두가 기다리고 기다리던 첫눈이 내린다. 다음 해의 풍년을 약속하는 눈... 즐거워하는 사람들.
그러나, 그해 겨울, 전쟁으로 마을은 파괴되었고 사람들은 겨우 다른 나라로 피난을 갔다. 마을에는 지금 아무도 살지 않는다. 여행자인 작가를 그렇게 따뜻하게 대해주었던 마을 사람들, 건강한 노동과 축제가 있고 마음이 병들지 않을만큼, 딱 적당할만큼 풍요로왔던 마을의 생활은 어디로 갔을까? 추운 겨울이 지나면 반드시 봄이 찾아온다지만 파구만 마을에도 정말 봄이 오는 것일까?
너무나 소박하고 투명한 아름다움에 마음을 설레며 책을 보다가 한순간, 사무치게 슬픈 현실에 맞닥뜨리게 되는 책이다. 픽션보다 더 아름답고 픽션보다 더 슬픈 논픽션. 사실이라는 것이 그 아름다움과 슬픔을 배가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