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견문록 - 보르도에서 토스카나까지, 세계 최고의 와인에 담긴 문화와 역사, 반양장본
고형욱 지음 / 노브16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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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 책은 나같은 초보자가 읽기엔 버겁다. 프랑스 와인은 겨우 1번 마셔봤고, 이탈리아 와인은 아직 병도 구경을 못 해봤으니 난 사실 보르도의 샤또가 어떻든, 토스카나의 와인이 어떻든 별 상관없다. 내 알 바 아니란 거다. 

이런 문외한에 가까운 초보자가 이 책을 산 이유는 단순히 혹시라도 걸려들지 모를 이탈리아의 안티노리 와인 때문이었다. 아쉽게도 이뤄지지 못했지만, 그래도 바라던 요행 덕에 이런 책을 만난 것 또한 요행이 아닌가 싶다.

우리나라는 와인을 받아들인지 얼마 안 된다. 얼마 전 '시애틀의 잠못 이루는 밤Sleepless in Seattle'을 다시 보면서 몰랐던 사실을 하나 발견했다. 애니(맥 라이언)가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으로 가기 전, 자신의 현재 애인인 월터와 동 뻬리뇽을 시키면서 농담을 하는 장면이다. 예전 같으면 동 뻬리뇽이 뭔지 모르므로, 별 시덥잖은 농담을 하는 가벼운 장면이려니 넘겼을 텐데 이제서야 내 눈에 들어온 거다. 정말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을 실감한 순간이었다.

와인을 좀 마시는 사람들, 좀 아는 사람들은 이 책을 보면 꽤 흥미를 느낄 것 같다. 끝이 안 보이는 보르도의 드넓은 포도밭에서 직접 수확의 기쁨을 맛보는 필자의 사진이나 모엣 샹동을 방문하고 만찬을 즐기는 모습은 부럽기 짝이 없다. 필자가 발품을 팔며 쓴 기행문에 역사적 배경을 덧붙여 다듬은 글이어서 와인을 진정 사랑하는 마음이 그대로 나에게도 전해진다.

나에겐 좀 어려운 책임에도 차근차근 읽고 있자니 영화 '사이드웨이Sideways'의 주인공들이나 이 책의 필자처럼 와인여행을 떠나고 싶다. 좋은 와인들이 햇빛 한 점 안 드는 지하 창고에서 하루하루 조용히 숙성되는 것처럼 나도 열심히 하루하루 살다 보면 보르도나 토스카나에 가서 와인의 속내를 맡을 기회가 오겠지. 와인은 신기한 술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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