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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아 2집 - 琉璃假面 (유리가면)
김윤아 노래 / 티엔터테인먼트/코너스톤 / 2004년 3월
평점 :
품절
중세시대가 아니라고 해도 좋다. 검은색 베일로 얼굴을 반쯤 가린 사진을 보며 어떤 곡이 흘러나올까 상상했다. 사진의 분위기만으로도 신나는 노래가 나올 거라는 예상을 하기는 힘들다.
턴테이블의 바늘소리가 지직지직...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가 흘러나온다. 작년에 라디오에서 많이 나왔던 건 '夜想曲'이었는데, 김윤아의 팬들은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를 꼽지 않을까 싶다. 청명한 목소리를 들으며 우울과 불안을 느끼는 내 영혼의 자리를 스스로 좁혀 나간다. 영화 <달콤한 인생>의 엔딩에도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을 했었다. 김윤아가 돌림노래처럼 '아아아~' 하는 부분에서는 살짝 소름도 끼친다.
뒷심 좋은 가창력의 소유자. 자신의 노래실력을 맘껏 뽐내며 공작 수컷처럼 멋지게 날개를 펼친다. 묘한 분위기에 젖어들어 한없이 나른해진다. 빨리 정신을 차려야 겠다고 생각하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CD는 어느새 기타리스트 이병우가 편곡, 연주했다는 봄이 오면 G를 들려준다. 이병우의 기타연주는 놀랍다. 연주하는 그를 본 적이 있다면, 그 모습을 상상하며 들어보라. 봄의 풍경 속에서 하늘하늘한 스카프를 날리며, 꽃에 취해 있는 당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에는 어떤 곡에 대해 써볼까? 그래, 미저리. 이게 좋겠다. 왜 이 노래는 트로트 같다는 생각이 들까? 어쿠스틱 피아노로 시작한 연주는 트럼펫 연주가 흘러나오는 간주에서 절정을 맞이한다.
오오, 지워질 기억이여.
아스라이 잦아드는 마지막 빛의 긴 여운이여.
(중략) 사랑하여, 그댈, 사랑하고 사랑하여 우리의 마지막 순간엔 그대 내게 돌아와 주리라 믿었지.
마무리하려고 했는데, 봄이 오면 P의 경쾌한 피아노 소리가 발목을 붙잡는다. 쿵짝쿵짝 손가락이라도 까딱까딱하면서 듣게 되는 이 곡은 막 사랑을 시작한 연인의 모습을 떠올리게 된다. 그나마 이 앨범에서 가장 밝아서 좀 튀는 곡인 것 같다.
언제부터인가 김윤아의 음악을 신봉하는 내가 더이상 생경하지 않다. 다만, 작년에 나온 걸 이제서야 산 걸 조금 미안해 할뿐이다. 후회는 없다. 앞으로도 오랫동안 내 모습의 일부는 김윤아의 팬일 것 같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