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려고 벼르던 영화를 보지 못할 때는 나만의 원칙에 따라 볼 영화를 엄선한다. '말아톤' 이후 극장나들이를 못해서 좀이 쑤실대로 쑤셨고, 마냐님 말씀대로 '알라딘국'에서 히트치고 있는 이 영화의 정체가 궁금했다. 대한민국의 2%가 되고 싶은 욕심도 한 몫 했다. 게다가 어제는 간만에 날씨가 튀지 않았던가!

강남의 어떤 극장에서 'Ray'를 보고 싶기도 했는데, 그 마음을 단번에 접어버리고, 약간은 무거운 마음으로 극장으로 향했다.

알라디너들이 앞다퉈 올리는 리뷰를 다 읽긴 했으나, 영화감상을 방해할만한 내용은 다 건너뛰고 건성으로 읽은지라 이 영화에 대해 알고 있는 건 딱 2가지였다.

1) 아이들이 4명 나온다 2) 야기라 유야가 최연소로 칸느에서 남우주연상을 탔다

엽기적으로 보이는 5명의 이사놀이(놀이로 보일만큼 일상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를 보면서 이 영화가 행복한 내용은 아닐 것 같다는 걸 감지했을 때, 난 불안에 떨고 있었다. 대체 어떤 얘길 하고 싶은 거지???

엄마의 천진난만한 목소리를 거부하기 시작하는 아키라와 교코의 표정을 보는 게 가장 마음 아팠다. 야기라 유야가 그런 큰 상을 거머쥔 데에는 충분한 이유가 있어 보였다. 단정하게 교복을 차려입은 예쁘장한 여학생과 함께 모노레일을 바라보는 장면 전에는 음악도 거의 안 나온 것 같다. 음악을 넣지 않는 감독의 의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다. 디테일(이거 우리나라 말로 뭐라 해야 하지?)을 이렇게 잘 살려내다니...  

내가 본 대부분의 엄마들에게 '나'는 없다. '내'가 아닌 사람은 다 '남'인 걸 모른다. 남편도, 자식도 '나'의 일부인 그들. 무식해서 그런 걸 수도 있지만, 어쨌든 가족들 뒤치다꺼리 틈틈이 앎의 욕구를 채워가는 엄마는 드물다.

그래, 좋다. 이런 변화무쌍한 세상에 내 자신도 그런 엄마가 될 수 없음을 벌써부터 짐작하는데, 젠장.. '나' 중심 사고로 점철된 그 엄마라는 사람은 언제까지 그런 예쁜 목소리로 아이들을 유혹할 건지. 바깥세상 구경도 못하는 아이들에게 꼴난 베낭 사다 주느니, 돈이나 넉넉하게 챙겨줘라. 당신이 진정 그들의 엄마이고, 그렇게 그 집까지 끌고 왔다면 말이다.

한겨울 크리스마스 때는 '꼭' 돌아오겠다는 엄마를 배웅하는 아키라의 차림새란... 7부 바지 누가 공짜로 줘도 안 입을 거다.

아이들-대부분은 아키라-의 시선으로만 그려낸 시점이 편하게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그나마 마음에 들었다고 할까? 네 아이들의 뒷모습을 끝으로 BGM과 함께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데, 그 때부터 가슴이 심하게 뛰기 시작했다. 이걸 딱 꼬집어서 뭐라 말하지는 못하겠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나가고 싶어할 사람들을 위해 문을 열어놓긴 해도, 부산스럽지 않은 탓도 있었겠다. 스크린을 붙잡고 늘어지고 싶은 마음을 다잡고 극장 문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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