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천 교수를 처음 알게 된 건, 2000년의 어느 봄날이었다. 집에 개미가 많아서 그 징그러운 것들과 매일같이 짜증나는 싸움을 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일요일 낮에 EBS를 보는데, 순박한 시골사람 같은 편안한 표정의 최재천 교수가 나와 강연을 하고 있었다.
"개미 죽이지 말아라. 우리보다 더 나은 동물이다. 우리 인간이랑 사는 형태가 상당히 비슷하다......" 라는 말을 하는데 그 표정과 말투에 그야말로 "뿅~!"하고 반해버렸다.
그리고 그 때부터 그 분의 팬이 되어 버렸다. 그래서 바로 '개미제국의 발견'을 사다 읽었고, 그 분의 책을 몇 권 더 읽은 2001년 겨울, 메일을 보냈다.
제목 - 선생님과 친해지고 싶습니다
내용 - 날씨 얘기, 간단한 내 소개, 책을 읽은 소감과 더불어 마지막에 그렇게 바쁜 와중에 시간관리를 어떻게 하시는지... 여쭤봤다. 그리고 혹시라도 내 메일이 스팸메일로 오인받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틀 후 답장이 왔다. 메일 제목 때문에 열어보지도 않고 지워버릴 뻔 했다는 농담으로 시작한 그 분의 답장은 꽤 멋졌다.
동물과도 친구를 하는데, 하물며 인간과 못할 이유가 없다고 하셨다.
시간관리는 당신께도 그리 만만한 문제가 아니라며... 하지만, 나름의 비법은 물론 있었다.
원칙 - 저녁시간엔 항상 아들과 있는다. 철저히 귀가시간을 지킨다.
낮에는 강의와 각종 회의로 바쁘기 때문에 바깥 일을 잘 못 본다. 아들이 잠든 후에 혼자만의 시간을 즐긴다. 그 시간에 책도 읽고, 글도 쓴다.
가장 중요한 일에 우선적으로 시간을 뭉텅 떼어놓은 후 다른 일들을 꿰어 맞추며 산다.
난 이렇게 멋진 답장을 받고, 그 기쁨을 온 몸으로 표현했다. 그리고... 얼마 후 다시 시덥잖은 메일을 보냈다. 이건 내가 봐도 정말 재미없고, 별 의미가 없었다.
아~ 그 분과 편지 주고받기는 그걸로 일단락을 지었다. 하지만, 난 그 분을 존경하고.. 그 분의 책을 몽땅 다시 읽고 감상문을 써야 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그리고, 그 후 다시 메일을 보내봐야 겠다. 난 정말 그 분과 친구가 되고 싶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