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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포 선라이즈 + 비포 선셋 박스세트 (2disc) - [할인행사]
리차드 링클레이터 감독, 에단 호크 외 출연 / 워너브라더스 / 2007년 9월
평점 :
품절
마음을 잡아끄는 영화가 있다. 영화를 어디서건 보고 나면, 여운이 길게 남아 며칠동안 헤어나지 못하고 헤맨다. 몽상가처럼 일상생활 간간이 장면과 대사가 어렴풋이 떠올라 괴롭다. 그러다가 결국은 길거리에서 비디오테이프를 사가지고 와 몇번이고 다시 본다. 현실과 이상을 구분하고 싶지 않은 나를 만족시키기 위함이다.
비포 선셋(이하 속편)은 비포 선라이즈(전편)에 비해 러닝타임은 짧지만, 더 힘들고 어렵다. 전편에서 20대 초반이었던 그들은 30대가 됐고, 그만큼 삶이 힘들다. 9년 전 이른 아침 빈(Wien)에서 헤어질 때 6개월 후에 만나기로 약속했지만, 그들은 성(姓)도 모른 채 헤어진 멍청한 젊은이(young and stupid)에 불과할 따름이었다.
전편의 내용을 뜯어보면 이해하기 약간은 힘든 대화도 오가지만, 주된 내용은 그들의 로맨스다. 부인하고 싶지만 사랑에 빠져버려 한여름밤 공원에서 공짜로 얻은 와인을 마시며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등등 사랑을 시작한 사람들이 밟은 수순을 차례차례 짚어나간다.
반면, 속편은 복잡하다. 9년전의 내용을 잊고 싶지 않아 소설로 포장해 그 책을 홍보하러 프랑스 파리에 온 제시 월리스와 원래 파리에 살고 있는 셀린느의 만남. 정말 궁금하기 그지 없었다. 플레이 버튼을 누르기 전 온갖 상상을 다했다. "둘은 미혼일까? 아니, 9년 전에 만났을까? 못 만났다면, 어떻게 됐을까? 각자 결혼을 했을까?" 등등...

- 공원 벤치에 앉아 솔직한 듯 변태스런 얘기를 하는 셀린느와 제시 -
속편도 결국 사랑에 관한 얘기다. 그러나 9년의 세월만큼 더 산 그들은 삶 또한 만만치 않음을 알고 있다. 30대가 돼버린 그들은 선뜻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기 힘들고, 그렇다고 마음에 안 맞지만, 이미 내 곁에 있는 사랑을 매정하게 내치기도 힘든 그런 어정쩡한 삶을 살고 있다. 결혼은 책임져야 하는 거고, 연인과 함께 있으면 좋지만 항상 같이 있으면 싫다. 말은 이렇게 하지만, 그들에겐 9년 전의 연정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만족하지 못하는 현실을 위로해주고 싶은 마음에 상대방의 어깨에 손이라도 얹어 감싸주고 싶지만, 정작 자기의 현실 때문에 눈치를 살핀다. 아~ 이렇게 세세한 표정과 몸짓을 표현해내는 배우가 또 있었던가? 아! 마침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의 메릴 스트립이 생각난다. 메릴 스트립의 대를 잇는 배우의 탄생에 입을 벌리고 감탄을 한다.
영화가 절정으로 치달을 것 같은데 Nina Simone의 연주가 흐른다. 셀린느는 음악에 맞춰 귀여운 엉덩이춤(?)을 춘다. 그러면서 이렇게 얘기한다.
Celine : Baby, You're gonna miss that plane.
Jesse : I know.
DVD의 부록에 보면 Ethan Hawke가 한 말중에 이런 게 있다. 전편이 나온 9년 후 속편이 나온 것처럼, 3편, 4편, 5편 등등 다큐멘터리처럼 평생을 두고 삶과 사랑에 관한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얘기를 감독이 했다고...
으음. 그런 거구나. 다음 편이 기다려진다.
사족 : DVD리뷰를 쓰는 것은 어렵다. 안 본 사람들을 위해서 내용을 다 담기도 그렇고, 그렇다고 심각하게 영화를 분석하기도 애매하다. 싸게 나온 DVD를 보면 사고 싶은 맘이 생기는 나로서는 참 힘든 일이다.